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6 17:26:51

운장주


雲長呪
태을주(太乙呪)와 운장주(雲長呪)를 내가 시험하였나니 너희들은 많이 읽으라.
일찍이 김병욱의 화는 태을주로 풀었고 장효순의 난은 운장주로 끌렀노라.
태을주는 역률(逆律)을 범하였을지라도 옥문이 스스로 열리고
운장주는 살인죄에 걸렸을지라도 옥문이 스스로 열리느니라.
운장주(雲長呪)를 써 주시고 말씀하시기를 "이 글이 대차력주(大借力呪)니라" 하시니라.[1]
1. 전문2. 설명3. 주문 독법의 혼란
3.1. 옴옴? 엄엄? 음음?3.2. 사바하? 사파하?
4. 재사해마운장주

1. 전문

天下英雄關雲長 依幕處 謹請天地八位諸將
천하영웅관운장 의막처 근청천지팔위제장
六丁六甲 六丙六乙 所率諸將 一別屛營邪鬼
육정육갑 육병육을 소솔제장 일별병영사귀
唵唵喼喼 如律令 娑婆訶
옴옴급급 여율령 사바하
-운장주 전문

2. 설명

우리나라의 여러 증산 종교들에서 사용하는 주문으로, 중국에도 없는 우리나라 특산품(?)이다. 주문 작성자는 당연하지만 구한말 사람인 증산 강일순. 1909년, 강일순이 사망하던 해에 제자들에게 태을주와 운장주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증산도의 교세가 성했던 90년대~2000년대쯤에 하도 태을주와 함께 이 주문을 증산도 신자들이 영험하다면서 널리 선전하며 다닌 바람에 (종교나 오컬트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명해졌다. 이 주문에서 운장이란 곧 관우를 가리킨다. 신격화된 관운장의 힘을 빌어서 척신(불교식으로 업보)과 마(魔)를 퇴치하는 효능이 있다고 광고(?)하는 주문이다.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천하의 영웅 관운장이시여, (계신) 막사에 의지하여 하늘과 땅의 여러 지위 높은 장수들께 삼가 청합니다. 육정육갑육병육을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신 바, 한 번 떠나시어 삿된 귀신들이 두려워 떨게 하소서. 서둘러 율령대로 행하소서.

태을주를 비롯하여 다른 증산계 주문들이 무속이나 도교 계통에서 사용하는 주문을 편집하거나, 한 구절만 떼오거나, 덧붙이거나 하는 식으로 원본을 변용한 데 반하여, 운장주만큼은 강일순 본인이 처음부터 창작하였다. 도교스러운 용어를 쓰고 무속경문의 영향을 받은 듯힌 부분이 있긴 하여도, 관우 숭배의 본산지인 중국에도 없는 강일순만의 오리지널이다.

증산 계통 종교에서는 설명하기를 운장주가 효험이 있는 이유는 관운장이 인류사에서 가장 정의로운 정신으로 살다 간 인물이고, 사람들이 '관성제군'[2]으로 받들고 신령들 역시 정의의 신으로 받들며, 신도의 세계에서 병마대권자 즉 천상신명세계 군대의 사령관으로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증산도에서는 이 주문은 집중해서 외우면 효험이 있어서, 기운을 얻고 사신을 퇴치하고 복마의 효력이 있어 삿된 기운이 제어된다는 둥. 척신(업보)과 마신을 물리친다는 둥. 뭐 좋은 일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왠지 오컬트 사이트에서는 가위눌림을 막는 데 효험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민족종교라고 하는 증산도, 대순진리회에서 중국의 상업의 신, 무술의 신을 거의 최고 신격으로 숭배하는 꼴이기는 하다. 강일순이 신흥종교를 시작한 구한말에 중국으로부터 영향받은 관우 숭배[3]는 조선인들의 민간신앙에도 많이 침투했다. 한 사례로 명성황후가 총애한 무당 진령군도 관우를 몸주신으로 모셨다고 한다. 즉 강일순은 이미 조선사회에 퍼진 관우 숭배를 차용하여 운장주를 만든 것이고, 이는 증산계 종교가 당대의 도교적인 요소와 무속 등에 근거했다는 강력한 증거이다.

3. 주문 독법의 혼란

이 글이 주문(呪文)이라 외울 때에 웃는 자가 있으면 죽으리니 주의하라, 이 글에 고저(高低) 청탁(淸濁)의 곡조(曲調)가 있나니 외울 때에 곡조에 맞지 아니하면 신선들이 웃으리니 곡조를 잘 맞추어라.
각 종단마다 주문 읽는 소리와 방법이 다르다. 물론 서로 자기네가 진법이며 나머지는 난법이라고 한다. 그러니 읽는 방법이 통일될 리가 없다. '청탁'을 언급한 것을 보면 유무성음의 대립을 의도한 듯한데, 그래서인지 '娑婆詞' 부분을 '사파하'로 읽을지 '사바하'로 읽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3.1. 옴옴? 엄엄? 음음?

운장주 끝 부분인 옴옴급급여율령 사바하에서 우리나라 무속에서 사용하는 경문의 영향이 엿보인다.

'급급여율령'은 도교에서 흔히 주문 끝에 붙이는 상투어구인데[4] '사바하'는 진언/다라니 등에서 보이는 불교 계통의 단어다. 옴(唵) 역시 불교에서 사용하는, 옴 마니 반메 훔이라고 할 때의 그 '옴'이다.

참으로 기이한 도불습함 퓨전인데, 무속인들이 사용하는 태을보신경(太乙保身經)에도 말미에 唵唵喼喼如律令 娑婆訶라는 똑같은 부분이 나타난다. 무속인들이 사용하는 경문에서는 그 외에도 '옴 급급여율령 사바하', 혹은 '옴 급급여율령 훔' 같은 비슷한 도불습합 퓨전이 매우 흔하게 보인다. 강일순이 무속에서 사용하던 경문이나 주문들에서 이런 퓨전 형식을 따왔을 것이다.[5]

그런데 본디 옴이라고 읽어야 할 글자를 상당수 증산종교인들은 '암'도 아니고 '엄'이라고 읽는다. 현대 한국에 있는 여러 증산종교들 중에서 가장 활발하고 큰 교단인 증산도에서 '엄'이라고 읽음으로써 이 독법을 더욱 부추겼다.

(머금을 암)자는 원래 발음이 이지만, 불교 진언을 한자로 음역했을 때에는 이라고 발음한다. 으로 읽는 독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속인들도 태을보신경 등을 낭독할 적에 일관되게 '옴'으로 읽으며, (강증산의 외동딸이 창교한) 증산법종교에서 발행한 서적에서도 '옴옴'으로 쓰고 있다고 한다. 해당 주문이 불교 진언에서 글자를 따왔음을 생각하면 당연히 불교식 독법대로 '옴'이라고 읽음이 타당하다. 하지만 '엄'이라고 읽는 독법이 퍼진 이유는 아마도 한자의 와음일 것이다. 이란 한자의 우방에 (가릴 엄)이 있으므로 이것 때문에 엄으로 잘못 읽었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증산종교인들은 더욱 이상하게 으로 읽기도 한다. 정말 설명이 안 되는 해괴한 독법인데, 이 한글로 작게 쓰면 모양이 비슷해서 착각하기 쉬우므로 여기서 오류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증산종교계 내부에서는 唵 자를 옴/엄/음, 이렇게 세 가지 발음으로 서로 다르게 읽지만, 무엇이 옳은 독법인지 아무 문제의식이 없다.

3.2. 사바하? 사파하?

증산도식 독음 때문에 증산종교인들 사이에서 사바하(娑婆訶)의 독법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증산도 홀로 사파하라고 읽기 때문인데, 婆자가 '노파 파'라서 그렇다. 원래 사바하란 말은 산스크리트어로 svaha라고 쓰는데, 중국에서 한자로 이를 음역하여 娑婆訶라고 했다. 한국식 한자음으로는 '사파하'라고 읽어야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사바하'라고 읽음이 관습이다. 조선시대 진언집에서도 'ᄉᆞᄫᅡ 하'라고 써 있다.[6] 그래서 한자사전에서도 婆자에 대해 '노파 파'와 함께 '음역자 바'라는 독음도 같이 달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증산도에서만 홀로 '사파하'라는 음역을 쓰는 것. 증산도보다 더 역사가 오래 된 다른 증산종교들에서는 '사바하'라고 하지 '사파하'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 단어가 불교에서 유래했음을 생각하면 '사바하'가 옳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대순진리회는 '사바하'가 아니라 '사바아'로 읽기도 한다. 산스크리스트어 svaha 쓰와하를 스바아로 착각해서 그런 듯 하다.

한편 문공신 교단과 태을선도는 사바하 자체를 하지 않고 옴옴급급여율령까지만 한다.

4. 재사해마운장주

천지일월 성신해마 조화 소멸음해 무신납
天地日月 星辰解魔 造化 消滅陰害 戊申臘
천하영웅관운장 의막처 근청 천지 팔위제장
天下英雄關雲長 依幕處 近廳 天地 八位諸將
육정육갑육병육을소솔제장 삼십육만철기신장 일별병영사귀
六丁六甲六丙六乙所率諸將 三十六萬鐵騎神將 一別屛營邪鬼
옴옴급급여율령
唵唵急急如律令

더 붙혀서 이렇게 쓰기도 한다. (그러나 이 판에서는 사바하가 없다.)



[1] 여기서 차력(借力)이란 말은 힘을 빌린다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은 요상한 힘을 부리려면 흔히 외부의 신령 같은 존재에게 힘을 잠시 빌려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력사'란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차력주'란 말은 (관우라는) 신령의 큰 힘을 빌려오는 주문이란 뜻이다.[2] 문공신 교단과 태을선도에서는 천하영웅 관성제군으로 읽는 성제주도 있다.[3] 삼국지연의 등이 나온 이후, 실제 역사가 아닌 소설 속 관우라는 '캐릭터'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끝내 신격화되기 이르렀다.[4] 중국 한나라 때 공문서 말미에 '급급여율령'이라고 써서 올리곤 했는데, 법(율령)대로 빨리 처리해주시길 바란다는 의미였다. 도교에서는 주문 등이 천상에 보내는 공문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상의 공문서 양식을 받아들여 주문 끝에 '급급여율령'이라는 말을 붙여서 빨리 주문 내용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의미를 나타냈다.[5] 참고로 증산종교에서 과거에 입문자들에게 많이 읽혔다는 신성주(神聖呪)라는 주문은 아예 무속인들이 사용하는 태을동선경(太乙東仙經)이라는 주문의 첫 머리를 그대로 따온 것이다.[6] 참고로 한국불교학회에서 정한 산스크리트어 음역 기준에 따르면 svaha를 '쓰와하'라고 음역한다. 하지만 이 기준을 따르지 않고 로마자 표기를 그대로 읽어 '스바하'라고 쓴 경우가 더 자주 보인다. 국립국어원의 국제 음성 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기반하면(ʋ가 표에 없긴 하지만) '스바하'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