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08 16:44:25

왕수(화학)

1. 개요2. 성질 및 용도3. 보관4. 왕수보다 인체에 위험한 산성 물질5. 대중매체에서

1. 개요

, Aqua Regia
한자와 라틴어 모두 직역하면 왕의 물이라는 뜻이다.

2. 성질 및 용도

염산질산을 3:1 비율로 섞은 액체로 다른 산성 물질에는 녹지 않는 이나 백금 등도 녹일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에 수(王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다. 탄탈럼이나 이리듐은 꿈쩍도 하지 않지만 상온에서의 이야기일 뿐 100℃ 이상으로 가열하면 왕수의 승리. 단, 루테늄만은 펄펄 끓는 왕수에도 녹지 않는다. 정작 허무하게도 이 루테늄은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에 녹아버린다.

처음 만들어 두면 노르스름한 빛이 도는 빨간 액체인데, 점점 사용하다 보면 왕수가 맛이 가서 노란색이 되었다가 마침내 하얗게 변한다. 노랗게 변할 때쯤이라면 새 왕수로 교체하여야 한다. 이 물질이 금이나 백금을 녹일 수 있는 이유는 단순히 강산이기만 해서인 것은 아니고 염소와 염화나이트로실(NOCl)이 금과 백금을 녹일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금에 녹인 상태의 왕수에서 물을 빼면 염화금산이 된다.

실험실에서는 금, 은 등 금속 콜로이드 용액을 사용한 초자[1]를 세척할 때 반드시 사용한다. 금 콜로이드 용액은 세 글자로 쓰면 금나노인데, 이것을 그냥 놔뒀다가는 나중에 다른 용액을 담았을 때 용액을 오염시킬 수 있고, 반응을 돌릴 때 방해물질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초자 벽면에 푸르뎅뎅하게 달라붙어 있는 금이 별로 보기 좋은 것도 아니다.

헝가리 출신의 화학자 헤베시 죄르지[2]닐스 보어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동료 과학자인 제임스 프랑크와 막스 라우에의 노벨상 금메달을 이 왕수로 녹여서 나치의 감시를 피해내기도 했다.[3] 녹인 메달은 종전 후 헤베시가 다시 석출[4]하여 금덩이로 만들어 노벨재단에 돌려주었으며, 사정을 알게 된 재단에서는 이 금덩이를 다시 메달로 제작해 주었다.

옛날에 왕수를 이용해 금을 밀수하려다 적발된 사건이 있었는데, 그 귀한 금을 녹인다는 임팩트가 커서 그런지 화학 분야에 문외한인 일반인들도 왕수의 존재는 대부분 알고 있다.

3. 보관

이렇게 반응성이 강한 왕수를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왕수로도 유리는 녹일 수 없기에 그냥 유리병에 넣어두면 된다. 그렇지만 오래되면 활성이 떨어지니 그때그때 만들어 쓰는 것이 좋다.

4. 왕수보다 인체에 위험한 산성 물질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pH가 왕수보다 낮은 산들로, 주로 초강산이다. 대표적으로, 마법산(Magic Acid) 등이 있다. 참고로 왕수는 pH -1이다.

두 번째는 수소 이온 외의[5] 물질들이 유해한 산이다. 대표적으로 플루오린화 수소(HF, 불산)를 꼽을 수 있다. 플루오린화수소산은 약산이지만 3대 강산(염산, 황산, 질산) 따위와는 비교를 불허할 만큼 훨씬 더 위험한 물질이다. 보통의 산성 물질이 피부에 묻으면 피부 겉 부분부터 화상을 입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불산은 인체에 묻으면 피부는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지만, 불산이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가 뼈를 녹이고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닌다. 심한 경우 닿은 신체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까지 있을 정도이고, 설령 어찌어찌 피해 범위가 피부만으로 좁혀진다 하더라도 피부에 큰 흉터가 진다거나 그런 수준이 아니라 아예 피부의 진피층이 손상되어서 상처가 평생 낫지를 않는다. 쉽게 말해 겉은 멀쩡한데, 속이 박살나는 것이다. 불산을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반도체 연구 쪽에서는 이것 때문에 죽는 산업재해도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위험한 산이니, 약산이라는 것만 보고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은 절대 금물이다. 심지어는 플루오린화수소산을 다리에 떨어뜨려서 즉시 다리를 절단했으나 얼마 못 가 사망한 사례까지 있을 정도다. 한 마디로 노출되면 그냥 죽는다고 봐도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극히 위험한 물질이다. 이렇게 불산이 흉악한 이유는 수소 이온보다 플루오린화 이온 때문이다. 플루오린화 이온의 반응성이 너무 강해 인체가 못 버티는 것이다.

5. 대중매체에서

  •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의 히로인인 히메지 미즈키가 부록 에피소드에서 애정이 담긴 비밀 레시피로 고기감자조림을 만들다가 자연 발생시켰다. 탄수화물을 당으로 분해하기 위해 진한 황산을 넣고 깔끔한 신맛을 추가하기 위해 클로로아세트산, 거기에 방부제 기능을 위해 질산칼륨을 첨가한 결과. 만든 본인은 그이의 혀를 녹일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혀는 고사하고 여러 가지를 녹여버릴 것이라 나레이션은 설명한다. 말 그대로 독요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걸 시식해야 하는 요시이의 운명은...[6]
  • 엘리먼트 헌터에서는 아리 코넬리 팀이 황금 QEX를 포획하기 위해 왕수로 된 함정을 만드는 작전을 세웠다.
  • 본격 리얼계(?)를 표방하는 라이트 노벨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에 나오는 기괴한 용모의 하나인 용 중 흑룡은 브레스로 왕수를 쏜다.
  • 토리코에서 코코가 한 번 쓴 적 있다.
  • 암살교실에서 오쿠다 마나미살생님에게 수산화나트륨, 질산 탈륨을 줬기에, 살생님은 두 개를 다 마시고 이후 마지막으로 마시곤 죽지는 않고 5권 표지에 나온 그대로 '무'(無)의 경지에 도달한다.
  • 신의 퀴즈에서 독극물로 사용된 것이 금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 왕수를 사용했다. 상술한 대로 왕수는 금을 녹이는 물질이기 때문에, 부검에서 발견된 물질에 왕수를 떨어뜨려 금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
  • 대만에서 제작한 고전 무협 RPG 풍운지천하회(風雲之天下會)에서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왕수(王水)는 보물상자를 감싸고 있는 바위를 녹이는 데 쓰인다. 천하회 뒷산에서 얻을 수 있다.

[1]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유리로 된 실험 기구들을 통칭하는 말이다.[2] 194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3] 자세히 말하자면, 보어는 제임스 프랑크와 막스 폰 라우에가 나치 독일로부터의 몰수를 피하기 위해 보내온 노벨상 메달을 본인의 연구소(닐스 보어 연구소)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독일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켜 덴마크를 침공하자 두 사람의 노벨상 메달이 노출될 위기에 처하였다. 이 때 동료인 죄르지의 제안을 받아들여, 메달을 왕수에 녹여서는 연구소 선반에 놓고 덴마크를 탈출했다. 연구소를 뒤지던 독일군은 왕수가 든 병에 메달이 녹아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여 건드리지 않았다.[4] 析出, 화합물을 분석하여 어떤 물질을 분리해 내는 일.[5] 첫 번째의 pH가 수소 이온의 농도와 관련이 있다.[6] 참고로 히메지 미즈키는 애초에 왕수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