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물물교환(物物交換, barter)이란, 돈으로 매매하지 않고 직접 물건과 물건을 바꾸는 일을 말한다.한국어의 "물물교환"은 원칙적으로 물건(物)과 물건(物)의 맞바꿈(交換)을 의미하지만, 영어의 "barter"는 'to trade by exchanging goods or services without using money', 즉 물건뿐 아니라 노동력을 빌려주는 품앗이 등 가치있는 용역(서비스)의 교환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한국어의 물물교환보다 의미가 넓다.
2. 특성
단발성이고 즉각적이며 상호 정보가 완전히 공개되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가 가능하는 등의 이유로 신용이 부족한 상대끼리도 쉽게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아마 인류가 문명을 세우기 전부터 사용되었을 유서깊은 방식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점차 사라졌다.
- 거래 당사자끼리 서로 원하는 상품을 제시하기 어렵다.
두 사람끼리의 교환이든 중간에 몇 단계를 낀 일련의 거래들이든 간에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서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없으므로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 원하는 가치로 구입하기 어렵다.
일단 어떤 공통의 기준이 없으니만큼 상품을 계량화할 수 없고 공급자마다 제각각이다. 소비자 역시 자기만의 판단 기준이 있으므로 이를 공급자의 것과 합치시키기 어렵다.[1] - 운송 및 보관이 어렵다.
거래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상황에서도 일단 상품을 직접 가져가서 제시해야 하는데, 그 또한 일종의 비용이다. 거래를 못하면 그대로 힘들게 다시 가져가야 하고, 거래를 했어도 획득물 역시 손수 가져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재화가 파손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이 흐르다보면 손상될 수 있으므로 그만한 가치를 안정적으로 저장하지 못하고 망가지기 전까지 써야만 한다.
한 초등학교 교재에서 등장하는 예를 하나 살펴보자. 소 1마리를 팔아 쌀 4섬과 무명 2필을 구하려는 농부가 있다. 그런데 이 농부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는 쌀과 무명을 모두 가진 사람이 없어 한 번에 완전히 만족할 만한 거래를 할 수 없었으므로 둘 중 하나를 포기하고 다른 것과 바꾸기로 한다. 농부의 소를 보고서 쌀 10섬을 제시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나 농부는 이 거래를 거절한다. 쌀로 무명을 사는 것도 가능하고 어차피 필요한 쌀은 4섬 뿐이니 그 정도는 감당하기로 했지만, 막상 교환할 경우 이제 소도 없는 상황에서 10섬이나 되는 쌀을 들고서 무명으로 바꾸러 돌아다니는 데에 많은 힘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농부는 마지막에 그나마 가볍고 쌀로 교환하기도 쉬운 무명 6필을 제안한 사람과 거래를 수락한다.
3. 원시 물물교환 경제?
일반적인 통념은 '화폐 발생 이전에는 물물교환 거래가 일반적이었고, 이것이 불편해서 화폐를 쓰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이는 현대 학계에서는 부정되고 있다. 가령 원시부족들을 연구해 보면 '소 한 마리=닭 몇 마리'식으로 정해진 사회는 거의 없었다.#상술한 문제점으로 인해 고대인들에게도 물물교환은 거의 성립할 수 없었다. 오히려 생산력이 미약한데 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가 언제 우유가 생길지, 고기가 생길지 알 수 없는데 그걸 누가 언제 적절한 양으로 내가 필요한 걸로 바꿔줄지 아는 것은 그냥 불가능하다.
그래서 문명 이전 부족사회에서는 원시적 신용거래가 주류였다. 물자는 당장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받은 사람은 나중에 적절한 답례를 하거나[2] 자신도 가진 걸 나누는 식으로 사회가 유지된 것이다. 이기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람은 사회에서 도태된다. 이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사유재산 개념이 미약했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다같이 생존하는 부족사회에서는 사냥꾼에게 '너는 오늘 사냥 못 했으니 굶어' 또는 '창 만들었으니 갖고 싶으면 토끼 한마리 잡아와'란 식으로 바로바로 대가를 요구하는 거래를 하면 사회가 유지되지 못한다.
타 부족과는 서로 선물을 하는 식의 거래를 했다. 호의로 선물을 하면 적절한 답례를 받고, 서로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절하게 표현을 해서 다른 걸 주고받는 식이다. 니즈가 맞아서 품목이 고정되면 물물교환과 비슷하지만, 이때도 물품을 즉시 준비해 맞바꾸기는 어렵고, 어디까지나 유연한 선물 성격을 띄어 딱딱하게 바로 주고받아야한다는 개념은 없었다. 그래서 양도 시점은 서로 다를 때가 대부분이라 이 또한 신용거래에 가까웠다.
문명이 발달해 시장이 생기면 한반도에서는 쌀, 남미에서는 카카오 등의 지불 수단이자 가치 척도 수단이 화폐 발생 전에 이미 등장한다. 이것은 엄밀히 현물을 화폐로 사용하는 거래이며, 물물교환과는 다르다. 그리고 이때도 외상과 신용거래가 흔했다.
결론적으로 물물교환은 종종 일어났지만 인류에게 일상적인 경제 시스템이었던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4. 사례
이렇듯 물물교환은 불편한 부분이나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중간 매개로서 화폐를 사용하는 방식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화폐경제가 정착한 곳에서는 물물교환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예컨대 한국의 민법에도 매매계약과 별도로 교환계약에 대한 규정을 두고는 있지만 조문은 딱 2개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내용은 교환계약 체결시 금전의 보충지급을 약정할 때에는 매매계약을 준용한다는 내용 뿐이다.그러나 오늘날에도 사회가 불안정해지거나 초인플레이션 등으로 기존의 화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물물교환이 발생하기도 하며, 특히 널리 쓰이는 상품의 경우 아예 대체통용화폐로서 기능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경제가 파탄난 국가들은 법정통화의 신용이 파괴되어 화폐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는데, 기존 화폐 자리를 외화가 잠식하기도 하지만 물물교환이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 사례로 민주 캄푸치아와 독립 초반 적도 기니[3], 체제전환 초반 알바니아의 오지 시골[4], 초인플레이션 당시 짐바브웨 등이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도 일종의 물물교환이나 대체통용화폐가 등장한다. 캐릭터나 계정 간 교환/거래 등의 시스템에서 게임머니나 아이템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경우 소소한 수요 정도는 인게임 채팅으로 맞는 사람을 찾거나 자기 의도를 광고하여 간단히 필요한 것을 맞바꾸기도 하며, 인플레이션이 심해져 일반 게임머니가 의미가 없는 경우 특정 아이템을 거래 기준으로 삼는 대체통용화폐를 쓰거나 직접 물건끼리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분야의 전설 아닌 레전드는 단연 디아블로 2의 조던링.
5. 요령
물물교환은 상대방과 본인이 받은 물건에 만족해야 하며 만족하지 못할 경우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물물교환을 하려면 상대방의 신뢰도와 교환하려는 물건상태를 꼼꼼히 확인하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상대방의 전화번호와 내 번호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어떤 교환법이든 필수다. 번호를 받았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되고 확인차 전화는 필수다. 물물교환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직접 교환
상대방 찾기 → 교환하려는 물건 보여주기 → 물건의 상태 확인하기 → 교환할 위치 통일하기 → 상대방 만나기 → 물건 교환하기 → (그 자리에서) 물건의 상태 확인하기 → (이상이 없을 경우) 물물교환 끝내기
택배 교환
상대방 찾기 → 교환하려는 물건 보여주기 → 물건의 상태 확인하기 → 상대방과 개인정보 공유하기[5] → 물건 보내기 → (상대방의 물건을 받은 후) 물건의 상태 확인하기 → (이상이 없을 경우) 물물교환 끝내기
1. 물건에 이상이 있을 경우
해당 문제점의 사진 찍기 → 상대방한테 보여주기 → 상대방과 조치 취하기 → (해결되었을 경우) 물물교환 끝내기
2. 반송[6]
반송하겠다고 알리기[7] → 상대방 물건 보내기 → 내 물건 돌려받기 → 내 물건의 상태 확인하기 → 물물교환 끝내기
- 직접 교환
상대방과 직접 만나서 교환하는 것으로 상대 앞에서 물건상태를 확인하고 직접 물건을 가져올 수 있어 사기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직접 교환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하는 게 중요하며 유동인구가 적거나 없는 곳에서 하면 물건을 뺏어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택배 교환
상대방과 직접 교환을 못할 때 서로 택배로 물건을 보내는 방법으로 상대방이랑 안 만나도 되는 장점이 있다. 다만 단점도 뚜렷한데 물건을 보여주고서 빈 상자만 보낸다든지, 안 보내고 잠적한다든지, 본 물건이 아닌 다른 물건을 보낸다든지, 하자있는 걸 보내고 잘못을 덮어씌운다든지 등등 사기 위험이 매우 높은 교환법이다. 또한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상대방한테 알려줘야 하는 께름직한 단점도 존재한다. 덕분에 친구나 친척이랑 교환하는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귀찮아도 직접 교환을 많이 한다.
6. 기타
동화에서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몇 개씩은 보이며, 대표적으로 좁쌀 한 톨과 짚대 장자가 있다. 가끔씩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이 형식을 사용하기도 한다.2021년 들어 어린이들 사이에서 팝잇이나 말랑이를 물물교환 방식으로 거래하는 컨셉의 '말랑이 거래'라는 영상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끌고 있다. 양쪽 거래자 앞에 각각 +, ×, √ 기호를 그려 놓고 거래할 물건을 서로 내놓은 다음, 거래에 응하면 √를, 물건을 더 얹어주기를 원하면 +를, 거래에 응하지 않으면 ×를 두들겨 의사를 표시하는 형식.
[1] 가령 먹을 것의 경우엔 그것의 보존할 수 있는 기간이나 먹고 싶은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집에 옷이 충분하면 옷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니 다른 것보다는 가치를 낮게 여길 것이다.[2] 물론 답례품은 사전에 합의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물물교환은 신뢰에 기반한 신용거래없이 즉시 지불이 이루어지는 거래를 의미한다. 핵심은 거래수단이 '물품'이 아니라 '신용'이었다는 것이다.[3] 다만, 이들은 당시 독재자들인 폴 포트와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가 화폐경제 자체를 부정했던 것도 한 원인이다.[4] 알바니아/경제 문서에도 서술되어 있듯 체제전환기 알바니아는 아프리카 최빈국들보다도 가난한 나라였다.[5] 집주소, 이름, 전화번호[6] 1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7] 반송할 경우 반드시 상대방한테 반송하겠다고 알려야 된다. 물건만 받고 잠적하거나 반송한다는 말 없이 반송했다는 이유로 내 물건을 안 보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