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5-22 13:29:33

지급준비제도

지급준비금에서 넘어옴
1. 개요2. 역사3. 거시경제학에서의 지급준비제도4. 뱅크런과의 관계5. 관련항목

1. 개요

/ reserve requirement system

지급준비제도'란, 은행이 전체 예금액 중, 일정 비율 이상 중앙은행에 예치해 두어야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전체 예금액 대비 지급준비금의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하며, 대한민국의 경우 법정 지급준비율은 7%이다. 물론 실제로는 시중은행들은 법정지준금보다 좀 더 많은 금액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지준금'이라 한다. 예금액 대 대출액의 비율인 예대율과는 다르다.

가령 어떤 은행이 1억 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 중 최소 700만 원(7%)은 예금주들의 수시 인출ㆍ결제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에 보관해야 하고, 나머지 9,300만 원은 대출 등으로 운용할 수 있다.

이것이 있는 이유는 예금자에게 언제든 예금을 지급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은행은 지급준비금만 남겨두고 그 외 전액을 다른 사람이나 기업 등에게 대출해 준다. 그리고 예금자들은 예금을 맡긴 대가로 대출을 통한 수익의 일부를 이자로 받고, 자금 수요자들은 은행에서 안정적으로 차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은행에 돈을 맡긴 자금 공급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으면 은행은 이를 다 지급할 수 없기 때문에, 대신 예금을 되찾을 경우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도록 하는 제도가 지급준비제도다. 따라서 개인이 예금을 찾으러 가면 언제든 찾을 수 있다.

2. 역사

중세 초기의 은행들은 정말 고전적인 은행인지라, 고객한테서 금을 받아서 그것을 저장한 이후 보관수수료로 먹고 살았다. 은행에서 기업한테 대출을 해주면서 고객한테 받아온 돈을 전용하기 시작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본래는 '불법적 거래'였으나, 이를 합법으로 만든 것이 17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예금 소유권 분쟁이었다. 당시 영국 의회에서는 이 안건을 두고 엄청난 논란이 있었으나, 의회 투표 결과 고객의 예금은 은행에 저금되어 있는 동안 은행의 소유권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투표 결과가 나오면서 합법화되었다. 그 대신 은행에 자산의 일부를 반드시 즉시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동화된 상태(현금 등)로 두어야 한다는 부분지급준비제도가 마련되었고, 약 60년 동안 세계에 이러한 시스템이 퍼져서 정착되었다.

몇번의 금융공황을 거치면서 각국은 중앙은행이나 그에 준하는 통화 관리 기관을 통해 은행에 지급준비율 준수 의무를 부과했고, 이를 경기 조절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3. 거시경제학에서의 지급준비제도

거시경제학에서 지급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system)는 위에서 언급했듯, 은행이 돈을 만드는데 많은 역할을 한다. 만약 10억 원이 있는데, 법정 지급준비율(Legal reserve requirement)이 10%라면, 1억 원만 보유하고 9억 원을 돌릴 수 있지만, 지급준비율이 20%라면, 2억 원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에, 8억 원밖에 돌릴 수 없다. 이게 얼마나 큰 차이냐고 한다면, 은행이 다루는 돈이 비단 1억 원이겠는가?

조금 자세히 설명하자면, 첫 번째 은행이 돈을 1,000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지급준비율이 20%라고 한다면, 이 첫 번째 은행이 두 번째 은행에게 빌려줄 수 있는 돈은 800원이다. 200원은 지급준비금으로 첫 번째 은행이 가지고 있게 될 것이다.[1] 이 두 번째 은행은 받은 800원을 세 번째 은행에 준다고 한다면, 640원을 빌려줄 수 있다. 위와 같이 20%는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세 번째 은행이 네 번째 은행에 준다면 512원을 빌려줄수 있고, 409.60원, 327.68원, 262.14원, 209.72원, 167.77원, 134.22원 [2] 이렇게 무한히 빌려준다고 가정해보자.[3] 10번째 은행까지 예를 들었는데 첫 번째 은행이 가지고있는 1,000원부터 [4] 10번째 은행이 가지고 있는 134.22원까지 더한다면 총 4,463.13원이 된다. 헷갈리지 말아야할 건 모든 은행이 빌린 돈을 상환해 나간다면 다시 돈의 총량은 1,000원이 되는게 맞지만, 두 번째 은행이 돈을 빌린 순간 두 번째 은행의 자산이 800원이 되므로 그 순간 시중은행의 자산규모는 1,800원으로 늘어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지급준비율 20%에서 총 시중에 풀리는 돈은 5,000원이 된다.

따라서 이런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면 1,000원이 그 배를 뛰어넘는 엄청난 돈 불리기가 완성된다. 즉 이러한 과정의 반복을 통해, 처음에 은행이 가지고 있던 예금액보다도 훨씬 많은 통화(은행 신용액)가 시장에 유통되는 것이다. 실제로 실제 통화량 중 90% 이상은 정부가 발행한 것이 아니라, 이 지급준비제도를 통해 발생한 것이다. 실물인 화폐와 달리,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돈이 전국에서 대규모로 오가며 실존하는 물건들을 사고 팔게 하는 것이다. 이 불려진 돈의 규모에 비하면 조폐 공사에서 찍어내는 화폐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 통화 공급이 팽창하면서 구매 경제력(화폐 가치)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수식으로 계산하면 아래와 같다.
M=ID/LRRM=ID/LRR
m=1/LRRm=1/LRR[5]
즉, 잠재 통화 지수와 최초 예금액을 곱하면 만들 수 있는 최대 금액이 나오는 것이다. 잠재 통화 지수는 지급준비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합쳐서 말하자면 지급준비율에 따라서 은행이 만들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는 것이다. 위의 예시의 계산을 공식으로 계산하면, 1/20%,즉 5가 되고 최초 금액인 1,000원 x 5를 하면 최대 만들수 있는 금액은 5,000원이 되는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법정준비율을 통해서 돈의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화폐 창출은 일부 대중적인 오해와는 다르다. 은행은 단순히 중개자 역할을 하지 않고 예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지 않으며 새로운 대출과 예금을 창출하기 위해 중앙은행 자금을 '증가'시키지도 않는다. 현실에서의 통화량 조절은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달려있다.#

4. 뱅크런과의 관계

AA국의 aa은행의 지급준비율이 10%로 규정되어 있다고 하자. 이 은행에 고객들이 10억 원을 예금해 놓았다면, 은행은 1억 원만 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9억 원을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해 주거나,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거나, 부동산 등 실물에 투자하는 등으로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실제 은행 금고에는 1억 원의 현금밖에 없지만, 장부 상에는 9억 원 역시 부채, 주식, 현물 등 '자산'의 형태로 남기 때문에 은행은 대외적으로 "우리는 10억 원의 자산을 갖춘 은행"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산 가치를 근거로 다른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돈을 끌어와서 투자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

왜냐면 똑같이 수익률 10%인 투자처에 투자해도 1억 원을 투자하면 천만 원이 남지만, 이자율 8%로 9억 원을 더 빌려 와서 10억 원을 투자하면 수익 1억 원이 남고, 그럼 빌린 돈 이자 7,200만 원 갚고도 2,800만 원이 남아서 그냥 1억 원만 투자했을 때보다 세 배 가까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레버리지 효과'라 하며, 각 기업, 은행, 금융기관 등은 이 레버리지 효과를 노리고 가능한 한 외부에서 돈을 많이 빌려다 투자하기 위해 가능한 한 자기 회사가 안정적이라고 선전한다.

그런데 이렇게 9억 원을 밖으로 돌리고 있는 동안, 뜻밖에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찾아와서 "2억 원을 인출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태, 즉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에는 현금이 1억 원밖에 없기 때문에 예금주들에게 돈을 돌려 줄 수가 없다. 이를 두 글자로 줄이면 부도. 또한 이 은행이 위험하게 굴리던 9억 원의 투자가 잘못되기까지 하면, 이 은행이 10억 원 상당의 자산을 갖고 있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이 은행에 투자한 개인, 기업들과 금융기관들도 이 은행과 함께 파산하게 된다.

물론 지급준비제도는 은행이 자산을 자유롭게 운용하도록 보장하면서도 언제든지 고객에게 지급할 수 있는 현금을 유지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런 뱅크런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고객이 요구한다면 언제든지 돈을 돌려줄 수 있다는 신용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므로, 뱅크런의 원인을 지급준비제도 자체에만 돌리는 것은 잘못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뱅크런 항목에서 볼 수 있듯 고객들이 요구하는 현금 지급 수준이 일시적으로 지급준비율을 초과하더라도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기에, 뱅크런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은행이 자산 운용을 잘못하여 신용을 잃었거나 일개 은행이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가 엉망으로 치닫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5. 관련항목



[1] 예를 간단하게 들기 위해, 은행에 계속 빌려주는 형태로 설명한다. 물론 개인에게도 빌려줄 수 있고 다른 용도로 활용 또한 가능하다.[2] 20%씩 은행이 가지고 나머지 80%는 다른 은행에 빌려주는 식으로 돈을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게 위에서 설명한 은행의 돈불리기다.[3] 결과적으로 무한등비급수가 된다.[4] 800원이 아니고 왜 1,000원이라고 하냐면, 빌려준 금액도 첫 번째 은행의 자산에 포함되기 때문이다.[5] 문법상, 영어로 표기함. M=최대금액, m=잠재 통화 지수(potential money multiplier, ID=최초 예금액(Initial deposit) LRR(%)=지급준비율(Legal reserve requir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