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하동기(河東記)[1]에 수록된 이야기 중 하나로, 원제는 판교삼낭자(板橋三娘子).2. 줄거리
때는 당나라 시대. 장소는 변주(汴州, 현재의 허난성 카이펑시) 지방에 있는 판교점이란 이름의 여관이다. 판교점의 주인 삼낭자는 나이가 갓 30세 정도 되어보이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일가족이 없이 혼자 살았지만 재물을 꽤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들을 주면서 사람들을 도와 모두에게 인기가 많았다.어느 날, 허주(許州, 현재의 허난성 쉬창시) 출신 나그네인 조계화(趙季和)란 남성이 우연히 판교점으로 오게 되었다. 수도 낙양으로 가다가 날이 저물어서 일단 판교점에 하룻밤 묵고 갈 예정이었기에 이곳에서 잠시 짐을 풀었다. 이곳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리며 담소하고 모두가 잠을 자러 간 한밤중에 조계화는 잠이 오지 않아서 잠시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때 우연히 삼낭자의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삼낭자는 밤중에 불을 켜고 희한한 주술을 부리기 시작했다.
먼저 상자 안에 나무로 만든 작은 인형과 소를 꺼내서 그릇에 담긴 흙 위에 올려놓은 뒤 물을 뿜어서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었다. 살아난 나무 인형은 나무 소를 끌고 흙을 일군 뒤 삼낭자가 준 메밀씨앗을 받아 흙에 뿌렸다. 메밀 씨는 금세 싹을 틔우고 이삭이 영글었다. 나무 인형은 그것을 베었고 삼낭자는 메밀이삭을 받은 뒤 나무 인형과 나무 소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삼낭자는 이후 이삭을 탈곡하고 맷돌에 넣어 가루를 내어 떡을 만들고 잠자리에 들었다. 조계화는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고 날이 밝자마자 삼낭자는 손님들에게 어제 만든 메밀소병을 아침식사로 접대했다. 물론 이를 수상하게 여긴 조계화는 낙양까지는 갈 길이 머니 빨리 가봐야 한다고 핑계를 대고는 떡을 먹지 않고 서둘러 밖으로 나가 상황을 몰래 지켜보았다.
손님들은 그 소병을 먹는 순간 한바퀴 구르고 나귀로 변신했다. 그리고 삼낭자는 손님들이 가지고 온 모든 짐들을 자신의 방으로 가져간 뒤 손님들이 변신한 나귀를 나귀 목장으로 들여보냈다. 조계화는 이걸 보고 서둘러 낙양으로 달아났다.
한 달 뒤, 조계화는 낙양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다시 허주로 가다 우연히 판교점에 다시 들르게 되었다. 이번에는 그 외에는 다른 손님들이 없었다. 삼낭자는 구면인 조계화를 친절히 맞았고, 원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조계화는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테니 간식거리를 준비해달라고 답했다. 다시 밤이 되자 삼낭자는 그때처럼 나무 인형과 나무 소를 부려 메밀소병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계화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변주로 오는 길에 똑같이 생긴 메밀소병을 여러 개 사서 가져온 것이다. 조계화는 이미 삼낭자의 주술을 알고 있었기에 싱긋 웃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날이 밝자 삼낭자는 조계화에게 아침식사로 과일과 메밀소병을 대접했다. 조계화는 삼낭자에게 목이 마르니 차라도 내어올 수 있냐고 얘기하고, 삼낭자가 차를 가지러 가자 몰래 삼낭자의 떡을 자신이 가져온 떡 하나와 바꿔치기 한 뒤 가져온 떡을 먹었다. 잠시 후, 삼낭자가 돌아오자 조계화는 "낙양 여행 중에 산 비슷한 떡인데, 맛이 어떤지 봐 주시오."라며 몰래 바꿔치기한 삼낭자의 떡을 그녀에게 주었고 그녀는 그 떡을 먹자마자 한바퀴 뒹굴어 나귀로 변했다.
조계화는 웃으면서 "좋아! 잘 되었다."라고 외친 뒤 삼낭자가 주술에 썼던 나무 인형과 나무 소를 불태우고 그녀가 모은 재산들을 가지고, 삼낭자가 변신한 나귀를 타면서 전국을 두루 유랑하며 장사를 했다. 나귀를 타고 다니면서 한번도 길이 막히거나 길을 잃은 적이 없었고 하루에 100리를 다녔다.
4년 뒤, 조계화는 그 나귀를 타고 가던 중 한 늙은 도인을 만났는데, 도인은 나귀를 한번 보더니 삼낭자가 변한 것임을 바로 눈치채고 판교점의 삼낭자가 어쩌다 그런 꼴이 됐냐며 박장대소한다. 조계화는 그녀가 악행을 저질러 온 것은 사실이나 이제는 세월도 흘러 죗값을 치룬 듯 하니 풀어주자고 말하고 도인은 조계화의 말에 수긍하여 삼낭자에게 걸린 주술을 해제한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삼낭자는 도인과 조계화에게 절을 하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3. 그 외
한국에도 8~90년대 이 전래동화를 비롯한 여러 중국의 동화들을 담은 책의 에피소드 중 하나로 나오기도 했다. 일례[2] 동화로 각색된 버전은 결말부에서 여러 가지 바리에이션이 있는데, 잘 알려진 버전은 조계화가 나귀를 타고 길을 떠나던 중 도인이 나타나서 삼낭자가 자기 제자인데 도술을 악용해서 나쁜 짓을 하다가 조계화에게 발각되어 벌을 받던 걸 찾아냈으니 자기가 책임지고 엄히 혼을 낼 테니 용서해달라고 하였고, 이를 들은 조계화가 나귀를 도인에게 내어주자 삼낭자와 당나귀로 변한 사람들의 저주를 풀어주고 도인은 삼낭자를 데리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버전에서의 조계화는 그 동안 삼낭자가 모은 재물로 부자가 되었고 삼낭자의 여관을 운영하며 여생을 보낸다는 내용의 엔딩이다. 또 다른 버전은 도인이 조계화의 지혜를 시험해보기 위해 자신을 지나가려면 둘 중 한 명의 목숨을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자, 조계화는 삼낭자를 불쌍히 여겨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다 말하는데, 이에 탄복한 도인이 삼낭자를 원래대로 되돌려준다. 삼낭자는 그 도인에게 스승님이라 부르며 용서를 빈 후, 자신이 변신시킨 나귀들을 모두 사람으로 되돌리고는 빼앗았던 재산도 모두 돌려주고 이후에는 참회하여 조계화와 결혼한 후 다시 여관을 운영한다는 해피엔딩의 버전이다.만화 세계 옛날 이야기에서도 애니로 나온 바 있다. # 이 에피소드 역시 80년대에 MBC로 더빙방영했다.
채지충이 4컷 개그만화로 재구성한 귀호선괴(鬼狐仙怪)에서는 컨셉에 따라 웃기게 각색하였다. 주역 중 하나인 삼낭자는 십삼낭자란 이름의 과부로 등장하며 13번의 결혼과 사별로 인해 홀로 살며 여관을 운영하고 있고, 주인공 조계화는 무용이란 이름의 도사 지망생으로 등장하는데 십삼낭자가 벌이는 악행을 추적하는 탐정과도 같은 역할이다. 그리고 이 주인공과 함께하는 파티원으로 나귀대선이라는 늙은 신선도 등장하는데, 이 신선은 원작의 도인 포지션으로, 과거에 십삼낭자에게 좋지 않은 일을 당한 적이 있었기에 겸사겸사 복수를 하기 위해 주인공의 작전을 도와주러 동행한다. 이후 나귀대선은 주인공과 함께 작전을 시행하면서 십삼낭자의 떡을 먹고 인간으로 되돌아왔으며[3] 주인공은 나귀로 변한 십삼낭자를 타고 길을 떠났고, 나귀대선은 십삼낭자의 여관과 나귀를 전부 인수하였으며 십삼낭자가 행했던 주술을 응용해 여관의 마구간에 갇힌 나귀들을 전부 인간으로 되돌리는 사람떡을 만드는 것으로 만화가 마무리된다.
여기서 또 다른 개그 포인트로는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해설자가 판교 이외 지역 조폭들에게 항의를 받자 이야기 배경에서 악녀가 등장하는 이야기니 괜찮다고 해명했고 조폭들이 이해하고 갔는데 곧바로 판교 지역 조폭들이 이어서 등장하며 "우리 마을을 기반으로 그런 요사스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라며 항의하러 온다.
유튜브 괴담실록에서도 이야기를 각색하여 스토리텔링을 하였는데, 삼낭자의 흉계를 간파한 조계화가 역으로 삼낭자가 당나귀가 되도록 한 것 까지는 비슷하나, 이 과정에서 조계화 역시도 삼낭자의 목우와 목인으로 돈 벌 욕심을 가졌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목우와 목인을 깨우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써보았음에도 목우와 목인은 깨어나지 않았고, 그 와중에 삼낭자에게서 빼앗은 재산은 장사를 하던 도중에 협잡꾼에게 사기를 당하는 등 불운이 겹치며 탕진하고 말았다. 그렇게 절망하던 시점에서 도인이 등장하여 삼낭자를 원래대로 돌려놓은 뒤 목우와 목인을 없애버린다. 도인은 삼낭자에게 "목인과 목우를 사용하던 이전 주인들도 너와 같은 꼴이 되어 몰락했던 것을 알고는 있는 게냐!"라고 심히 꾸짖었는데,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목우와 목인을 처음 쓴 사람이 삼낭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며 과거에 목우와 목인을 사용한 다른 사람들도 모두 삼낭자처럼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다른 사람들을 해하는 용도로 목인과 목우를 악용했다가 점차 타락해가며 험한 꼴이 되거나 천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4] 조계화는 그 목우와 목인이 아까워 자신은 좋은 용도로 쓰겠다고 애걸복걸하였지만 도인은 "이런 악한 물건들을 인간들이 사용하면 언제나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다"라고 거절하며 단호히 부쉈고, 안타까워하는 조계화에게는 "너는 목우와 목인으로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훨씬 좋은 것을 주겠다."며 보자기 하나를 준 뒤 삼낭자를 데리고 돌아갔는데 조계화가 보자기를 펼쳐보자 자신이 친구에게 빌렸던 것과 같은 금액의 은자들이 있었다. 조계화는 이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친구에게 빌린 돈을 갚고 다시 장사를 시작하러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같은 동양권인 일본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전체적인 스토리는 비슷하지만 이쪽은 나귀가 아닌 말로 변하고, 사람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이 줄무늬가 있는 참억새인 점 등 세부적인 부분이 다르다. 마지막에는 사람들을 말로 변신시켜 부려먹던 여관 직원들이 피해자들이였던 나그네들이 준 떡을 먹고 말로 변하고 이에 용서를 구했지만 여관 직원들이 변심하고 또 다시 나쁜 짓을 벌일 것을 염려한 나그네들이 말로 변한 여관 직원들을 들판에 풀어 야생마로 만든다.
이런 이야기는 한국 설화 소가 된 게으름뱅이와도 비슷한 점이 있다. 한국 외의 서양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버전들이 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의 키르케와도 공통점이 있으며,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랍 여왕과 바드르 왕의 이야기가 이 이야기와 상당히 닮아 있다.
외국의 단편영화 Skin & Bone도 이와 비슷하다. 다만 이쪽은 여성이 인간을 말이나 염소 등 다양한 동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남자 주인공이 동물로 변한 사람들의 환영을 보게 되고 그들이 자신들을 죽여달라는 요구대로 그들을 죽이는데는 성공하지만 정작 이 사태의 원흉인 여성을 죽이는데는 실패해서 주인공 본인도 염소가 되는 비극으로 마무리된다.[5]
[1] 당나라 시대의 문인 설어사(薛漁思)가 쓴 소설집이다.[2] 금성출판사에서 출판된 버전이다.[3] 나귀가 된 사람이 십삼낭자의 떡을 한번 더 먹으면 사람으로 돌아오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십삼낭자는 이를 애초부터 알고 있었기에 자기가 변신시킨 나귀들에게도 떡을 두번 이상 먹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4] 이쯤 되면 목인과 목우는 좋지 않은 목적으로 쓰면 사용하는 사람을 점차 악에 물들도록 하는 일종의 저주 걸린 물건이나 아티팩트로 추정할 수 있다.[5] 남자 주인공은 눈 한쪽이 백내장이 생겼는지 뿌옇게 된 상태인데 마지막 장면에 나온 염소도 주인공처럼 한쪽 눈이 뿌옇게 되어있다. 이는 주인공이 염소가 되었음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