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22 20:47:19

삼국지 : 명장 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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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줄거리3. 해설4. 액션

1. 개요

조조의 회고 형식으로 삼국지연의관우의 오관돌파를 풀어낸 2011년 영화.

무간도의 감독 맥조휘[1]장문강[2]이 공동 연출. 장문강이 각본까지 맡았다.

관우 역은 견자단, 조조 역은 강문[3], 오리지널 캐릭터인 기란 역은 손려.

2. 줄거리

조조의 진영에서 황금으로 만든 몸체 위에 누군가의 수급을 올려 장례 절차를 밟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조조의 회상이 시작된다.

관우는 하비성 전투 후 예비 형수 기란이 조조에게 인질로 잡히면서 조조의 휘하에 들어가게 된다. 관우는 술 한 잔이 식기 전에 적의 장군들을 물리치는 용맹함과 백성들을 살피는 세심함으로 조조의 군에서조차 존경의 대상이 된다. 관우를 향한 조조의 신임이 더욱 커가던 어느 날, 관우는 주군 유비의 생존 소식을 확인한다. 관우는 예비 형수 기란과 함께 유비에게 복귀하고자 한다.

이에 조조는 관우에게 적토마를 선물하며 관우를 회유하지만 관우의 결심은 변하지 않는다. 끝내 조조는 관우의 복귀를 허락한다. 조조의 허락에도 불구하고 관우가 돌아가는 길에는 조조의 신임을 얻는 장군들이 5개의 관문을 지키고 있다. 관우는 기란을 모시고 5개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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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관우는 하북으로 일부러 올라가 주요 관문들을 개발살내버렸고 마지막 관문에서 조조와 협상한다. 협상 결과는 기란은 유비에게 돌려보내주는 대신 관우는 조조의 밑에서 일하다 천하가 안정되면 낙향에서 초야에 묻혀 살기로 협의한다.[4]

기란을 돌려보내는 순간, 조조도 모르는 매복병들에게 화살이 날아온다. 바로 헌제의 친위부대가 날린 화살이었다. 알고 보니 모든 원흉은 헌제였다. 앞부분의 조조의 부하들이 조조의 명을 어기고 관우를 잡으려고 했던 것은 바로 헌제가 황명을 별도로 내렸기 때문이었다. 관우가 이들에게 '조조가 자신을 보내주기로 했는데 왜 날 죽이려 드느냐'고 물었을 때 이들은 하나같이 황제 폐하의 명이라고 답변했는데, 그게 정말이었던 것이다![5]

결국 기란은 죽고, 관우는 황제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황제가 죽으면 천하가 더 혼란해진다는 조조의 만류로 간신히 참는다. 대신 천하가 평정되면 황제놈부터 먼저 내 손으로 죽인다는 조조의 일갈이 있었다. 결국 관우는 조조를 떠나 기란의 시체를 싣고 유비에게 떠난다.

이후 영화 첫 장면처럼 관우의 장례식과 이후 이야기가 자막으로 마무리.

3. 해설

첫째, 이야기 서술자인 조조를 중심으로 볼 수 있다. 관객의 시점은 조조의 시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는 조조와 관우의 관계가 관우의 오관돌파 액션보다 더 중요하다. 조조는 관우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관우는 그 호의는 인정하지만 끝내 거절한다. 즉, 재해석된 관우와 조조(진 주인공)를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이런 관점에서 조조는 난세를 극복하려는 개혁가에 가깝다. 관우는 조조의 방향에 동의하지만 결과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우가 상징하는 의리의 가치는 절대 진리 같은 게 아니게 된다. 관우가 지키는 의리는 더 좋은 방향과 방법을 외면하고 기존의 것(유비)만을 지키려는 퇴행적이며 좁은 의미가 된다.

그래서 극 중 관우는 난세와 개혁이라는 큰 흐름에서는 《삼국지연의》가 표현한 신화 같은 영웅보다 영웅으로 포장한 무사에 가깝다. 그 포장의 주체는 이 영화를 회상하는 조조가 된다. 그러니까 승자 역사라는 틀에서 보면, 관우를 영웅으로 기록한 것은 촉이 아니라 승자인 조조이다. 그래서 《삼국지연의》 속 관우가 영웅 신화가 될 수 있었던 출발점은 유비나 촉이 아니라 조조가 만들어낸 이미지라는 가정을 영화는 전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조는 적장 관우를 영웅으로 기록시켰을까? 적장인 관우를 인재로 인정하고 아끼는 창천항로 식의 조조를 영화는 재현했다. 관우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이용한 건 관우가 그토록 돌아가려고 했던 그의 주군이 아니라 결국 조조다. 사후까지도 관우를 인재로써 활용한 것이 조조다. 그래서 크레딧의 노래가 무척이나 슬프게 들릴 것이다.

<삼국지 : 명장 관우>, <삼국지 : 용의 부활>, <조조: 황제의 반란>을 순서대로 보면, 개혁가로서 조조라는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삼국지 : 명장 관우>와 <조조: 황제의 반란>은 오프닝이 내용상 연결되고 헌제를 묘사한 방식도 닮아 있다.

그래서 《삼국지연의》의 관우 캐릭터에 익숙한 관점으로는 관우가 주인공인 척 하는 조조 영화나 관우 신화 파괴 영화라고 볼 수도 있다. 아름답다는 수염조차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다.[6] 삼국지 덕후라면 기겁을 하겠지만 신분을 숨기기 위해 긴 수염을 짧게 깎는 장면도 있다.[7] 한층 더 해서 언월도의 손잡이는 부서져서 창이 아닌 칼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둘째, 영화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기란을 중심으로 관우 행동을 볼 수 있다. 조조가 영화가 재해석한 캐릭터라면, 기란은 영화가 창조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기란은 극 중 유비의 3번째 부인이 될 예정으로 관우에게는 예비 형수이다. 이 설정을 따라가면 영화 속에서 관우와 유비의 만남은 기란에서 출발한다. 기란은 관우가 유비를 만나기 전에 첫 눈에 반한 캐릭터이며, 기란을 돕다가 도망자가 되고 결과적으로 유비를 만난다. 그래서 관우가 유비에게 복귀하는 이유는 의리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연이 된다. 가령 오관육참을 다 돌면 같은 자리에 돌아온다는 떡밥을[8] 기란을 도피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설명한다.

후반부에 기란의 "돌아가면 관우님과 결혼할 거에요"라는 대사만 놓고 보면 충격적이겠지만, 전체 맥락상 관우와 기란의 관계를 압축하는 키이다. 기란의 대사는 미인계에 가깝다. 기란은 관우가 자신에게 연심을 품은 것을 알고 있다. 그 마음을 이용해 유비에게 돌아가기 위한 회유책이고 거짓말이다. 관우도 기란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지만 잠시 흔들린다. 그 흔들림은 두 사람만이 안다. 제 3자가 증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기란은 자신의 미끼에 흔들리는 관우에게 도리어 화를 낸다. 관우도 부끄러워한다. 나 데려다 주면 내 남친 버리고 너랑 사귈게 했는데 상대가 혹하는 모습을 보이자 화를 내는 격이다.

또 이 장면은 대칭 구조에 놓여 있다. 중반부에 조조 측에서 관우에게 춘약을 먹이고 기란을 묶어두어 검열삭제하도록 유도하는 음모에도 관우가 버티는 장면과 대비된다.[9] 이때 관우는 조조 측의 음모라는 것을 알 수 없었지만, 흔들림 없이 춘약의 유혹과 환상을 버텨낸다. 그러나 기란이 직접 던진 말에는, 그것이 거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흔들린 것이다.

결국 관우가 취한 일련의 행동들은 기란을 위한 것들이다. 그래서 관우의 의리를 전통적인 가치가 아니게 만든다. 약한 애들을 괴롭히는 애들을 다 때려잡았다고 소문난 의리의 학교 짱이 알고 보니 지가 좋아하는 여자애의 남친이 괴롭힘 당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서 한 행동이라면? 앞서 조조 관점으로 돌아가면, 조조가 포장한 것은 그런 개인적인 이유들을 묻어버린 셈이다.

이 영화가 해석한 관우의 사적인 의리는 기존 영웅적 풍모를 훼손시키는 것이지만 동시에 빛을 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학습된 의리와 충성이 아닌 것이다. 개인 스스로 지키려는 가치로서 의미가 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삼국지 : 명장 관우>의 공동 감독들인 맥조휘가 연출하고 장문강이 각본을 쓴 <무간도2 : 혼란의 시대>의 내러티브와 유사하다.

4. 액션

견자단의 관우가 다른 배우들과 어떻게 다른지 액션으로 보여준다. 관우는 문자 그대로 무적이기 때문에 안량/문추를 베는 오프닝 신을 제외하면 매번 액션신마다 관우에게 상당한 양의 페널티를 먹이고 진행한다. 심지어 페널티가 없는 전투는 대문 닫아놓고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비명만 들려줄 정도. 똑같이 반복되는 액션이 거의 없고 관우에게 주어지는 페널티도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풍부해서 액션 부분이 지루하지 않다. 견자단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덕택에 변희를 제외한 오관육참의 희생양들이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능력치 버프를 받게 되었다. 예를 들어 첫 관문인 동령관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안량보다 강한공수의 경우 원작에서는 단 1합도 채우지 못하고 관우의 청룡도에 끔살당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현란한 창솜씨로 관우를 맞상대하고 위기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물론 관우가 불리한 좁은 골목인데다가 창이 부러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원소군의 최고 장수였던 안량을 1합에 보내버린 관우와 이만큼이나 일기토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 이정도 장수를 조조는 고작 동령관 수문장으로 쳐박아 놓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10]

참고로 공수역을 맡은 배우는 안지걸. 초한지: 천하대전(원제:홍문연)에서 한신을, 삼국지 : 용의 부활에서 등지를 연기했다. 한편 신삼국에서 조운을 연기한 섭원이 여기서 한복으로 등장한다.

[1] 맥조휘의 대표적인 <고혹자> 시리즈 중 3편에 의리의 상징으로 관우상이 등장한다. <고혹자 3 : 척수차천> 도입부에서 해당 조직은 관우를 신으로 모시며, 악당은 그 관우상을 부순다.[2] 장문강은 무간도 시리즈의 각본, <절청풍운> 시리즈의 감독.[3] 견자단과 강문은 훗날 로그 원에서 다시 만난다[4] 기란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보면, 조조와 관우의 합의는 대의명분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태도다. <영웅>, <황후화> 등에서 보여준 하나의 중국에 대한 메시지로도 읽을 수 있다.[5] 헌제의 유약한 이미지 때문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저 발언이 조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거짓 내지는 사칭이라고 생각했으나 그게 정말이었던 것.[6] 포스터처럼 그렇게 길지도 않고 일반 장수들 정도의 길이다.[7] 이 장면은 단순히 자신이 살기 위한 변장이라기보다 기란을 살리기 위한 행동이다.[8] 대부분의 이야기로서는 나관중이 하북의 지리에 서툴러서 하북의 주요 도시를 넣다보니 결과적으로 그랬다는 이야기. 단, 이 영화에서는 다르게 설정한다.[9] 연의에서도 일부러 유비의 형수들을 한방에 넣고 관우에게 방을 주지 않아 사건을 일으키려고 했었다. 우직한 관우는 비가 오지만 밖에서 자는 것으로 유비와 의를 상하지 않았다.[10] 배우는 안지걸로 무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액션배우이다. 액션도 상당히 멋진데 준수한 외모와 우월한 기럭지까지 더해져 솔직히 견자단이 맡은 관우보다 이쪽이 더 주인공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