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04 21:38:17

산성체질설

1. 개요2. 실상은?3. 대중매체4. 관련 항목

1. 개요

로버트 O. 영[1]이 주장한 이론으로, 한때 유행했던 유사과학의 일종. 성인병뿐 아니라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이 '산성 체질' 때문인데, 체질이 산성이 되면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변성되어 제 기능을 잃으며 이 때문에 온갖 질병이 생긴다는 것. 그리고 알칼리성 식품을 섭취하면 체질도 알칼리성으로 변하며 이렇게 알칼리성 식품을 많이 먹고 알칼리성 체질로 변화시켜야 병이 낫고 장수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알칼리성 체질 되면 오래 산다" 정도 되겠다.

1980년대 건강 붐이 일어난 일본을 통해 한국에 들어왔으며, 성인병이 유행하던 시절 주목을 받았다. 오래 전에 거짓으로 판명되었음에도 최근에 주로 체질을 '중성'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바꿔서 등장하는 추세.[2] 현재도 가끔씩 고개를 드는 것으로 보아 완전히 절멸하진 않았다.[3] 나이든 어르신들은 이러한 유사과학에 취약하기도 하고.

사실 진지하게 의학적으로 주장한다기보다는, 건강식품등을 주로 중장년, 노년층에게 팔아먹기 위한 광고의 일환인 경우가 많다. 정말 별의별 곳에 알칼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식품뿐 아니라 '건강베개' 등은 물론이고 남아 선호 사상을 곁들여서 여자의 몸이 산성이면 여자아이가 나오고, 알칼리성이어야 남자아이가 나온다는 어리석은 이야기까지 만들어졌다.[4]

내용인 즉슨 X염색체를 가진 정자보다 Y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산성에서 더 느려지기 때문에 질 내부의 pH에 따라 X가 수정에 성공할 확률이 높을지(여자 아기) Y가 성공할 확률이 높을지(남자 아기) 달라진다는 건데... 아마 원문 소스는 이거인 것 같은데 토끼로 실험했을 때는 중성 정액에서 수컷 비율이 가장 높았고 산성이나 염기성에서는 수컷 비율이 50퍼 미만이었다. 또 해당 연구 내에서는 X와 Y정자 사이에는 아무런 생리학적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연구진은 단순히 일차원적으로 pH에 의해 배아의 성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게다가 다른 연구에서는 정자의 성염색체와 정자의 활동성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헛소리라는 것. 또한 인체 내 pH는 거의 7.35-7.4 사이에서 고정이다. 실험에서 사용한 조건인 pH 6이나 8은 거의 환자 수준에서나 관찰되는 경우라는 것. 이에 더해 저 기사 내부에서는 연구진이 누군지, 어느 저널에 실렸는지조차 밝히지 않아 이게 검증된 동료평가를 거친 연구 결과인지, 지들끼리 변인 통제마저 대충하고 실험한 다음 아님 말고 식으로 끼적인 소설인지조차 알 수 없다.

2. 실상은?

평균적으로 정상적인 인간의 체내 산도(pH)는 7.4 정도다. pH가 7보다 낮은 상태를 산성, 높은 상태를 알칼리성이라 하는데 이걸 보면 원래 인간의 몸은 적당히 약알칼리성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는 걸 알 수 있다. 거기다가 인간의 체내 산도는 변해봤자 ±0.04 이내에서 변하며, pH가 0.1만 변해도 인간은 의식을 잃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5]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과학시간에 '항상성' 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는데, 항상성이란 외부의 반응에 대해 몸 안은 정상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또한 고등학교 화학 2를 배우게 되면 산과 염기평형이라는 걸 배우고 중화반응에 대해 배우기 때문에 제대로 이해를 하면 황당한 소리라는 걸 알 수 있고, 대학 일반화학 때 완충액과 완충작용이라는것을 추가적으로 익히게 되는데, 이것을 보면 혈액 내의 중탄산이온과 탄산의 완충작용이 얼마나 엄청난 건지 알 수 있다.[6] 이에 따라 가끔 신빙성 있는 구라를 위해 '산성혈증'이라는 질병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산독증은 산성 체질 따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7] 그리고 반대의 질병으로 체내 알칼리성이 높아지면 생기는 질병인 '알칼리혈증' 이라는 병도 있다. 이미 여기서 훌륭한 구라 확정.[8]

'산성 식품', '알칼리성 식품'이라는 말은 실제로 존재하는 분류이긴 하다. 단, 이는 식품의 pH 수치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소화 이후 인체에 어떤 물질을 공급하느냐에 따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산성을 띄는 식초, 신김치, 발효유 등은 칼륨,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을 포함하므로 알칼리성 식품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식품의 소화 작용에서 나온 산 및 염기는 신장에 의해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되며, 이들 역시 기껏해야 , 등의 체액, 등 정도의 산도에만 극미량의 영향을 끼친다. 체내가 아니라 체이다. 간혹 산성 식품, 정확히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메티오닌 등 일부 아미노산이 인간의 골격에 악영향을 준다는 이론[9]을 근거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고기를 적당한 양만 먹으라는 말이지, 알칼리성 식품을 먹는다고 체내에서 중화가 된다는 게 아니다. 또한 미국의 경우 알칼리성 식품 위주로 식단을 짜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에 먹는 것이 아니라 알칼리성 식품에 많이 들어있는 무기질 등을 섭취하고 육류를 덜 먹기 위해서다. 이처럼 별 의미가 없는 분류인지라 현대에는 산성 알칼리성 식품의 구분을 굳이 하지 않으며 많은 국가에서 산성-알칼리성으로 식품을 구분하는 것을 유사과학, 아니면 최대한 좋게 쳐줘 봤자 다이어트법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아직도 비전문가들과 사기꾼들은 이걸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은 모두 몸 속에 매우 강산성의 기관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분비되는 위액이 대략 pH 2정도의 강산성을 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에 따라 설령 식초를 많이 마셔도 속만 쓰릴 뿐 체질이 산성으로 변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 그런데 만약 위액이 산성이 아닌 중성 혹은 알칼리성이라면? 우선 산성 조건에서 활성화되는 위액의 소화효소인 펩신이 활성화되지 못해, 비록 소화가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지만[11] 단백질의 소화 효율이 떨어진다. 또 다른 위의 기능 중 하나인 음식물 염산 소독 역시 작동하지 못한다.[12]

혈중 산도가 바뀌는 게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경우가 있긴 있다. 호흡기에서는 혈중 산도에 따라 혈중 산소포화도가 결정되는데, 사실상 이 때문에 우리가 멀쩡히 호흡하면서 무리 없이 산소를 받아들이고 세포에 공급해줄 수 있다. 이걸 다른 말로 "보어 효과"(Bohr Effect)라고도 한다. 그러니까 체내 산도가 체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먼저 자신이 어떻게 멀쩡히 숨 쉬고 살 수 있는지부터 의문을 가져야 하는 셈이다.

결정적으로 이런 산성체질설을 주장하는 자들의 자세가 문제가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러이러하니까 우리가 만드는 식품을 먹고 알칼리성 체질을 유지하자" 라는 식의 건강보조식품 광고다. 즉 진짜로 약 팔아 먹으려고 이런 헛소문도 퍼뜨리는 것이다.

다만 노년층 어르신의 건강에 알칼리수가 일반 생수 대비 진짜로 좀 낫긴 한데(...) 물론 산성-알칼리 체질 이런 게 아니라, 알칼리수는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알칼리 이온이 들어있다는 거고, 이는 노년층에게 부족하기 쉬운 무기질의 공급을 원활하게끔 해주며, 위장 트러블이 잦은 노년층에게 알칼리수는 제산제의 역할도 해서 속을 진정시키는 역할까지 했을테니 더더욱 그렇다. 미국에서 알칼리 수를 팔 때 문구는 을 위해 알칼리 이온을 첨가했다고 되어 있지 건강을 위해 첨가했다고 되어있지 않다.[13] 따라서 후처리비용 포함 일반 생수 대비 1.5~2배 가량의 가격에 팔리지,[14] 한국처럼 뭔 건강보조식품이라며 생수대비 거의 10~20배 가량 받아먹지는 않는다.
또한 역류성 식도염 등의 질환엔 적절한 양의 알칼리성 음식이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과도한 위산 분비를 중화시키는 역할이 어느정도 가능하기 때문.

이게 진짜 과학적으로 연구되던 시절이 없던 건 아닌데 현재는 완전 쓸모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사장되었다. 원래 과학이라는 게 어떤 가설이 잘못된 것으로 판정되면 그 부분은 '이런 것도 있었다' 정도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김과 동시에 과감히 버리는 분야이기 때문에, 현재 논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산성체질설은 그야말로 사이비 중의 사이비.
알칼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강염기의 대명사인 수산화나트륨을 먹으라 하자

3. 대중매체

맛의 달인에서 이 산성체질설을 까는 에피소드가 등장한 바 있다. 또 속은건 역시나 후쿠이 차장

계란계란의 만화 유사과학 탐구영역에서도 훌륭하게 깐다.

4. 관련 항목


[1] 2017년 6월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에 대해 3년 8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었으며, 해당 재판 중에 자신의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이며 대학을 다녔으나 졸업하지 않았고 학위공장에서 학위를 구입하였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영문 참조 기사[2] 물론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주장이다.[3] 건강섹션의 식생활 습관 운운하는 기사에 양념처럼 '도정된 곡류나 육류 섭취가 늘면 몸이 산성화된다'를 운운하는 내용이 아직까지도 언급되는 경우가 2020년대가 된 현재까지도 왕왕 있을 지경이다. 이런 경우 대체로 의학 전문가가 인터뷰한 경우는 매우 드물고 기자들이 정리한 내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4] 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는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각각 하나씩 받게 된다. 그러나 여성은 X염색체만 있기 때문에 난자는 무조건 X염색체를 가지고, 정자는 X염색체 또는 Y염색체를 가진다. 즉 아이의 성별을 결정하는 사람은 남성이다.[5] 이 0.1이라는 수치도 실은 상당히 큰 값이다. pH 0.1의 차이는 농도로 따지면 -21~+26% 정도의 차이이다(100.1≒1.259), (10(-0.1) ≒0.794) 체내 산도가 100에서 126 혹은 79로 변한다고 생각해보자. 이 정도 변화에서 사람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당연지사. pH값은 로그 단위이다.[6] 이 두 물질의 완충작용이 얼마나 대단하냐면 1L 의 pH 7(수소이온농도) 의 증류수를 pH 2만큼으로 바꿀 양의 수소이온을 넣어도 0.2 만큼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또한 인체의 항상성 체계는 저 탄산-중탄산염 만 있는것이 아니라 헤모글로빈 등 엄청나게 많다. 이런 성질을 띤 용액을 완충용액이라고 한다.[7] 산독증은 체내의 pH 농도를 맞추는 항상성 체계가 무너져서 생기는 것이지 체질이 변해서 걸리는 게 아니다. 보통 당뇨병이나 콩팥 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난다.[8] 정확히는 acidosis나 alkalosis 모두 '병'이라기 보다는 다른 병이나 이유(호흡부전, 독극물 등)에 의한 '결과'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체내 pH가 0.1단위로 달라짐에 따라 응급실에 실려가야 할 정도의 엄청난 증상들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체질이 산성이니 알칼리성이니 하는 건 다 헛소리. 실제로 체질이 산성이나 알칼리성으로 변한다면 건강에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병원에 실려가서 의사양반들의 집중적인 케어를 받아야 하며, 안 그러면 죽는다.[9] 이 이론도 근거가 부족하다. 그리고 메티오닌은 중요 영양소 중 하나로서 필수아미노산으로 분류된다.[10] 그렇다고 진한 식초를 너무 많이 먹으면 목구멍이나 식도 등이 상할 수 있다. 빙초산에 괜히 취급주의 표시가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위궤양이 있는 사람에게도 산도가 높은 음식을 피하라고 하는데, 산이 위벽의 자극을 심화시킬 수 있거나 위산중화제가 음식에서부터 효과를 줄일 수 있으므로 피하라는 것이다.[11] 소화는 대부분 십이지장에서 나오는 장액과 이자액으로 진행되며, 위와 입에서는 일부만 분해될 뿐이다.[12] 위에서 염산이 나오며, 단백질의 소화를 담당하는 펩신이 산성 조건에서 활성화되기 때문에 속이 쓰릴 때면 탄산수소나트륨염기성의 약을 먹는 것이다. 수산화나트륨과 같은 강염기 물질은 먹으면 큰일난다. 위로 가기 전에 입과 식도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것이다. 그리고 무사히(?)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위장에서 과한 중화반응으로 더 많은 위액이 분비되는 산반동작용이 나올 수 있다.[13] 애당초 알칼리수를 건강식품이라고 파는 것이 위법이며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됐다가는 소송크리로 엄청난 징벌적 배상금을 물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런 짓을 못한다.[14] 물론 일반 생수 대비 2배라고 해봐야 제산제나 칼슘보충제 같은 것보다 월등히 저렴해서 일부러 알칼리수를 마시는 사람도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