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20 15:57:01

홍라녀 녹라녀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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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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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홍라녀 녹라녀 전설

지금까지도 내려오는 얼마 안 되는 발해의 전설. 시간적 배경은 발해 3대 가독부 문왕 / 10대 가독부 선왕 / 마지막 가독부 대인선 등 다양하다. 과거 발해 상경용천부의 휘하 속주인 호주(湖州)가 있었던 헤이룽장성 무단장시 징포후(鏡泊湖/경박호), 막힐부(鄚頡府)가 있었던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이란현, 중경현덕부가 있었던 지린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등의 지역에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몇몇 판본에서 나타나는 '장백성모 불고륜마법[1]'이라는 인물을 보아 만주족의 전설도 살짝 섞여 있는 듯하다.

홍라녀라는 이름은 그 외양에서 따온 것인데, 짧고 흰 명주 저고리에 붉은 명주 치마를 입고 있으며 눈 같이 흰 천리마와 같이 서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전설에 따라서는 옷의 소재가 명주가 아니라 고니와 기러기의 털로 만든 우단이기도 하고, 좀 더 상세히 묘사하여 인삼 즙으로는 명주 저고리를 눈보다 더 희게, 인삼 꽃으로는 우단 치마를 아침 노을보다 더 붉게 물들였다고도 한다. 다만 녹라녀에 대해서는 묘사되는 바가 거의 없으며 단지 푸른 옷을 입고 있어 녹라녀로 불리게 되었다고만 언급된다.

특이한 점이라면, 발해의 광활했던 영토 탓인지 무려 13가지의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절세미인이라는 홍라녀의 캐릭터와 경박호라는 공간적 배경만 공통 소재이고 전개는 조금씩 다르다. 13가지의 판본을 홍라녀의 신분에 따라 나누자면 발해 황제의 딸인 것이 5가지, 어부의 딸인 것이 4가지, 경박호 용왕의 딸인 것이 2가지, 발해 황제의 며느리인 것이 1개, 발해 황제의 여동생인 것이 1개이다. 반면 이야기 흐름의 유사성에 따라 나누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지조와 절개 중심의 사랑 이야기가 7가지, 홍라녀의 용맹함과 뛰어난 무예가 돋보이는 이야기가 2가지, 그 교집합이 3가지, 이외 기타 1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측천무후의 등극에 영향을 받았거나 연개소문의 여동생 연수영 설화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상세 내용은 아래 문단을 참고. 제목을 누르면 펼쳐 볼 수 있다.

2. 내용

발해 황제의 딸 (5가지)
  • {{{#!folding 홍라공주의 도타운 사랑 이야기
공주정독형 公主情篤型

등장인물: 홍라공주, 어부, 발해 황제, 사위 후보 4인

홍라공주는 발해의 늙은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어린 딸이었는데, 발해 황제는 더울세라 추울세라 그녀를 안아주고 돌보아 주었다. 게다가 그녀를 위해 황궁에 49개의 붉은 산호로 그녀가 잠자는 처소를 장식하고, 마노에 상아를 박은 장식품으로는 침대를, 장안에서 가져온 꽃비단으로는 침대휘장을 해주었으며, 부상에서 만든 우단으로는 이부자리를 아름답게 꾸며주었다.

세월이 흐르고, 어린 홍라공주는 무럭무럭 자라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다. 발해 황제는 16세가 된 홍라공주에게 부마를 정해주기 위해 세 달에 걸쳐서 사위를 물색했는데 그 결과 네 명의 젊은 남자들이 후보가 되었다. 한 젊은이는 문인, 또 다른 젊은이는 무인이었다. 셋째는 집에 거액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거부였고, 마지막 사람은 대대로 벼슬을 한 권세가의 자제였다. 홍라공주는 그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퉁소를 불었는데 모두 음악을 아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실망한 홍라공주는 외출 삼아 경박호에 가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어부로 살아가고 있는 한 젊은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홍라공주와 어부는 서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정이 들어 가까운 벗으로 사귀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발해 황제의 반대를 받게 되었다. 홍라공주는 근심하던 끝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발해 황제는 이후 그녀를 위해 그녀를 경박폭포에 장례를 지내 주었다. }}}

* {{{#!folding 홍라공주와 경박 소용왕 이야기
홍라와 경박 소용왕형 紅羅와 境舶 小龍王型

등장인물: 홍라공주, 경박호 용왕, 발해 황제

홍라공주는 발해 황제의 딸이다. 공주는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라고 깊숙한 궁전에 있었으나 항상 신변에 많은 심부름꾼이 있어 그녀의 요구를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었다.

세월이 흘러 홍라공주는 어느새 처녀가 되었다. 이리하여 발해 황제는 그녀에게 훌륭한 부마를 얻어 그녀를 시집보내려 했다. 나라의 여러 황족과 귀족, 고위관리들은 모두 저마다 홍라공주의 미모에 반해 청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홍라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그녀가 경박호에 사는 한 가난한 어부를 마음 깊이 사모하고 또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라공주가 그녀의 아버지인 발해 황제에게 진상을 대담하게 아뢰니, 발해 황제는 대노하여 그녀가 가난한 어부에게 시집가는 것을 극렬히 반대하였다.

홍라공주는 국법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정인에게 깊이 마음을 두었다. 홍라공주는 자신의 뜻을 표명하기 위해, 경박호에 몸을 던져 자결하려 했으나 뜻밖에도 물속의 고기들이 그녀를 에워싼 뒤 이윽고 용궁으로 안내하였다. 원래 홍라공주가 뜨겁게 사랑하고 있는 어부는 다름아닌 경박호의 교룡이었다. 이 때부터 홍라공주는 아무 걱정없이 자신의 연인과 함께 아름다운 경박호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

* {{{#!folding 홍라공주와 은도 바특리 이야기
홍라녀와 은도바특리형 紅羅女와 恩도巴特里型

등장인물: 홍라공주, 백의장군 은도바특리, 발해 황제 문왕 대흠무, 대영사, 장백성모 불고륜마법

발해의 3대 황제인 문왕 대흠무의 외동딸 홍라공주는 아홉 살 때부터 장백성모 불고륜마법의 제자가 되어 무예를 익혔는데 7년 뒤 스승의 명을 받아 산에서 내려와 거란의 침입을 막아 싸우게 되었다. 그녀가 산에서 내려갈 때 스승은 그녀에게 세 가지를 부탁하였다. 첫째, 백의장군 은도바특리를 남편으로 맞을 것. 둘째, 흑탑을 만나면 꼭 돌아설 것. 셋째, 시기가 되면 그를 산으로 데려갈 것... 하지만 그녀는 전투에 나가 스승의 말을 듣지 않다가 적에게 패하게 되었다. 그러다 그때, 오동성을 지키던 백의장군 은도바특리가 그녀를 구원해 주었다. 이리하여 홍라공주와 은도바특리 두 사람은 평생을 약속하게 되었다.

허나 불행하게도 대흠무의 조카이자 홍라공주의 사촌 뻘인 원수 대영사가 그녀에게 반해버렸고, 또 숙부가 황위를 은도바특리에게 물려줄 것이 걱정되었다. 그러므로 거란 간첩의 유혹대로 계책을 내어 홍라공주와 은도바특리의 관계, 또 은도바특리와 대흠무의 관계를 교묘히 이간질시키기로 하였다. 대영사는 나라의 이익에 손해가 가게 되어도 조금도 개의치 않고 계략을 실행에 옮긴다. 대흠무는 그의 계략에 넘어가, 은도바특리의 벼슬을 낮춘 뒤 거란과 싸워 입공속죄하게 하였다. 거기서 끝이 아니라, 대영사는 시비를 뒤섞어 은도바특리를 독살하고야 만다. 대영사는 모든 음모가 완성, 실현되었다고 생각하고 홍라공주를 첩으로 맞아들이려고 서둘렀으며, 대흠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애를 썼다. 결국 대흠무는 대영사에게 홍라공주를 시집보내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홍라녀는 대의를 잘 알았고 나라의 안전을 첫째로 생각해 거란군을 세 번이나 격퇴시켰다. 얼핏 보기에 그녀는 부황이 정해 준 혼처를 접수하는 듯 하였지만, 사실 그녀는 이미 은도바특리가 숨지기 전 백마를 통해 자신에게 전한 혈서를 확인하고 자신과 은도바특리가 대영사의 계책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홍라공주는 거란을 격파하고 본국에 개선한 후 혼례식을 올리는 척하면서 원수 대영사를 죽였다. 홍라공주는 사랑하는 은도바특리에게 제를 지낸 후, 그를 잃은 것 때문에 비분을 품고 자결하였다.

후에 발해 황제 대흠무는 모든 진상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후회막급이었다. 대흠무는 철쇠로 홍석관을 들어다 사랑하는 딸을 산굴에 안장하였는데 산꼭대기에서 폭포가 내려와 굴을 자연스럽게 막아주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경박폭포이다. }}}

* {{{#!folding 홍라공주가 무예를 겨룬 이야기
홍라녀비무형 紅羅女比武型

등장인물: 홍라공주, 발해 황제의 원수, 발해 황제, 장백성모 불고륜마법

홍라공주는 발해 황제의 딸이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장백성모 불고륜마법에게 무예를 배웠는데 다 익힌 후, 황궁으로 돌아왔다.

한 번은 발해 황제의 원수가 그녀와 무예 배결을 해보자고 하였다. 원수는 말을 타고 활을 쏘아 첫 발은 과녁 중심에 가 명중하고 두 번째 쏜 화살은 첫 번째 명중된 화살을 떨어뜨렸다. 마지막 세 번째 화살은 과녁을 달아 맨 끈을 맞춰 끊었는데 이만하면 활쏘기의 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홍라공주 차례가 되자 그녀는 원수와 다른 방법으로 활을 쏘았다. 한 사람에게 향불 세대를 머리에 이고 백 보 밖에 가서 서 있게 한 후, 홍라공주는 말을 달리며 단숨에 화살 세 대를 쏘았다. 그 결과 향불은 모두 꺼졌지만 향대는 그대로 서 있었다.

원수는 무예 대결에서 홍라공주에게 진 후, 은근히 앙심을 품었다. 돌아가는 길에 원수는 남 모르게 홍라공주에게 활을 쏘아 그녀를 죽이려 했으나, 생각 밖으로 홍라공주는 날아드는 화살을 재치있게 받아쥐고는 오히려 원수를 향해 화살을 되쏘았다. 발해 황제는 홍라녀를 암해하려는 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노하여, 이 일을 바로 조사하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홍라공주는 부황인 발해 황제에게, "조사할 것 없나이다, 폐하... 모자에 술이 없는 자가 이 딸을 모해하려 한 자이옵니다." 하였다. 바로 이 때, 변방에서 위급하다는 파발이 날아와 발해 황제는 원수에게 출정을 명령했다.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워 속죄를 하게 했다. }}}

* {{{#!folding 홍라공주가 왕위에 오른 이야기
여왕좌강산형 女王坐江山型

등장인물: 홍라녀, 녹라녀, 발해 황제, 거란 왕

(홍라녀는 발해 황제의 딸이다)(일단 보류하나, 맥락 상 '사고로 잃은 줄 알았던 공주'인 듯함)

어느 날 발해 황제는 경박호에서 사냥을 하다 범을 만나 위기를 맞이했다. 이 때 어느 아름다운 낭자가 활을 메고 나오더니, 활로 호랑이를 쏘아 쓰러뜨렸다. 발해 황제는 크게 놀라서면서도 위기를 넘긴 데 감사를 구하며 낭자에게 신원을 물었다.

"소녀는 홍라녀입니다. 5년 전 소녀가 광풍에 휘말려 어디론가 떨어졌습니다. 그 때 장백성모님이 소녀를 구해주셨고, 그 후 저는 장백성모님으로부터 무예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장백성모님의 지시로 하산하여 내려 오던 중 황상 폐하께서 위기에 처하신 것을 보고 소녀 외람되게도 무예를 펼쳐 폐하를 구해드리게 되었습니다."

발해의 황제는 이 말에 놀라면서도 기쁜 마음에 홍라녀와 같이 황도 상경용천부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얼마 뒤, 부여성에서 거란군의 침입을 알리는 파발이 황도에 도착했다. 이 소식을 들은 홍라녀는 여동생 녹라녀와 상의한 끝에 전쟁에 나갈 것을 황제에게 주청한다. 발해 황제는 그녀의 무예라면 전쟁에서도 적을 물리칠 수 있다 생각되어 그녀들의 주청과 요구를 허락했다.

최종적으로 홍라녀가 발해군의 총 지휘를 맡고 그녀의 여동생 녹라녀가 발해군의 참모를 맡아, 발해군은 출전했다. 그러나 그 때에 거란에도 책사가 있었다. 그는 홍라녀가 발해군 총사로 출전한다는 소식에 꾀를 내어 발해 황도 상경용천부에 군사를 보내 기습, 발해 황제를 거란으로 납치했다. 홍라녀는 이에 대노하여 거란으로 쳐들어가 거란 군사들을 무수히 무찌르고, 발해 황제를 적진에서 구출하려 했으나 발해 황제는 거란에서 이미 처형당한 뒤였다.

홍라녀는 비분에 차 거란 왕을 죽이고(이 때 죽은 사람이 거란 왕이 아니라는 설도 있음) 거란군을 무수히 몰살하는 등 복수를 한 뒤 여동생 녹라녀와 같이 발해로 돌아왔다. 그녀들이 거란군의 추격을 따돌리고 무사히 발해로 돌아오자 발해 사람들은 그녀들을 발해국의 새로운 황제로 추대하였다.

지금도 경박호 남호두에는 아래의 글귀가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온다.
나라가 파괴되고 집을 잃었지만 원수를 눕힐 돌 많고도 많아 홍라녀, 녹라녀 자매가 발해 황제로 추대되었다네. }}}

경박호 어부의 딸 (4가지)
  • {{{#!folding 홍라녹라와 어부의 사랑 이야기
홍라와 녹라형 紅羅와 綠羅型

등장인물: 홍라녀, 녹라녀, 살포리금, 살포리온, 거란 왕(동단국 황제)

홍라녀와 녹라녀는 자매로, 어부의 딸들이다. 어릴 때 이미 부모를 잃은 두 자매는 서로 의지하며 경박호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루는 그녀들이 호수에서 고기를 잡고 있는데 갑자기 세찬 풍랑이 일어 자매는 배가 뒤집히면서 물에 그만 빠지게 되었다. 바로 이 위기일발의 시각에 고기잡이배 한 척이 나타나 그녀들을 구원해 주었다. 고기잡이 배 주인은 뜻밖에도 젊고 영준한 남자였다.

그 후부터 그물을 칠 때나 그물을 거둘 때면 이 젊은이가 와서 그녀 자매들을 도와 주었다. 그 젊은이는 살포리금이라 했는데 마음씨가 착하여 늘 자매를 잘 도와주었다. 두 자매는 그에게 정이 들었으나 두 자매 모두 그에게 시집갈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자매는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언니는 동생에게 시집가라 하고, 동생은 언니에게 시집가라고 하면서 한창 다투고 있는데 살포리금이 그녀 두 자매를 청했다. 두 자매가 살포리금의 집 앞에 이르자 살포리금은 집 안에 들어갔다. 잠시 후 집 앞으로 젊고 영준한 두 명의 젊은이가 그녀들 앞에 서 있었다. 두 청년은 쌍둥이로, 그 형은 살포리금이며 그 아우는 살포리온이었다. 그리하여 두 자매는 그들 형제에게 기꺼이 시집을 가게 되었다.

훗날 동단국 황제가 홍라녀와 녹라녀 자매가 미색이라는 말을 듣고 두 자매를 후궁으로 취하려 했다. 동단국 황제는 자객을 보내어 살포리금과 살포리온 형제를 죽여버렸다. 두 자매는 너무나 슬퍼 자결하려 했다. 그녀들은 생각 끝에 동단국 황제에게 남편의 제사를 지내게 해준다면 기꺼이 입궁하여 후궁이 되겠다고 했다. 동단국 황제는 자매의 말을 쾌히 승낙하였다. 그녀들은 동단국 황제에게 경박호 폭포 앞에 제단을 세워 남편들에게 제를 지내게 하고는 제가 끝나자마자 경박호로 뛰어들었다. }}}

* {{{#!folding 황후로써 백성을 보살핀 이야기
홍라녀사후성신형 紅羅女死后聖神型

등장인물: 홍라녀, 발해 황제

홍라녀는 어부의 딸인데, 연꽃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가졌으며 몸에서는 아름다운 향이 났다. 어느 날 그녀가 도사산에 들러 제를 지내던 중 발해 황제의 눈에 들게 되었다. 발해 황제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반하여 멍히 서 있다 이윽고 신료들에게 명령해 홍라녀를 입궁토록 하였다. 홍라녀는 발해 황제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세우면서 세 가지 약속을 모두 지킨다면 발해 황제를 따라 입궁하겠다고 말했다.

첫째, 가난한 백성들이 마음대로 황무지를 개간하며 살 수 있도록 할 것. 둘째, 백성들이 기르는 돼지는 마구 징수하지 말 것. 셋째, 경박호 일대 백성들의 그물세를 받지 말 것. 발해 황제는 홍라녀가 제시한 조건을 승낙하고 약속을 지키기로 약속했다. 드디어 홍라녀는 발해의 황후가 되어 입궁했으나 황궁의 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아 입궁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황제는 사후에 그녀를 경박폭포 아래에 안장을 하게 했다. 그녀가 발해 백성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였으므로, 사람들은 늘 그녀를 그리고 있으며 그녀가 사후 신선이 되었다 하면서 집집마다 제를 지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

* {{{#!folding 홍라녀가 혼인을 거부한 이야기
어녀거혼형 漁女拒婚型

등장인물: 홍라녀, 발해 황제, 도사

홍라녀는 어부의 딸이었는데, 얼굴은 3월에 핀 복숭아 꽃처럼 아름다웠고 허리는 실버들 같았으며 살결은 백설같이 희었다. 그녀는 고니와 기러기의 털로 가볍고 부드러운 저고리와 우단 치마를 짠 후, 인삼 즙으로는 저고리를 눈보다 희게, 인삼 꽃으로는 우단 치마를 아침 노을보다 더 붉게 물들였다. 그녀가 이처럼 아름다운 복장을 한 까닭에, 세상에 홍라녀라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 발해 황제는 미녀를 선발하고 있었는데, 솜씨가 뛰어난 기술자들에게 아름답고 정교한 금거울을 만들게 하였다. 이 보배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만이 거울에 그 모습을 남길 수 있었다. 도사가 발해 황제를 위해 그 거울을 가지고 5경 15부 62주 130현을 다녔으나 거울에 맞는 미녀를 찾을 수 없었다. 도사는 후에 산좋고 물좋은 경박호를 지나다 홍라녀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도사가 처녀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거울을 비추자 홍라녀의 모습이 거울 속에 그대로 비추고 있었다.

발해 황제는 도사의 말에 넋이 나가고 너무 기쁜 나머지 직접 경박호에 왕림하여 홍라녀를 황후로 책봉하려 했다. 그러나 홍라녀는 부귀영화를 탐내지도, 권세를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홍라녀는 단호하게 혼인을 거절하고 남몰래 경박호의 폭포 속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발해 황제는 그녀의 미모가 그리워 홀로 폭포 앞에 서있기까지 하였으나, 홍라녀는 폭포 뒤에서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고 우단을 짜는 뒷모습만을 비출 뿐이었다.

황제는 또 명을 내려, "한 사람만이 볼수 있고 두 사람이 보아서는 안 된다." 하였다. 이렇게 1년이란 시간이 지나갔으나 발해 황제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이 무엇이냐?'를 깨닫지 못하고 끝내 폭포 앞에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

* {{{#!folding 발해 황제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홍라와 지포형 紅羅와 支布型

등장인물: 홍라녀, 지포, 발해 황제, 도사

발해 황제는 어느 날 도사를 시켜 미녀를 데려오게 하였다. 발해 황제는 언제부터인가 색에 빠진 나머지 발해 전국의 미녀를 뽑아서 자신의 후궁으로 삼았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았는지 도사를 한번 더 황궁으로 불러들였다. 황제의 명을 받은 도사는 하사받은 미인경을 가지고 황궁을 떠나, 주와 부를 두루 다니며 미녀를 찾아 보았으나 다 헛수고였다. 황제가 하사한 미인경의 요구 조건이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미녀가 있어 미인경에 비추어 보아도 미녀의 체격이 조금만 체격이 커도 안 되고, 조금만 말라도 안 되며 눈이 커서도 안 되며 눈이 작아도 안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사가 미녀를 찾아 경박호까지 오게 되었다. 그 때 도사의 귀에 아름답고 은은한 피리 소리가 들려오자 도사는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그 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 피리 소리는 높아졌다가도 낮아지고 느리다가는 빨라지기도 했는데 어찌나 구슬픈지 그 피리소리가 도사의 귀에 대고 부드럽게 속삭이는 듯 했다. 알고 보니 홍라녀가 그의 마음 속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 어부의 딸은 얼굴이 환하여 아름다웠다. 몸에는 붉은 색 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었고, 머리는 부드럽고 고왔으며, 큼직한 낭자를 얹었는데 마치 연꽃이 피어난 것 같았다. 늙은 도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미인경을 비추니 미인경은 홍라녀에게 딱 맞았다. 늙은 도사는 홍라녀에게 다가가, 한 나라의 국모이신 황후 폐하가 되신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귀영화를 탐내지 않고 권세에 두려움이 없는 홍라녀는 자신이 이미 어부인 지포와 정혼한 사이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늙은 도사는 황궁에 돌아와 홍라녀가 황후가 되기를 거절하고 지포라는 청년과 이미 정혼한 사이라는 사실을 다 고해 바쳤다. 발해 황제는 이 말에 대노하여 군사를 보내 지포를 죽였다. 홍라녀는 이에 분개하여 지포의 원수를 갚기로 하였다. 홍라녀는 발해 황제를 유인하여 경박호에 오게 한 뒤, 발해 황제가 탄 배를 물에 가라앉게 하여(또는 홍라녀가 직접 활을 쏘아) 그를 죽였다.

이 때부터 홍라녀는 폭포 뒤에 앉아 우단을 짜게 되었고 지포의 영혼은 지포새가 되었다. 만약 사람들이 지포새가 우는 소리를 듣게 되면, 사람들은 폭포 뒤에 앉아있는 홍라녀를 볼수 있었다고 한다. }}}

경박호 용왕의 딸 (2가지)
  • {{{#!folding 홍라공주와 발해 황제의 이야기
용녀거빙형 龍女拒聘型

등장인물: 홍라공주, 발해 황제, 용왕

홍라공주는 경박호 아래 늙은 용왕의 막내 딸이다. 그녀는 눈과 꽃처럼 무척 빼어난 미모를 갖고 있었으며 무명을 즐겨 입었다. 눈 깜짝할 사이 홍라공주는 어른으로 자라게 되었는데, 늙은 용왕은 그녀에게 조수부 아래에 천을 짜게끔 명을 내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경박폭포이다.

어느 해 발해 황제는 바로 그 경박폭포 앞에 왔다가 홍라공주를 보게 되었는데, 그는 홍라공주의 미모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발해 황제는 그녀를 후궁으로 맞아들이기 위해 그녀를 계속 불러보았으나, 홍라공주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속수무책이 된 발해 황제는 폭포 옆에다 망미루라는 이름의 누각을 하나, 그리고 그 앞에 돌비석을 하나 세우게 했다.

비석에는 "한 사람만이 볼 수 있고 두 사람이 보아서는 안 된다."라고 쓰여 있었다. }}}

* {{{#!folding 사냥꾼 삼형제의 기구한 이야기
삼인동련홍라녀형 三人同戀紅羅女型

등장인물: 홍라공주, 사냥꾼 삼형제

홍라공주는 경박호 용왕의 딸이다. 그녀는 온종일 조수루 아래 앉아 천을 짜고 있었는데, 어느 해인가 사냥꾼 삼형제가 사냥을 하러 경박호에 방문하였다가 우연히 그녀를 보게 되었다. 삼형제는 홍라공주의 빼어난 미모에 반해 더는 그 곳을 떠날 수 없었고, 아예 경박호 근처에 집을 짓고 눌러 앉아 살게 되었다. 하지만 홍라공주는 밤마다 그들의 꿈에 나타나 이 곳을 떠나라고 권고하였다.

"세 오빠들께서는 어서 이 곳을 떠나세요. 오빠들은 저를 결코 기다려 낼 수 없어요. 저는 천하의 가난한 백성들이 다 옷을 입을 때 가서야 천 짜기를 그만 두고 조수루를 나갈수 있어요."

그러나 삼형제는 홍라공주의 말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그 곳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이처럼 삼형제는 아름다운 홍라공주를 보기 위해 이곳 경박호에서 한해 두해 보내다가 삼형제 모두 늙어갔고, 마침내 경박 폭포 아래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홍라공주는 그들 삼형제를 모두 가엾게 여겨 폭포의 맞은 편에 장례를 지내주었다.

그 때로부터 사람들은 폭포 맞은 편의 산을 삼형제무덤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바로 그 산아래 사냥꾼 삼형제가 묻혀 있는 곳이다 전해지고 있다. }}}

발해 황제의 며느리 (1가지)
  • {{{#!folding 홍라녀가 거란을 무찌른 이야기
홍라녀거란형 紅羅女契丹型

등장인물: 홍라녀, 대홀한, 발해 황제 대막불, 대홀리, 거란 왕(서단 왕)

(이 이야기는 영화 무영검 스토리의 모티프가 되기도 하였다. 그 때문에 다른 판본과 다르게 상당히 상세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어느 해 음력 8월 가을 밤에 늙은 발해 황제 대막불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오풍루에서 달빛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대내상이 서남쪽 하늘을 손으로 가리키며 "황제 폐하, 빨리 저쪽을 보시옵소서!" 하였다. 왕이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서남쪽 하늘을 절반이나 붉게 물들이며 홍라산이 경박호를 향해 펄럭펄럭 내려오고 있었다.

늙은 황제는 몹시 기뻐서 즉시 말을 타고 밤새 달려 경박호에 이르렀다. 호수에 비친 하늘도 붉고 산도 붉고 나무도 붉고 물도 붉었다. 호수 표면에는 한 송이 연꽃이 떠 있는데 그 황금 날개에 섬광이 번쩍였다. 그 윗면에는 짧고 흰 명주 저고리와 복숭아 빛의 붉은 명주 치마를 입은 아가씨가 서 있는데, 그 곁에는 또 눈처럼 하얀 천리마가 있었다. 늙은 황제가 이름을 물으니 곧 홍라녀라 하였다. 홍라녀는 황제의 앞으로 나아가 엎드려 절하였다. 늙은 황제가 바라보니 처녀는 용모가 빼어났다. 황제는 범상치 않은 그 모습에, 몹시 기뻐서 홍라녀를 며느리 삼고자 하였다. 황제는 발해의 다스림이 인의의 나라를 이루도록 도와달라며 홍라녀를 청하였다.

홍라녀는 황제의 말을 따라 입궁하였다. 홍라녀는 아름답게 자랐다. 문무를 겸전하고 이치에 통달하였다. 그녀와 황제의 막내 아들 대홀한이 혼인을 마친 후, 매일 매일 남편과 더불어 무예를 단련하고 시문을 배우며 인정과 세상 이치를 담론하였다. 어느 날 늙은 황제가 그녀에게 어떻게 하면 나라를 잘 다스릴 것인지를 물었다. 홍라녀는 다음과 같이 4마디로 대답했다.

"나라를 배반하는 자는 죽여 마땅하고, 백성을 속이는 자도 죽여 마땅하고, 남의 재물을 훔치는 자도 죽여 마땅하며, 남의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는 자도 죽여 마땅하옵니다."

늙은 황제는 연방 고개를 끄덕이더니 법률로 만들어 전국에 공포하였다. 이로부터 발해는 문명의 나라가 되고 평화가 이루어졌다. 발해는 산도 물도 기름졌다. 사람이 부지런히 일하면 땅은 그 공을 보답하는 좋은 지역이었다. 경박호의 붕어와 홀한하의 진주는 모두 이름난 상등품이었다. 당시 발해는 당나라의 제후국으로서 해마다 사신을 당나라 조정에 보내 공물을 바쳤다.

그러나 가는 길에 서단국 즉 거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우호를 나타내기 위해서 해마다 서단국에도 약간의 예물을 가져갔다. 그러나 서단국은 탐욕스러워서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속으로는 발해를 집어 삼키려는 생각 뿐이었다. 결국 어느 해에, 당나라에 조공하러 가던 발해 사신이 서단국에 붙잡히고야 말았다. 교섭하러 간 대홀한마저 붙잡은 서단국은 발해의 늙은 황제에게 편지를 보내어 협박을 가하였다. 내용은 영토를 내놓으라, 그러지 않으면 곧 대홀한을 죽이겠다는 것이었다.

늙은 황제는 다급해져서 큰 아들 대홀리에게 봉한 편지를 3번이나 보냈다. 대홀리는 당시에 양성남부주에 머물러 도독을 맡고 있었는데 그가 군사를 거느리고 대홀한을 구하러 갔으나 곧 싸움에 크게 패하고 말았다. 왕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는데 홍라녀가 용감히 나서서 아뢰었다.

"소녀가 필마단기로 가겠사오니 폐하께서는 마음을 놓으시옵소서."

말을 마치자 자신의 백룡마를 타고 낮에는 천 리를 밤에는 팔백 리를 달려 서단국의 도읍에 이르렀다. 서단의 왕이 홍라녀가 혼자 온 것을 알고 방심하여 겁도 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발해국 공주가 아니냐? 어째서 끼어드느냐?"

"당신은 우리나라의 땅을 달라고 하지 않았소이까? 나는 나라 땅을 주는 대신에 대홀한을 데려가려고 왔소이다."

서단 왕은 무척 기뻐서 곧 사람을 보내어 대홀한을 데려 오게 하였다. 그 때 갑자기 홍라녀가 대홀한을 잡아 당겨서 말 위에 뛰어 오르더니 채찍질을 하며 보검을 꺼내 들고 밖으로 달아났다. 백룡마는 쏜 살 같이 달려 성 문까지 돌진하였다. 문 앞에는 서단의 병사들이 가득했다. 홍라녀는 칼을 휘둘러 마치 수박을 쪼개듯이 적을 베며 성문으로 돌진하였다. 큰 자물쇠가 눈에 띄었다. 홍라녀는 보검을 들고 "얏" 하는 소리를 지르며 성문을 쪼개고 한 줄기 밝은 빛살처럼 발해국으로 돌아왔다. 홍라녀가 대홀한을 구하여 돌아오니 늙은 왕 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즐거워하였다. 그렇게 즐거운 날들을 보낼 수 있었다. 며칠 뒤 대홀리가 편지를 보내어 아내가 죽었다고 알렸다. 대홀한이 조문하러 가려고 하니 홍라녀가 말하였다.

"형님은 일찍이 나라를 찬탈할 마음이 있었으니, 당신이 간다면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없어요."

"형님은 주색에 빠진 사람이니 당신이 가면 나도 마음을 놓을 수 없소."

"도읍은 하루도 비울 수 없으니 내가 가겠습니다. 만일 무슨 사건이 생기면 나는 백룡마를 보내 소식을 전할 것입니다."

말을 마치고 말과 사람들을 데리고 달려갔다. 영주성에 이르러 홍라녀는 사흘 동안 조문하고 막 돌아오려는데 대홀리가 염치없게도 그녀를 잡고 놓아 주지를 않았다. 홍라녀는 시아주버니의 음흉한 생각을 알아차리고 속으로 '남의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는 자는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였지만, 며칠이고 오래 같이 살 듯이 거짓으로 대답하고 숙소에 숨겨 두었던 백룡마의 갈기 속에 글을 적은 뒤 풀어서 돌아가게 하였다.

저녁에 대홀리가 술에 곤드레만드레 취하여 홍라녀의 침실에 들어와 억지로 범하려 하니, 홍라녀가 노하여 보검을 빼어 들고 대홀리를 향해 휘둘렀다. 대홀리는 패덕한 자로서 귀를 베이자 귀신이나 이리처럼 부르짖으며 날뛰었다. 홍라녀는 수행원들을 데리고 밤을 새워 달려서 돌아갔다.

멀리 가지 못해서 한 줄기 큰 강이 길을 막았다. 대홀리의 병마가 등불을 들고 추격해 오는 모습이 보였다. 홍라녀가 보검을 꺼내어 강물 위를 베니, 강물이 둘로 나뉘고 그 속에서 다리 같은 육지가 드러나 홍라녀 일행이 겨우 그 강을 건넜다. 강 저쪽에서 대홀리가 추격하여 강가에 이르렀다. 강물은 다시 불어났다. (지금까지도 양현성 서쪽에 칼로 쪼갠 강이 있다.) 홍라녀가 칼로 쪼개고 강을 건너자 대홀한이 한 떼의 인마를 거느리고 마중하였다. 서로가 이별로 인한 회포를 풀 새도 없이 대홀리가 이끄는 큰 무리의 인마가 바짝 추격해 왔다. 홍라녀는 말을 몰아 칼을 휘두르며 맞아 싸웠다. 홍라녀는 한 칼에 대홀리의 오른쪽 귀를 베었다. 대홀리는 두 귀가 모두 베여 낭패하여 달아났다. 홍라녀와 대홀한은 병마를 이끌고 돌아왔다.

수많은 백성이 마중 나와 말 앞에 무릎을 꿇고서 서단 왕이 빈 틈을 타서 침략하여 도읍인 홀한성을 점령하였고 늙은 왕은 백성들을 데리고 경박호의 성색입자로 후퇴하였음을 알렸다. 홍라녀와 대홀한은 병마를 이끌고 단숨에 도읍으로 진격하였다. 서단 왕이 성색입자를 포위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홍라녀는 대홀한으로 하여금 도읍을 지키게 한 뒤 자신은 스스로 병사를 이끌고 늙은 왕을 구하러 갔다. 성색입자는 3면이 호수에 향하고 1면이 산으로 싸였다. 서단 병사들이 겹겹이 에워싸고 발해국의 왕이 산 위에서 곤하여 죽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이루지 못하고 홍라녀가 병마를 이끌고 공격하니 모두가 혼비백산하여 다투어 달아났다. 홍라녀가 숨쉴 틈 없이 적병을 추격하다가 산 아래에서 갑자기 한 떼의 인마와 마주쳤는데 그 속에 대홀리가 있었다.

"홍라녀야, 나와 혼인하자. 그러지 않으면 나는 서단 왕과 합세하여 너를 죽이겠다!"

이 때에 서단 왕이 뒤쪽에서 공격해 들어왔다. 위기일발의 시점에 홍라녀가 보검을 들어 호수 한 쪽을 가리키자 호수가 마치 무너진 제방처럼 대홀리의 병마를 덮쳐 모두 익사케 하였다. 또 몸을 돌려 단칼에 서단 왕을 두 동강으로 베었다. 홍라녀가 달아나는 서단의 병사들을 막 추격하려는데 화살 1대가 날아와 가슴 한복판에 꽂혔다. 홍라녀는 몸을 뒤집으며 말에서 떨어져 숨을 거두었다.

늙은 황제는 쇠로 관을 만들어 홍라녀를 묻고 경박호폭포 뒤편에 홍라각을 짓고 홍라녀의 신상을 모셨다. 해마다 이 날 추석에는 모두 다 향을 피우며 공양한다. 백성들은 태평한 세월을 보냈지만 홍라녀를 그리워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

발해 황제의 여동생 (1가지)
  • {{{#!folding 아름다우나 문란한 누이 이야기
어매음탕형 御妹淫蕩型

등장인물: 홍라녀, 발해 황제

홍라녀는 발해 황제의 여동생이다. 그녀의 용모는 꽃과 구슬같이 아름다웠으며 노래와 춤에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예의범절을 몰랐으며 경망하고 음탕하기 짝이 없었다. 발해 황제도 그녀를 여러 차례 가르치고 타일러 보았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늘 조정의 관리들과 사통하고 정을 통했다. 그러다 결국 질투심이 강한 한 귀족부인에게 독살되고 말았다. 발해 황제는 그녀로 인한 황실의 치욕을 씻기 위해 쇠사슬로 홍성관을 메어 경박폭포에 장례를 지내게 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발해 제국의 여인들이 이 물을 마시게 되면서 발해 내에 음란한 기풍이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 }}}

[1] 장백산은 다들 잘 알다시피 아직까지도 중국이 백두산을 일컫는데 써먹는 명칭이고, 불고륜이라는 이름은 아예 만주 시조 신화의 퍼쿨런을 한자로 음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