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6-26 18:37:47

여도지죄

고사성어
남을 복숭아 허물

1. 개요2. 유래

1. 개요

'먹다 남은 복숭아의 죄'라는 뜻으로, 같은 행동이라도 사랑을 받을 때와 미움을 받을 때가 각기 다르게 받아 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고사성어이다. 애증지변(愛憎之變)이라고도 한다.

2. 유래

昔者彌子瑕有寵於衛君。衛國之法:竊駕君車者罪刖。彌子瑕母病,人間往夜告彌子,彌子矯駕君車以出。君聞而賢之,曰:「孝哉!爲母之故,忘其刖罪。」異日,與君遊於果園,食桃而甘,不盡,以其半啗君。君曰:「愛我哉!忘其口味以啗寡人。」及彌子色衰愛㢮,得罪於君,君曰:「是固嘗矯駕吾車,又嘗啗我以餘桃。」故彌子之行未變於初也,而以前之所以見賢而後獲罪者,愛憎之變也。故有愛於主,則智當而加親;有憎於主,則智不當見罪而加䟽。故諫說談論之士,不可不察愛憎之主而後說焉。

옛날 미자하(彌子瑕)가 위(衛)나라 군주의 총애를 받았다. 위나라의 법에, 몰래 군주의 수레를 몬 자는 발뒤꿈치를 베는 형벌에 처했다. 미자하의 어머니가 병이 들자, 어떤 사람이 밤중에 몰래 가서 미자에게 알렸다. 미자가 군주의 명령이라 속이고 군주의 수레를 몰고 나가니, 군주가 듣고 그를 어질다고 여기며 말하기를, “효성스럽구나! 어머니를 위하여 발뒤꿈치가 잘리는 죄를 잊었도다.”라고 하였다. 다른 날, 군주와 함께 과수원에서 노닐다가, 복숭아를 먹는데 달아서 다 먹지 않고 그 절반을 군주에게 먹이니, 군주가 말하기를, “나를 사랑하는구나! 자기 입맛을 잊고 과인에게 먹이는구나.”라고 하였다. 미자하의 용모가 쇠하고 총애가 느슨해지자, 군주에게 죄를 얻었다. 군주가 말하기를, “이 자는 본래 일찍이 내 수레를 몰래 탔고, 또 일찍이 나에게 먹다 남은 복숭아를 먹였다.”라고 하였다. 때문에 미자하의 행동은 처음과 변함이 없었으나, 이전에는 어질다고 여겨졌던 까닭이 나중에는 죄를 얻게 된 것은, 사랑과 미움의 변화인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의 사랑을 받으면 지혜가 들어맞아 더욱 친밀해지고, 군주의 미움을 받으면 지혜가 들어맞지 않아 죄를 받고 더욱 멀어진다. 그러므로 간언하고 유세하며 담론하는 선비는, 군주의 사랑과 미움을 살핀 뒤에 유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비자 韓非子》 세난 說難
전국시대의 저서 <한비자>에 나오는 고사로 (衛)나라 위영공대부(大夫)를 지낸 미자하(彌子瑕)라는 미동(美童)이 있었는데, 너무 잘 생겨서 위나라 임금 위영공[1]총애를 받았다. 어느 날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미자하는 급한 김에 임금의 수레를 타고 어머니 병문안을 다녀왔는데 당시 국왕의 수레를 함부로 쓰면 발뒤꿈치를 잘리는 '월형'이라는 형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임금은 죄를 묻기는커녕 "벌받을 것을 알면서도 수레를 타고 문안을 가다니 효성이 지극하다."라며 오히려 극구 칭찬했다.[2]

또 한번은 미자하가 과수원에서 임금과 산책하다 복숭아를 하나 따서 먹다가 맛이 매우 좋자 자신이 먹던 복숭아를 임금에게 주었는데, 이는 불경죄로 처벌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죄였음에도 되려 "자신이 먹던 것도 잊고 날 주다니, 나를 사랑함이로다."고 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시들자 임금의 사랑도 식어갔는데, 그러던 어느 날 미자하가 죄를 짓자[3] 임금이 호통치길, "네 이놈. 너는 전날 내 수레를 함부로 훔쳐 탔고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주었지. 고얀 놈이로구나!"라며 중한 벌을 내렸다고 한다.

눈에 씌여진 콩깍지가 벗겨지면 어떻게 되는가를 잘 알려주는 고사라 할 만하다. 위영공은 군주로서 처벌에 자주 예외를 두고 나라의 기강을 흐트러뜨렸다며 국내외에서 비판받기도 했다.

한비자는 이 얘기를 평하기를 "미자하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으나 변한 것은 군주마음이다. 예쁠 때는 뭔 짓을 해도 예쁘지만 눈밖에 나면 그 행동이 다 미워지는 법이니 무슨 말을 할 때는 군주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상황 봐 가면서 해야 할 것."이라 했다.


[1] 마찬가지로 <한비자>에 따르면 이 사람은 망국지음이라는 고사성어와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2] 판본에 따라서는 임금의 말인 버전도 있다. 말이든 수레든 당시에는 군사적으로도 중요했던 것이라 요즘으로 치면 국가원수 의전차량 내지는 전차를 함부로 타고 나간 급이다.[3] 버전에 따라서는 미자하가 따로 또 죄를 지은 게 아니라 임금의 기분이 안 좋을 때 그냥 지나가던 중이었을 뿐이라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