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분열증─안티 오이디푸스 Capitalisme et schizophrénie. L'Anti-Œdip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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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질 들뢰즈 펠릭스 가타리 |
국가 | 프랑스 |
형식 | 철학 |
언어 | 프랑스어 |
출판년도 | 1972년 (프랑스) |
2000년/2014년 (한국) | |
쪽 수 | 494쪽 (원서) |
704쪽 (한국어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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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천 개의 고원』은 이와 달리 칸트 이후의(나아가 단호한 반헤겔적 시도들)에 기반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은 구성주의적이다. 따라서 다양체 이론이 그 자체로서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하다는 것이 어떻게 실사의 상태로 넘어가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반면에 『안티 오이디푸스』에서는 아직도 다양체를 종합 속에서만 그리고 무의식이라는 조건 속에서만 고찰했었다.
─질 들뢰즈, 『천 개의 고원』 이탈리아어 판 서문 中
─질 들뢰즈, 『천 개의 고원』 이탈리아어 판 서문 中
우리가 필요한 것은 도덕적이면서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자들의 위원회가 아니라 사용자 집단이며, 우리는 바로 거기에서 권리로부터 정치로 이행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러한 정치로의 이행을 겪은 것은 1968년 5월과 더불어 가타리, 푸코, 엘리아스 산바르 덕분에 정확한 문제들에 접촉하면서입니다. 『천 개의 고원』는 전적으로 정치철학에 관한 책일 것입니다.
─질 들뢰즈, 「통제와 되기: 안토니오 네그리와의 대담」 中
─질 들뢰즈, 「통제와 되기: 안토니오 네그리와의 대담」 中
1972년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공동 저술한 철학서. "자본주의와 분열증"(Capitalism and Schizophrenia) 기획의 첫 번째 권으로, 두 번째 권인 『천 개의 고원』(1980)과 함께 20세기 프랑스 철학의 문제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저작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개념에 대한 비판과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분석을 제시한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학, 인류학, 문학 등을 경유하며, 욕망이 단순한 결핍이 아닌, 욕망기계라는 개념을 통해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힘임을 강조하고, 자본주의가 욕망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억압하는지 분석한다.
방대한 배경지식과 난해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68 운동이라는 정치적 분위기를 배경에 힘입어 상당한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고, 들뢰즈가 독창적인 철학사가에서 스타 지식인으로 변모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후일 들뢰즈는 전통적인 학계를 넘어선 사회 각계각층, 예술가, 사회운동가, 가정주부, 육체노동자 등으로부터 『안티 오이디푸스』에 대한 호응이 담긴 편지들을 받았다고 회상한다.
2. 구성
- 서문: 비-파시스트적 삶의 입문서 - 미셸 푸코
- 1장 욕망 기계들
- 2장 정신분석과 가족주의―성가족(聖家族)
- 3장 미개, 야만, 문명
- 4장 분열-분석 입문
- 부록: 욕망 기계들을 위한 프로그램 결산[1]
3. 사상
3.1. 자본주의 분석
들뢰즈와 가타리는 자본주의를 단순한 경제 체제 이상의 것으로 분석한다. 그들은 자본주의가 기존의 사회적·정치적 체제들보다 더 복잡하고 유동적인 체제라고 보았으며, 내재적 한계들을 끊임없이 넘어서고 확장하는 체제로 파악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들뢰즈와 가타리는 탈코드화/재코드화와 탈영토화/재영토화라는 상호보완적 개념쌍을 도입한다. 탈코드화/재코드화는 의미 체계와 사회적 규칙에 적용된다. 탈코드화는 기존 의미 체계를 해체하는 과정이며, 재코드화는 이를 새로운 체계로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봉건적 신분제 코드가 해체되고 자본주의적 노동 관계로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이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자본주의는 기존의 규범과 체제를 끊임없이 해체하면서도 동시에 모든 것을 '화폐'라는 추상적 등가물로 환원한다. 탈영토화/재영토화는 보다 광범위한 개념으로,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정체성, 사회적 영역, 심리적 구조 등 존재론적 위상을 포함한다. 전통적 농촌 사회에서 노동력이 해방되어(탈영토화) 도시의 공장 시스템으로 재배치되는(재영토화) 과정이 대표적 사례다.들뢰즈와 가타리는 이러한 개념틀을 통해 마르크스주의를 비판적으로 계승한다. 마르크스주의가 자본주의를 생산수단의 소유 구조와 계급투쟁 중심으로 분석했다면, 들뢰즈와 가타리는 자본주의의 유동성과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자본주의를 단순한 착취 구조가 아니라, 끝없는 탈영토화와 재영토화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억압적인 동시에 해체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기술 혁신이나 문화적 창조성을 통해 전통적인 질서가 해체되지만, 이는 곧 새로운 형태의 통제 구조로 재구성된다. 자본주의는 일시적 자유와 창조성을 제공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그 자유마저 자본 축적의 논리에 종속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전통적인 발전 도식에도 도전한다. 원시사회와 봉건사회는 강력한 규범적 코드와 전통을 통해 사회 질서를 유지했다. 반면 자본주의는 이런 경계와 질서를 끊임없이 해체하고 재구성하면서 기존 체제들의 한계를 초월한다. 이런 측면에서 자본주의는 단순한 역사적 발전 단계가 아니라, 사회 체제의 내재적 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이해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 차이를 포착하기 위해 '코드'와 '공리학'(axiomatics)이라는 구도를 제기한다. 원시사회와 봉건사회에서 사회적 질서는 구체적이고 복잡한 '코드'에 의해 유지된다. 코드는 사회적 관계, 경제적 교환, 의례와 의식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는 규칙 체계다. 이러한 코드는 혈연관계, 사회적 지위, 종교적 의무 등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개인의 행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코드는 질적이고 구체적인 특성을 지니며, 초월적 권위(신, 조상, 왕 등)에 기반하여 정당화된다.
자본주의는 이러한 전통적 코드를 해체하고, 대신 '공리학'이라는 완전히 다른 작동 방식을 도입한다. 공리학은 수학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내용이나 의미보다는 형식적 관계와 추상적 등가성에 기반한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것이 추상적 양(화폐가치)으로 환원되며, 상세한 코드 대신 몇 가지 기본 공리(이윤 극대화, 자본 축적 등)에 따라 체제가 운영된다. 공리학은 코드와 달리 유연하고 확장 가능하다. 자본주의는 새로운 문제나 도전에 직면할 때 기존 코드를 수정하는 대신, 단순히 새로운 공리를 추가하거나 기존 공리를 조정한다. 이러한 공리학적 특성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모든 형태의 사회적 관계와 생산을 자본의 논리 안으로 포섭할 수 있다. 코드가 지배하는 체제에서 경제적 교환은 사회적 의미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 반면 공리학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에서 교환은 의미로부터 분리되어 순수한 양적 관계로 환원된다. 이것이 바로 들뢰즈와 가타리가 자본주의를 탈코드화된 체제이면서도, 동시에 이전 체제들이 마주했던 한계를 초과하는 체제로 보는 이유다. 자본주의는 모든 질적 차이를 양적 차이로 환원함으로써, 어떠한 내용적 한계도 공리적 계산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립한다.
4. 기타
- 슬라보예 지젝은 들뢰즈가 『의미의 논리』에서 탁월하게 제기한 문제의식이 『안티 오이디푸스』에서는 허술하게 다뤄진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는 흥미롭게도 지젝의 사상적 토대인 자크 라캉의 견해와도 연결되는데, 라캉은 『의미의 논리』를 높이 평가하며 들뢰즈를 자신의 학파에 포섭해야 한다고 극찬한 바 있다.
[1] 1973년 증보판에 추가된 텍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