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방송작가(放送作家)는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의 대본 작성 및 출연자 섭외를 담당하는 작가다. PD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의 대부분의 영역에 참여하지만, 대다수가 프리랜서로 일한다.큰 범주에서 방송작가기는 하지만 좁은 의미의 방송작가와는 하는 일이 많이 다른 드라마 작가는 각본가 항목을 참조하자.
2. 인식과 현실
마이 리틀 텔레비전 같은 예능 방송에서 비춰지는 방송작가의 모습은 일견 재밌어보이고, 유명 연예인들과도 금방 친해지는 좋은 직업 같지만 현실을 그리 녹록지 않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은 인식이나 이미지와 달리 상당히 힘든 직업이다.기본적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대본을 만드는 일을 하므로, 거의 대부분 해당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노하우나 요령이 필요하다. 이런 팁들은 누가 먼저 알려주는 법은 없으며, 현장에서 부딪혀 일하면서 알아서 터득해나가야 한다.
3. 직급
방송작가는 일반적으로 막내 작가 - 서브 작가 - 메인 작가 순으로 직급이 높다. 맨 처음 방송작가로 취업했을 경우, 막내 작가로 방송일을 시작하게 된다. 단, EBS는 막내 작가를 서브 작가로 혼용해 부르는 경우도 있는 모양. EBS에서 서브 작가(막내 작가)로 일했다고 해서 입봉을 한 것은 아니다.3.1. 막내 작가
막내작가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업무는 사실상 작가라 부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연출쪽의 연출부원과 비슷한 포지션이다. 다른 직업들의 막내와 마찬가지로, 허드렛일을 주로 맡게 된다.평균적으로 받는 월급은 180~200만원 정도의 박봉이다. 그나마 이 액수는 많은 방송작가들의 길고 긴 투쟁 끝에 오른 급여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초짜 막내 작가에게 주어진 페이는 정말 짠 곳은 70~80만 원(!), 혹은 90~100만 원, 잘 쳐주는 곳은 120만 원을 줬다. 이 생활을 묵묵히 1년 이상 해야 급여가 올라갈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하는 업무는 장르나 프로그램, 만나는 팀에 따라 다르지만, 자료조사, 취재(전화 혹은 대면 인터뷰), 섭외, 프리뷰(촬영해온 영상을 문서화하는 작업), 회의록 작성, 팀 스케줄표 관리, 보도자료 작성, 시청률 그래프 관리, 선배 작가들의 서포트 등이 있다.
막내 작가 → 서브 작가가 되는 것을 입봉이라 부르는데,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한 코너를 온전히 맡을 수 있는 경험치가 갖춰졌을 때 입봉을 할 수 있다.
3.2. 서브 작가
정확한 기간은 정해져있지 않지만, 막내 작가 생활을 5년쯤 반복하면 비로소 서브 작가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다. (프로그램 장르, 막내 작가의 능력 및 경험치, 어떤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입봉 시기도 달라진다) 이때가 되면 상황과 형편이 어느정도 나아질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다. 서브 작가도 박봉인 건 매한가지다. 서브 작가는 혼자서 온전히 한 코너를 맡아 책임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자료조사나 취재, 섭외부터 시작해 구성회의, 촬영구성안 작성, 편집구성안 작성, 대본 작성, 자막 등등을 도맡아 한다. 이렇다 보니 서브 작가에게 쏠리는 업무량은 오히려 늘어나 가장 힘들다는 막내작가 생활을 견뎌낸 사람들도 이때 대부분 떨어져 나가기 일쑤다.3.3. 메인 작가
그렇게 견디고 견디다 보면 프로그램 한 회차가 아니라 전체를 담당하는, 메인 작가가 되는 것이다. 메인작가 되면 당연히 서브, 막내작가에 비해 돈을 더 벌긴 한다. 하지만 PD에 비하면 박봉이나 다름 없다.다만 영향력은 PD가 CP급이 아닌 이상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보통 메인 작가면 방송 짬밥만 최소 10년 이상 먹은 경우가 많고, 그 힘든 생활을 겪으면서 쌓여온 인맥이 무기가 된다. 실제로 방송 프로그램의 연예인이나 식당등의 섭외는 대부분의 작가의 일이고, 막내와 서브 시절 죽어라고 전화를 돌리다보면 인맥은 쌓기 싫어도 쌓인다. 아니, 쌓지 못하면 버티질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막내와 서브 시절에 함께 고생했던 PD들은 연차가 쌓여서 승진하고, 그 역시 인맥이 되는 것. 덕분에 아예 섭외 작가라고, 섭외만 전문적으로 하는 작가가 있을 정도다.
가끔 뭣 모르는 신입 PD가 메인작가에게 본인은 정직원이고, 작가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갑질을 하려다가 국장에게 불려가서 깨지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물론 사생결단까지 가면 작가에게도 상처가 남아서 그정도까지는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연출과 작가 사이에는 동료 의식과 함께 서로 견제하는 의식이 함께 한다. 가히 고참 부사관과 신임 장교 간의 알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요즘엔 PD가 작정하고 갑질을 하려 드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막내 작가가 죽어라고 일만 한다면, 서브, 메인 작가부터는 일보다 대외적으로 싸우는 일이 더 많다. 그 시절을 버티고 메인이 된 사람들이다보니, 다들 기가 장난이 아니다.
특히나 한국의 방송은 PD와 작가가 한 번 맞으면 거의 세트로 일을 하기 때문에, 같이 해봤던 검증 된 사람과 일을 하는 걸 선호한다. 특히 예능프로 쪽은 메인 작가라면 파트너 PD와 함께 계속 일을 하게 된다. 싸우기도 많이 싸우지면 10년을 넘게 일을 하다보면, PD나 작가나 자기가 하는 말을 바로 이해하는 최고의 파트너가 생기게 되고, 끝까지 함께 가게 되는 것. 물론 그 프로그램이 장수 프로그램이라면 이 인연은 연예인들과도 쌓게 된다. 대표적으로 나영석, 신원호(PD)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이우정 작가라든가, 무한도전에서 김태호 PD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이언주 작가 등이 있다. 또한 이런 관계는 PD뿐만이 아니라 연예인과의 신뢰관계도 쌓이게 된다. 이우정 작가의 인맥이야 말하자면 입이 아픈 수준이고, 이언주 작가의 경우는 유재석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라고 말할 정도.
거기에 작가들은 대부분 팀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팀은 메인 작가가 말 그대로 메인이 되어 모인 팀이다. 메인 작가가 PD와 싸우고 나갔다? 다른 작가들도 한 번에 나가는 거다. 이럴 경우 작가들을 대체할 팀을 찾는 동안 방송은 말 그대로 개판이 난다. 철저하게 분업화된 한국 방송에서 작가 없으면 프로그램 진행이 제대로 이뤄지질 않는다. 그나마 시사 교양이나 생활 정보 같은 경우는 팀의 인원이 많지 않아서 어떻게든 버텨서 교체가 가능하지만, 규모가 어마어마한 데다 당장에 다음 주 분량을 촬영해야 하는 예능의 경우는 말 그대로 답이 없다.
4. 기타
막내작가의 경우 조연출과 함께 난이도는 쌍벽을 이룬다고 보면 된다. 평균 수면시간이 하루에 4~5시간 정도. 주5일제 근무란 개념도 없이 부르면 나오는 게 방송계의 현실이다. 노동법 따위는 개나 줘버린 방송계의 현 시스템 상 죽을 각오로 뛰어드는 게 맞는 말이다.거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상근 프리랜서'라는 기묘한 근무체계로 방송국을 옮겨다니는 것. 계약은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로 체결해서 인사 테이블상 그 방송사 직원이 아니지만 프로그램이 있으면 매일(상근) 출근해서 지시, 감독을 받으며 일하는 구조. 고용도 불안하고 임금도 불안하고 좋은 대우는 받기 힘들다. 혹자는 막내 작가에서 메인 작가까지 갈 근성과 능력이 있다면, 군소 매체라도 가서 기자로 일을 시작하라고 한다.
지난 2008년에는 SBS 긴급출동 SOS에서 근무하던 막내작가가 투신자살을 했다. 이 때문에 막내작가의 근무환경 개선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가 있었지만 그 때뿐이었다. 이럿듯 많은 막내작가들이 방송계에 뛰어들지만 대부분 절망하고 돌아가는 게 현실이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인기를 얻으며 뭇 방송작가들이 주목받기도 했다. 윤희나를 비롯한 마리텔의 작가진이 이에 속한다. 하지만 유병재처럼 운과 예능감이 적절하게 터져서 완전히 연예인이 되지 않는 한 다른 TV의 예능이나 지상파에서 방송작가를 만나 보는 건 매우 힘들다. 실제로 유병재나 마리텔의 방송작가만을 보고, 방송에 나와볼 속셈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대부분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남자 작가가 없는 건 아니지만 찾아보기 힘든 원인은 박봉 문제. 남자 작가는 실제로 작가들보다는 연출 담당자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종종 있고, 아예 조연출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은 본사 직원에게는 일어나질 않고, 외주 제작사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여담으로 방송 작가라는 직업은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존재하는 직업이다. 외국에서는 작가의 일을 연출 담당자가 같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산업계 특유의 하청 관습이 방송업계에 정착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2015년 경부터는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 방송 작가들이 중국으로 진출하는 일이 많다. 중국의 수많은 짝퉁 방송들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다.
주로 메인, 서브 작가들이 알바로 몇 달 정도 갔다오는 데, 한국 방송보다 돈을 훨씬 많이 주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제작진과의 불화로 하차했을 때 단기 알바로 자주 다녀오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