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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의 토지를 대신 관리해 주는 사람.토지의 대리인 또는 관리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지주가 회장이라면 마름은 월급사장 격이다. 향찰식 표기로는 사음(舍音).
2. 상세
근현대까지만 해도 전세계 어디에나 있던 직업이다. 교육자의 모범으로 자주 거론되는 요한 하인리히 페스탈로치도 잠시 마름으로 일었했다.[1] 보이콧의 기원이 아일랜드 대기근 직후 부임한 마름의 이름이다.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마름 자체는 전근대에도 존재했으나, 본격적으로 확립된 것은 구한말 개항 이후이다. 이전에는 지주가 대부분 재지지주, 즉 소작지 인근에서 소작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서 마름을 따로 둘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개항 이후에는 토지 제도가 근대적으로 확립되면서 부재지주, 즉 타지에서 생활하며 따로 관리인을 따로 둬서 관리를 맡기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소작 문서에 나와 있다.
마름이 있다는 것은 지주가 손수 땅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이는 소작인에게 임대료를 받고 누구에게 얼마나 땅을 빌려줄지 실질적인 결정은 마름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소작인의 생산 활동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귀찮아서) 드물지만, 추수기의 소작료 징수만이 아니라 소작권의 박탈, 작황, 소작인의 평가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마름은 추수기에만 파견되기도 하기 때문에 추수원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마름은 지주에 버금 가는 권한을 가지고 농민들 위에 저승사자로 군림하기 마련이며, 소작료 액수를 속여 지주에게 갈 돈을 횡령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름을 별도로 두지 않고 소작인 가운데 한 사람을 뽑아 다른 소작지의 관리까지 그에게 맡기고 필요할 때마다 임시 대리인을 파견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대부분의 문학 및 영상 작품에서 마름은 욕심쟁이에 자기밖에 모르고 인간성에 문제가 많고 잔인한 빌런으로 그려진다. 물론 선역으로 등장하는 마름도 아주 없지는 않으나, 극적인 인물 과장을 위해 주로 악역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은 편.
- 긍정적 마름의 사례
- 부정적 마름의 사례
- 소설 '그리운 보릿고개'[2]의 박용칠: 이 양반은 마을 사람, 정확히는 본인 휘하 소작인들에게 슈퍼 갑질을 일삼는 사악한 인물이다. 소설상 시기가 1944년 아니면 1945년 쯤이었는데, 장학구라는 소작인의 딸을 본인의 첩으로 삼으려다가 거절당하자 곧바로 일본군 위안부로 팔아버리는 정신나간 짓을 실행하였다.[3] 분노한 장학구가 박용칠을 죽이려고 시도하나 미수에 그쳐 주재소에 끌려가 모진 고문에 결국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흉년이 들어 마을 사람 모두가 먹을 게 없어져서 나무껍질 같은 걸로 연명할 때 한 아낙네는 자기 손주가 밥이 너무 먹고 싶어 크게 우는 게 마음에 걸려 밤중에 부득이 박용칠의 집에 가서 밥을 훔쳐먹고 밥을 훔쳐가려는 것을 박용칠에게 걸려서 몽둥이로 흠씬 맞아 죽고 만다.
- 봄·봄의 점순이의 부친: 주인공의 예비 장인어른. '나'를 점순이와 혼인시켜 주겠다는 핑계로 데릴사위로 들여와놓고는 사실상 새경도 없는 머슴살이를 몇 년씩 살게 하고 있다. '점순이의 키가 자라지 않아서'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만을 대며 혼인을 몇 년째 허락해 주지 않는 것이다. 마름답게 뻑하면 횡포를 부리고 지독한 욕쟁이여서 별명도 '욕필이'[4]. 하지만 소설이 해학으로 가득한데다 인물 자체도 생각보다 상당히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어서 악역의 이미지는 덜하다.[5]
- 찰스 커닝엄 보이콧: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의 악명 높은 마름으로, 그의 이름 자체부터가 아예 사회 용어가 되었을 정도다.
한편 마름에게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는 소작농의 비애라는 당시의 시대상을 잘 대변해주는 문학 작품도 보인다.
- 현덕의 '나비를 잡는 아버지'
바우는 소작농의 아들, 경환은 마름의 아들이다. 경환은 학교 숙제로 나비를 채집하고 있었는데, 바우는 여기에 시비를 건다.
바우와 경환이 싸움이 붙자 바우의 아버지는 경환이네에게 밉보여 소작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바우를 크게 혼내며 경환이네에 가서 사과할 것을 명령하지만 바우는 이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집을 나온다. 나중에 바우는 논밭에서 나비를 잡는 어느 아저씨를 우연히 보게 되는데,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신의 부친이었다. 마름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운명인 소작농으로서 자신의 아들이 말을 도통 듣지 않으니 본인이 직접 나서서 마름의 아들을 위해 나비를 잡아다 바치려는 모습에서 당시의 시대상을 잘 대변해준다.
해방 이후 토지개혁과 한국 전쟁을 겪으면서 사라진 직종이다. 남한에서는 토지개혁과 소작이 불법화되면서 사라지게 되었고, 북한에서는 지주들과 함께 척결 대상으로 몰려 인민재판에 세워지는 등 매우 험한 꼴로 몰락했다. 그나마 지부들은 낌새를 눈치채고 재빨리 남한으로 피난갈 수도 있었지만, 일선에 있던 마름들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일본에서는 마름을 지토(地頭)[6]라고 부르는데, 우는 아이와 마름에게는 못 이긴다(泣く 子と 地頭には 勝てぬ)는 속담이 있다. 일본에서 농민들이 수탈(세금이었는지 소작료였는지는 불명)을 이기지 못하고 농토에서 도주했을 때 처벌로 남겨진 처자의 귀와 코를 잘랐던 것에서 나온 속담이다.
소설 대지에서는 왕룽의 장남 왕이가 고용한 마름이 뭔가 빼먹지 않을까 의심하는 대목이 나온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도깨비의 농간에 의해 첫눈에 반하는 커플이 등장하는데, 이중 남자의 전생이 악독지주의 더 악독한 마름이었다. 일부 문학 작품을 제외하고서 마름에 대한 기록은 이렇게 악랄한 앞잡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많다.
달려라 달려 홍민택아에 "소작농을 조지는 마름 같단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1] 그렇지만 지주에게 질려서 오래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2] 강준희(1935~ ) 저, 1993년 작. 해당 소설의 강준희 작가는 충청북도 단양군 출신이며, 대표작들로는 ‘하느님 전 상서’, ‘하늘이여 하늘이여’, ‘염라대왕 사표 쓰다’, ‘베로니카의 수건’ 등 다수의 소설을 써낸 원로 소설가이다.[3] 물론 그 전에 농지를 좀 더 주겠다고 꼬드겼었다. 물론 당연히 좋은 조건은 절대로 아니었고, 실상은 딸을 가져가겠다는 조건이었다.[4] '봉필'이라는 본명이 따로 있지만 하도 욕을 입에 달고 살다 보니 붙은 별명이며, 당장 작품에서도 본명보다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린다.[5] 사실 비슷한 시기를 다룬 다른 창작물들에 흔히 나오는 진짜 악질 마름들에 비하면 봄봄의 점순부 정도면 그렇게까지 심한 악당은 아니다. 주인공을 비롯한 데릴사위 후보감들을 독하게 부려먹긴 하지만 어쨌건 결국은 결혼을 시켜주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말하 자면 욕심이 너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수준은 아닌 정도의 인물이다.[6] 중세 일본에서는 장원의 관리자, 유구국에서 지방관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