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우리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도 마법이지만 세계를 구한 것도 마법인 것이다."
○ 셀바트의 불의 신전, 어둠의 태양이 봉인된 곳에서
수저민족은 팔콤의 게임 시리즈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에 등장하는 가상의 민족이다.[1] 신영웅전설Ⅳ 주홍물방울의 세계인 엘 필딘에서는 현재 엘 필딘의 인구를 구성하는 붉은 민족보다 먼저 거주했던 민족이라는 의미로 '푸른 민족'이라는 이름이 전해진다. 그런데 사실, '푸른 민족'이라는 이름은 이 민족이 스스로를 지칭할 때 쓰이는 이름이며, 다른 이들이 그들을 지칭할 때는 '수저 민족'이라고 불리곤 한다. 5편에 언급된 바에 의하면 이들 수저민족은 같은 수저민족을 만나면 서로 모르는 사이더라도 본능적으로 동포임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 셀바트의 불의 신전, 어둠의 태양이 봉인된 곳에서
이들은 멀고 먼 옛날, 마법을 사용하는 민족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사라진 '환상의 멜로디'를 만들어낸 민족이라고도 전해진다. 영웅전설Ⅴ 바다의 함가에 등장하는 중심인물, 레오네 프레데릭 리히터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이 환상의 멜로디를 다시금 만들어냈다고 한다. 레오네가 재현해낸 멜로디에는 수저의 멜로디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래는 치명적 스포일러다. 영웅전설Ⅴ 바다의 함가를 플레이할 생각이 있다면 읽지 않는 것을 정말, 간곡히 추천하는 바이다.
2. 스포일러
수저민족은 가가브가 3개의 세계(티라스일, 엘 필딘, 벨트루나)로 갈라지기 전부터 존재한 이 세계의 조상뻘 되는 민족이다. 동시에 세계를 갈라지게 만든 원흉을 제공한 것도 수저민족.
그들의 마법은 음계를 연주함으로서 사용하는 것, 바로 공명마법. 이것을 레오네가 재현하여 기록해 둔 것이 바로 공명석이다. 이 공명석은 하나하나의 음계를 연주해서 효과를 얻을 수도 있고 전부 합치면 수저의 멜로디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 공명마법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존재했다. 연주하는 자(술자)가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생각을 품고 마법을 사용하면 마법에서 어둠의 사념이 발생한다는 것. 이 사념을 해주파라 한다. 사실 인간이란 존재가 살아가면서 사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존재기에 해주파가 발생하는 거라고 게임 내에서 언급되기도 한다. 여하튼 공명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발생하는 이 해주파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사라지지 않고, 어느 이상 축적되면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었다. 수저민족은 이 사실을 발견하고 공명마법의 사용을 금지하나, 공명마법은 공공연히 계속해서 사용되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생겨나 축적된 해주파와, 인간의 한탄의 사념들이 결합하여 생긴 것이 바로 해주파 덩어리이다. 결국 이 해주파 덩어리로 인해 세계가 멸망의 위기를 맞게 되자, 수저 민족은 이전에 존재를 확인한 바 있는 이계로 이 덩어리를 전송하기로 한다. 이때 비올라륨이 사용되었다. 원래 비올라륨은 해주파 덩어리를 소멸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였지만 시간부족으로 미처 다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주파 덩어리의 폭주를 제어할 수 없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이계로 보내는 방책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미완성인 비올라륨도 온전하게 작동하지 않아서, 결국 해주파 덩어리에서 일정 정도를 떼어내 비올라륨의 공진 동력원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큰 덩어리를 이계로 보내게 된다.
비올라륨을 공진시킬 때 사용한 작은 해주파 덩어리는 사막지방인 셀바트에 봉인하여 어둠의 태양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그리고 이계로 보내어진 해주파 덩어리는 후세에 '이계의 달'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리고 해주파 덩어리를 이계로 보내면서 발생한 충격으로, 대지에는 가가브가 새겨지게 된다.[2] 이 사건이 발생한 순간을 기점으로 가가브력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가가브로 인해, 티라스일, 엘 필딘, 벨트루나는 오랜 시간동안 단절되어 다른 대륙 간에 서로의 존재를 잊어간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그들의 유적들[3]을 통해 후손들은 가가브 이전에 세계는 하나였다는 사실과 수저 민족의 존재를 알게 된다.
가가브를 계기로, 수저 민족은 공명마법을 완전히 버리기로 하고 스스로를 셋으로 나누어 역사의 무대에서 모습을 감춘다. 각각 기(기술, 技), 기(그릇, 器), 그리고 업(죄업, 業)을 담당하는 세 부족이 그것이다.
기술을 담당하는 부족은 큰뱀의 등뼈 위에서 가가브의 바로 앞을 바라보는 슐프에서 공명 마법의 일부를 후대로 전하고 어둠의 태양을 완전히 없앨 힘을 기르는 부족(아리아의 출신 부족)이다. 그러나 이들도 수저의 멜로디를 온전히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릇을 담당하는 부족은 비올라륨과 이계로의 통로를 지키는 부족으로, 브로데인의 왕가가 된다. 그러나 이들은 비올라륨을 제어하기 위한 멜로디 '푸른 장송(葬送)'[4]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공명마법도 전해지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브로데인 왕가도 몇 번의 대화재를 거치며 그 자료들이 대부분 소실되어 그 사명을 알고 있는 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죄업을 담당하는 부족은 선조의 죄업을 대신 짊어지며 살아가는 부족으로, 원래는 이계에서 해주파 덩어리(이계의 달)와 셀버트에 봉인된 어둠의 태양을 감시하는 이들이었으나 세월이 지나갈 수록 양 쪽의 교류가 사라져 다른 부족이 되어버렸다. 영웅전설 3, 5편에 수저민족의 후손이 깊게 관여하고 있다. 우선 5편의 최종보스는 그릇을 담당하던 수저민족의 후예고, 3편의 최종보스는 죄업을 담당하던 이계의 사람들이다.
4편 주홍물방울의 경우 구편에서는 그 존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신편에서 디테일하게 손봤다. 여행 도중 만날 수 있는 유랑가희 디애나가 수저민족의 후예로 추정되며 마법대학교에선 왕가와 교단이 성립하기 이전에 소리의 힘을 이용해 번영했다 사라진 푸른민족의 이야기를 가르치고 있다. 진실의 섬의 유적과 전위문 같은 수저 민족의 유산을 볼 수 있다.
자신들의 번영을 위해 위협적인 부작용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공명마법을 사용하고, 결국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의해 쇠퇴한 수저민족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본편에서는 결국 영웅들에 의해 문제가 해결되지만,[5] 만약 공명마법이 다시금 널리 퍼진다면 언젠가 같은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레오네 역시 그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힘들게 재현한 공명마법을 다시 봉인했을 것이다.[6]
[1] 발번역으로 유명한 정발판 영웅전설5에선 수저민족, 수저의 민족, 물밑의 민족 등으로 이름이 마구 바뀌는 굴욕을 겪은 바 있다.[2] 티라스일, 엘 필딘, 벨트루나 등 각 지방에서의 전승은 각각 다르나 진실은 이것.[3] 티라스일 기드나의 사막 유적, 엘 필딘의 진실의 섬 등은 서로 공통된 부분이 있다.[4] 수저의 멜로디와는 오블리가토(Obligato: 악곡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파트로 생략할 수 없는 것)를 공유한다고 한다고 알려져있다. 실제로는 섭정 스티그마가 수저의 멜로디의 오블리가토를 연구하여 만든 멜로디이다.[5] 5편에서는 비올라륨으로 셀버트에 봉인되어 있었던 어둠의 태양을 소멸시키고, 3편에서는 하얀 마녀 게르드가 자신의 영혼을 희생하여 라우엘의 파도를 잠재운다.[6] 재미있는 점은 엘 필딘 대륙의 필딘 왕가는 붉은 부족의 후예라는 설정인데 필딘 왕가는 엘 필딘의 마법체계를 흑마법, 백마법, 정령마법의 3가지 마법체계로 구분지어 놓았다. 미첼이 수행차 엘 필딘으로 넘어왔을 때 이러한 마법체계의 분업화에 관심을 많이 두었다는 설정이 구영전4에서 지나가듯 언급이 되는데 이는 미첼이 영웅전설 5 이후에 티라스일에서 올도스를 건립하고 티라스일의 마법체계를 정립할때 엘 필딘의 마법체계를 기반으로 했음을 설명하는 장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