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01-03 11:46:22

프란츠 카프카(시)



1. 개요2. 시 전문3. 해설

1. 개요

오규원의 시집 『가끔은 주목받는 생(生)이고 싶다』[1]에 수록된 시이다.

2. 시 전문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 MENU ―――
샤를르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2]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3] 1000원
에리카 종[4]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원
이하브 핫산[5] 12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3. 해설

전체는 3연 구성으로 행 구분은 명확치 않다. 오규원은 초기시에서 보여 주었던 관념과 언어, 이미지에 대한 탐구에서 나아가 후기시에 이르면 산업사회의 세속성과 일상성의 세계를 아이러니와 패러디를 통해 풍자적으로 다루게 되는데 <프란츠 카프카>는 이 후기 계열에 속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형식상으로 메뉴판을 패러디하는 독특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데 시각적인 의도가 뚜렷한 구체시(具體詩)로서의 특징을 보여 준다.

이 시는 매우 파격적인 방식으로 예술과 사상의 가치를 묻고 있는데 크게 두 개의 단락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반부에는 '-MENU-'라는 표시 아래 왼쪽에는 샤를르 보들레르, 칼 샌드버그, 프란츠 카프카, 가스통 바슐라르, 위르겐 하버마스 등의 예술가와 철학자들의 이름을 제시하고 오른쪽에서는 각각의 이름들에 구체적인 금액을 적고 있어 마치 그들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 것처럼 제시하고 있다.

후반부에는 앞부분에 왜 이런 메뉴판을 만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내로라하는 문학가와 철학가들의 사상과 작품에 기껏 800원~1,200원이라는 가격을 매김으로써 예술작품의 가치를 왜곡하는 자본주의적 양상을 비판하고 있다. 후반부에는 '돈 안 되는' 시를 공부하는 제자와 '제일 값싼' 커피를 마시는 내용이 나온다. 이런 시대에 시를 공부하겠다는 제자에게 화자는 '미친'이라는 냉소적이고 반어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자조적으로 한탄을 하고 있다.

이 시의 주제는 예술과 문학을 상품화 하고, 물질적 가치로만 평가하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대한 비판이다. 화자는 인간존재의 한계와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프란츠 카프카를 '제일 값싼' 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이는 예술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천시 받는 현시대의 풍토를 안타까워하는 화자의 절실함이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오규원이 이 시를 발표한 것은 1987년이다. 이미 그 시절에도 인문학에 대한 인식이 이러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1] 문학과지성사, 1987[2] 미국의 시인, 역사학자.[3] 프랑스의 시인.[4] 미국의 소설가.[5] 포스트모더니즘의 주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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