최근 수정 시각 : 2023-09-10 08:43:16

악마의 등뼈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장편 연출 작품
[ 펼치기 · 접기 ]

상세정보 링크 열기


El espinazo del diablo (The Devil's Backbone)

1. 개요2. 상세3. 줄거리4. 기타

1. 개요



기예르모 델 토로가 연출하고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제작한 2001년 스페인, 멕시코 영화로, 장르는 전쟁 시대극과 고딕 호러의 중간 쯤 된다.

1939년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유령이 떠도는 외딴 고아원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다. 유령이 나오기는 하지만 초현실적인 요소보다는 현실의 비중이 더 크고[1] 델 토로의 이후 연출작 판의 미로와 마찬가지로 전쟁의 상처를 잘 표현한다.

2. 상세

이 영화는 델 토로가 '전쟁을 배경으로 한 유령 이야기'를, 전쟁을 드러내놓고 보여주지 않되 닫힌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간접적으로 묘사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만들었다.[2] 시대적 배경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델 토로의 이후 연출작 판의 미로와 매우 비슷한데, 원래 악마의 등뼈를 만든 후 한쌍으로 만들려고 했던 게 판의 미로라 그렇다고 한다. 결국 별개의 스토리를 가진 영화가 되긴 했지만.

판의 미로보다는 덜 화려하고 더 담담하기 때문에 뭔가 자극적인 요소를 기대하고 보면 무척 심심한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델 토로 특유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에 초점을 맞추고 봐야 할 작품.

흥행 성적은 별로 좋지 못하지만, 평론가들에게는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판의 미로가 대체로 S나 A+의 평가를 받았다면 악마의 등뼈는 B+이나 A- 정도로 비유할 수 있다.

상징이나 은유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여러가지 있다. 주요한 예를 들자면,
  • 고아원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이 서로를 죽이는 모습'은 '내전'에 대한 은유일 수도 있다.
  • 마찬가지로 늙고 부상당한 카사레스와 힘없는 아이들은 공화주의자를, 젊고 폭력적인 하킨토 일행은 파시스트를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제목 '악마의 등뼈'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일종의 음료수이다. 이 음료수는 죽은 태아의 등뼈를 드러내 술에 담가 만드는 것으로, 건강에 좋다는 속설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큰 인기가 있다.[3] 이 악마의 등뼈에 환장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비상식과 비이성을 나타내며, 상식과 이성이 사라진 파시스트 치하의 현실을 상징하는 장치로 생각할 수 있다.

크로노스(1993)처럼 크라이테리온 콜렉션으로 블루레이/DVD가 나왔다. 델 토로의 인증을 받은 리마스터링 소스에 부록이 빵빵하게 들어갔다.

3. 줄거리

이 문서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가 설명하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을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전 중인 1939년의 스페인, 이틀을 꼬박 걸어가야 마을에 겨우 닿는 외딴 고아원의 앞마당에는 폭격기가 투하하고 간 커다란 불발탄이 박혔다.[4] 이런 흉흉한 상황에서, 어느날 카를로스라는 이름의 소년이 고아원에 맡겨진다.[5]

고아원의 원장을 맡은 한쪽 다리가 의족인 중년 여인 카르멘과 늙은 의사 카사레스는 공화주의자들과 연대 관계에 있는 인물들로, 카를로스를 맡아주기로 한다. 카르멘은 공화파의 자금인 많은 양의 금괴를 숨겨놓았다. 카르멘, 카사레스, 그리고 고아원 출신의 거칠고 난폭한 젊은 관리 하킨토, 아이들을 가르치는 마음씨 고운 처녀 콘치타 4명이 고아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다. 하킨토와 콘치타는 연인이지만, 하킨토는 은밀히 카르멘과도 동침하며 낭만적이고 온화한 카사레스는 카르멘을 내심 사랑하는 등 겉보기와는 달리 복잡한 관계이다.

고아원 신입 카를로스는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 하이메의 텃세 때문에 고생한다. 그는 종종 비탄에 잠긴 듯한 신음소리를 듣는데, 아이들은 '한숨 짓는 자'라는 유령이 있다는 소문을 얘기해준다. 카를로스는 아이의 모습을 한 이 유령을 언뜻 목격하고 겁에 질린다.

여전히 카를로스가 못마땅한 하이메는 어느날 건물 안에 있는 커다란 콘크리트 저수지 근처로 카를로스를 데려가 접는 나이프를 꺼내 위협한다. 그러나 카를로스는 하이메에게 돌을 던져 반격하고, 머리에 돌을 맞은 하이메는 비틀거리며 저수지에 빠진다.

하이메가 헤엄을 못친다는 말을 들은 카를로스는 저수지에 뛰어들어 그를 구한다. 이때, 하킨토가 들어와 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들어 카를로스의 뺨을 때리며 누구 것이냐고 추궁한다. 벌벌 떠는 하이메를 대신해 카를로스는 자신의 나이프라고 거짓말을 한다. 하킨토는 카를로스의 얼굴에 나이프로 상처를 내면서 이 일을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다. 이후 하이메는 카를로스를 더 이상 적대하지 않게 된다.

하킨토는 카르멘을 성적으로 만족시켜주는 한편, 틈을 봐서 열쇠를 빼돌리고 금괴를 훔칠 생각을 품는다. 한편 콘치타에게 연정을 품은 하이메는 그녀에게 병뚜껑으로 만든 장난감 반지를 선물하고, 콘치타는 웃으며 반지를 손가락에 낀다. 카를로스는 예전에 자신의 침대를 썼고, 하이메와 친했던 '상티'라는 아이가 폭탄이 앞마당에 떨어진 날 실종되었다는 얘기를 듣자 유령의 정체를 상티라고 생각한다.

카를로스는 용기를 내어 상티를 찾아나서지만, 머리가 깨지고 얼굴에 금이 간 창백한 상티의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 쫓아오는 상티의 유령을 피해 벽장으로 도망가 밤을 지샌다.

다음날 마을에서 동지인 공화파 반군이 총살되는 것을 본 카사레스는 잡힌 동지가 자백할 것을 우려해 카르멘에게 고아원을 떠나자고 말한다. 카르멘이 떠날 준비를 할 때 하킨토가 나이프를 들고 나타나 금고 열쇠를 내놓으라고 위협하자, 카사레스는 총을 겨누며 하킨토를 고아원 밖으로 쫓아버린다. 그러나 하킨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몰래 돌아온다.

연료통이 놓인 창고에 휘발유를 뿌리는 하킨토를 발견한 콘치타는 그를 막으려 하지만 결국 불이 붙는다. 불은 연료통에 인화해 폭발이 일어난다. 폭발로 많은 아이들이 죽은 가운데, 고막이 터지고 파편에 맞아 부상당한 카사레스는 죽어가는 카르멘을 발견한다. 카사레스는 그녀에게 사랑의 시를 낭독해주고, 카르멘은 눈물을 흘리며 죽는다.

카사레스는 하킨토가 돌아올 것이라 믿고, 2층 창문 가에 의자를 놓고 파수를 본다. 폭발로 트럭이 부서졌기 때문에 직접 걸어가서 마을에 도움을 요청하려 콘치타가 떠나고, 하이메는 그녀의 뒷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하이메는 카를로스에게 자신이 상티의 죽음을 목격했고, 그를 죽인 것이 하킨토였음을 털어놓는다.

상티는 우연히 하킨토가 금고를 털려는 광경을 목격하고, 이를 본 하킨토가 쫓아와 실랑이 끝에 상티를 밀쳐 머리를 돌에 부딪히게 한 것. 하킨토는 상티의 시체에 밧줄을 매달아 저수지 밑에 가라앉혔고, 하이메는 숨어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하이메는 단호하게 하킨토를 다시 만나면 죽이겠다고 말한다. 곧 이어 상티의 유령을 다시 만난 카를로스는 도망치지 않고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무엇을 원하냐고 묻는다. 상티는 하킨토를 자신에게 데려와 달라고 말한다.

마을을 향해 걸어가는 콘치타는 몹시 지친 모습이다. 마침 지나가는 트럭을 보고 손을 흔들지만, 차에는 하킨토가 2명의 친구와 함께 타고 있었다. 콘치타에게 다가온 하킨토는 나이프로 그녀를 위협하며 사과하라고 하지만, 콘치타는 딱 잘라 거부한다. 하킨토는 뒤에서 지켜보는 친구들에게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그녀의 배를 칼로 찔러 죽인다.

부상이 악화된 카사레스는 결국 의자에 앉은 채 죽는다. 한패와 함께 고아원에 도착한 하킨토는 손쉽게 아이들을 붙잡고, 폐허를 뒤져 금고를 찾아내게 한다. 하이메는 하킨토가 자신의 앞에 콘치타의 반지를 던지는 것을 보고 그녀가 죽었음을 알게 된다. 금고를 찾아낸 후 아이들은 방에 갇히고, 하이메는 하킨토를 죽여야 한다고 그들을 설득한다.

아이들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막대기를 깎아 죽창을 만들어, 잠긴 방문을 열기 위해 창문으로 갈베즈라는 소년을 내려보낸다. 갈베즈는 떨어지면서 발목을 삐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지만, 누군가가 방문을 열어준다. 갈베즈는 죽은 카사레스가 나타났다고 말하고, 카를로스는 바닥에 피묻은 카사레스의 손수건이 떨어진 것을 발견한다.

금고를 여는데 성공했으나 금괴가 없는 것을 본 하킨토 일행은 실망한다. 하킨토는 금고 안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앨범을 본다. 죽은 아버지와 어머니, 어린 자신의 사진과 사진 뒤에 적힌 '얼마나 괴로운가, 나라 잃은 왕자. 온기 없는 사람은'이라는 글귀를 보고 잠시 감상에 빠지지만,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하킨토는 금괴를 꼭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아이들은 어차피 고아들이니 없애버리면 된다고 한다. 불량배들은 상관 안할테니 자기들은 손 떼겠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불량배들은 하킨토를 놔두고 도망친다. 동시에 하킨토는 우연히 카르멘의 의족 안에 감춰진 금괴를 발견하고 기뻐한다. 이때 아이들이 그의 앞에 나타나 그를 저수지로 유인한다. 하킨토가 총을 쏘려는 순간, 숨어 있던 하이메가 나타나 죽창으로 그를 찔러 쓰러뜨리고 저수지에 밀어넣는다. 무거운 금괴 때문에 몸이 가라앉는 하킨토는 금괴를 버리고 탈출하려 하지만 뒤에서 상티의 유령이 나타나 그를 감싸 안는다. 하킨토는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익사한다.

울먹이는 카를로스가 카사레스의 시체에 그의 손수건을 돌려준다. 고아원을 떠나는 아이들 뒤로 카사레스의 유령이 그들을 전송하는 모습이 보인다.

4. 기타

카사레스-카르멘-하킨토의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작중에 묘사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 카사레스는 카르멘을 사랑하고, 카르멘도 그에게 호감을 가지지만 서로 교제하지는 않는다.
  • 카르멘은 하킨토와 동침하지만, 키스를 거부하고 경멸 어린 태도로 거리를 두는 등 애정이 없는 단지 육욕을 채우기 위한 관계이다.
  • 카사레스는 카를로스에게 '악마의 등뼈'가 질병을 막아주며 정력에 좋다는 속설이 있다고 설명해준 뒤, 카를로스가 방을 나가자 씁쓸한 표정으로 악마의 등뼈를 한잔 마신다.

이를 해석하면, 나이가 많은 카사레스는 발기부전으로 아직 육욕이 한창일 나이의 카르멘을 만족시켜줄 수 없음을 서로 알기 때문에, 호감을 가지지만 섣불리 맺어지지 못한다. 그래서 카르멘은 썩 내키지 않아하면서도 유일한 젊은 남자 하킨토와 동침하는 것이라는 스토리.

델 토로에 의하면 무척 자전적인 영화로, 고아원 아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모두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예수회 계열의 학교를 다녔는데, 틈만 나면 주먹부터 돌에 죽창까지 오가는 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델 토로가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삼게 된 것도 이 학교에서의 경험이 원인이다. 스페인 내전 때문에 도피한 피난민 2세들과 같이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1] 유령이 직접적으로 현실에 개입하는 일은 거의 없고, 대부분의 사건은 살아있는 인간이 벌이는 것.[2] 최초 기획은 배경이 멕시코 혁명이었다고 한다.[3] 심지어 작중의 고아원은 이 악마의 등뼈를 만들어 팔아 운영비를 마련하는 듯 하다.[4] 이 폭탄은 우연히 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고아원은 공화파와 연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변에 다른 폭격할 건물이 전혀 없다.[5] 카를로스의 아버지는 공화파로 내전에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카를로스는 아버지가 멀리 떨어진 것으로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