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24 21:31:27

로미 에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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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 졸업반 ) · 설정 ( 역사 · 천국 ) · 평가 · 웹툰
로미 에텔라
소설 일러스트 웹툰
나이 26세(1권 19화)
국적 토르미아 왕국
학력 마법학교 졸업(3석)
종교 카르시스
소속 로미 가문

1. 개요2. 소개3. 작중 행적
3.1. 마법학교 입학편3.2. 아케인 침입 사건 편
4. 사용 기술

1. 개요

무한의 마법사의 등장인물. 주인공 아리안 시로네의 선생님이다.

2. 소개

알페아스 마법학교 스피릿 존의 교사이다. 공인 6급의 마법사로 나이는 고작해야 20대 중반쯤으로 갈색 머리를 소박하게 묶고 커다란 안경을 썼는데, 교사의 위엄을 느낄 수 없는 순한 인상이었다.

오버플로우로 일곱 살 때 카르시스 수도회를 다니며 극복하고, 카르시스 수도회에서 수많은 고위 귀족, 심지어는 왕족마저 따돌리고 최연소 비숍이 됬다.

또한 작중 사비나의 언급에 의하면 세 가지 분야에서 6급 이상을 취득하게 되면 트리플이라는 칭호가 주어지는데 에텔라는 마법, 무술, 구도(스피릿 존)에서 6급을 취득한 교육계의 신성이라고 한다.

3. 작중 행적

3.1. 마법학교 입학편

시로네가 알페아스 마법학교 편입을 하고, 스피릿 존 수업때 처음등장하였다. 시로네를 포함한 학생들에게 이미지 존에서 스피릿 존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알려준다.

시로네 왕따 사건중, 시로네가 이탈형이 이야기 잘 안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미지 존에서 한번 시연하는걸 권유했고, 시로네가 클래스7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추측한다. 클래스7 사방식이 변환가능한건 시로네뿐이라며 한번 보려고 했다고 하고, 결국 시로네는 이미지 존에 들어가서 사방식을 실현한다.

에텔라는 점심시간을 틈타 시이나를 찾았다. 스물여섯 살 동갑내기로 4년이나 함께 근무했지만 여전히 존대를 하는 두 사람이었다. 시로네 일로 상의 할 일이 있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시이나에게 사방식의 이탈형이 성공시켰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한가지 클래스5 진급을 제안한다.

순간이동 실습자에서 심사를 맡는다. 참가자 쪽 봉우리에서 조명 색을 확인한 에텔라가 학생들을 일렬로 세우고, 신호를 보내면 절벽으로 달리고 가장 멀리까지 간 사람이 합격이라는 기본적 규칙을 알려준다. 늦게 온 시로네가 숨을 헐떡이는 것을 보고 형평성 맞는지 고민하고, 주황색 조명마법을 쏴서 물어본다.

에텔라 조명 마법을 시전해 테스트를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순간이동 테스트를 하던중에 쉽게 의견을 내는 성격이 아니지만 시로네는 역시 좋은 재능이라고 칭찬을 한다. 보이지 않은 다리에 레벨10에 들어가자 지켜보는 에텔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카르시스 수도회의 최연소 비숍인 그녀이기에 짐작할 수 있는 경지를 시로네에게 보고있었다. 시로네를 무아지경에서 루트를 계산하고 있고, 위대한 고승조차 좌탈입망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스피릿 존의 밀도가 99.99퍼센트에 달할 거라고 추측한다. 에텔라의 표정이 다시 심각해졌다. 모든 걸 느끼는 경지라고 해도, 기술은 또 다른 문제로 생각한다.

용의 미로를 통과한 시로네를 보았다. 모두 귀신을 본 표정이었고, 에텔라가 시이나를 찾아 기관실로 날아갔다. 시이나에게 용의 미로를 통과한걸 알려주고, 기관실로 향했던 교사 3인방과 마리아가 공간 이동으로 시로네가 있는데에 도착했다.

에텔라 선생님한테 이미지 존 사용 금지 먹었지만, 이루키는 이미지 존으로 아토믹 붐을 시전했다. 에텔라는 제지하려했으나 이미 늦었었다. 에텔라가 이루키의 귀를 붙잡고 끌고 왔다. 이루에게 오늘부터 일주일간 근신이라며 수업에 나오지 말라했다.

수업 시간에 맞춰 에텔라가 훈련장에 도착했다. 평가 기간이기 때문일까, 평소와 다른 그녀의 차림새에 학생들이 입을 벌렸다. 소매가 짧고 다리가 드러나는 수련복을 입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안경이 없었다.

실습장 사정상 클래스 파이브의 스피드건 테스트가 제일 먼저 치러질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내일부터는 클래스별로 시간대가 나뉘니 참고하라고 공지한다. 그리고 특별히 오늘은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조교의 시범을 먼저 보여준다.

사누엘을 소개해 주며 언령마법에 대해 알려주고, 시로네는 다시 에텔라가 공인 6급에 위상에 대해 감탄한다. 스피릿존의 강화방식인 수열식에 대해 학생들에게 이미지존으로 들어가서 알려준다. 수열식이 언령 마법과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가는것에 대해 알려준다. 설명을 마친 에텔라는 교육에 필요한 직경 10미터 정도의 스피릿 존을 펼쳤다.

에텔라가 숫자를 내뱉자마자 스피릿 존이 눈에 보일 정도로 커졌다. 100.400.1100. 1,700. 2,400, 1만을 찍은 시점에서 수열식을 멈추자 스피릿 존이 다시 줄어들었다.한 호흡에 1만을 세는 집중력이야말로 그녀가 카르시스 수도회의 최연소 비숍이라는 증거였다. 시로네에 의하면 이때 에텔라의 외모조차 능력에 비하면 빛이 바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에텔라는 수열식의 기본은 1에서 1천을 기준으로 합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1천을 기점으로 하고 도달 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치중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은 클래스별로 흩어져 수열식에 몰두했다.

시로네가 스피릿 존 강화에 성공하자, 에텔라 한번 봐 줄테니 시연해달라고 한다. 시로네가 광자 출력을 시전하자 에텔라는 입술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단순한 수열식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고, 기본기로 강화할 수 있는 수치를 넘었다 생각한다. 정보 계열의 모듈화를 접목시킨 건가로 추측한다.

생각을 정리한 그녀가 시로네에게 이미지 존으로 들어갈 것을 제안을 했다. 시로네가 안전장치를 확인하자 시작하자고 말했다. 시로네가 광자출력을 시전하자 에텔라는 모듈화를 비로소 확신했다. 시로네가 건널 수 없는 다리에서 깨달음을 얻은 효과가 이번 시험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의외로 호전적인 측면도 있다고 되새긴다.

이루키가 이미지 존에서 하고 싶다고 하자 에텔라는 불안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시험 준비 기간인 데다가 열의를 보이는 학생에게 제약을 거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루키에 이탈형으로 타깃을 잡아낸 것은 수학적 계산과 서번트 신드롬이 조화된 결과물로 생각하지만 강화시켰다. 하지만 더한게 있으라고 생각했고 로그을 씌운것이라고 추측한다.

스피드 건 시합때 각자 조를 확인하고 순서를 기다리라고 하고, 10분 뒤에 테스트를 시작하겠다고 공지한다. 시로네, 이루키에 20조 차례가 되자 에텔라의 말이 함성 소리에 파묻혔다. 시로네와 이루키가 이미지 존에 자리를 잡자 에텔라가 규칙을 설명했다. 시합이 시작하자, 둘이 시합을 지켜본다.

시로네가 시합해서 승리하자 학생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과 달리 에텔라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시로네가 이모탈 펑션에 도달하자 생각한다. 시로네에게 이모탈 펑션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에텔라는 수도사가 부르는 이모탈 펑션의 다른 이름을 알고 있었다.‘니르바나(열반).’ 평범한 사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도 아니거니와, 도달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에텔라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시로네가 아주 긴…… 여행을 떠났다고 말하자 에텔라는 조언이 필요 없음을 알았다.스스로 깨달았고 스스로 멈추었으니, 선택권 또한 시로네가 가져야 마땅했다.마법사가 아닌 수도사로서, 에텔라는 진심으로 시로네의 경지를 걱정했다.

마법학교 외곽에 위치한 수련관에서 에텔라는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겼다. 그녀가 몸담은 카르시스 수도회는 몽크 견습생만 천 명이 넘는 왕국 최고의 수도회였다. 매년 수백 명의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들어오지만 극히 일부만이 재능을 인정받아 수도사가 되었다.

에텔라는 그런 아이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였다. 수많은 고위 귀족, 심지어는 왕족마저 따돌리고 최연소 비숍이 된 그녀. 주교라는 직위는 단지 실력이 뛰어나다고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에텔라가 선인들의 눈에 든 이유는 구도자에 적합한 천성 때문이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리라. 이런 마음가짐으로 그녀는 부와 명예를 뒤로하고 마법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감사의 마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는 사명감이 그녀를 이루는 전부였다. 어느 순간 에텔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스피릿 존의 공감각을 통해 한 여성이 수련관 쪽으로 걸어오는 게 느껴졌다.일반적으로 대상의 성별까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스피릿 존의 권위자인 에텔라는 동급의 마법사보다 탐색 수준이 월등히 높았다.

마법사회에서는 이를 ‘조너’라고 부르며, 스피릿 존의 밀도를 넘어 비중을 다루는 자였다. 보통의 스피릿 존에 공기가 차 있다고 가정한다면 조너의 스피릿 존에는 액체가 차 있다. 그만큼 매질의 비중이 다르기에, 공감각을 훨씬 정밀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손님을 맞기 위해 차를 끓이는 동안 수련관 문이 천천히 열리며 그녀가 들어왔다.

기별도 없이 찾아온 참이지만 시이나는 에텔라의 인사에 놀라지 않았다. 조너의 스피릿 존이 얼마나 섬세한지는 그녀 또한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석이 있다고는 해도 마룻바닥에 앉는 건 시이나에게 생소한 일이었으나, 내색하지 않고 에텔라가 건네는 차를 두 손으로 받았다.

첫 잔을 마시는 동안에는 대화를 자제하는 게 수도회의 예법이라고 들었기에 시이나는 씁쓰름한 차를 비울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름이라 해가 긴 편인데도 어느새 밖에는 황금빛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대화를 시작하고 싶은 시이나는 뜨거운 차를 빨리 비웠다.

시로네가 초자연 심령과학 연구회에 입회 원서를 냈는걸 이야기 하자 에텔라는 입을 다물었다. 에텔라는 스피드건 시험에서 시로네가 열반에 들어간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에텔라는 세상에 큰 문제와 작은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문제는 마음먹기에 달렸고, 그렇기에 시로네에게 선택권을 넘긴 것이다.

시이나가 오버플로우로 고통 받은적 있냐고 물었고 우문이었다. 일곱 살 때 처음 경험했다. 그래서 카르시스 수도원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수도원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아마 정상적으로 살지 못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난다.

산의 초입에 자리한 적막한 수련관에서, 괴상한 괴음이 정적을 깨트렸다. 에텔라는 명상에서 빠져나왔다. 몸을 세우고 돌아서자 흉물스럽고 투명한 형체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문득 귀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세상의 악과 싸우는 구도자의 마음에는 특별한 감흥이 일지 않았다.

귀신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에텔라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얼굴을 내밀었다.그러자 귀신도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루키의 방정식이 얼마나 상대를 잘 예측하는지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귀신이 또다시 위협했다. 에텔라는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손을 들어 병사의 코를 눌러 보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손은 그대로 관통하여 병사의 뒤통수로 빠져나갔다.

3.2. 아케인 침입 사건 편

수련관에서 좌선하고 있는 에텔라는 어제와 똑같은 복장, 똑같은 자세였다.가부좌를 튼 채 미동조차 없던 그녀의 눈썹이 순간 꿈틀했다. 이어서 미간이 구겨지고 콧잔등이 일그러졌다. 어금니를 강하게 깨문 그녀의 목에 핏줄이 일어서고, 급기야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에텔라의 몸을 따라 건물이 흔들렸다. 벽면과 천장이 진동하면서 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마침내 번쩍 눈을 뜬 그녀가 거친 숨을 토하며 앞으로 쓰러졌다.새벽녘에 불현듯 들이닥친 심마와 밤새도록 사투를 벌인 그녀의 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했다.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인간의 머릿속에 침투해 기억을 차단하는 종류였다.

물론 암흑 마법 또한 정통 학파에 속하지만 마법에 담긴 악의는 에텔라의 경계심을 극단으로 끌어 올릴 만큼 강렬했다. 카르시스 수도회의 율법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기억을 잃고 말았을 터였다. 암흑 마법. 하지만 교내에서 엄금하고 있을 텐데라고 생각한다.

에텔라는 시간을 확인했다. 여름이라 대낮처럼 밝았지만 학교 수업이 끝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12시간 이상 심마에 갇혀 있었다. 수도사의 지고지순한 정신력을 고려하면 놀랍도록 강력한 마법이었다. 더욱 기가 막힌 사실은, 수업을 완전히 빼먹었는데도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는 점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에텔라는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수련관을 뛰쳐나갔다.

사드가 교사 숙소로 발길을 돌리려는데 또다시 공간 이동의 굉음이 들렸다. 바짝 긴장한 사드가 스피릿 존으로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에텔라가 착지했다. 이제 막 출장에서 돌아온 사드가 학교에서 일어난 사태를 알고 있다는 건 의아한 일이었지만 에텔라는 생각을 접었다. 그 정도의 맥락이 아니고서는 현재 마법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 설명되지 않았다.

에텔라는 사드에게 암흑 마법에 당한 것 같다고 이야기 해주고, 학생들과 교사들까지 전부 기억을 잃었다고 말해준다. 사드는 시간이 없다고 일단 상황부터 설명해달라 부탁한다.

에텔라가 뒤편의 산을 가리켰다. 스피릿 존으로 탐색해 보니 전교생이 산을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향을 봐서는 건널 수 없는 다리 쪽인 것 같다고 알려주고, 인솔자는 3명이고, 그들을 미행하는 3명이 있다 말한다.

사드가 아는 것을 설명했다. 이번 일을 저지른 자는 빌토르 아케인. 오래전 세상을 어지럽힌 대마법사라 말한다. 빌토르 아케인은, 교장 선생님의 스승이라 이야기 해주고, 에텔라는 하지만 학생들을 데리고 가는 자들 중에 아케인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학생들부터 구하는 게 좋겠다고 요청한다.

그렇지만 사드는 에텔라는 느끼셨겠지만 정신 마법에 걸리면 쉽게 풀 수가 없다고 말하고, 학생들을 하나씩 구하려다가는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말거라고 말린다. 미행하는 세 사람이 있다고 했고,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있나 물었다. 에텔라는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어쩌면 시로네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사드는 그 아이들이 추적하고 있다면 당분간은 괜찮을 거라고 말한다. 머리가 좋은 애들이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고 있겠다고 말하고. 에텔라 선생님은 아케인을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사드는 교장 선생님을 찾아 암흑 마법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라 말하고, 에텔라는 아케인 어디 숨었는지 짐작가는데 있냐고 말했다. 사드는 이 정도의 대형 마법이라면 정신력을 상당히 소진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적이 없는 곳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산을 중심으로 찾는 게 빠를거라고 말한다.

다섯 군데 정도 포인트를 잡으면 괜찮을거라 말한다. 훈련장을 기준으로 순찰해달라고 사드는 말하고 에텔라는 승낙한다. 에텔라의 몸이 빛으로 변하더니 무려 1킬로미터 떨어진 산 정상으로 날아갔다.

건널 수 없는 다리에서 800미터 떨어진 산맥의 어디쯤에서, 에텔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눈앞에 그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비공인 3급 대마법사에 오른 빌토르 아케인이 서 있기 때문이었다.

아케인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휴식을 취했더라도, 어비스 노바를 시전하면서 소진한 정신력이 6할도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아케인은 자신을 가로막은 여성의 진가를 깨닫고 눈을 가늘게 떴다.

꺼벙하게 보이는 안경과 발달한 가슴은 전투에 어울리지 않는 순한 양 같은 외모였다. 하지만 심안으로 느껴지는 그녀의 기운은 육체의 모든 기혈이 막힘없이 흐르는 대하를 연상케 했다. 특히나 아케인이 주목한 것은 그녀의 눈동자였다.

팔정(희로애락구애오욕)을 초월한 자가 아니고서는 낼 수 없는 선인의 정신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구도자였다. 그것도 마법학교의 교사로 있기에는 너무 뛰어난. 내 마법을 파훼할 만하구먼이라고 아케인은 말했다.

에텔라가 예의를 표했다. 아케인인은 수도회인가 물었고, 수도사라는 건 물을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이어진 대답은 그의 생각을 상회했다. 에텔라는 카르시스 수도회의 비숍, 에텔라라고 소개했다. 일찍이 암흑 마법으로 이름을 날린 분이 어째서 이런 참혹한 짓을 저지르시는지 묻는다.

아케인은 허허 웃었다. 서른도 되지 않은 나이에 비숍의 직위를 갖는다는 건 그가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카르시스라면 교구가 2천 개에 이르는, 대륙에서 손에 꼽히는 수도회였다. 또한 비숍은 하나의 교구를 책임지는 직위로 영향력은 한 도시의 수장과 맞먹었다.

아케인은 알페아스 어디 있냐 물었고, 에텔라는 침묵을 지켰다. 그녀 또한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조차 정보가 될 수 있었다. 에텔라는 은원 관계라면 직접 만나서 푸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정신 지배에서 해방시키고 물러가 주신다면 제가 자리를 주선하겠다고 공손히 말한다.

아케인은 내가 없는 동안 애송이가 꽤나 평판을 쌓았나 보구나 말하고, 하지만 아이야, 알페아스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인간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에텔라는 과거가 어떻든 상관없고,지금의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의 존경을 받는 분이라고 말해준다.

아케인은 장난스럽게 턱을 쓰다듬었다. 따지고 보면 그의 기억 속의 알페아스는 한창 청춘을 불태우던 20대의 청년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 애송이가 무슨 짓을 했기에 존경을 받는단 말이냐고 물었고, 에텔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해가 떨어질 시간이었다. 암흑 마법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밤이 될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수작이었다. 에텔라는 어둠을 기다리는 것이라면 그만두고, 교사로서 더 이상 악행을 방관할 수 없다 말했다.

아케인은 불쾌한 듯 미간을 찡그렸다. 120살이나 덜 먹은 어린애가 감히 자신을 수작이나 부리는 삼류 마법사로 취급하다니 어둠의 권능이 발동되면서 아케인의 그림자가 나무들을 타고 올라갔다. 나뭇가지가 우수수 흔들리더니 모조리 한곳을 향해 휘어지기 시작했다.

에텔라는 위를 살폈다. 수백 미터 반경에 있는 나무들이 전부 기울어지면서 네트처럼 얽힌 거대한 돔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하늘이 닫히자 사위는 밤처럼 어두워졌다.

아케인의 육체가 자신의 그림자 아래쪽으로 쑥 하고 꺼졌다. 암흑 마법의 이동 기술인 다크 포트였다. 그림자의 2차원적인 특성을 이용하여 거리 개념을 지워 버리는 것으로, 어둠과 연결되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오버 파워 마법이었다.

무엇보다 기척이 없다는 것이 다크 포트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에텔라의 후미를 제압한 아케인이 손을 내미는 순간 에텔라의 몸이 섬광으로 변해 멀어졌다.그녀가 있던 자리에 아케인이 만든 수십 개의 그림자 손이 허공을 할퀴다가 본체로 흡수되었다.

아케인은 쥐새끼처럼 잽싸구나 말했고, 아케인의 몸이 다시 아래로 쑥 꺼졌다. 그것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초고속 이동전이 벌어졌다. 복잡한 숲에 수십 명의 아케인과 에텔라가 있는 듯했다. 잔상이 점멸하면서 점차 둘의 거리가 가까워지더니 어느 순간 아케인이 에텔라를 좁은 곳에 몰아넣었다.

아케인은 벌써 끝인가, 싱겁다고 말하고 아케인이 내민 손을 따라 수십 개의 그림자 손이 뻗어 나오자 에텔라의 눈이 커졌다. 에텔라는 수십 회의 순간 이동을 제자리에서 되먹였다. 각기 다른 동작을 취하는 상체의 잔상이 부채처럼 펼쳐지고, 그림자 손이 실체 없는 에텔라를 관통했다.

아케인은 과연 카르시스 수도회의 비숍. 과연 제법이다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노기를 품고 있던 아케인도 조금 전의 반응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의 거대함은 자신에게 못 미치지만 기술과 감각은 연령을 훨씬 초월한 경지였다.

아케인이 비릿하게 웃었다. 어둠의 권능. 수천 개가 넘는 그림자 손이 사방의 어둠에서 동시에 날아오자 에텔라의 동공이 흔들렸다. 에텔라는 너무 많다 생각했고, 가히 끝을 알 수 없는 마법력. 조너의 탐지 능력은 그 자체로 마법이라 불릴 만하지만 수천 개의 손을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나뭇가지에서 내려온 그림자에 손목이 붙잡히자 에텔라의 동작도 멈췄다.

이 상태에서 순간 이동을 시전하다가는 팔이 먼저 뜯겨 나가고 말 터였다.에텔라는 붙잡힌 팔을 끌어당겼다. 그림자의 장력은 마치 고무처럼 질겼지만 그녀의 완력도 만만치 않았다. 온 힘을 다해 잡아당기자 그림자의 중간 부분이 으득 하고 뜯겼다.

아케인은 체술도 익히고 있는가? 튼튼한 아이로라고 말하고 아케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쪽이 취향이라면 맞춰 주지라고 말한다.

갑작스러운 살기에 에텔라는 고개를 돌렸다. 허공의 암흑에서 엄청난 속도로 그림자가 튀어나와 그녀의 턱을 후려치고 지나갔다. 쓰러지는 와중에도 그녀는 망막에 남아 있는 잔상의 형태를 분석했다. 이어서 수십 개의 그림자 주먹이 날아들었다.

피할 수 없는 연타에 에텔라는 몸을 극한까지 웅크리고 두 팔로 급소를 가렸다.타격음이 북을 치듯 연달아 터지는 와중에도 그녀의 두 다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케인 이래도 버티냐고 생각했고, 어지간하면 뼈가 부러졌을 터. 하지만 가드 사이로 보이는 눈빛은 여전히 또렷했다. 에텔라에게 맷집은 인정한다만 말하고 이 정도의 타격을 받고 멀쩡한 상태일 리가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사방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들이 에텔라의 사지를 붙잡고 끌어당기자, 큼직한 안경에 금이 가고 입술이 찢어진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케인이 그만 끝내자고 말하고, 아케인이 포이즌 커트를 시전하자 칼날처럼 예리한 바람이 독성을 뿜어내며 회전했다. 암흑의 힘으로 대기에 독성을 결합한 트리플 마법이었다.

아케인의 손이 휘둘리자 사람의 허리를 끊을 정도로 거대한 바람이 표창처럼 날아들었다. 무방비 상태로 지켜보고 있던 에텔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즉사의 술법. 에텔라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아아아아아아! 소리를 질렀다.

수풀을 쓰러뜨리면서 질주하는 음파의 굉음이 어둠의 기운을 연기처럼 분쇄시켰다. 수도사의 기술, 파마의 함성이었다. 카르시스 수도회의 선조인 카르시스 융은 거대한 깨달음은 굉음과 함께 밀려든다고 했다. 파마의 함성은 고명한 굉음을 일으켜 악의의 현상을 깨트리는 정법으로, 마치 죄를 지은 인간이 천둥소리에 놀라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굉음이 휩쓸고 지나간 뒤 아케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피부가 저릿저릿하고 머리털이 곤두섰다. 마법이 아닌 경지다. 130년의 인생에서도 몇 번 접하지 못한 파마의 함성을 불과 20대 중반의 여성이 구사할 줄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재능이 하나의 능력을 극한으로 갈고닦아 자신의 강함을 증명한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게 무수한 파괴와 생성, 재생성을 거듭하며 마법은 발전해 나가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한다.

아케인이 포이즌 커터를 다시 캐스팅하자 에텔라는 다급하게 힘을 주었다. 사지를 구속하는 어둠의 권능을 끊어 내고 공간 이동을 시전하는 것과 동시에 포이즌 커터가 빛의 잔상을 관통했다. 아케인은 휘파람을 불었다.“휘우.”

강한 인간일수록 도망칠 때의 굴욕감은 큰 법이지만, 망설임 없이 후퇴할 수 있는 판단력 또한 전투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다. 에텔라가 있던 자리를 살피자 완벽하게 피하지 못했는지 핏물이 떨어져 있었다. 독이 스며들었다면 멀리까지 도망치지는 못할 터였다.

40년 만에 만난 강적에 아케인은 즐거웠다. 조너의 스피릿 존, 어둠의 권능을 끊어 내는 체술, 수도사의 지고한 경지까지, 삼위일체를 다 갖춘 천재를 본 것이다.

아케인은 공인 6급의 마법사라고 했던가라고 생각하고, 모르긴 해도 교사이니 구도자이니 하는 사명에 얽매이지 않았다면 현재 직급은 더 높았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아케인은 어떻게 그녀가 알페아스 밑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아케인은 그 애송이가 존경을 받는다고 묻고, 아케인의 눈빛이 슬퍼졌다.

아케인은 부끄럽지도 않으냐, 알페아스. 너보다 뛰어난 인간에게 존경이나 받고 있다니라고 말하고, 에텔라를 찾으러 발길을 옮기자 어둠의 권능으로 휘어진 나무들이 곧게 일어섰다. 햇살이 다시 숲을 비추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나무둥치에 등을 기댄 에텔라의 무릎은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 구부러져 있었다. 장장 30분간 추격전을 벌인 끝에 잠깐의 여유를 찾았지만 아케인을 완벽히 따돌린 건 아니었다.

독이 퍼지고 있어, 더 이상 치료를 늦출 수 없다 생각한 에텔라는 수직으로 내려앉은 에텔라는 수도복의 허리 부분을 찢었다. 포이즌 커터에 당한 배꼽 주위로 괴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호흡법으로 독이 퍼지는 걸 늦추고 있지만 임시 요법에 불과했다. 남은 방법은 몸에 퍼진 독을 한곳에 몰아넣어 빼내는 것뿐이었다.

손으로 무리라 생각하고, 구강의 흡입력으로 빨아낼 수 있지만 배꼽 위는 유연성을 발휘한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위치였다. 에텔라는 양손을 엉덩이 아래로 넘긴 상태로 나무둥치를 붙잡고 단단히 깍지를 꼈다.

그 상태에서 허리와 고개를 구부리자 척추에서 우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척추기립근을 이용해 요추를 최대한 늘렸을 때는 엉덩이가 완전히 떠오른 상태였다. 마치 뱀처럼 등이 휜 그녀의 입이 마침내 상처에 닿았다. 몸에 스며든 독소를 전부 상처로 밀어낸 에텔라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피를 빨아냈다.

독이 빠지는 자리에 불로 지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미간을 찡그린 그녀는 고개를 힘껏 쳐들며 독을 내뱉었다. 새까만 핏물이 풀에 떨어지는 순간 풀이 말라붙기 시작했다. 에텔라의 얼굴에 비로소 생기가 돌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조금 전에 찢은 수도복을 주먹에 단단히 감고 쿵쿵 맞부딪쳤다.

아슬아슬하게 맞췄다. 흔들리던 스피릿 존이 내구력을 되찾으면서 주위의 정보가 공감각으로 느껴졌다. 갑자기 눈을 크게 뜬 그녀가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자 지면에서 수십 개의 시커먼 손들이 먹물을 짠 듯 솟아올랐다. 어둠의 권능. 어느새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탐색의 전문가인 조너를 쉴 틈 없이 추격할 수 있다는 것은 암흑의 대마법사가 어둠 속에서 얼마나 기민할 수 있는가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어둠의 장막을 가르고 아케인이 등장했으나 에텔라도 이제는 도망칠 필요가 없었다.“두 번은 당하지 않을 겁니다.”말했다.

눈에 힘을 준 에텔라가 주먹을 쥐자 음양파동권의 진력이 충만하게 차올랐다. 아케인은 그녀의 변화를 금세 포착했다. 스피릿 존을 완전히 없앤 상태였다. 마법사는 스피릿 존을, 검사는 스키마를 다루지만 몽크는 정신과 육체를 둘 다 단련한다. 그들의 존재 의의는 최고가 되는 게 아니라 가장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케인은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하나의 분야에 집중했다면 이미 대륙에서 에텔라의 이름을 모르는 자는 없을 터였다.

어쨌거나 스키마에 집중하는 상태라면 그에 대한 대응책은 따로 준비되어 있었다. 암흑 마법을 시전하자 숲의 어둠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거미의 실루엣이 튀어나왔다. 이어서 아케인의 옆에 3미터가 넘는 거대한 그림자가 일어섰다. 목이 없다시피 두꺼운 다크 골렘이 포효했다.

털실로 두른 듯 몸통과 사지가 퉁퉁 불어 있고 팔은 긴 반면에 다리는 극히 짧았다.어둠의 권속은 마법사의 정신력이 힘으로 변환되는 마법으로, 하비스트를 만든 원리이기도 했다. 비록 마도 생물체처럼 빛에 면역은 아니지만 해가 떨어진 밤이라면 이보다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전투 병기는 없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그림자 거미를 에텔라가 잽을 날리며 튕겨 냈다. 이어서 거미가 뭉친 곳에 스트레이트를 날리자 펑 소리를 내며 어둠이 비산했다.그아아아아! 흩날리는 거미를 뚫고 다크 골렘이 쳐들어왔다. 에텔라가 날다람쥐처럼 몸을 날리는 순간 두꺼운 팔뚝이 지면을 후려쳤다.

쿠우우우우웅! 땅바닥이 물결처럼 파문을 일으키더니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폭발했다. 대마법사의 정신력이 물리력으로 환산된 결과를 본 에텔라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두 손을 땅에 박은 골렘이 고개를 쳐들고 에텔라를 찾았다. 이어서 해머를 휘두르듯 두 팔로 원호를 그리면서 연거푸 공격을 감행했다. 쾅! 쾅! 쾅! 쾅!

풍차처럼 휘두르는 주먹을 피하며, 에텔라는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다크 골렘의 품으로 뛰어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옆구리에 정통으로 주먹이 들어간 순간 폭음이 터졌다. 그아아아아! 다크 골렘이 휘청거리고, 등가교환을 거친 충격파가 아케인의 정신을 강타했다.

아케인이 순간 휘청거렸다. 이게 사람의 주먹인가 생각하고, 에텔라는 쉬지 않고 다크 골렘을 두드렸다. 가히 마법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력한 충격이 아케인의 정신을 뒤흔들고 있었다.

에텔라의 주먹은 표면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충격파가 중첩되면서 간섭 작용이 생긴다는 점이었다. 그아아아아! 다크 골렘이 몸부림치는 그때, 한 걸음을 더 전진한 에텔라가 손바닥으로 명치를 강타했다.

충격파가 전신으로 퍼지면서 골렘의 내부에 대략 400회의 간섭 작용이 일어났다. 이는 정권보다 무려 400배나 강한 충격파가 내부에서 발생했다는 뜻이었다. 마치 폭탄을 삼킨 듯 골렘이 들썩하더니 시커먼 육체가 울룩불룩 부풀었다. 조만간 터질 듯했다.

“크으으으!”아케인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지탱했다. 스피릿 존이 깨지면 다크 골렘 또한 붕괴하고 만다. 충격파와 씨름하던 골렘의 떨림이 점차 잦아들자 어느새 거리를 벌리고 있던 에텔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실제로 다크 골렘이 마지막 받은 충격량은 스키마 권법가가 내지른 일격의 400배에 달했다. 하지만 아케인은 버텨 냈다. 충격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대마법사의 정신력은 거대한 호수와 같아서 아무리 많은 파문을 일으켜도 결국 잔잔해지는 법이었다.

에텔라는 다음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거라고 말하고 추가로 지금이라도 포기하시죠 덧붙였다. 아케인은 오랜만에 몸을 풀수 있겠다며 다크 스파이더들이 다크 골렘의 육체로 스며들자 덩치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신장 10미터가 넘어 수해의 천장마저 뚫을 지경이었다.

에텔라는 정신이 아찔했다. 이 정도 크기라면 중소 규모의 도시 정도는 며칠이면 초토화될 터. 아케인이 수많은 국가와 대립한 악명의 정체였다. 에텔라는 바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세상의 빛이 되리라. 기다리는 것이 죽음뿐일지라도, 그녀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아아아앙! 다크 골렘이 굉음을 터트리며 돌진했다. 덩치가 커졌는데도 속도는 그대로였다. 생각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어둠의 권속이 오버 파워인 이유였다.

에텔라가 서 있던 곳을 내리찍자 지진파로 인해 나무들이 뿌리째 쓰러졌다. 쿵! 쿵! 쿵!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공격을 피해 나가던 에텔라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골렘의 팔뚝 위를 질주했다. 그리고 어깨에서 뛰어내리며 두 팔을 교차하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연타를 가했다. 음앙파동권의 오의, 천수관음 번뢰격이었다.

아케인의 뇌에서 쉬지 않고 스파크가 터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다크 골렘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파문의 개수를 세고 있었다. 착지까지 2초가 걸린다는 가정하에 최소 60개의 파문이 생길 것이고, 이것만으로도 대략 300회 이상의 간섭 작용이 발생한다.

에텔라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했고, 음양파동권의 진수는 마지막 타격인 장법에 있다. 거기까지 고려해서 굴절과 반사작용을 계산했을 때 2초 후에 나타나는 간섭 횟수는 자그마치…….‘6,800회.’ 권사의 일격보다 6,800배 강한 충격량을 연산한 아케인은 머리털이 곤두섰다. 하지만 감정과 다르게 입꼬리는 기괴하게 올라가 있었다.

아케인은 이제야 돌아온 기분이 드단고, 하고 수많은 천재들과 자웅을 겨뤘던 과거의 영광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연타를 맞는 와중에도 아케인은 다크 골렘의 허리를 꽈배기처럼 뒤틀어 일격을 장전했다. 이어서 지상에 도착한 에텔라가 양손을 옆구리로 바짝 끌어당겼다. 천수관음 번뢰격의 마지막 식인 강뢰장이었다.

그아아아아! 다크 골렘의 주먹이 쳐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에텔라가 두 손바닥을 쭉 내밀었다.‘강뢰장!’ 소리를 파괴하는 굉음이 터지고, 산맥의 중턱에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에텔라는 눈을 깜박거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니, 얼마나 멀리까지 날아온 것일까. 땅을 긁어 대며 미끄러진 흔적의 끝에 그녀는 대자로 누운 채 움직이지 못했다. 전투 불능 상태였다.

음양파동권의 오의로도 다크 골렘이 휘두르는 일격의 힘을 파훼하지 못했다. 패배보다도 더 그녀를 괴롭게 하는 건 악을 멸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었다. 조금 더 파동을 중첩했다면, 천수관음의 오의를 완벽하게 통달했다면, 강뢰장의 위력을 더욱 끌어올렸다면. 에텔라는 경련을 일으키는 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뜨거운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에텔라의 흐느낌이 산중에 울려 퍼졌다.

패배했지만, 아케인은 카니스와 시로네가 전투를 따라갔다. 산속에서 에텔라가 걸어 나왔다. 옷이 찢어져 있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투성이였다. 아케인은 패배자가 낯짝도 두껍다고 말했다. 시로네는 에텔라를 부축했다.

4. 사용 기술

  • 파마의 함성: 카르시스 수도회의 선조인 카르시스 융은 거대한 깨달음은 굉음과 함께 밀려든다고 했다. 파마의 함성은 고명한 굉음을 일으켜 악의의 현상을 깨트리는 정법으로, 마치 죄를 지은 인간이 천둥소리에 놀라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 음양파동권: 마법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력한 충격의 파동계열 기술이다. 에텔라의 주먹은 표면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내부에 충격파를 일으키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충격파가 중첩되면서 간섭 작용이 생긴다. 음양파동권은 중첩에 시간이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일단 피니시 파동이 들어가면 그 충격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음앙파동권의 오의, 천수관음 번뢰격: 어깨에서 뛰어내리며 두 팔을 교차하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연타를 가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