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6-03-22 10:17:01

접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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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특징3. 발전4. 환상5. 여담

1. 개요

고대 제철과정에서 탄소와 불순물 함량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했던 기법. 가열한 쇳덩이를 단조로 편 다음, 접어서 다시 두들기기를 반복한다.

2. 특징

파일:Fe_Fe3c_phase_diagram.png

위 이미지는 탄소와 금속간화합물인 Fe₃C(철 내부에서 시멘타이트라는 조직을 형성한다)의 상평형 상태도로 가로축은 탄소함량, 세로축은 온도로 표시되는 도표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온도와 탄소함량에 따라 철-탄소 합금이 어떤 상으로 존재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인데 여기서 액체, 철이 녹은 영역은 최상단에 L 이라고 표기된 부분이다.

위 도표에 따르면 우리가 강철이라 부르는 탄소함량 0.2~0.5wt%의 철 합금을 액체로 만들려면 1500도가 넘는 고온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데(실제론 용광로에서 나오는 선철은 4wt% 정도의 탄소함량을 가지기에 약 1200도 정도에서 녹는다), 이 정도 온도를 얻기 위해서는 현대의 용광로(고로)에서 사용하듯 코크스 등 탄화가 잘 된 연료를 장입한 후 고압의 뜨거운 공기를 송풍기로 강하게 불어 넣어야 간신히 얻어지는 온도이다.

따라서 인력이나 수력등에 의존해 풀무 따위로 바람을 불어넣고 연료 역시 목탄등을 사용하던 고대~전근대 제철 과정에서는 철을 녹여낼 만큼 높은 온도를 얻어내기 힘들었으며, 녹는점을 낮추기 위해 탄소 함량을 높일 경우 만들어진 철에서 탄소를 제거해 강철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더 힘들었기에 철을 녹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의 로 안에서 연료가 연소하며 나온 이산화탄소가 광석 내의 산화철을 부분적으로 환원해 철을 만들어내는 공법을 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이 경우 철과 불순물이 완벽히 분리되지 않고 불순물(슬래그)과 탄소함량이 각기 다른 철이 한 덩어리로 섞여있는 형태의 철괴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괴련철이라고 한다.(일본에서는 이를 타마하가네(옥강:玉鋼)로 부르며, 현대에도 전통 일본도를 재현할 때 사용된다)

괴련철의 경우 품질이 균일하지 않고 불순물을 함유하고 있기에 이를 제련하기 위해 전통 방식에서는 이 철괴를 부순 후 환원된 철 부분을 모아 달구어 두드리기를 반복하는 방법으로 내부 불순물을 제거하여 강철을 만들어냈는데 이 과정을 접쇠라 부른다.

3. 발전

과거 베세머 전로의 등장 이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강철을 얻기 위해 사용하던 방식이었다. 한국에서도 가야백제에서 경우 접쇠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낸 철정을 일본에 수출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러다 중국에서 철을 녹인 용선에서 탄소를 제거하여 강철을 얻을 수 있는 초강법(秒鋼法)이 개발/전파되면서 초강법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초강법은 제철 방식의 특성상 대량생산에는 유리해도 생산된 강철에 불순물이 많아 품질이 좋지 않았기에 한국에서는 실전되어 사라지고 다시 접쇠 방식으로 만들었다.[1] 19세기에 이르러 베세머 전로가 발명되고 강철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지만, 베세머 전로에서 만들어지는 강철은 불순물이 많은 저품위 강철이었기에 고품위의 강철을 생산하기 위한 용도로는 여전히 접쇠 방식이 사용되었다. 접쇠 방식이 산업적으로 완전히 대체된건 20세기 들어 지멘스-마르땡 평로 가 등장하여 고품위의 강철 생산이 가능해진 이후였다.

현재 접쇠 기법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철을 생산하는 개인 공방에서 소규모로 철기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정도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예술품으로 분류되는 전통 일본도 제작에 사용되는 타마하가네가 이 접쇠 기법을 통해 강철로 제련되는 대표적인 예이다. 그 외 현대 장인들이 서로 다른 탄소함유량의 강철, 또는 합금강을 적층한 후 두드림으로서 검신에 무늬를 만들어내는 패턴웰디드 공법이 현대적인 접쇠 기법 중 하나이다. 흔히 다마스커스강으로도 불리는 패턴 웰디드 기법으로 생산된 도검의 경우 고탄소강과 저탄소강의 색깔 차이가 만드는 특유의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예술품으로써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2]

4. 환상

초기 철기 시대를 연 가장 기본적인 제련법이라 전 세계적으로 사용된 제철 방식이지만, 이상하게도 일본도다마스쿠스 강 덕분에(?) 접쇠법이 대단한 비법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서양의 중세 초기 도검 제작 법인 페턴 웰디드(pattern welded) 방식도 접쇠 방식의 일종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기원전 훨씬 전부터 행해져 왔다. 북구지방도 지크프리트 전설과 같은 초기 게르만 전설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검을 묘사할 때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무늬가 있다라는 언급이 있다[3]. 실제로도 바이킹 소드 유물로 이렇게 철봉을 달궈 꼬아 두들겨 만든 자국을 가진 제품이 발견되었다.

이 접쇠 기술이 도입된 때는 로마 후기 민족이동시기(서기 4~8세기) 정도의 시기로,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나 독일 북부, 네덜란드 지역에서는 철기시대를 구분할 때 로마 이전 철기시대와 로마의 영향을 받은 이후의 철기시대로 구분되어 나타나는데, 로마 이후의 철기시대 도검부턴 로마의 스파타와 형태가 비슷해지기 시작하고 접쇠 기술이 도입된다. 덴마크의 Nydam 늪 유물이 이 시기의 변화상을 잘 보여준다.

즉, 접쇠 공법은 철광석을 강철로 만들기 위해 사용한 기본적인 공정이었을 뿐, 튼튼한 철을 만드는 마법의 공법이 아니다. 연철로 강철을 만들려면 접쇠는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과정이다. 주조로 고품위의 강철을 대량 생산하는 방법이 발견된 이후로는 소규모의 개인 대장간에서나 사용되었다. 제철소에서 균일한 품질의 강철이 쏟아져 나오고, 수많은 원소의 함량을 0.0x% 단위로 조절하며 분말야금 기술까지 적용된 최첨단 도검용 강재[4]가 시장에 널려 있는 오늘날 기준으로는, 적어도 성능의 측면에서는 전혀 의미 없는 역사 속 유물일 뿐이다.

게다가 현대에 생산되는 강철의 적지 않은 비율은 재활용철이 차지하고 있다. 원재료에서 불순물 제거하고, 필요로 하는 원소들 집어넣고 하는 게 현대 야금술이다. 한마디로 철광석이든 사철이든 고철이든 어차피 불순물부터 제거하고 시작하기 때문에 결과물은 큰 차이가 없으며, 사철은 불순물이 더 많기 때문에 수율만 더 낮고 비용만 더 많이 들뿐이다.

과거에 나온 양판소를 보면, 하여간 여러 번 접으면 강도, 경도, 인성, 균일성 모두 늘어나는 사기적인 공법이고 접쇠한 철 혹은 다마스커스강으로 만든 무구가 현대의 최신 도검용 합금강 재질의 무구보다 가격을 제외한 모든 범위에서 능가한다고 묘사된다. 무슨 이유인지 미스릴+아다만티움, 만년한철+운철 같은 합금으로 검을 만들 때 자주 쓰이는데, 접쇠 기법을 합금에 쓰면 금속이 잘 섞이지 않고 층별로 금속이 나뉘어 합금을 쓰는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쓰이지 않는다. 접쇠의 현실이 알려진 뒤로는 이런 묘사가 줄어들었다.

드리프터즈에서는 토요히사의 부러진 검이 접쇠 방식으로 만들어져서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눈으로 쇠를 두세 번 접은 방식을 파악, 변태같이 만들어서 수리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단조 공법으로 만들려면 접쇠는 기본인지라 딱히 변태같이 만든것도 아닐 뿐더러, 애초에 부러진 금속을 다시 붙이는건 불가능하기에 용접기도 없이 부러진 검을 수리하는건 불가능하다. 아예 다시 단조한다면 모를까.

닥터 스톤에서는 접쇠 과정도 과거에는 10번씩이나 했지만 현대 과학으로 조사했더니 접쇠과정을 2번만 해도 적당한 데다가 열처리가 더 중요하다면서 만능이 아님을 언급한다.

5. 여담

  • 제빵에도 이와 같은 제법이 존재한다. 페이스트리 반죽위에 버터를 올리고 그걸 접고 밀고 접고 밀고 하기를 수십번 해서 층을 만들어낸다. 발효법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부드러운(고급) 빵을 만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점까지도 유사하다. 제빵 말고도 설탕공예나 가락엿을 만들 때 결을 내고 사탕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 딱딱하지 않고 먹기좋은 바삭바삭한 식감이 되도록 늘리고 접는 공정을 거치는 것이 있다.
  • 한과 중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개성에서 약과를 만들 때 비슷한 공정을 거쳐서 네모나게 썰어내는 모약과라는 것이 있는데, 일반 약과와 달리 진득하지 않고 식감이 파삭하고 결 사이사이에 조청이 스며들어 한 입 물면 배어나오는 모습을 보인다.
  • 접쇠 중 가장 어려운 방식 중의 하나가 일명 젤리 롤(롤빵식 접쇠)이다.[5] 젤리 롤 접쇠는 가열한 쇳덩이를 마치 롤빵처럼 돌돌 말아서 두들기는 방식인데 가열한 쇳덩이 사이에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돌돌 마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이다. 게다가 돌돌 말았기 때문에 둥근 모양이 되는데 이러면 일반 접쇠보다 훨씬 많이 망치질을 해야 동일하게 납작해지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난이도 역시 매우 높은 접쇠 방식이다.

[1] 참고로 초강법은 선철(통상 4wt% 이상의 탄소를 함유)을 녹인 용선에 곱게 빻은 철광석, 녹가루 혹은 정제한 황토를 섞고 막대로 휘저어서 강철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한대의《회남자》, 명대의 《천공개물》에 초강법의 탈탄 과정이 기록되어 있는데, 기본 원리는 첨가된 산화철에서 떨어져나온 산소가 용선 속의 탄소를 태워 공기 중으로 날려보내는 것이다. 고고학적으로도 매우 일찍 등장하는데 관련 논문에 따르면 한국 기준 한성 백제 시절 중국에서 도입된 게 확인된다.[2] 이 경우 무늬를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에칭 기법을 이용해 표면을 부식시키기도 한다.[3] 이것을 따라 지크프리트 전설 소재 영화에서는, 지크프리트가 철봉을 달궈 꼬아서 명검 '발뭉'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4] 이런 최첨단 강재들은 접쇠는커녕 애초에 단조 자체가 매우 어렵고, 이미 첨단 기술로 성분이 균일하게 뽑혀 나온 상태기 때문에 굳이 해서 얻을 이득도 없다. 때문에 대부분 그냥 원하는 두께의 강판을 절삭 가공하는 방식으로 칼을 만들게 된다.[5] 젤리 롤 접쇠방식으로 도살칼 만들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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