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4 08:52:51

야구로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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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설명3. 비판 및 문제점
3.1. 재능으로 면죄부가 될 거라는 범법자의 생각3.2. 이 말에 대한 오용
4. 그 외

1. 개요

강 씨는 이날 오후 3시 45분쯤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너무 죄송하고 앞으로 제가 야구로써 보답할 일밖에 없는 것 같다"며 "안에서 다 조사했고 솔직하게 이야기가 나왔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강정호 "팬들에 너무 죄송…야구로 보답할 일밖에 없어". 2016년 12월 6일.
잘못을 저지른 야구 선수들이 용서를 구하면서 많이 하는 망언으로, 2016년 경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야구 이외의 종목에서도 유사 발언이 나왔으며 연예인 등 버전으로는 "연기로 보답하겠다", "음악으로 보답하겠다" 등이 있다.

2. 설명

2016년경부터 유명해지기 시작한 말로 강정호음주운전 + 상습범 + 거짓 진술 사건 이후에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1]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야구선수들이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내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라는 식의 변명을 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으며 다른 스포츠 종목이나 연예계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있었던 발언이긴 하지만 이 발언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계기는 상술한 강정호의 발언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일부 스포츠 선수들의 자기합리화 행위를 통틀어서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범죄를 일으킨 야구선수들에게는 대부분 욕이나 하고 이를 응원하면서 보답을 받을 야구 팬은 사실상 거의 없다. 이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며 운동 말고는 다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서 사회 물정에 대해 알기 쉽지 않은 엘리트 체육의 특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3. 비판 및 문제점

3.1. 재능으로 면죄부가 될 거라는 범법자의 생각

용서받는 것도 기대 안 하구요. 야구로 속죄하겠다는 말은 안 해야겠죠. 남들에게 박탈감을 줘 놓고서 좋아하는 일로 속죄를 한다. 이건 말이 안 되잖아요.
로버트 길, 스토브리그 5화. ##

처음에 몇 달은 밖에 나가지를 않았어요. 못 나가겠더라고요. 이런 내가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싫더라고요, 제 자신이. 음악을 해서 뭐하나... 음악으로 보답을 해? 말도 안 되지.
가수 이 음주운전 삼진아웃 이후 3년 만에 아이콘택트에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할 때.
이 표현엔 3가지의 문제가 있다.
  • 우선 "보답"이라는 표현이다. 여기서 보답은 "팬들이 분노하고 상처받았음에도 용서하고 계속 응원해준 은혜를 되갚겠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말은 내가 야구만 잘하면 당연히 용서받을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2] 한마디로 근자감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거기다 보답은 이타적인 행동에 쓰이는데 야구 선수 활동은 팬이 시켜서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연봉을 안 받거나 기부한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답과는 아무 연관이 없고 굳이 말해야겠다면 야구로 속죄하겠다가 맞다.
  • 둘째로는 보답에 대한 잣대를 만드는 쪽은 본인이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물의로 인해 불쾌해진 팬들이 아니고 당사자인 선수 본인이 얘기하고 있다. 팬들이 "니 잘못은 덮어둘테니 야구나 잘해서 보답해라"라고 할 수는 있어도[3]팬들이 원하는대로 야구를 열심히 한다면 정말 야구로 보답하는 것이 된다.]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인 선수가 나서서 이러고 있는 것.
  • 셋째로, 자신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여전히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달리 말해 그 '보답'이라는 것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다. 자숙을 빙자해 몇 개월 쉬다 보면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사태 및 여론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무지함과 어리숙함이 적나라하게 엿보이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본인이 업계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고 믿는 교만도 원인일 수 있다.

정리하면 복귀해서 활동을 하는 것 자체에 팬들이 거부감을 느낄 정도의 중죄를 저질렀다면 활동으로 죄를 갚을 자격이 없는 것인데 보답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스스로 활동을 하겠다고 자격 부여를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부적절한 발언이다. 어떻게 보면 이 말은 '미안하지만, 나는 평생 이걸로 먹고 살아 왔다. 하나밖에 없는 생계 수단을 박탈당해서 사회에서 도태되느니, 내가 하던 거 잘 하면서 사회에 더 열심히 기여하는 게 결과적으로 이득이지 않겠느냐'와 같은 얘기로 들릴 수 있다.

3.2. 이 말에 대한 오용

이 발언을 하는 선수들을 비난하는 논리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게 "야구는 그냥 직업일 뿐인데 직업으로 무슨 물의를 갚겠다는 것이냐?"라는 논리인데, 이는 야구 선수와 팬이라는 관계를 무시한 잘못된 비난이다. 이런 주장은 야구 선수가 일반인과 다르지 않은 그저 자기 일을 하고 돈 받아가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만약 야구 선수가 그런 존재에 불과하다면 매스컴에 나와서 대중 앞에 사과를 할 이유도 없다.

일반인은 살인을 저질러도 매스컴을 타고 공개 사과를 요구받을 일이 거의 없는데 야구 선수들은 승부조작, 음주운전, 금지약물 복용, 불법도박 등 프로스포츠 선수이기 때문에 죄가 되는 사안이나[4] 일반인이었으면 언론은커녕 주변인들에게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의 사안으로 대국민 사과를 한다. 이는 이들이 대중매체 종사자로서 모범을 보이고 기쁨을 줘야 하는 존재인데 그 기대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직업의 특수성 탓에 대국민 사과를 시켜놓고 특수성을 감안해 직업으로 보답/속죄를 하겠다고 하면 '네가 무슨 특별한 사람이라고 네 본업으로 보답을 하느냐'라는 비난을 하는 것은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 정반대의 논리를 적용하는 모순이다.

이런 억지 비난은 앞서 서술한 '야구로 보답하겠다'가 팬들의 용서를 완전히 받지 않고 스스로 자격을 부여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는 논리와도 전적으로 반대되는 논리다.

4. 그 외

  • 만화 메이저의 등장인물 조 깁슨은 왜곡된 의미가 아닌 순수한 의미로 야구로 보답한 인물이다. 주인공 시게노 고로가 5살 때 친아버지인 혼다 시게하루가 깁슨의 강속구를 맞고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는데 이후 그의 약혼자이자 후에 고로의 양어머니가 되는 호시노 모모코를 우연히 만났을 때 모모코는 어떻게든 보상이라도 하고 싶어하는 깁슨의 죄책감을 달래주며[5] '고로가 클 때까지 훌륭한 야구선수로 있어 달라'라는 부탁을 한다. 본래 깁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대투수였지만 자이언츠가 메이저급의 연봉을 제시해 단년 계약만 했는데, 스스로 계약을 2년 더 연장해 대선수를 잃은 일본 야구계에 메이저의 피칭으로 기여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을 던졌다.[6]


[1] 2024년 기준으로 강정호는 미국에서 야구 지도자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2] 보답은 용서 후에 나오는 것이다. 즉, 정작 용서를 빌어야할 당사자인 팬들은 용서 해준다는 얘기도 안 했는데 가해자 마음대로 셀프용서를 받고 그 다음 단계를 논하고 있다. 마치 빚을 진 사람에게 빌려준 사람이 독촉하러 왔는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하는 꼴이다.[3] 실제로 "야구로 보답"에 알맞는 용법은 이 경우다. 1) 팬들이 일단 용서(혹은 묵인)을 하고, 2) "너한테 딴 걸 바라진 않으니까 야구나 잘해라"라고 속죄(야구)의 방법을 제시한다면 선수 입장에서는[4] 승부조작과 금지약물 복용은 당연하지만 스포츠 선수에게만 적용되는 죄이다. 금지약물 복용은 법적으로는 처벌 사유조차 아니다. 스포츠계 내에서만 금지되는 것.[5] 이때 깁슨의 죄책감은 엄청났는데 장례식장을 가려 했으나 아버지를 살려달라며 슬피 우는 고로를 보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돌아섰으며 이후 구단측에서 와줄 것을 요청하자 왼손으로 빠칭코 기계를 부수며 "이 손은 사람을 죽인 손이다. 내가 한 아이의 아버지를 죽였는데 내가 가서 그 아이에게 뭐라 말해야 하는가?" 라며 마음 속에 있던 고통을 호소할 정도였다.[6] 당연하지만 위의 실제 사례들과는 전혀 다르다. 피해자 측에서 먼저 사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야구로 보답해달라'를 요청하였고 이를 깁슨이 수락한 것이다.(물론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고로는 당장에 받아들이지 못했으나, 이후 올스타전에 초대받은 뒤 깁슨의 마음을 알고 감정의 응어리를 풀었다.) 벌어진 사건 자체도 깁슨 본인의 지분만 있는 게 아닌데 머리에 공을 맞았음에도 경기 도중 바로 병원에 보내지 않은 구단 측 역시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