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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는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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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시 - 학교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1995년 특별판에 수록된 에피소드. 아라이 쇼지를 6번째로 고르면 들을 수 있다. 6번째 화자인 아라이 쇼지의 이야기가 마친 후 7명째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아라이는 사카가미에게 7명째가 누구인지 아냐고 묻지만 사카가미는 자신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자 아라이는 괜찮다면 자신이 7번째 이야기를 하나 더 해주겠다고 말한다. 아라이는 이대로 오지도 않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시간낭비이고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이야기해도 괜찮냐고 묻고, 모두들 반대하지 않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라이에게는 아라이가 1학년 2학기 초를 맞을 때 전학 온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소가 히데오. 얌전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는 사실 천재적인 모델러였다. 모델러란 간단히 말해서 모형을 만드는 사람을 말한다. 모형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 있는데, 형태가 갖추어진 플라스틱의 조각을 조립하는 프라모델이나 피겨의 원형을 제작하는 풀 스크래치빌드 등 매우 다양하고 또 도장의 기술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게다가 모형을 만드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그 주변에 진짜 같은 풍경을 만들어 연출하는 디오라마라고 하는 기술도 있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범선과 폐허로 나아가는 전차 그리고 넓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상 속의 드래곤 등, 그것들은 3차원으로 묘사하는 정밀한 회화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그리고 소가는 이 모든 것에서 전부 천재였다. 원형 제작, 도장, 연출 이 모든 것에서 천재적인 소가의 오른손은 신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라이는 이런 소가가 세상과 교류하지 않고 어둠침침한 매니아라고 생각하냐고 사카가미에게 묻는다.

1. 그렇게 생각한다(살리는 인형)2. 생각하지 않는다(옥상의 아틀리에)

1. 그렇게 생각한다(살리는 인형)

그렇지만 소가에게는 사랑스러운 애인이 있었다. 그 애인의 이름은 사오토메 마야. 사오토메는 웃는 얼굴이 귀여워서 반 내에서도 미소녀로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두 사람이 사귀게 되자 주변에서는 저런 부조화의 커플은 곧 헤어지게 되어있다고 말이 많았지만 아라이는 사오토메가 소가의 재능과 인격에 진심으로 반한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두 사람은 좋은 관계를 쌓아나갔다. 예술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협력자였고, 사오토메 역시 소가에게 있어 최고의 협력자가 되어주었다. 사오토메의 따뜻한 미소나 사랑스러운 몸짓 하나하나에서 소가는 영감을 얻었고 사오토메는 그런 소가의 작품을 칭찬하며 그에게 용기와 행복을 주었다. 그런데 그런 행복한 순간은 얼마 되지 않아, 곧 사오토메가 등교하지 않는 날이 시작되었다.

아라이는 처음엔 사오토메가 감기에 걸렸을 것이라 생각하고 방관했지만 1주일이 지나 2주째로 넘어가도 사오토메가 오지 않자 소가에게 연유를 물었다. 소가는 사오토메가 폐에 염증이 생겨 열이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고 아라이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오토메는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되었다. 아라이는 그것을 소가가 자신에게 전화를 해주어서 알게 되었는데 수화기 너머로 눈물 섞인 비장한 목소리를 들으며 아라이는 위로할 생각을 못하고 소가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전화를 끊을 무렵, 소가는 아라이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사오토메가 죽은 것은 실험해보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비밀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아라이는 알겠다고 하고 한동안 조용히 지내지만, 소가의 목적을 알게 된 것은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일주일 가량이 지난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등교한 아라이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된다. 교실에 사오토메가 앉아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주변에는 반 친구들이 몰려 사오토메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그러나 사오토메는 그녀의 친구들이 반갑다고 말을 건네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로 있었다. 거기다가 안색도 좋지 않아보였다. 반응이 없자 친구들이 사오토메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가가 개입해서 사오토메가 병 직후이기 때문에 상태가 좋지 않으므로 오늘은 이쯤 해두라고 말하고 친구들을 몰아낸다. 그리고 끊임없이 사오토메의 얼굴을 보며 괜찮냐고 묻지만 사오토메는 대답이 없었다. 사오토메는 쉬는 시간 중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고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멍하니 앉아있을 뿐이었다. 체육시간이 되자 남학생들이 교실에서 옷을 갈아입기 때문에 사오토메는 교실에 남아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소가는 사오토메를 부축하고 빈 교실로 옮겨놓았다. 그러면 사오토메는 체육시간 내내 빈 교실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아라이는 소가가 사오토메가 죽었다고 한 것을 들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저것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그 의문이 해결될 날은 갑자기 찾아왔다.

그 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기 때문에 아라이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라이는 지루한 일상을 피해 공상에 잠깐 들어가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때 갑자기 머리 위로 공이 날아왔고, 날아온 방향을 보면 남학생들이 여러 명 있었다.
남학생들은 밖에 비가 오기 때문에 실내에서 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아라이에게 같이 공놀이를 하겠냐고 묻지만, 아라이는 화가 났기 때문에 그것을 무시하고 남학생들은 아라이가 사교성이 없다고 깐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공놀이를 시작하는데, 한 남학생이 컨트롤을 잘못 해서 공이 이상한 곳으로 날아갔고, 이어 공은 사오토메의 머리에 직격으로 맞는다. 사과하면서 사오토메 쪽으로 다가오던 남학생은 돌연간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사오토메의 머리 부분은 공에 맞은 충격으로 살이 벗겨져 뼈가 드러났고 뺨이 몽땅 사라져 가지런한 치열이 보였다. 또한 안구 역시 드러난 상태로 그 남학생을 불쾌한 듯이 바라보는 자세로 멈춰있었다. 남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달아나버린다. 소가는 급히 일어서 사오토메의 얼굴을 가린다. 아라이가 무심코 자신도 모르게 도우러 오자 소가는 근처에 있는 고기를 주우라고 지시한다. 아라이는 그것이 얼굴에 붙어있던 고기조각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소가는 사오토메를 들어안고 아라이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하고, 아라이는 얼굴의 고기조각을 손에 쥔 채로 소가를 따라간다.

당시 아라이는 기분 나쁨보다 호기심이 더 강했고, 얼굴의 고기조각은 마치 닭가슴살의 촉감과 비슷했다. 소가는 사오토메를 안은 채 구교사로 들어가고 아라이는 소가를 놓치지 않게 필사적으로 따라간다. 소가가 계단 앞의 철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더니, 갑자기 스위치를 눌러서 전등을 켰다. 구교사는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아라이는 이 곳에 전기가 들어오는 것에 매우 놀란다. 소가는 이 곳이 전쟁 중에 쓰던 방공호였다고 알려주고 아라이는 이런 곳을 누가 알려주었냐고 묻는다. 그러자 소가는 여신이라고 말하며 빨리 사오토메를 치료해야 한다고 하고 아라이에게 자신을 도울 것을 말한다.

소가의 말투는 어떤 부정적인 대답을 할 수 없게 되는 이상한 설득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천재만이 가지는 카리스마와 비슷했다. 아라이는 자신이 들고 있는 고기조각은 어떻게 하냐고 묻지만, 소가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버리라고 한다.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교실에 둘 수도 없는 것이었고 아라이라면 상황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소가의 말에, 아라이는 확실히 소가의 재능을 자신은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소가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더니, 서랍에서 수술 도구 같은 것을 꺼내 사오토메의 얼굴에 남은 나머지 살들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아라이가 뭘 하냐고 묻자, 소가는 이대로 봉합하면 봉합선이 만들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새로 만들 생각이라고 했다. 그제서야 아라이는 역시 진짜 사오토메가 죽은 뒤의 사오토메는 사오토메가 아니라 소가의 작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가는 이렇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사오토메를 잃고 몽롱해지는 의식 속에서 소가는 옛날에 읽은 책을 생각해 냈었다고 한다. 책꽂이의 아래에 묻혀있는 그 책에는,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충격때문에 노래할 수 없게 된 음유시인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 그 책에서 시인은 땅 끝에 사는 마녀에게 「여신을 호출하는 주술」을 배운다. 그리고 시인의 눈 앞에 나타난 여신은 아이를 다시 살렸고 시인은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아라이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자 소가는 자신의 앞에 정말로 여신이 나타나 사오토메를 다시 되돌려 주었다고 말하고 방 안 쪽으로 아라이를 안내한다. 좁은 방에는 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안에는 소녀가 있었다. 나체로 누워있는 소녀는 그러나 살아있는 존재는 아니었고, 털이 하나도 없었으며 전신은 회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 아래에 있는 근골격이 느껴지며 손으로 누르면 탄력이 있을 것 같이 리얼했다.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사오토메였고 아라이가 신기한 나머지 나체의 사오토메를 너무 빤히 쳐다보자 소가는 자신의 애인을 적당히 쳐다보라고 농담을 한다. 그리고 소가는 실제 사오토메는 너무 여위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기억 속에서 제일 아름다웠던 사오토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라이는 사오토메가 너무 정교했기 때문에 혹시 소가가 사오토메의 신체에서 직접 형을 따온 것이라고 의심했었다. 그렇지만 실제로 만들어 보면 알다시피 단순히 실물에서 형태를 취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약간의 픽션을 더해야 오히려 리얼리티가 생기는 법이었다.

거기다 소가는 사오토메를 풀 스크래치의 피겨 형태로 만들었는데 그것은 우선 심지가 되는 소재로 큰 형태를 만들고 거기에 펀드 라는 점토를 붙여가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펀드를 붙이고 깎고 하면서 가장 알맞는 형태가 될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표면이 까칠까칠하기 때문에 펀드 위에 엷게 편 접착제를 바르고 내수 페이퍼로 켠 뒤, 그 위에 또 서페이서라고 하는, 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표면 처리제를 바르고 또 내수 페이퍼로 켜야한다. 이 과정은 전체가 매끄럽게 될 때까지 수십, 수백 번은 반복해야 하는데다가 이 작업을 등신대라고 하는 크기에다 하는 만큼 더 오래 걸린다. 그러나 소가는 사오토메의 죽음을 알릴 때부터 사오토메가 다시 등교했을 때까지, 1주일 밖에 쓰지 않았다.

아라이는 소가가 이런 작품을 겨우 1주일 내로 만들었다는 것에 감탄한다. 소가는 방의 구석에서 흰 블록처럼 생긴 실리콘 덩어리를 꺼내는데 아라이는 그것이 얼굴에 해당하는 부위임을 알아챈다. 소가는 부엌에 있는 바구니를 들고 방 안에 있는 수조로 향했다.

수조는 성인이 들어갈 수 있을 법한 크기였고, 소가는 수조 안에 바구니를 담궈 무언가를 건져내었다. 바구니 안에는 부드러운 젤리같은 액체가 담겨 있었고, 소가는 실리콘에 그 액체를 부어넣은 뒤 아라이와 함께 사오토메를 옮겨 실리콘에 담긴 액체에 머리를 담근다.

옮긴 뒤에야 소가는 수조 안에 있는 것이 사오토메의 세포 배양액이라고 설명하고, 저렇게 얼굴 모양의 실리콘에 머리를 담궈놓으면 세포가 증식해서 얼굴이 다시 재생한다고 설명한다. 세포로부터 인체 조각을 만들다니 대체 어떤 여신이길래 그런 것을 알려주었는가 아라이는 의아해하고, 소가는 아라이 역시 교실에서 이전과 같이 앉아있던 사오토메를 보지 않았냐고 하다가 아라이가 뭐라고 하려하자 말하지 말아달라고 말을 자른다.

아라이는 소가 역시 사오토메라고 만들어봤자 단순한 조형물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단 걸 깨닫지만, 그가 인간을 비웃는 악마에게 속아 넘어가 죽은 사람을 재생하는 허황된 희망에 잡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 고개를 숙여 눈물을 참고 있는 듯한 소가가 우리들에겐 네가 필요하다며 갑자기 아라이의 팔을 붙잡고, 아라이는 따끔한 통증을 느낀다. 이후 정신을 차려보면 아라이는 옷이 벗겨진 채로 수조 안에 들어가있었고 밖에선 소가가 서 있었다.

아라이는 당황하고 소가는 미안한 표정으로, 사오토메의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 더 많은 양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조 안에서 몸을 비틀었지만 온통 유리 벽이었고, 소가는 아라이가 자신의 얼마 안 되는 이해자였다고 고마워하며 불을 끄고 방에서 나간다. 이후 아라이의 기억은 거기서 중단되었다고 한다. 사카가미는 확실히 방금 들은 아라이의 이야기가 기분 나쁘지만, 실제였다면 아라이는 수조에서 녹아 없어졌을 것이기 때문에 픽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달콤한 향기가 코를 찔러 그것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다들 쓰러져 가고 있었고, 아라이만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부실의 문을 열었다. 그 문 앞에는 한 남학생이 서 있었다. 사카가미는 정신을 잃기 전, 이 정도의 양분이 있으면 당분간은 괜찮겠지요 소가 군, 하는 아라이의 목소리를 듣는다.

2. 생각하지 않는다(옥상의 아틀리에)

유감스럽지만 소가는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아무 관계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소가는 늘 쉬는 시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는데 아라이는 소가가 쉬는 시간마다 어디를 가는지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어느 날, 아라이는 소가의 뒤를 미행하게 되었다. 소가는 자살 사건으로 인해 출입 금지가 된 옥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열쇠가 잠겨있었지만 소가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열쇠를 따고 안으로 들어갔고 아라이는 그 뒤를 밟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아라이는 믿기 어려운 광경을 보게 되는데, 평범한 옥상 위에 많은 사람들의 조각이 놓여있었다. 보통은 옥상도 콘크리트에다가 조각 역시 딱딱한 조형물이기 때문에 별로 아름답지 않지만, 조각의 배치와 각도 등 어느 것 하나 훌륭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라이가 황홀경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그는 소가가 자신의 뒤에 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소가가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알아챈다.

소가는 의외로 멋대로 들어왔다고 화내지 않고 잠깐 이야기를 하자고 권해왔고, 점심시간이었기 때문에 아라이는 응한다. 소가는 대략 자신의 방이 좁아서 조각을 할 수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는 옥상에서 조각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소가는 아라이라면 언제나 미술시간 때 자신의 작품을 자세히 봐주기 때문에 신용할 수 있다고 말하고 아라이는 소가가 천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서로 악수를 하고, 그 뒤 몇 일 동안 아라이는 휴일이 되면 늘 옥상에 올라가 소가를 만났다. 예술 분야의 취미뿐만 아니라 음악이나 다른 취미까지 아라이와 소가의 가치관은 매우 흡사해서 아라이는 소가가 자신의 정신적인 쌍둥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어느 날, 아라이는 여느 때와 같이 옥상에 올라갔지만 옥상의 열쇠는 잠겨있었다.

보통은 늘 소가가 먼저 와서 문을 열어놓는데 소가가 없는 듯 하여 아라이는 조금 기다리다가 교실로 내려갔다. 유감이라고 생각하며 교실에 도착한 아라이는 소가가 옥상에서 투신자살한 것을 알게 된다. 아라이는 그 자리에서 옥상을 향해 달려갔지만 이미 경찰에 의해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에 옥상에 갈 수 없었다. 당분간 소가의 죽음에 대한 수사가 이루어졌지만 결국 자살로 마무리되었다.

그렇지만 소가와 매일 대화하던 아라이는 소가가 갑자기 자살한 것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제서야 옥상에 있던 소가의 조각들은 전부 자신의 반 친구들을 소재로 한 것이란 걸 알게 된다. 소가의 조각들은 전부 파기되었다고 한다. 아라이는 옥상을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에 열쇠를 따는 기술을 배웠다. 밤이 가까워오는 해질녘이 되어 학교로 향한 아라이는 옥상의 열쇠를 따고 문을 연다. 그 곳에는 콘크리트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아라이는 왠지 슬퍼져서 돌아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아라이가 와 주어 기쁘다고 하는 소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라이는 기뻐서 뒤돌아보려고 하지만, 소가는 자신이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소가는 자신이 학교의 마귀에게 살해당했으며, 마귀에게 제물을 바쳐야 옥상의 조각들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라이에게 협력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아라이는 소가를 위해 제물을 모아주기로 한다. 말을 마치면서 아라이는 포켓에서 병을 꺼내들었고 사카가미는 갑자기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사카가미는 정신을 잃기 전, 여섯 명 분의 조각을 할 수 있겠다고 하는 아라이의 목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