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근로자의 임금의 크기가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는 이론이다. G. Akerlof and J. Yellen[1](1988) 참조.2. 특징
근로자의 임금은 근로자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하는 전통적인 임금이론에 대해, 효율성 임금 이론은 이를 정반대로 설명하고 있다. 즉, 근로자의 임금이 높으면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보는 것이다.임금이 생산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기업은 노동자에게 시장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하게 되는 동기가 작용하고, 이는 실업이란 시장의 역할만으론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3. 이론
효율성 임금이론은 총 네가지의 큰 이론(모형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이 있었다. 영양이론, 이직이론, 도덕적 해이 이론, 역선택 이론 이 네가지이다.3.1. 영양이론
영양이론이란 균형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면 근로자는 영양상태를 더 좋게 할 수 있게 때문에 더 건강해지고, 그로 인해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보는 입장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던 시기에 나온 이론이다.균형임금이 근로자들의 영양 및 보건 상태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론이다.
3.2. 근무태만(도덕적 해이)이론
쉽게 말해서 근로자들이 "내가 여기서 이렇게 많은 돈을 받는데, 대충대충 일하다 잘리면 재취업해서 지금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겠어? 열심히 해야지!" 의 판단을 내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는 이론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고 한다.다만, 여기에는 대충대충 일하다 잘리면...이라는 전제가 붙으므로, 승진만 포기하면 업무성과를 망쳐놓아도 아무 상관없는 공공기관에서는 근무태만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계약의 유지가 업무성과가 아닌 충성심이나 복종과 연관된 낙하산 인사에서도 근무태만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3.3. 이직방지이론
근로자의 임금이 높으면 이직률이 줄어들어 생산성 유지는 물론 직장을 잃지 않으려고 열심히 일할 것이므로 자연히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것이다.3.4. 역선택방지이론
효율성 임금은 시장의 일반임금수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로 인해서 유능한 인력의 흡수가 용이하다. 즉, 정보경제학에서 말하는 노동시장의 역선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실리콘 밸리에서 제일 잘 나가는 회사들이 주로 채택하는데 지금 얼마를 받고 있건 다른 회사의 인터뷰를 봐서 offer letter[2]를 들고오면 무조건 그 금액으로 보수를 올려주는 것이다.
어차피 타사의 오퍼를 매칭하지 않으면 이직하겠다는 통첩인데,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스타트업에서 제시한 거라면 진짜 거기 가든지 ㅇㅇ 하고 무시라도 하겠지만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우버처럼 서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급의 기업에서 더 나은 계약서를 받았다는 건 이 사람은 우리의 경쟁자가 판단했을 때 이 정도 가치가 된다는 검증을 받았다는 것이고, 우리 쪽이 그 금액을 맞춰줄 수가 없다고 말해봐야 우리 조직이 경쟁사보다 비효율적이라서 그 사람의 능력을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인정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단 급여는 매칭해주고 우리가 더 효율적으로 뽑아먹을 생각을 하는 게 맞다는 판단 하에 매칭을 해주는 것.
실제 다른 회사에서 인정하는 자기가치를 증명하면 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다만, 로또기질이 심하다는 점이 있다. 기업에서 원하는 전공, 원하는 전문분야를 택한 사람이 기업에 더 많은 돈을 벌어주고 자기도 더 많은 돈을 받아가지만, 인간은 5년 10년 후에 기업에서 원하는 전공이 뭐고 원하는 전문분야가 무엇일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 메이저리그 같은 곳에서 어떤 해는 수요가 몰려 FA대박이 터지지만 이듬해 대형 악재로 시장이 냉각돼서 중박을 겨우 넘기는 경우가 노동시장에도 똑같이 나타난다. 능력의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졸업년도가 차이나서[3], 국적 로또 [4], 전공이 조금 달라서, 인공지능 같이 갑자기 수요가 몰리는 분야를 초기에 취미로라도 접해봤는지 차이로 연봉 1억을 받기도 하고 5억을 받기도 한다. 이쯤되면 거의 사주팔자의 영역...
4. 기타
이러한 임금 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가끔 혼동하는 것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한 기업이 통상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이 이익창출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면, 다른 기업들도 그렇게 할 것이고, 결국 모든 기업이 통상임금보다 많은 임금을 지급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구직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때 A기업을 택하든 B기업을 택하든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직을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지 않은가? 이렇게 되면 회사에서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 모든 기업들이 기존의 금액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한다면 시장임금 자체가 상승하게 된다. 전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우수한 인력이 앞다투어 지원하려 들 것이고, 이는 회사가 원하는 구직자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상태, 즉 초과공급 상태가 된다. 다른 말로 하면 실업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어떤 기업이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효율성 임금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정리하자면, 효율성 임금은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할 수 있다. (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동시에 효율성 임금을 실업자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왜냐하면 근로자는 당연히 고액의 연봉을 원할 것이며, 그렇게 돈을 많이 주는 기업이 있는 한 다른 회사에 입사하기를 꺼릴 것이다.
이야기를 더 발전시키면, 실업률이 증가하고 있을 때는 효율성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적어진다는 뜻이다. 당장의 일자리가 없어 생활비를 걱정하는 사람이 임금을 조금 덜 받는다는 이유로 입사를 포기하진 않을 테니까.
실제로 효율성 임금 이론을 처음 정립한 사람은 스티글리츠였는데, 이때 그의 논문 제목은 'Equilibrium Unemployment as a Worker Discipline Device : 노동자 통제 장치로서의 균형 실업' 이었다. 제목만 보면 실업률을 이용해서 노동시장을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효율성 임금 이론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로는 2015년 미국의 신용카드 결제 회사 'Gravity Payments'의 사장 댄 프라이스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당시 이 회사의 직원은 120명, 평균 연봉은 5350만원, 사장의 연봉은 10억원이었으나, 평균연봉을 7천만원으로 맞추고 그것을 위해 사장도 7천만원만 받겠다는 인터뷰였다. 4월 시행되면서 방만경영을 하면 회사가 망할 거라며 2명의 직원이 사표를 썼고, 댄 프라이스는 주식을 팔고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며 경영 악화에 직면했다. 하지만 불과 반년 지난 2015년 10월, 매출과 이익이 종전의 2배로 상승했다. 직원 숫자도 10명이 더 늘었다. 프라이스의 ‘깜짝 선언’ 직후 한주 동안 이 회사에는 이력서가 4500통이나 몰렸다.
그 외에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주는 것도 이런 시선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최고 임금을 주지 않으면 업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지원자들이 다른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취직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빼앗아오기 위해 높은 연봉을 주는 것이다. 또 임금도 계속 높은 수준으로 유지함으로써 이직을 방지한다. 뭐 꼭 대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고 그만큼의 여력이 있는 고용주가 시장임금(원하는 인적자본을 갖춘 노동력을 원하는 양(?)만큼 구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 가령 최저임금을 주고 공학 박사를 채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보다 더 주는 경우는 다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1] 전 연준 의장, 현 바이든 행정부 재무장관[2] 입사통지서 같으면서 많이 다르다. 상호계약의 개념이 매우 확실하게 잡혀있는 미국에서는 입사도 상호합의로 이루어지는 계약이므로 연봉과 각종 조건, 출근시작일 등이 명시된 문서를 받으면 서명해서 보내는 것으로 입사절차가 완료된다. 물론 서명 안하면 안가는거고.[3]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수익을 내는 IT회사들은 창업자와 핵심 멤버들이 젋다보니 같은 세대인 젊은 층을 선호한다. 요즘은 학부시절 매년 여름방학에 구글, 페이스북 인턴을 하는 경우도 있어서 인턴십만 잘 해왔다면 하나하나 가르쳐 줄 필요도 없이 당장 써먹을 수 있다.[4] 어느 나라에서 어떤 신분으로 태어났는가에 따라 아무리 노력해도 이런 노동시장에 참여조차 해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