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04 00:29:56

의약론

1. 개요2. 내용3. 외부 링크

1. 개요

醫藥論. 조선의 7대왕이었던 세조가 1463년(세조 9년) 12월에 직접 저술하여 간행한 의학 전문 서적.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국왕이 직접 저술한 의서이다.

2. 내용

내용 부분은 대한의사학회(大韓醫史學會) 논문 : 세조의 <의약론(醫藥論)> 에 관한 연구의 내용을 참조하였습니다.

세조는 조선의 역대 왕 중 세종대왕과 함께 의학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인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도 즉위 내내 의서의 학습 권장, 의서 강연 및 친강, 의료제민술(醫療濟民術)의 연구 및 여성의학도 의녀양성, 침구의(針灸醫), 누력의(瘻瀝醫, 결핵), 치종의(治腫醫) 같은 외과 분야의 전문학 분화, 온천욕(溫泉浴), 냉천욕(冷泉浴), 한증욕(汗蒸浴) 등의 물리요법 전문치료법 분화 등의 업적을 추진하였다.

특히 세조는 즉위 후 유학 이론에 주로 전념하던 일반적인 조선왕들과는 달리 천문, 역(易), 지리, 의(醫), 산법(算法) 등의 소위 말하는 잡학들을 굉장히 좋아했다. 때문에 왕이 된 후 유학 성현의 도를 논하는 자리인 경연(經筵)을 폐하고는 직접 신하들에게 "너희들이 잡학(雜學)이라 무시하는 천문, 지리, 의약을 알아야 제대로 된 유학자인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는 자신이 직접 신하들 앞에서 천문(天文), 지리(地理), 의약(醫藥), 복서(卜筮)의 실학(實學)을 친강(親講)하겠다고 선언하게 된다.[1] 그리하여 기존의 유학경전 경연 과정을 천문문(天文門), 풍수문(風水門), 율려문(律呂門), 의학문(醫學門), 음양문(陰陽門), 사학문(史學問), 시학문(詩學門)의 소위 세조의 7학문으로 나누게 된다.

이후 세조가 즉위한지 9년차였던 1463년 12월 무렵에 자신이 직접 전문의학서 '의약론'의 저술을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바로 자신의 업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과거 세종시기에 의방유취의 편찬에 참여했던 한계희, 노사신, 임원준 등을 찾아가 자신이 완성한 의약론에 주해를 붙여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는 자신의 저서인 의약론이 단지 왕 개인의 독단적인 작품이 아니라 당대 일급의 유의(儒醫)들 또한 확인한 것임을 확정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조의 의약론에 등장하는 의사의 유형은 총 8가지이다. 즉, 심의(心醫), 식의(食醫), 약의(藥醫), 혼의(昏醫), 광의(狂醫), 망의(妄醫), 사의(詐醫), 살의(殺醫)의 팔종지의(八種之醫)로 표현하고 있다. # 구체적인 각 의사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 심의(心醫):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환자의 뜻을 정성껏 따르는 최고의 의사. 하지만 환자와 술을 같이 마시고 정신을 잃는 의사는 심의가 아니다.
  • 식의(食醫): 음식으로 병을 치료하는 의사로, 입맛에 맞는 음식을 권한다. 하지만 과식을 제재하지 않는 의사는 식의가 아니다.
  • 약의(藥醫): 처방에 의존하여 약만 쓸 줄 아는 의사로, 위급한 상황에서도 약 복용만을 고집한다.
  • 혼의(昏醫): 위기 상황에서 당황하고 망설이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의사.
  • 광의(狂醫): 신중함이 없이 극약이나 침술을 쓰고, 자신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의사.
  • 망의(妄醫): 환자와 상의 없이 마음대로 처방하고 참견하는 의사.
  • 사의(詐醫): 의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의사행세를 하는 의사.
  • 살의(殺醫): 조금은 총명하다고 하여 자만하고 교만하며, 환자에 대한 연민이 없고 승부욕만 강한 의사로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는다. 8가지 유형 중 최악의 의사다.

치료법에 대해서는 병 치료의 임상적 방법에 대하여 논한 치병용약(治病用藥)이 수록되어 있고, 그 외에 의사와 환자의 관계 및 의료윤리에 대하여 논한 논대의정성(論大醫精誠)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팔종지의와 논대의정성은 현대 의학의 주요 논리와 거의 일치하고 있어 세조의 높은 의학적 전문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1400년대 당시 한국의 전반적인 의학 수준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자료이며, 특히 일본의 학자 미키 사카에(三木榮) 등이 그 내용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는 등 600년전 조선 왕실 인물의 수준높은 의학지식을 보여주는 사료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학 발전의 노력 때문인지 고려대 보건과학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세조 재위 기간 동안의 역병 발생 건수는 단 1건으로 조선 역대 왕 중 가장 병을 잘 다스렸던 시기였다고 한다. 반대로 가장 역병이 자주 돌았던 시기는 숙종(1675~1720) 25회, 다음이 영조(1725~1776) 19회였다.#

3. 외부 링크



[1] 세조실록(世祖實錄) 권3(卷3) 세조2년(1456) 4月甲寅(15日)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