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문서: 명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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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정보 | 특징 · 가치관 · 인간관계 · 어록 · 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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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웹툰 똑 닮은 딸의 등장인물 명소민의 행적의 근간이 되는 가치관을 정리한 문서.2. 서설
명소민은 오만한 통제광(Control Freak)이자 비틀린 전인 교육자라고 볼 수 있다. 교육을 통해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에 삶의 의미를 두고 있기에[1], 자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존재를 사랑한다. 다만 피교육자가 자신의 완벽한 통제 하에 자기 의도에 맞게 행동해야만 흡족해하고, 자기 의도를 벗어나거나 자신의 이상성을 지적한다면 역린을 찔린 것처럼 날뛴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교육해 낸 대상에 독점욕이 강하고, 이들에게 자신의 헌신을 보상받고자 하는 응보에 대한 기대가 크다.3. 태생적 자질 중시
2박 3일이라니 너무 길어. 오히려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수성을 판가름하는 건 잠깐이면 되는데 말이야.
30화[2]
30화[2]
좀 잔인하게 들릴 수는 있어도, 남수가 네게 지금 좋은 친구로 기억되는 이유는 좋았던 시점에 관계가 끝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략) 사람은 결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좋은 방향으로는 더더욱이. 나는 네가 가능한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실낱같은 가능성에 스스로를 낭비하기엔, 너는 너무 완벽해.
35화[3]
35화[3]
교육을 통해 남을 변화시키는 것을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교육 대상의 자질이란 것은 정해져 있고, 근본이 글러먹은 사람은 바꿀 수 없다고 여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내 눈이 틀렸을 리 없다'는 말을 자연스레 할 정도로 자기 판단을 신뢰했기에, 사람을 한 번 글러먹었다고 판단하면 그로써 그 사람은 나아질 가능성이 없는 존재가 되고 이후로도 절대 판단을 바꾸지 않으며, 자기 판단에서 현실이 이탈하는 것은 용납치 못한다. 후술하는 명소민의 인간관계와 살인 행적은 모두 이 틀로 재단 가능하다.
3.1. 계기 1: 류솔
솔아. 너는 그 순간에 박제돼서 내가 이렇게 아름답게 추억할 수 있는 거야. 만약에 그날 우리 인연이 끊기지 않았더라도 틀림 없어, 너는 발전하지 못했을 거야. 봐. 네 단점을 보완한 놈도 이 꼴이 됐잖아. 문제가 있었던 건 내 쪽이 아니야. 아무리 갈고 닦아줘도 구질구질함을 떨칠 수 없는 그 기질과 천성이 문제야. 나랑은 근본부터 다른.
95화[4]
95화[4]
사실 젊을 적에는 이 정도로 편협하고 완고하진 않았는데,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교육하던 대상에 가진 기대가 어긋나며 편견이 강화됐다. 소민은 본디 고교 입학 이전엔 삶에 아무 의미를 못 느끼다가, 고교 입학 이후 류솔과 만나고, 자신에게 처음 느끼는 설렘을 준 솔과 일생을 함께하고 싶다 느끼면서, 자신이 보기에 거슬리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선의에 기반한 봉사로서 솔에게 기대를 갖고 변화를 유도하려 노력했다. 당연히 솔에게 가진 기대는 '노력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현재의 길소명과 비슷한 인식이었다.
있잖아, 솔아... 서로 격려하고, 변화발전을 도모하는 게 우정 아니야? 누구나 노력에 따라 변할 수 있어.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쓸모없는 가지를 쳐내고[5], 뿌리에서 양분을 취하고[6], 목표를 향해 의지를 갖고 성장하는 거야.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
58화[7]
58화[7]
류솔과 함께하고 싶었기에 소민은 끈기를 갖고 솔의 삶을 자기가 생각하는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위 독백에서 보이듯, 소민은 당사자인 류솔의 생각은 완전히 무시한 채, 오직 자기만의 최선을 향해 솔을 몰아갔고, 그 강압적인 통제에 솔은 점차 소민을 거북스럽게 여기고 종국에는 두려워하게 된다. 소민은 류솔이 자유롭게 성장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위한 분재가 되어 주길 원했고, 이런 기대를 류솔 역시 느꼈던 것이다. 그러니 류솔은 소민의 바람대로 행동하지 않았고 소민은 점차 분노가 쌓여 갔다.
<rowcolor=#fff> 친구와 연인은 동등할 수 없다며 선을 긋는 솔 |
소민: 우정과 연애가 뭐가 그렇게 달라 솔아? (하략)
솔: 그래도 다르지. 친구는 여러 명이고, 애인은 하나니까. 서로가 제일 특별한 사람이라고 약속한 거고.
솔: 그래도 다르지. 친구는 여러 명이고, 애인은 하나니까. 서로가 제일 특별한 사람이라고 약속한 거고.
소민은 솔이 건설적 미래를 제시하는 자신의 헌신은 무시하는 반면 자신을 학대하는 모친과 애인 구지훈에게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솔이 구지훈에게 무시당하고 데이트 폭력도 당하며 성병까지 옮는 등 미련하게 스스로의 몸을 망치는 꼴을 지켜보면서는, 왜 너를 그렇게 아끼는 나보다도 그쪽을 택하는 거냐며 한탄한다. 솔은 이후로도 구지훈에게 매달리고, 그에게서 자신을 떼어내려는 소민을 거부하며 "대체 우리한테 왜 그러냐, 너 정말 이상하다" 라며 소민의 이상성을 지적한다. 그래도 소민은 구지훈의 죽음으로 정리된 상황에 이젠 정말 둘이서 잘 해나갈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간 계속 답답한 모습을 보이던 솔이 그제야 스스로 변화할 결심을 하면서 한 말은, "너랑 절교하고 내 죄를 짊어지고 내 발로 감옥에 가겠다" 라는, 소민이 제시한 모든 길을 거부하고 앞으로는 자기 삶을 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리하여 소민은 솔에게 가진 기대를 총체적으로 배신당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소민은 감히 자기를 버리고 남 옆에서 건실해진 모습으로 살아가겠다는 그 뜻이 괘씸했던 것은 물론, 자신이 이루어내지 못한 변화를 류솔 스스로 이루어낼 수 있었다면 그간의 자기 행적이나 솔에 대한 판단이 틀린 것이고, 진실로 글러먹은 것은 류솔 쪽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 된다는 위기감까지 덤으로 느꼈다. 그래서 결국 소민은 솔에게 "넌 절대 바뀔 수 없다" 라는 저주를 날리고[8] 충동적으로 살해한 뒤, 솔은 애초에 글러먹은 터라 자신의 노력으론 개선할 수 없는 존재였다는 합리화로 자아를 지켜냈다.[9]
3.2. 계기 2: 길규온
<rowcolor=#fff> 완벽히 굴복한 규온에게 청혼하는 소민 |
규온: 앞으로 너만이 내 정답이야.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소민: .....규온아, 이런 네가 사랑스러워. 나처럼 너를 아끼는 사람은 없을 거야. 나랑 결혼하자.
소민: .....규온아, 이런 네가 사랑스러워. 나처럼 너를 아끼는 사람은 없을 거야. 나랑 결혼하자.
이후 솔의 빈자리에 허한 마음을 채워 줄 존재로 길규온을 지정하여 2차 개선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규온은 가난한 집안, 의대 내 열등생, 허름한 스타일 등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어 솔과 비슷하게 개선의 여지가 많았고, 덤으로 솔에게는 없던 스스로 높은 곳을 선망하여 나아지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자신이 제시하는 길을 충실히 따라 개선되리라 볼 수 있는 존재였다. 실제로 규온은 소민이 갈고 닦아주자 빛이 나는 존재가 되었고, 소민의 명을 충실히 따랐기에 결혼 초기까지는 기대에 부합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규온 역시 소민을 배신한다. 소민과 자신의 사회적 지위가 역전되자 소민을 무시하고[10] 더 이상 과거처럼 소민을 동경하지 않는다는 티를 내는 등[11] 한때 하찮은 교육 대상에 불과했던 존재가 머리 끝까지 기어올라 자신을 부정한다는 데에 극렬한 배신감을 느낀다. 이를 기점으로 소민은 규온에게마저 모든 기대를 접고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로 치부하게 되었으며, 규온과 함께 보내 온 15년은 인생의 낭비로 정의하고 아무 쓸모도 없고 보기도 싫어진 규온은 정신병원에 집어넣어 버린다. 이런 경험을 통해 소민은 애초에 근본이 글러먹은 이는 개선할 수도 없다는 관념을 더더욱 강화했다.
규온아. 그래도 덕분에 얻은 교훈이 한 가지 있어. 나는 정말로, 이제 정말로 말이지... 더 이상 글러먹은 상대에게 헛된 기대감을 갖거나, 더 나아지리라 인내심을 가지면서 나 자신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어. 인정할게. 네게 오랜 시간 기회를 준 건 그 순간[12]이 후회돼서였나봐. 기질적으로 글러먹은 것들은 변할 수 없는 게 맞는데. 네가 내 모든 인내심을 말려버린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내게 생기는 모든 일은 다 너 때문이야.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너 때문이야.
102화
102화
나 그동안 정말로 삶이 너무 지루했거든. 근데 네가 어느 날 나한테 말을 거는 거야. 너랑 있는 시간이 너무 새롭고 즐거워서, 삶의 의미란 어쩌면 평생 서로를 위하며, 의리를 지킬 반려를 찾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됐어. 근데 그게 정작 솔이 너는 아니었나봐. | 없지. 배신만큼 비가역적인 게 없어. (중략) 당신은 나와의 의리를 저버린 거야. 나는 마땅히 지켜야할 것을 지켰는데. |
<rowcolor=#fff> 76화 | 98화 |
물론 솔에 대해서는 배신감에 우발적으로 살인까지 저지른 반면 규온에게는 "왜 네 외도가 그만큼 나한테 유의미할거라 생각하니" 라고 담담하게 말할 정도로, 반응의 온도 자체는 전혀 달랐다.[13] 하지만 둘은 모두 소민이 생에서 갈구하는 궁극적 목적인 자신의 이해자, 반려로서의 가능성을 느끼게 한 가치 있는 인간으로, 소민이 헌신과 애정을 바친 상대이다. 그런 이들이 소민으로선 이해가 되지 않는 사고[14]를 통해 결국 자기 노력을 배신하는 결과를 돌려주었으니 그 충격이 더욱 컸던 것이다. 그리하여 소민은 애초에 글러먹은 인간을 고쳐 쓰려던 자신의 멍청함을 비웃으며, 인간의 근본적 자질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굳혔다.
4. '반려'에 대한 집착
4.1. 집착의 근원
<rowcolor=#fff> 솔을 위로하다 어른이 되면 함께 살자며 제안하는 소민 |
솔이를 보고 있자면, 가족이란 고통의 다른 이름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정을 이루거나, 결혼하거나, 자식을 낳고 기르며 사는 것은 왜일까? 왜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하여 이런 위험부담을 안을까. 어쩌면 사람의 본질은 그 미욱함에 있지 않나. 아마 당시의 내가 시달렸던 그 공허함은 평생동안 마음을 나누고 의리를 지킬 상대, 어떤 인생의 이해자를 찾지 못해 쌓인 고독감이 아니었을까. 삶의 의미란 오롯이 사랑하며 서로 위하는 나만의 편을 만드는 것일진대, 그래, 그때 난 류솔을 그런 상대로 삼고 싶다고 느꼈다. 세상 사람들이 반려라고 부르는 그런 거 말이야.
솔아. 그때가 되면, 그러니까 너랑 나랑 어른이 되면··· 우리 둘이 같이 살지 않을래?
57화
솔아. 그때가 되면, 그러니까 너랑 나랑 어른이 되면··· 우리 둘이 같이 살지 않을래?
57화
남들이 선망하는 모든 것을 타고 났음에도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의 삶에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했던 소민은, 자기가 시달리던 공허의 원인을 이해자의 부재에서 찾는다. 그렇기에 소민은 고교 시절 만난 류솔이 준 처음 느껴보는 눈부심과 설렘에, 그녀를 자신과 일생을 함께할 반려로 삼고자 하는 욕망을 품는다. 류솔과 자신이 서로 모든 것을 나누고 이해하며 서로를 위하는 관계가 될 수 있으리라는 소민의 소망은, 사실 일반적 인식으로는 친구에게 바라는 것보다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나 성립할 법한 무거운 것이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소민의 관계에 대한 가치관이 남다른 것이 그 연유인데, 그 편린을 규온에게 고백받은 후 회상한 솔과의 대화나, 불륜을 들키고 변명을 하던 규온에게 한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소민: 우정과 연애가 뭐가 그렇게 달라 솔아? 상대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은 똑같잖아. 데이트라고 부르는 거, 친구끼리 노는 것과 별 다를 것도 없던데. 구지훈이랑 내가 뭐가 그렇게 다르지? 성적 긴장감? 5년, 10년씩 사귀다가 없어지면, 그러면 친구랑 똑같아져?
솔: 그래도 다르지. 친구는 여러 명이고, 애인은 하나니까. 서로가 제일 특별한 사람이라고 약속한 거고.
소민: 배타성과 독점? 그것 뿐이야?
솔: 음... 기념일이나 생일같이 같이 보내줘야 하는 시간들이 있고. 내 감정이나 생각들을 시시콜콜 더 오픈해도 괜찮고... 친구한테 당연히 기대하긴 좀 미안한 것들을 기대할 수 있지.
소민: 의무감?
솔: 음...... 그런 딱딱한 표현이랑 뭔가 다른데. 말로 설명하려니 어렵네. 기대감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상대방의 앞날에 내가 있을 거라는 기대? 친구랑은 각자 인생을 따로 생각하는 게 너무 당연하잖아. 거기 섭섭해하는 친구가 좀 특이... 하고... 그런데 애인이 너무 그렇게 선 그으면 좀 당황스럽지. 나는 생각도 안 하고 어디로 멀리 떠날 계획이 있었다거나. 그러면 관계에 엄청 실망하게 되는 점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우정이랑은 너무 다르지 않나? 우리 나이에는 이른 얘기지만, 결혼이나 출산처럼 평생 함께하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을 수 있는 것도 애인뿐이고.
소민: 그래놓고 헤어지면 남이라니 너무 우스운데.
솔: 어쩔 수 없지, 다들 그러는데. 그래도 연애하는 시간동안은 약속하는 거야. 당연히 내 앞날에는 네가 있을 거라고.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너일 거라고.
그게 내가 네게 바라던 거였는데. 결국 그건 우정이라는 틀 안에서는 무리였구나. 내가 류솔에게 원했던 어떤 관계는 이 남자가 나에게 바라는 것과 같은 '연인' 따위의 편리한 이름으로 약속된 명쾌한 사회적 자격을 갖추고 나서야 성립 가능했다는 소리다.
80화[15]
솔: 그래도 다르지. 친구는 여러 명이고, 애인은 하나니까. 서로가 제일 특별한 사람이라고 약속한 거고.
소민: 배타성과 독점? 그것 뿐이야?
솔: 음... 기념일이나 생일같이 같이 보내줘야 하는 시간들이 있고. 내 감정이나 생각들을 시시콜콜 더 오픈해도 괜찮고... 친구한테 당연히 기대하긴 좀 미안한 것들을 기대할 수 있지.
소민: 의무감?
솔: 음...... 그런 딱딱한 표현이랑 뭔가 다른데. 말로 설명하려니 어렵네. 기대감 자체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상대방의 앞날에 내가 있을 거라는 기대? 친구랑은 각자 인생을 따로 생각하는 게 너무 당연하잖아. 거기 섭섭해하는 친구가 좀 특이... 하고... 그런데 애인이 너무 그렇게 선 그으면 좀 당황스럽지. 나는 생각도 안 하고 어디로 멀리 떠날 계획이 있었다거나. 그러면 관계에 엄청 실망하게 되는 점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우정이랑은 너무 다르지 않나? 우리 나이에는 이른 얘기지만, 결혼이나 출산처럼 평생 함께하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을 수 있는 것도 애인뿐이고.
소민: 그래놓고 헤어지면 남이라니 너무 우스운데.
솔: 어쩔 수 없지, 다들 그러는데. 그래도 연애하는 시간동안은 약속하는 거야. 당연히 내 앞날에는 네가 있을 거라고.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은 너일 거라고.
그게 내가 네게 바라던 거였는데. 결국 그건 우정이라는 틀 안에서는 무리였구나. 내가 류솔에게 원했던 어떤 관계는 이 남자가 나에게 바라는 것과 같은 '연인' 따위의 편리한 이름으로 약속된 명쾌한 사회적 자격을 갖추고 나서야 성립 가능했다는 소리다.
80화[15]
규온아. 나는 진심으로 사랑과 우정이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점을 찾고 싶어서 너와 함께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차이를 모르겠어. 굳이 말하자면 ‘지켜야 하는 사회적 약속이 몇 추가된’ 우정이 아닐까 싶다.
98화
즉 소민이 위에서 제시하는 반려의 조건에 연인 또는 부부관계의 주요 요소인 성애가 전혀 들어있지 않았던 것은, 애초에 연인간의 애정에 어떤 특별한 가치를 두지 않는 그 가치관 때문이었다. 사실상 무성애자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자신이 집착하던 대상들은 지극히 사회 일반에 가까운 인식을 갖고 있었기에 여기에서 비틀림이 태어났다. 일단 류솔이 자기 남자친구인 구지훈에게 목매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여 친구인 자신이 연인보다도 우월해질 수 있다고 믿으며 행동하다가 류솔에게 내쳐졌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평생의 반려로 여겨지는 자기 남편 길규온에게는 우정과 사랑이 별 차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지견을 피력하며, 타인과 구별하여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티를 냈다. 그 탓에 규온은 불륜을 저질러서라도 소민이 자신에게 두는 의미를 확인하려 했을 정도였다. 그런 의도를 비웃듯이 예상대로 소민에게 규온의 외도는 배신에 대한 실망만을 느끼게 했지 외도로 인한 상실감 같은 것은 결국 안기지 못했다.98화
소민이 사랑과 우정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인 탓에 남편인 규온은 절망했지만, 그만큼 솔에게 향하는 감정의 무게감은 극적으로 커진다. 소민이 솔에게 보낸 헌신과 애정은 남들이 보기엔 연인에게 향할 법한 사랑에 가까운 수준이었다.[16] 그래서 이 관계는 얼핏 보면 외로이 살아가던 소민이 삶의 의미가 되어줄 솔을 찾아내고, 그녀의 문제를 해결하려 고군분투한 눈물겨운 애정 서사로도 보이지만, 정서적으로 많은 것이 결여되고 비틀린 소민의 성격이 그런 말랑한 이야기를 용납하지 않았다. 상술했듯 소민이 애정과 존중으로 남을 가르치는 멀쩡한 교육자가 아니라 극단적인 자기애의 화신으로서 자신의 가치에 남을 끼워맞추는 비틀린 교육자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생을 함께하고 싶다면 응당 가져야 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은 전혀 없이 상대의 본질적인 기질을 탐탁찮아 하고 자기 보기에 못마땅한 요소는 전부 제거하는 등, 상대를 자기 입맛대로 뜯어고치려 들며 애정을 쏟아부은 대상이 자기 명을 거부하고 통제에서 벗어나 자신을 배신하는 순간 기대에서 어긋났다며 바로 치워버린다.
이렇듯 소민이 원하는 일생의 동반자인 반려는 자신과 대등하게 눈을 마주할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 바라는 모습과 행동으로 자신을 의지하고 존경하며 기쁨을 줄 인형에 불과하다. 멀쩡히 사고하고 행동하는 독립적인 개체를 요하지 않기에[17], 그저 자기 자신과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인형만 있어도 반려를 찾았다며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 애틋하게 생각했으며 아직도 잊지 못한 류솔조차 불쌍한 유기견 정도로 생각하며 동등하게 보지도 않는 묘사가 계속해서 나왔다. 거기다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반려라고 포장하면서도, 정작 솔이가 자신을 의존하게 만들어 놓은 후로는 '아, 근데 나 이제 바쁜데·····'라고 생각하며 예고도 없이 무려 2주간을 잠적했다. 완전히 다 잡은 물고기 취급이며, 이는 진실로 상대를 아꼈다면 불가능한 행동이다.[18]
결국 소민에게 반려란 진실한 의미로 생을 함께하고 서로를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에게 만족을 제공할 도구이다. 본질적으로 소민은 자기애의 화신이기에 남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으며, 이 반려에 집착하며 통제하는 이유는 사랑에 기반한 이타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있다면 자신의 무료와 공허가 깨어지는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을 거라 믿었기에 이들을 자신의 곁에 붙잡아두길 원했기 때문이다. 즉, 소민은 반려를 통해 얻는 즐거움[19]을 위해 상대의 감정은 무시하고 자기만의 기준으로 상대를 통제하던 것이다.
이런 비뚤어진 사고를 갖고 있으니 반려 찾기가 원활하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첫 반려 후보였던 솔은 자신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내려다보며 그를 헌신이라 가스라이팅한 소민에게 거부감을 느낀 끝에 그녀를 밀쳐냈고, 두 번째 후보인 규온도 점차 소민에게 환멸을 느끼며 깔보게 되고, 그러면서도 과거 소민의 모습을 모방해 거만해지기까지 해 소민에게 역겨움을 느끼게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이 자신의 기대를 배신하자 소민은 결국 살인과 정신병동 강제입원이라는 방법을 통해, 솔과 규온을 자기 인생에서 치워버리고 태생적으로 글러먹은 것들이라 자기가 아무리 애써도 개선할 수 없었다고 합리화한다.
4.2. 완벽한 반려
<rowcolor=#fff> 마침내 완벽한 반려를 찾아낸 소민 |
그래, 그때 난 류솔을 그런 상대로 삼고 싶다고 느꼈다. 너무 멀리 돌아서 미련하게 생각했지.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하며 대체불가한 인연. 내 분신이 여기 이렇게 눈 앞에 있었는데.
103화[20]
103화[20]
이런 반려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을 태생적으로 남[21]인 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 탓이라 여겼는지, 소민이 최종적으로 찾아낸 반려는 자신을 똑 닮은 딸인 길소명이었다. 그녀는 솔, 규온과 달리 자식으로서 어머니인 자신의 손을 놓을 수 없기에 절대 자신을 배신할 리 없는 존재이며, 자신과 마찬가지로 우월한 외모와 지성을 타고났기에 인생의 행로까지 비슷하게 만들어 준다면 서로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생의 동반자라는 반려의 제1의미를 이루고, 이를 통해 소명이 또 하나의 자신이 되어준다면 극심한 나르시시스트인 자기 일생에 걸쳐 유일하게 사랑할 수 있었던 존재인 자기 자신이 또 하나 늘어나는 것이기에 진정한 사랑을 향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반려의 제2의미도 이루게 되는, 그야말로 완벽한 반려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특히 소명은 소민 자신의 그림자뿐 아니라 류솔의 그림자까지 투영할 수 있었기에 더더욱 완벽한 반려가 되어주었다. 류솔이 보여준 반짝거림을 잊지 못한 소민은 그녀가 떠난 빈틈을 채우기 위해 삶 전체를 바치고 있었고, 항상 솔의 흔적을 찾아 헤매며 살아갔다.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 비록 스스로의 주관을 집어넣어 한껏 왜곡한 모습이긴 하나 솔을 가장 본질적인 이상형으로 간직하고 있을 정도였다. 예컨대 소민의 마음 속 솔은 카메라와 사진에 몰입하던 건실한 모습이었으나 이는 현실의 진짜 류솔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솔에게 사진은 진지하게 그 길로 나아가려는 꿈 같은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와의 유대감을 느껴보려는 유아기적 시도에 불과했다. 그래서 소민이 비싼 카메라를 선물로 주며 더 정진하라는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압박으로만 느낄 정도였다. 그럼에도 소민에게 있어 애정을 바칠 상대를 고를 가장 주요한 조건은 몰입이 되었다. 규온을 고른 이유도 오케스트라에서 서툴지만 열심히 노력하며 몰입하던 모습 탓이었다. 그렇기에 소민은 사실 소명에게는 그다지 애정이 크지 않았다. 자신을 똑 닮은 지성과 외모에, 성격이 유순해 말을 잘 듣는 것은 좋으나 과하게 자기 눈치를 보고 결정적인 매력이 부족해서 재미없고 착한 딸로 여기며 별로 흥미가 가진 않는다고 여길 정도. 그런데 소민이 거치적대던 길명진을 살해한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던 것이다. 동생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어머니에게 지독한 애증의 양가감정을 느끼며,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을 오롯이 노려보던 소명의 눈빛에서 소민은 새로운 빛을 찾아내고 만다.
<rowcolor=#fff> 소명의 증오 어린 눈빛을 보며 환희하는 소민 |
이 눈빛. 이 적대감. 몰입을 아는 사람만이 보여주는 반짝거림.
103화, 명진을 살해한 후 자신을 쏘아보던 소명의 눈빛을 바라보며
103화, 명진을 살해한 후 자신을 쏘아보던 소명의 눈빛을 바라보며
류솔을 잃은 후 거의 25년의 세월을 낭비한 뒤의 자신에게 남은 것이라곤 딸 하나와 나이먹은 몸뿐이라며 회한을 느끼던 소민에게, 소명이 보여준 몰입[22]은 류솔 같다는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어느새 소민은 소명에게 인생 최고의 자극제로서 역할을 기대하게 된다. 소민의 반려론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여기에 가깝다. 위의 '서로 의지하고 서로를 위한다'는 반려의 일반적인 조건을 운운했던 것은 정작 자기 자신이 상대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으니 공언(空言)에 가까워지는 반면, 소명이 추억 속 류솔의 모습을 엿보게 해 주는 몰입하는 사람이 되어주자 무척 기뻐하면서 소명에게 사회 일반적 인식 속의 반려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게 된다.
특히 소명이 보여주는 몰입의 유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솔의 카메라, 규온의 오케스트라 같은 몰입은 가져 볼만한 취미 생활 정도인 반면, 소명의 몰입은 모친의 죗값을 묻는 복수와 모친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것이다. 소민이 과거 유순하고 말 잘 듣는 소명에게 결여되었다 느낀 결정적 매력이 명진 사후 소민에게 발출한 증오와 복수심, 그리고 통제를 벗어나려는 의지 속에서 드러났다는 것인데, 소명의 이러한 요소가 소민에 있어 결정적 매력이 되는 이유는 역시 솔과 관련이 깊다. 소명은 자식 된 입장에서 동생을 위해 어머니의 손을 놓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소민은 명진을 죽인 후 소명이 자신의 뒤를 캐기 시작하자 거기에 맞춰준답시고 피크닉을 완벽한 증거로 만들어 돌려놓고, 소명이 소민 자신과 명진 중 누구를 선택하는 지 시험한다. 소명은 결국 아직 어린아이인 자기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인정하고 명진의 복수를 유보하며 어머니를 선택한다. 소명은 이후의 삶에서도 끊임없이 어머니의 시험에 마주하며 두려워하고 절망하면서도 복수심과 탈출 의지를 잊지 않는다. 가혹한 선택 하에 부서지지 않은 의지는 과거 류솔이 마지막 순간 보여준 모습과 비슷했다.
<rowcolor=#fff>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소민의 선물을 돌려주는 솔 |
솔은 자신을 통제하는 소민에 대한 공포에 짓눌리고, 폭력과 학대, 결핍이 가득했던 무거운 삶의 선택지들에 치이면서 끝없이 고민했다. 그러다가 결국 솔은 마지막 순간 소민에게 반기를 들고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선연히 드러낸다.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당한 끝에 소민을 버리는 선택을 한 솔의 마지막 모습은 소민에게 있어 솔의 가장 근본적 매력에 해당한다. 자신에 대한 반역과 자신을 벗어나 떠나려는 자유의지는 소민의 반려론에서 그야말로 반려에 대한 배신에 해당하는데, 정작 소민은 이런 모습이 솔의 근본이라 여긴다. 여기에서 소민이 솔에게 갖는 양가감정을 엿볼 수 있다. 소민은 겉으로는 자신을 버리고 날아가려는 류솔에게 저주를 날리고 폭력으로 그녀를 살해하여 의지를 꺾어눌렀지만, 내심 솔의 그 모습에 가장 숭고한 아름다움을 느꼈던 것이다.
이를 더 강화하는 것이 부부관계 파국 시점에서 규온이 소민의 목을 조르면서 내뱉은 원망의 말에 대한 응수다. 규온은 마지막 순간 솔과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솔이 그간 자신의 잘못[23]을 모두 인정하고 소민의 지원이 가져다줄 안락한 삶을 거부하며 스스로의 죄값과 인생을 모두 책임지고자 하는 결심으로 소민의 애원에도 그녀가 내민 손을 단호히 내친 것과는 달리, 규온은 그 누구의 관여도 없이 순전히 자기 혼자서 벌인 잘못[24]을 해결하기 위해 소민을 경멸하면서도 추하게 빌붙어 소민의 돈과 권력을 이용해 위기를 타파하려 했고, 최종적으로 가정 생활과 사회 생활 양면에서 완전히 실패한 자신의 현 상태를 모두 소민의 탓으로 돌렸다.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거나 반성하기는 커녕 그저 모든 잘못을 자신에게 전가하기만 하며 발악하는 규온의 모습에 소민은 어이없어하면서도 솔의 마지막을 떠올리고, 작중에서 보기 드물게 대로(大怒)하여[25] 규온이 자기 탓을 하며 원망할 거라면 류솔처럼 자신의 지원도 거부한 채 스스로를 책임지며 홀로 나아갔어야 했다고 일갈한다.
<rowcolor=#fff> 규온의 원망을 들으며 소민이 떠올린 솔의 모습 |
규온: (소민의 목을 조르며) 죽어···. 죽어 명소민. 그냥 같이 죽자. 네가 날 망친 거야. 네가 날 이렇게 한심한 인간으로 만들었어. 지금 내 모습이 너무 싫어. 난··· 나는 진짜 잘 살아보고 싶었는데. 다 너 때문에···
소민: ···하! 하하하··· 끅, 하하···
규온: 왜 웃어, 왜··· 왜···
소민: 끅, 끄윽, 큭큭큭···
규온: 뭐가 웃긴 거냐고 명소민!!!
소민: 그럼 내가 지원해준다는 것들을 뿌리쳤어야지!!! 내 지원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책임지려 하고, 나 없이 나아가려 했어야지! 그렇게 빛났어야지. (류솔의 회상을 한다.) 나랑은 상관없다는 듯이. 그렇게 제대로 살아갔어야지. 너는 언제든 날 떠날 수 있었어. 너는 타고나길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한심한 놈이야.
100화
소민: ···하! 하하하··· 끅, 하하···
규온: 왜 웃어, 왜··· 왜···
소민: 끅, 끄윽, 큭큭큭···
규온: 뭐가 웃긴 거냐고 명소민!!!
소민: 그럼 내가 지원해준다는 것들을 뿌리쳤어야지!!! 내 지원을 포기하고, 스스로를 책임지려 하고, 나 없이 나아가려 했어야지! 그렇게 빛났어야지. (류솔의 회상을 한다.) 나랑은 상관없다는 듯이. 그렇게 제대로 살아갔어야지. 너는 언제든 날 떠날 수 있었어. 너는 타고나길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한심한 놈이야.
100화
소민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려 한 류솔의 자립심이 근본적인 이상형으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소민은 그렇기에 그간 꾸준히 '글러먹었다'며 자기 손을 벗어났더라도 솔이 제대로 살아갔을 리 없다고 말한 것과 정반대로, 자신의 손아귀 바깥에서 솔이 제대로 살아갔으리라 여기는 본심을 보여준다. 이처럼 소민은 강한 의지로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나약한 의지로 자신의 통제 하에 안주하려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소민이 반려나 몰입이라는 용어에 갖는 다층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려'가 자기 명령을 배신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매력적인 반려는 자신을 버리고 나아가는 사람이고, 반려가 가져야 할 '몰입'을 자신과 어울리는 수준이 되기 위한 조건 정도로 여기는 듯하지만 실은 자신에게 벗어나기 위한 몰입을 가장 아름답게 여기니 말이다. 이는 명소민의 심층심리, 즉 자신의 이상성에 대한 열등감과 거부감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여겨진다.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표상하고는 있으나 근본적으로 삶의 의미도 모르고 남들과 공감도 나눌 수 없는 자신에게 거부감을 느끼기에, 그런 자신이 제공하는 안락한 환경에 안주하는 규온같은 이보다는 그걸 던져낼 수 있는 자립적인 이에게 이끌리는 것이다. 솔은 소민의 삶에 있어 가장 인상깊었던 자립하는 자이기에 소민의 근본적 이상형이 되었다.
4.3. 통제와 반역
이 점에서 소명은 자신과 똑 닮은 반쪽에다, 솔을 닮은 몰입과 자립심까지 갖췄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반려 후보가 되었고, 이후로는 소민이 소명에게 투사하는 애정과 집착도 그 이전보다 훨씬 심화한다. 소명을 자신의 가장 완벽한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조율하고 있기에, 소명에게 그 어떤 지원도 아끼지 않고 그 누구도 소명을 해하지 못하게[26] 지킨다. 한편으로는 소명을 망칠 수 있는 여러 변수들을 철저히 통제하기도 한다. 서남수처럼 공격적인 주변인이 언젠가는 칼을 찌를 수 있다며 어린아이의 변화 가능성도 무시한 채 가차없이 금방 치워버릴 정도로. 이런 소민의 보호 방식이 워낙 숨막히고 정도가 없어, 비틀린 애정을 받는 대상인 소명은 정신이 불안정해질 정도로 괴로워하고 두려워하게 된다. 완벽한 딸에 대한 모친의 기대가 저렇게 크고, 자기 눈에 거슬리는 사람은 얼마든지 치워버리는 잔혹한 손속을 갖춘 사람이기에, 소명은 그 기대를 거스르면 자신 역시 그렇게 죽고 말 것이라며 빗나간 추측을 하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친다. 정작 소민이 갖는 기대는 완벽성의 유지가 아니라 반역 의지의 유지였는데 말이다. 소민은 이런 기대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소명을 통제하며 농락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rowcolor=#fff> 소명의 감정을 농락하는 소민 | |
영재고 입시에 떨어지고 꼼짝없이 죽을 것이라 생각했던 소명을 따뜻하게 안아주어 눈물을 터뜨리고, 사실 영재고 입시에 목숨 걸 필요가 없었다는 걸 알려주어 자괴감과 증오를 부추긴다. |
예컨대 소명이 중학교 1학년 시절 집에서 벗어나려는 기대로 제시한 영재고 입시의 경우도, 첫 제안이 소민이 아닌 소명 자신이었음에도 만약 영재고에 떨어져 완벽한 딸의 이름에 오점을 남기면 어머니가 자신을 죽일 거라 두려워하며 사력을 다해 입시에 임했고, 결국 최종 탈락을 하자 그 날이 자기 제삿날일 줄 알고 그간 미뤄온 일탈을 하고 동생 명진에게 '누나 곧 간다'며 사지로 가는 기분으로 집에 들어갔다. 그래서 어머니가 자신을 죽이기는커녕 따뜻하게 안아주자 그간 자신이 가져 온 인식과 상반되는 결과가 주는 혼란 속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오열할 정도였다. 이후로는 깊은 무기력 속에 지내다, 소민이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며 데리고 간 여행에서 어머니가 자신이 가진 긴장과는 달리 자신이 입시에 임하고 탈락하는 과정을 '한 번쯤 거칠 만한 경험'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걸 알게 되어 평생 어머니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날 지도 모른다며 절망한다.
이와 같은 소명의 노력, 즉 명진의 복수와 남수의 구명을 위해 암약하면서 영재고 준비도 열심히 해서 죽지 않고 집을 벗어나려는 딸의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을 그 어머니인 소민은 마냥 즐겁게 지켜보며 몰입하는 게 보기 좋다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소민이 진정으로 그 누구와도 공존하고 공감할 수 없고, 진정한 교유(交遊)를 나눌 수 없는 태생적으로 비틀린 존재라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rowcolor=#fff> 솔을 죽인 17살의 그 순간에 사로잡힌 소민 | |
자기애와 완벽주의로 똘똘 뭉친 소민은 자신의 편이 되어 줄 사람을 평생토록 찾았으나, 친구도 남편도 자신을 배신했다. 그러나 자신을 똑 닮은 딸, 완벽한 딸인 소명만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열여섯이 된 소명은 그 기대를 눈치채고 만다. |
그러나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던 소민의 놀이는, 소명이 그 근간을 이루는 소민의 진심을 추측해내면서 부서질 가능성이 생겨난다. 2.5부 마지막화의 상기 연출이 모녀의 과거와 현재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소민은 처음 소명에게 반려로서의 가치를 느낀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류솔을 죽인 고1 당시의 모습에 머물며 그 시절에서 한 치도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소명은 어느 새 중3 시절 교수실을 뒤질 때의 모습으로 나와 소민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처다보는데, 이를 통해 소명이 교수실에서 발견한 류솔의 사진과 편지 등을 통해 소민이 자신에게 투사하는 욕망과 바라는 바, 그리고 행동 원리의 근간을 모두 파악했음이 보여진다.
<rowcolor=#fff> 잠든 소민 곁에서 소명의 회상 | |
내가 상상치도 못한, 결정적인 무언가를 발견한 곳은 너무도 간단히 열린 그 옷장 안이었다. 엄마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엇을 가장 원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처음으로 잡게 된 복수의 가닥이었다. |
엄마 나··· 사실 엄마 사무실에서 무언가를 봤어요. 그때는 내가 본 걸 온전히 이해 못했지만··· 지금은 뭐였는지 확실히 알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생각하는 게 진실이 맞나요? 만약 맞다면··· 엄마는 날 낳은 걸 죽도록 후회하게 될 거예요. 내가 괴로웠던 만큼 전부 돌려받게 될 거예요. 이건 아마도 엄마만을 위한··· 엄마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완벽한 복수 방법일 테니까.
36화
36화
그래서 소민과 함께 여행을 간 날 소명이 잠든 소민을 바라보며 차후의 복수를 다짐하며 위와 같이 생각했고, 1부 마지막 장면 중학교 시절의 끝에 손시윤에게 자신이 자살하고, 그 모습은 소민이 살해한 듯한 형태가 되는 것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던 것이다. 소명은 스스로를 파괴해서라도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할 정도로 소민에게 극심한 증오를 품게 되었다.
그렇기에 소명이 복수를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설 3부에서는 소민의 거대한 망상이 깨트려지는 과정이 묘사될 것으로 보인다. 동생을 죽인 부모를 바라보는 원망의 시선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 막장 부모 소민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을 절대 들어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스스로를 죽인다는 수단을 통해 처절하게 보여줌으로써, 수많은 이들을 죽이고 고통받게 만든 소민에게서 삶의 의미를 완전히 박탈하여 최고의 복수를 이루고자 할 터이다.
<rowcolor=#fff> 3부 예고편에서의 두 사람 | |
정말 소민을 소명이 물리적으로 찔렀는지 아니면 그냥 이미지인지, 이 둘의 모습이 같은 시점인지조차 현재는 불명이다. |
그래서 나는 이런 결말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낳은 완벽함이 나를 찌르는 순간 따위는. 이렇게 일말의 지성도 대책도 없는 모습이 내 딸의 마지막일 줄은.
3부 예고편
3부 예고편
그리고 3부의 예고편에서부터 공개된 두 사람의 피날레는 예상 이상으로 극적인 모습이다. 소민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소명은 손에 피를 잔뜩 묻힌 상태로 모친을 내려다 보고 있다. 그대로 받아들이면 소명이 소민을 칼로 찔렀고 소민은 그로 인해 입에서 피를 흘리며 내상을 입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데, 사실 이는 '딸이 자신을 배신하고 치명상을 입혔다'는 상징적 이미지일 수도 있다. 이 장면에서도 소민답게 딸의 배신에 대해서 '일말의 지성도 대책도 없다'며 매사 계획적인 자신과 반대로 원초적인 본능에 이끌려 일을 저질렀다며 평가하는 게 볼만하다. '내 딸의 마지막'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정말 소명의 기대가 이루어져 소민의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소민이 자신을 배신하고 덤으로 아무 생각도 없이 일을 치는 소명을 더 이상 자신의 딸로 보지 않기로 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여하간에 소명의 반역은 소민에게 제대로 치명타를 입히는 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며, 이 장면으로 결말을 이끌어 가는 과정이 3부에서 묘사될 것으로 보인다.
[1] 고등학교 시절부터 갖게 된 남을 완성시키겠다는 꿈이 현재의 사범대 교수라는 직업으로 이어진 듯하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을 육성해내는 사범대의 교수는 그야말로 교육 계보의 정점에 있다. 그래서 소명의 중3 담임이 딸의 입시 얘기를 하며 교육론을 논하자, 감히 교사가 사범대 교수한테 훈수를 둔다며 같잖다는 반응을 한 적 있다.[2] 소명의 대한과학영재학교 입시 3차 전형인 합숙 캠프에 가면서 그렇게 긴 시간을 들여 우수성을 판단하겠다는 발상을 못마땅해한다. 소민의 눈에 인간은 금방 자질이 판단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3] 소민이 소명의 복일고 진학을 두고 '일반고에 가서 또 다시 질 낮은 아이를 만나면 어떡하느냐'며 걱정하자, 소명은 이를 남수를 지칭하며 모욕한 것이라 여겨 발끈해서 반박한다. 남수는 자신에게 사과를 하고 변화를 보여줬기에 언젠간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며, 남수를 죽인 것으로 의심되는 어머니에게 저항을 해 보는 소명이지만, 소민은 그에 이렇게 반박하며 남수를 죽인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고 설득하려 한다. 다만 여기서 '질 낮은 아이를 만나는 경험'은 남수가 아니라 본인의 고교 시절 친구의 이야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민이 자기 인생을 투사하는 소명이 마침 자기 모교 복일고에 진학하는 얘기를 하는 중이었기에, 마치 자신이 고교에 재입학하는듯한 기분으로 바라본 듯. 실제로 연출상으로 자신과 똑 닮은 소명의 얼굴을 눈에 담으며 ‘그러기에 너는 너무 완벽하다‘는 말을 하는 것만 봐도, 과거 자신이 그 실낱같은 가능성에 매달리던 시행착오를 떠올리며 한 말로 보인다. 소민이 소명을 자신의 좀 더 완벽한 인생 2회차로 바라보는 시각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며, 이는 2부까지 다 본 후에야 이해하게 되어 있는 서술 트릭이다.[4] 솔을 살해한 이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하다가 솔의 흔적이 엿보이는 길규온을 육성하며 마음의 빈틈을 채우려 했지만, 규온조차 자신의 기대에서 벗어나 글러먹은 존재가 되고 난 뒤로는 이처럼 태생이 구질한 것들은 자기가 개선할 수가 없다며 아예 기대를 접었다.[5] 솔의 거슬리던 친구 민주를 떠올리며. 앞부분까진 소명의 마인드셋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으나 여기서 차이가 생긴다.[6] 솔의 모친을 떠올리며. 솔에게는 모친을 아직 미성년자인 지금에만 어쩔 수 없이 의지할 상대로 대하라고 조언했다.[7] 솔에게 88 올림픽 에디션 고가 카메라를 선물하며 운동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며 한 생각인데, 정작 솔은 카메라도 소민의 멘트도 거기 담긴 마음도,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엄청나게 부담스러워했다[8] 본인의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변하겠다는 류솔에게 '기질적으로 글러먹은 사람들은 평생 변하지 못하더라. 좋은 방향으로는 더더욱이."라며 자신이 그간 그토록 믿고 싶어 했던 솔의 변화 가능성을 부정한다.[9] 소민은 직전 구지훈의 죽음으로 류솔을 얽매던 최대의 사슬이 풀려나가며 자기 손에 떨어져준 것을 보고 가장 명료한 해결방법으로서의 살인의 가치를 학습한 터였는데, 이걸 류솔에게 실천해 버린다. 자기가 바라는 언행을 보여주긴 커녕 자기 마음 심처에 있는 비정상성에 대한 열등감을 가차없이 지적하는 솔의 말에, 소민은 그 말로 인해 본인의 표상이 붕괴할 위기를 넘기기 위해 솔을 죽여 그 입을 막고, 이후로는 자기 좋을 대로 솔의 모습을 편집해 마음 속에 박제해둔다. 이렇게 첫 살인을 통해 소민은 살인의 편한 점을 학습하여 이후로도 자신에게 방해가 된다 여겨지는 사람을 죽이거나 반쯤 죽이는 방식으로의 해결을 종종 써먹게 된다.[10] 소민의 둘째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이 컸다. 둘째 길명진의 임신 지속은 소민의 의지에 반하여 규온이 밀어붙인 것이었고, 명진을 출산하면서 교수 임용 기회를 잃음과 동시에 질환까지 얻어 휴직하던 소민과 달리, 그때쯤 규온은 대형 성형외과 공동원장으로 호실적을 올리며 순풍만범하게 되어 자신감이 붙고서는 소민을 주부처럼 대하며 무시하고 불륜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이래놓고 의료사고로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하자 뻔뻔하게도 소민한테 도와달라고 애걸한다.[11] 불륜 상대인 우소라에게 대학생 시절 소민의 코스프레를 시키며 한때 자신이 넘볼 수도 없는 '공주님'이었던 소민의 흔적을 다른 이에게서 찾는다. 규온은 소민이 명진을 낳은 뒤부터는 소민을 '이제는 우스워진' 아내로 정의한다.[12] 류솔의 충동적 살해를 떠올린다.[13] 소민의 기묘한 가치관이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냥 친구의 절교 선언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이 15년을 함께 한 남편의 외도 발각에 대해서보다 훨씬 격렬할 정도이니 진심으로 우정과 사랑의 차이를 모른다고 발언하는 것을 납득케 한다.[14] 이들은 당연히 소민의 명목상 헌신의 이면에 있는 통제와 멸시를 느끼고 있었고, 소민의 곁에 있다가는 자아가 부서져 버릴 거라는 위기감도 느꼈다. 소민의 생각으론 솔이 소민 자신은 꺼리는 주제에 자기를 때리는 엄마와 남자친구에게 매달리는 것이나, 규온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며 불륜을 변명하는 모습이 웃기고 경멸스럽기만 했지만, 두 사람은 소민이 원하는 인형이 아닌 자아를 가진 주체이기에 스스로에게 필요했던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이런 인식과 소망의 차이에서 소민과 이들 사이엔 균열이 생기고 이해가 결여된다.[15] 참고로 이 대화는 실제 시간보다 6년이나 지난 뒤 소민의 마음 속에서 재현된 것이기에 솔이 실제 했던 말과는 조금 다르게 왜곡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정확히는 설정과 들어맞지 않게 솔이 너무 말을 잘 하는 것은 소민의 언어로 정제되었기 때문이라는 80화 작가의 말의 언급이 있다.[16] 본인부터 친구한테 일생의 반려로서 역할을 요구하다가 까였고, 독자들도 사랑이네 아니네 설왕설래가 많았으며, 작가도 후기에서 그걸 뭐라 한 단어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17] 막판에 류솔이 이런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과 인연을 끊으려 하자 바로 살해했다는 점에서 소민이 원하는 반려에게 주체성은 고려 대상이 아니며, 그저 반항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18] 심지어 이때가 살인+임신 사건 때라 솔이 가장 심리적으로 절박하고 힘들었던 때이며, 소민은 '어떤 상황인지 알면서 연락 한 번은 줄 수 있지 않았냐'는 솔의 항변을 이기적이라며 묵살하며 불쾌한 티를 냈고, 솔이 설설 기며 비위를 맞추자 그제서야 입꼬리를 올렸다.[19] 류솔의 기분은 어쨌건 자신만은 류솔과 함께 있으면서 즐거웠고, 삶에 아무 의미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인한 내면 깊은 곳의 열등감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기에, 이후로도 류솔과 비슷한 자극을 줄 법한 인간을 반려로 지칭하며 찾아 헤맨다.[20] 위 문단의 57화 독백에서 이어진다. 2부 연재 당시에는 ‘솜이‘가 소명이로 인식되었기에, 57화에서 소명의 어머니가 ‘솜이‘의 상자에서 솔의 사진을 꺼내보는 장면이 나온 것은 딸의 주변을 모두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2부 끝에 ‘솜이‘의 정체와 솔과의 관계가 규명됨으로써 57화의 독백은 소민의 회한 어린 감상이었음이 드러났으며, 103화에선 57화의 위 장면이 소민의 글리치만 걷어진 채 똑같이 나오고 위의 독백이 뒷내용으로 추가되어 나온다. 그리고 직후 어린 소명이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이 소민의 독백의 시계열이 명진이 죽은 후 소명이가 피크닉 팩을 경찰서에 가져가 신고하려다 포기하고 돌아온 그 날이었음이 밝혀진다.[21] 그렇기에 절대 자신처럼 완벽해질 수 없는, 천성이 글러먹은 구질구질한 것들. 이는 소민의 기준에서 본 이유이고, 현실적으로는 소민과 만나기 이전까지의 삶을 통해 나름 자신들만의 주관을 가져 온 독립적인 인간인 탓에 완전하게 통제한다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상대라서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소민이 원하는 비인간적인 ‘완벽한 반려’의 기준선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22] 명진을 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CPR을 할 정도로 동생의 구명에 몰입했고, 명진이 죽은 후로는 제 어미를 의심하며 혼자 증거를 수집하고 수사를 할 정도로 진실 규명에 몰입하며 전력을 다하던 모습.[23] 전혀 그럴 의도는 없었고 우발적이긴 했지만 구지훈을 죽게 만든 일, 위기가 닥칠 때마다 해결보다 도망을 선택한 자신의 회피성 때문에 소민에 준 피해 등.[24] 성공에 취해 점차 소민이 준 것도 모두 자기가 잘나서 스스로 얻어낸 거라고 자아도취에 빠졌던 것, 소민의 관심을 끌겠다는 치졸한 이유로 가정도 내팽개치고 벌인 우소라와의 불륜, 임승식 검사의 원한을 산 과거의 의료사고, 의사로서 최소한의 책임도 없이 기본적인 주의사항조차 말해주지 않고 연락도 끊고 우소라와 밀회를 가지다가 일어난 은지의 의료사고 등. 이는 소민의 충동질로 일어난 게 아니라 모두 규온이 스스로 저지른 죄로, 당연히 그 시점의 규온은 보호가 필요한 미성년자도 아니니 온전히 혼자 책임져야할 일이다.[25] 시종일관 차분하며 웬만해서는 강렬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소민이 얼굴에 핏줄이 돋아날 정도로 이성을 잃고 소리친 건 이때와 류솔이 입원했을 때 성병일지도 모른다는 걸 얘기했을 때, 그리고 류솔이 자수하겠다고 했을 때, 단 세 번 밖에 없다. 그만큼 규온의 행태에 분노했던 것.[26] 심지어는 소명 본인조차 스스로를 해치지 못하게 철저하게 막는다. 소명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같은 반 남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하자 순간 광분하여 날뛰어 학폭위까지 열렸을 때에도 침착하게 딸을 진정시키고 즉시 대응하여 성희롱을 한 남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냉정한 조치를 취했지만, 소명이 분노를 이기지 못해 컵을 깨트리고 본인의 손에까지 상처를 내서 피를 흘리자 바로 표정을 굳히더니 소명을 병원에 데려가서 심리 상담을 받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