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13 12:27:49

카라(불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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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긴 세월 나는 당신의 충실한 노예였지! 권력을 잡는데도 민심을 잡는데도 기가 막힌 도구! 쇠도 녹이는 노리개! 아무것도 모르는 날 더러운 도구로 키워서 부모 형제 침방에 밀어넣은 게 누구야? 추한 벌레처럼 사람 정기를 빨면서 내가 마녀로 살아가도록 만든 게 누구야?! 날 사랑해? 가증스러워! 사랑이 그 따위 것이라면 난 이 세상의 모든 사랑을 죽여버릴 거야….

1. 개요2. 설명

1. 개요

불의 검에 등장하는 악역 중 한명이다. 카르마키 족의 신녀. 카르마키 족 사이에선 여신이라 불릴 정도로 숭배를 받고 있다.

2. 설명

카르마키 족의 지배자인 오빠 온구트의 비뚤어진 집착에 의해 어릴 적부터 성폭행당해왔으며, 음사술을 구사하는 마치 마녀와 같은 존재로 키워졌다. 타인과 동침하여 정기를 빼앗아 힘을 채운다. 초반부에 카라와 의무적으로 동침하여 양기를 주고 온 수하이 바토르는 한동안 병석에 앓아눕기도 했고, 나중에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자원해서 카라와 동침한 장군은 아예 미이라 같은 몰골이 되어 폐인이 되어 죽었다.[1]

즉, 같은 신녀라도 항상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닦아 구도자의 길을 가며 오랜 전란에 지친 백성들을 위로하고자 애쓰는 소서노와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소서노를 위선자라고 비난하거나 무능하다느니 사내들의 종노릇이나 하느니 하고 비웃으면서도, 때때로 소서노에게 열등감을 보일 때도 있고, 본인은 결코 인정하려하지 않지만 아주 가끔은 소서노에게 우정 비슷한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온구트는 그녀를 이용하여 형제들과 부왕을 제거하고 왕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온구트에게 반란을 일으켰을 때, '나를 부모 형제의 침소로 밀어넣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온구트에게 증오를 가져 후에 그를 배신하여 죽인 다음 자신이 카르마키의 왕위에 오른다.

온구트와의 사이는 애증으로 가득 찬 관계이다. 친오라비이지만 동침하는 사이이며, 온구트에 의해 자신이 타락한 것 때문에 그를 증오한다. 하지만 그를 죽이기 전 극심히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고, 그때문에 온구트가 반격할 틈을 주어 깊은 내상을 입어 그후로 건강과 신통력에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온구트를 죽이는 걸 망설인 것이 한때는 오라비를 사랑했기 때문인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자신의 순수했던 시간에 대한 회한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러한 그녀의 심경은 그녀가 온구트를 죽일 때 절절히 드러난다.

어린 시절부터 온구트를 비롯한 남성들에게 수없이 짓밟혀왔기에 극단적으로 남성을 혐오한다. 그녀 자신이 남자에게 짓밟힌 여자의 모습을 대변하는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자들에겐 비교적 관대한 모습을 보인다. 백성들이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어도 남자들한테는 얄짤없지만, 여자인 경우엔 대충 넘어가주거나 벌을 주더라도 곧바로 약을 내려주는 등 선처해준다.

또한 자기처럼 상처입은 여인네들을 거두어 자신의 무녀로 삼아 '딸'들이라 부른다. 그녀 자신이 온구트에 의해 마녀로 키워진 탓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끔씩 이 여인네들과 같이 하시시를 즐기거나 동성섹스를 즐긴다는 듯한 암시가 있다.

위에 나왔듯이 남성 혐오가 매우 강한데도 아사가 카르마키에 잡혀왔을 때 그를 보고 반하여 그를 손에 넣기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집요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보통 남자와는 확실히 다른 아사의 강력하고 맑은 기에 마음이 끌려, 다른 남자들에게 한 것처럼 자기 노리개로 삼아 쾌락을 즐기며 양기를 빨아내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사가 이제껏 본 남자들과 다르게 올곧은 마음을 가진 것을 알게 된데다가, 카르마키 족과 전쟁중인 아무르 족 전사대의 수장이란 사실까지 알게 되자, 아사에게 지독하게 집착하게 된다.

막판 아무르와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것을 알자, 카르마키인들이 다치지 않도록 무녀들에게 명령을 내려 백성들과 함께 모두 떠나보내고, 자신만 홀로 궁에 남아 소서노와 최후의 일전을 벌인 후 묘한 만족감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2] 후일 천궁은 이 사실을 알고, 카라가 비록 적장이지만 '왕의 전쟁'을 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악역이면서도, 비겁하거나 야비한 인간을 혐오하고 정정당당한 인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중에 약소 부족인 에벤키 족의 차기 수장인 청년 '무타'가 협력 제안을 해오면서도 전혀 기죽지 않고 할 말은 다 하는 모습을 보이자, 카라의 측근들은 에벤키 족 따위가 감히 카라 앞에서 무례하게 군다며 노발대발했지만, 정작 본인은 시원시원해서 맘에 든다며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작가의 평에 의하면 비뚤어진 페미니스트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결코 배척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될 여성들의 한 모습이라고.
[1] 수하이 바토르와는 서로의 상처를 알고 함께 세상을 저주하며 몸부림치는 기묘한 친구 내지는 동지 같은 사이라 양기를 적당히 흡수했지만, 원래 남자들에게 극심한 혐오를 품은 인물이라 권력욕으로 자기에게 접근한 다른 장수에게서는 양기를 철저하게 빨아버린 듯하다.[2] 이때 카라와 싸우느라 기력을 다하고 쓰러진 소서노 또한 카라가 죽자, 마치 친구가 죽은 것 같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