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4 13:36:44

일루바타르의 선물

Gift of Ilúvatar / Gift of Men

1. 개요2. 상세3. 거부감

1. 개요

레젠다리움에 등장하는 개념.

절대신 일루바타르인간에게 준 선물로, 인간의 죽음을 말한다. 정확히는 이 세상(아르다)에 얽메이지 않기에 가지는 필멸성과 자유의지다.

2. 상세

인간 이외의 모든 종족은 육신 뿐만 아니라 영혼마저 아르다에 메여있다. 요정은 육체가 죽으면 발리노르만도스의 궁정으로 영혼만 날아가며,[1] 난쟁이는 아예 죽음 이후가 묘사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가운데땅의 모든 존재들 중 유일하게 죽음을 통해 아르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운명을 선물받았다. 아르다를 떠난 인간의 영혼이 어떻게 되는지는 만웨만도스, 그리고 일루바타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알지 못하며, 알려진 인간 중 유일하게 베렌이 죽었다 되살아났으나 그는 죽음 이후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정확히는 일루바타르가 발라들의 노래를 세상의 형상으로 비추었을 때 인간의 시대가 도래하는 부분에 이르러 비춤을 멈춰버려서 그들의 운명은 노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다. 이로 인해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자유의지, 그 영혼/정신이 아르다에 만족하지 못하기에 안식을 얻을 수 없고 세상과 그 한계 너머를 추구하는 야망이 주어졌다. 이를 통해 인간은 노래에 맞추어 살아갈 수도 있고, 노래와 무관하게 살 수도 있으며, 노래에 반하여 살 수도 있었다. 영혼이 아르다에 만족하지 못하니 안주하지 않으므로, 인간은 잠시 동안만 아르다에 머무르다 떠나고 자연스럽게 필멸성이 뒤따르는 것이다. 일루바타르는 이 선물을 내리면서 인간들이 이 선물을 언제나 세상과 조화를 이루어 쓰진 않을 것이고 자주 방황하겠지만 이를 통해 아르다가 최종적으로 가장 작은 부분까지 완성될 것이라 선언했다.

루시엔 티누비엘이 순수한 요정으로서는[2] 유일하게 이 선물을 받은 존재이지만 이 경우는 일루바타르가 허락한 극도로 특수한 케이스이다. 이외에도 엘로스아르웬 같이 인간의 운명을 택한 반요정도 존재한다. 반대로 투오르는 발리노르에 도달해 순수한 인간으로서 유일하게 요정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져 불멸을 얻었으며, 발리노르를 침공한 아르파라존과 그의 군대는 최후의 전투와 심판의 날까지 망각된 자들의 동굴에 갇히는 벌을 받아 선물을 몰수당했다.

인간들은 이 선물을 두려워하거나 혹은 혐오하지만 정작 불멸의 존재인 요정아이누, 아르다의 권능인 발라들조차 인간이 죽음을 선물로 받은 사실을 부러워하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인간들과 달리 불멸의 존재들은 세상 자체가 종말하는 그 순간에서야 해방될 수 있고 그 전까지는 아무리 괴롭고 힘들어도, 변해가는 세상에 지쳐버려도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상실과 슬픔도 오롯이 견뎌내야 하며 세상을 버린다는 선택지도 없다. 두 번째로 아이눌린달레에 의해 아르다의 모든 존재들은 운명이 정해져 있으며, 오직 인간만이 일루바타르의 선물을 받았기에 이 노래에 얽메이지 않고 아르다에서 사는 동안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거부감

아닙니다, 사랑하는 왕이시여. 그 선택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어요. 이젠 를 태우고 갈 배도 없으니 좋든 싫든 인간의 운명을 감수해야지요. 상실과 적막감을. 그러나 누메노르인의 왕이시여, 전 지금까지 당신의 일족그들의 몰락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어리석은 바보라고 조롱했지만, 마침내 그들을 동정하게 되었어요. 엘다르가 말하듯 이것이 진정 유일자께서 인간에게 주는 선물이라면, 실로 받아들이기 쓰라린 선물이니까요.
반지의 제왕 부록: 아라고른과 아르웬의 이야기
그러나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말 그대로, 아르다가 멸망할 때까지 영겁에 가까운 시간 동안 대지에 얽메여야 하는 불멸자들에겐 이것이 축복이자 선물이었지만 당사자들에겐 오히려 공포이자 저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모르고스가 인간들의 마음을 어둡게 물들였고 인간들은 선물을 해방이 아닌 저주로 여기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자기혐오에 빠졌고 일루바타르의 자손이라는 본질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어딘가 결함이 있는 존재로 여기게 되었으며 어떻게든 이 저주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오히려 인간들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왔다.

이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제2시대누메노르 말기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누메노르인들은 발라들의 축복을 받아 평범한 인간들보다 더 긴 수명과 지혜를 누렸으나, 오랫동안 번영이 지속되자 교만에 빠지기 시작했다. 발리노르로 항해하는 것을 금지한 발라들의 결정에 반기를 들거나, 공공연히 요정의 불멸을 질투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는 등 발라들과 창조주를 향한 신앙심도 약해져갔다. 이에 따라 일루바타르의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던 선대 왕들과 달리 타르아타나미르 때부터는 그러한 풍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누메노르인들의 마음을 죽음의 공포가 잠식하자 평안한 잠과 같았던 죽음은 두렵고 고통스러운 것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왕인 아르파라존사우론의 교묘한 거짓말에 넘어가 영생을 쟁취하겠다고 발리노르 침공이라는 실로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른 결과, 세상의 개변이라는 대사건이 일어나 아르다는 3차원의 구 형태로 바뀌고 발리노르는 다른 차원으로 분리되었으며, 누메노르는 하루만에 멸망해버렸고 그렇게 피하고자 했던 '인간의 운명'이 누메노르인들에게 들이닥쳤다. 그저 일루바타르의 이름을 걸고 한 맹세조차도 결코 무를 수 없는 것이었는데, 하물며 그가 직접 내린 선물은 누구도 무를 수 없기에 어리석은 행동이라 하는 것이다.

나중에 아라고른이 사망할 때에 아르웬이 한 말을 보면, 발라엘다르는 인간이 가진 죽음에 대한 공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한심하게 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필멸자와 불멸자가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원래 일루바타르가 인간을 창조하며 내린 이 운명은 죽은 뒤에 아르다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운명을 맞으라는 의미로 내린 축복이었지만, 인간들은 죽음 이후에 일어날 일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미지의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아르다가 문자 그대로 종말할 때까지라는 추상적인 억겁에 가까운 세월 동안 세상에 메일 운명인 불멸자들은 인간들이 받은 선물을 부러워했고, 그들이 분에 넘치는 선물을 받아 교만해졌다고 여겼다. 서로가 자신들의 관점에서만 판단하고 있으니 훗날 일어날 비극인 세상의 개변사우론이 아니더라도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인간들의 관점을 이해한 불멸자는 위 문단의 아르웬이나 인간 노인의 모습으로 가운데땅을 누볐던 이스타리들 중 간달프 정도였고, 같은 이스타리라도 사루만은 인간을 이해하지 않았고 그저 계도할 대상으로 봤다.

또 하나의 사례로는 힘과 영생을 주겠다는 사우론의 꾀임에 넘어간 나즈굴들이 있다. 이들이 힘의 반지를 사용해 얻은 영생은 인간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일루바타르의 선물을 거슬러 이 세상(아르다)에 강제로 속박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힘의 반지를 쓴 이들은 죽지 않게 되었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질인 일루바타르의 선물을 거슬렀기에 그 운명에 수반되는 자유의지를 점점 잃어갔고, 나중에는 인간의 형체조차도 잃어버리고 악령으로 전락했다.


[1] 요정들도 죽긴 죽는데 육신의 죽음일 뿐 영혼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날 수 없고 새로운 육신을 받아 다시 태어났다. 다만 아만이 아닌 가운데땅에서 죽었을 경우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다시 가운데땅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2] 정확히는 인간의 피가 섞이지 않은 요정. 사실 루시엔도 어머니인 멜리안이 마이아이기에 순수 요정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