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장실 |
| - 사령관으로서 내 주 업무는 물론 전투 지휘다. 우리들의 생존에 직결되어 있는 문제니까. |
| - 그것 외에 다른 업무도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우선순위가 높은 것이 대원들의 멘탈 관리. |
| - 또 그 중에서도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중간에 오르카로 합류한 대원들이다. |
| - 이번 차례인 뽀끄루는 내 앞에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다. |
그래서... 별 문제는 없다는거지? |
| 뽀끄루 대마왕 네, 오르카에 오기 전이랑 비교하면... 지금은 너무 좋아요. |
| 뽀끄루 대마왕 아, 그리고. |
|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이 골라주신 이 의상도 이젠 익숙해졌어요. 원래 작게 입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헤헷. |
그, 그래. 잘됐네. |
| 나 - 기쁘게 자신의 의상을 내려다보는 뽀끄루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다. |
| 나 - 조금 더 신경써서 골라줬어아 했는데... 상황이 상황이었으니까... |
| 뽀끄루 대마왕 거기다 백토랑 모모랑 같이 연습해서, 마법소녀 일도 이제 잘 할 수 있어요. 보실래요? |
| 뽀끄루 대마왕 매지컬☆뽀끄루, 등장! |
| 뽀끄루 대마왕 어떤가요? 사장, 아니, 매직 젠틀맨! |
...... |
| 나 - 천진하게 웃으며 마법☆소녀 포즈를 취하는 뽀끄루에게 나는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걸까... |
내 마왕님을 돌려줘...! |
| 뽀끄루 대마왕 네에?! |
| 나 - 생활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제를 자연스레 자질구레한 것으로 흘려보냈다. |
| 나 -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뽀끄루가 노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
| 뽀끄루 대마왕 마법소녀들은 노래도 하더라구요. |
노래를 한다고? |
| 나 - 뭔가 착각한 거 아닌가? |
| 뽀끄루 대마왕 네! 이런 살랑거리는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멋진 조명을 받으면서요! |
| 뽀끄루 대마왕 안무도 하고, 꽉 들어찬 관중분들이 환호하고... |
| 뽀끄루 대마왕 그런 곳에서 한 번 노래를 불러봤으면... |
내가 알기론 그거랑 조금 다르... 아니다. |
| 나 - 이제와선 어차피 별 의미 없겠지. 뽀끄루가 즐거우면 그만이다. |
그럼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줄까? |
| 뽀끄루 대마왕 지, 진짜요? |
응. 별로 문제 없을 것 같은데. |
| 나 - 관객이야 얼마든지 있고, 또 그런 행사는 대원들 사기 진작에도 도움이 되겠지. |
| 나 - 뽀끄루 외에도 지원자를 받아서... |
| 뽀끄루 대마왕 아, 사장님. 그런데... |
왜? |
| 뽀끄루 대마왕 저는 그런 귀여운 노래는 못 불러서요... |
| 뽀끄루 대마왕 지금 부를수 있는건 잔잔한 노래들밖에... |
음... |
| 나 - 그런 노래라도 충분히 좋을 것 같지만 본인의 의사가 그렇다면야.... |
그럼 천천히 연습해 봐. 나도 그동안 무대를 준비해볼게. |
| 뽀끄루 대마왕 와아, 진짜요? 역시 사장, 아니. 매직 젠틀맨이에요!! |
| 뽀끄루 대마왕 감사해요. 매지컬 문 라이트의 가호가 매직 젠틀맨에게 함께하길! |
... ... |
| 나 - 그냥 사장님이라고 해줘... |
당신이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 함장실 |
| - 상담은 어느새 완전히 잡담으로 흘러갔다. |
| - 신나게 이아기하는 뽀끄루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웠지만, 슬슬 자리를 마무리 하려던 중 함장실 문이 열렸다. |
| 닥터 오빠 안녕~ 뽀끄루 언니도 안녕~ |
| 뽀끄루 대마왕 아, 닥터. 안녕하세요. |
안녕. 무슨 일이야? |
| 닥터 저번에 말한 뽀끄루 언니의 뿔 연구가 다 끝났다구~! |
| 닥터 여기, 레플리카를 만들어왔어. |
| 나 - 닥터가 내민 레플리카를 받아들었다. 그걸 본 뽀끄루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
| 뽀끄루 대마왕 이, 이걸 다시 쓰는 건가요? 이젠 싫은데... |
| 닥터 최종 조정을 위해서 원 사용자인 언니가 써 보긴 해야 돼. |
| 닥터 그래도 걱정하지 마. 원래 있던 세뇌 능력은 빼 버리고 일종의 보조 전투모듈처럼 기능하게 만들었어. |
| 닥터 시간이 모자라서 부작용까지 완전히 없애진 못했는데, 위험하진 않을거아. |
...원래 연구목적은 이게 아니지 않았어? |
| 나 - 굉장히 불온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
| 닥터 아, 그거? 그건 이제 됐어. 훨~썬 더 좋은 방법이 생겼으니까. |
... ... |
| 닥터 그럼 마무리는 부탁해! 나는 마저 연구하러 가봐야 돼서 이만! |
| 닥터 히힛, 그거만 완성시키면 어른이...! |
| - 붙잡을 새도 없이 닥터는 쌩 하고 사라져버렀다. |
자, 잠깐...! 사용법은 알려주고 가! |
| 닥터 아, 맞다맞다. |
| 닥터 자동으로 조정되게 짜 놨으니까 그걸 그냥 언니한테 씌우면 돼. |
| 닥터 도중에 벗거나 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니까 조심하고, 또... |
| 닥터 조정 중에 아~주 사소~한 이상행동을 보일 수가 있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정상이니까. |
| 닥터 그럼 난 간다~ 흐흐흐... |
| - 속사포처럼 설명을 늘어놓은 닥터가 불길하게 웃으며 다시 사라졌다. |
| - 한동안 멍하니 닥터가 사라진 곳을 보고 있던 뽀끄루가 울상을 지었다. |
| 뽀끄루 대마왕 사, 사장님. 어떻게 하죠...? |
음... |
| - 닥터가 아무리 엉뚱한 면이 있다고 해도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
| - 문제는, 뽀끄루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건데... |
일단... |
| 뽀끄루 대마왕 저기, 사장님. 사장님은 닥터 씨를 믿으시죠...? |
응, 그러니까... |
| 뽀끄루 대마왕 그럼 괜찮아요. 닥터를 믿는 사장님을 믿을게요. |
| 뽀끄루 대마왕 아앗, 그, 그렇다고 제가 닥터를 못믿는다는 건 아니구요... |
| 뽀끄루 대마왕 그냥 저 뿔에 조금... 안 좋은 기억이 있으니까... |
알았어. 나만 믿어. |
| - 내가 웃어주자 뽀끄루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났다. |
시작할까? |
| 뽀끄루 대마왕 네에... |
| - 다리를 모으고 눈을 감은 채 얌전히 앉아 있는 뽀끄루에게 다가섰다. |
| - 뽀끄루의 부스스하면서도 풍성한 머리에 뿔을 씌우자, 감겨 있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
이정도의 집착은 사령관에겐 익숙합니다.
| 함장실 |
| 나 - 뽀끄루의 눈은 왠지 생기가 없어 보였다. |
| 나 - 이거, 리제한테서 많이 보던 눈빛인데... |
괜찮아? |
| 뽀끄루 대마왕 네, 사장님. 괜찮아요... |
| 나 - 조금 위태로워 보이긴 하지만, 일단 큰 문제는 없어보인다. |
| 나 - 멍하니 허공를 응시하고 있는 뽀끄루의 앞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
음, 다음 일정이... 키르케랑... 으억?! |
| 나 - 습관적으로 혼잣말을 되뇌이며 생각을 정리하던 도중 갑자기 손을 붙잡혔다. |
|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지금 뭐라고 하셨죠...? |
아, 미안해. 혼잣말을 좀... |
| 뽀끄루 대마왕 아뇨... 말씀하시는 건 좋아요... 사장님의 목소리는... 헤헷... |
| 뽀끄루 대마왕 그거 말고요. |
| 뽀끄루 대마왕 다른 분의 이름을 입에 담으신 것 같은데요? |
...... |
| 나 -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린다. |
| 나 - 익숙한 상황이다. 침착하게 대처해아... |
그럴리가 없잖아. 나에겐 뽀끄루 뿐이야. |
| 나 - 미봉책이지만 일단 이 상황을 벗어나아 한다. 제대로 된 케어를 해주는 것은 그 다음이다. |
| 나 - 역시 효과가 있었는지 뽀끄루의 얼굴이 환해졌다. |
| 뽀끄루 대마왕 헤헷... |
이, 일단 이것 좀 놔줄래? |
| 뽀끄루 대마왕 거짓말. |
엇...? |
| 뽀끄루 대마왕 거짓말을 하시네요, 사장님. |
잠ㄲ, 뽀끄루?! |
| 나 - 순간적으로 몸을 당겨지 바닥 쓰러졌다. 내 몸 위에 올라탄 뽀끄루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질인다. |
| 뽀끄루 대마왕 왜 저를 두고 다른 분에게 가시려는 거예요...? |
| 나 - 당연하지만 마법☆소녀가 되었음에도 뽀끄루의 신체 능력은 대마왕일 때보다 줄어들지 않았다. |
| 나 - 내 위에 올라탄 뽀끄루와 팽팽한 힘겨루기가 계속됐다. |
| 뽀끄루 대마왕 헤헷... 사장님은... 전부 제 거예요... |
| 뽀끄루 대마왕 머리카락 한 올 부터.. 세포 하나 하나... 전부... |
으아아아아-! |
| 나 -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간신히 뽀끄루의 뿔을 벗겨냈다. |
| 뽀끄루 대마왕 아... |
| 나 - 그러자 뽀끄루는 내 위로 풀썩 무너저 내렸다. |
뽀끄루, 뽀끄루! 괜찮아?! |
| 나 - 고개만 들고 나를 멍하니 내려다보던 뽀끄루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
| 뽀끄루 대마왕 사사사사사장님...?! 제, 제가 무슨 짓을... |
...혹시 기억이 안나는 거야? |
| 나 - 내 물음에 잠시 얼어붙었던 뽀끄루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
| 뽀끄루 대마왕 ......다 기억나요. 우으, 그런 짓을 하다니... |
| 뽀끄루 대마왕 죄송해요...... |
| 나 - 울먹이는 뽀끄루의 팔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
다쳤으면 둘 다 혼났겠지만, 아니잖아? 괜찮아. |
| 뽀끄루 대마왕 흑... 네에... |
일어나자. |
| 나 -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뽀끄루는 날 꼭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
뽀끄루? |
| 뽀끄루 대마왕 저, 저기 사장님... 조금만... |
| 뽀끄루 대마왕 ...조금만 더 이렇게 있으면... 안 될까요? |
...안될 건 없지. |
| 뽀끄루 대마왕 네. 헤헷... |
| 나 - 뽀끄루가 작게 웃으며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
| 나 - 등에 닿는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의 감촉과 정반대로 부드럽고 따뜻한 뽀끄루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
| 나 - 조심스레 등을 쓸어주자 얇은 옷 너머로 느끼지는 심장박동이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다. |
OP | 함장실 |
| 나 - 안정을 되찾은 뽀끄루와 다시 마주보고 앉았다. |
| 나 - 완전히 풀어진 얼굴로 싱글거리던 뽀끄루의 얼굴이 내가 뿔을 집어들자 순식간에 의기소침해졌다. |
| 뽀끄루 대마왕 다, 다시 해야 되는 거겠죠...? |
걱정하지 마. 이상해지면 바로 벗거줄게. |
| 나 - 어깨를 축 늘어뜨렸던 뽀끄루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
| 나 - 신뢰가 가득 담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던 뽀끄루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
씌울게. |
| 나 - 눈을 내리깔고 얌전히 앉아 있는 뽀끄루에게 다시 뿔을 씌웠다. |
| 나 - 무슨 일이 일어나도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온 몸을 긴장시기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소리가 들렸다. |
| 뽀끄루 대마왕 냥. |
...냥? |
| 뽀끄루 대마왕 냐앙~ |
허어... |
| 나 - 충격에 얼어붙어 있는 나를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며, 뽀끄루는 손등을 핥기 시작했다. |
| 나 - 마치... 고양이처럼. |
|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냐앙~ 헤헷... |
뽀끄루...?! |
| 나 - 완전히 고양이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듯, 뽀끄루는 나를 부르며 안겨들었다. |
|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쓰다듬어달라냥~ |
후...... |
| 나 - 조금 전에 봤던 뽀끄루의 눈동자가 머릿속에 아른거린다. |
| 나 - 무너지려는 이성을 그 흔들림 없는 신뢰로 가득한 눈빛을 떠올리며 붙들었다. |
끄, 끝날때까지 얌전히 있자. 착하지. |
| 뽀끄루 대마왕 냐앙~? |
크악... |
| 나 - 뽀끄루의 천진한 표정이 내 심장을 강타했다. |
| 나 - 제, 제길. 이건 위험한데. |
| 나 - 지금까지 대원들과 많은 역경을 헤쳐왔지만 이렇게까지 위기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
| 나 -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나는 뽀끄루를... |
큭... |
| 나 -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뻗던 손을 멈췄다. |
|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헤헷. |
큭... |
| 나 -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뽀끄루는 마치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듯이 내 얼굴 이곳저곳을 핥기 시작했다. |
...하. |
| 나 - 미안해,뽀끄루. 난 여기까지인가 봐. |
| 나 - 이성의 벽에 금이 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 균열 사이로 참을 수 없는 욕망이 새어나온다. |
| 나 -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는 뽀끄루를 무릎 위에 마주보게 앉혔다. |
| 뽀끄루 대마왕 우냐앙~? |
큭큭... 마구마구 쓰다듬어서... |
| 나 - 검은 욕망이 마침내 입 밖까지 새어나왔다. |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지... 큭큭큭... |
| 나 - 마침내 위기감을 느낀 것인지 뽀끄루가 몸을 굳혔다. |
| 나 - 하지만 늦었다. 뽀끄루는 이미 내 손아귀에 있다. |
좋아, 착하지... 얌전하냐아아아악?! |
| 나 -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통증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
| 나 - 눈물을 찔끔 홀리며 돌아보자 익숙한 고양이 메이드가 있다. |
| CS 페로 주인님... |
| 나 - 보란듯이 한숨을 내쉬는 페로와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
| CS 페로 주인님께서 가끔씩 엉뚱한 행동을 하시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
| 나 - 어느새 내 품을 빠져나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뽀끄루를 바라보던 페로의 시선이 설명을 요구하듯 나에게 향했다. |
| 나 - 간략하게 상황을 전하자 페로는 또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
| CS 페로 ...큰 문제는 아니었군요.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
아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뻔 했어... |
| 나 - 뽀끄루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쓰다듬기 시작했다간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었겠지... |
그런데 무슨 일로 온 거야? |
| CS 페로 근처에서 철충 무리가 발견됐습니다. |
| CS 페로 저희들끼리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입니다만,br]주인님께서 작은 전투라도 직접 지휘하시겠다고 하셨으니... |
알았어. 그럼 인원 선별해서... |
| 뽀끄루 대마왕 뽀끄루가 갈게냥! |
| - 뽀끄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
하하... |
| - 내가 난처하게 올려다보자 페로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
| CS 페로 알겠습니다. 뽀끄루 씨는 강하지만, 저 상태로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
| CS 페로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
고마워. 부탁할게. |
| - 함장실을 뒤로하던 페로가 문 앞에서 멈칫했다. |
| CS 페로 저, 저기... 주인님. |
응? |
| - 페로의 시선이 바닥을 맴돈다. |
| - 한동안 눈을 깜빡이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던 페로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
| CS 페로 ...주, 주인님께서 원하시면... |
| CS 페로 저, 저도... 할수 있어...... |
| CS 페로 ......냥. |
| - 볼을 새빨갛게 물들인 페로는 내 심금을 울리는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
... ... |
| - 평소의 페로도 좋지만... |
| - ......가끔씩 부탁해볼까... |
ED | 함장실 |
| 뽀끄루 대마왕 ... ... |
저기, 뽀끄루... |
| 나 -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투중에 그만 뿔이 벗겨지고 말았다. |
| 나 - 함께 나간 페로 덕분에 전투는 무사히 종료됐지만, 돌아온 뽀끄루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
미,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
| 뽀끄루 대마왕 아뇨, 사장님을 탓하는 건 아니에요.. |
| 뽀끄루 대마왕 그냥... 그런 모습을 보여버려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
...... |
| 나 -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던 뽀끄루의 모습이 떠오른다. |
| 나 - 그 모든 기억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면... |
| 뽀끄루 대마왕 헤헤... 이제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요. 그런 모습까지 보여 버린 걸요. |
|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어서 뿔을 씌워 주시겠어요? 헤헷,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덜 부끄러운 거였으면 좋겠네요... |
| 나 -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후련하기까지 한 뽀끄루의 미소가 가슴을 쿡쿡 찔렀다. |
| 나 -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다시 레플리카를 집어들었다. |
| 나 - 이번에는 부디 잘 끝나길... |
당신을 위해 노래할게요.
OP | 함장실 |
| -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뽀끄루도, |
| - 고양이가 되어버린 뽀끄루도... 이 모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 - 다시 뿔을 쓴 뽀끄루는... 내 앞에서... |
| - 노래를 부르며 발랄하게 춤을 추고 있다. |
| 뽀끄루 대마왕 우리들의 작은 마음이~♬ |
| 뽀끄루 대마왕 당신의 앞길을 밝힐 수 있기를~♬ |
... ... |
| 나 - 마지막 포즈를 취하며 한 곡을 마무리한 뽀끄루는 바로 다시 노래하기 시작했다. |
| 나 - 벌써 몇 곡째인지도 모르겠다. |
| 나 - 지치지도 않고 노래하는 뽀끄루를 그저 바라봤다. |
| 나 - 너무나 행복하게 노래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
| 뽀끄루 대마왕 이번 생에도~♬ 또 다음... 앗. |
뽀끄루! |
| 나 - 한창 노래를 부르는 중에 갑자기 풀썩 쓰러지는 뽀끄루를 간신히 붙잡았다. |
| 나 - 다행히도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듯, 뽀끄루는 이내 몸을 일으켰다. |
| 뽀끄루 대마왕 아... 끝난 것, 같아요. |
| 나 - 그 말과 동시에 뿔의 한쪽에서 붉은색으로 점멸하던 불빛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
| 나 - 단순히 조정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표시일 테지만. |
| 나 - 숨을 몰아쉬며 상기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뽀끄루의 모습에 그것은 내게 더 큰 의미로 느껴졌다. |
| 뽀끄루 대마왕 하아, 하아, 사장, 님... |
| 뽀끄루 대마왕 저... |
잘 들었어. 조정도 다 끝났으니까 이제 쉬어. |
| 뽀끄루 대마왕 네에... 꺅?! |
| 나 - 몸에 힘이 없는 뽀끄루를 안아올려 침대에 눕혔다. |
| 나 - 이불을 덮어줄 때까지도 어안이 벙벙한듯 눈을 깜빡이던 뽀끄루의 얼굴이 한순간에 터질듯이 붉게 달아올랐다. |
| 뽀끄루 대마왕 아, 아으으... |
| 나 -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부끄러워하던 뽀끄루가 이불 밖으로 눈만 배꼼 내밀었다. |
| 뽀끄루 대마왕 저기... 사장님. 제 노래... 어땠나요...? 제 의지로 부른 건 아니지만... |
좋았어. 나만 듣기는 아까울 정도로. |
| 뽀끄루 대마왕 ......헤헷. |
| 뽀끄루 대마왕 뿔을 다시 쓰길 잘했네요... 아마 닥터가 선물해준 거겠죠...? |
이상한 것도 끼워넣긴 했지만 말이야. |
| 나 - 작게 쿡쿡 웃으며 테이블 위의 레플리카를 바라보던 뽀끄루가 조심스레 내 손을 잡았다. |
| 뽀끄루 대마왕 사장님. 방금 전 같은 노래는 이제 못 부르지만... |
| 뽀끄루 대마왕 다른 노래도... 들어주실래요? |
얼마든지 들어줄게. |
| 뽀끄루 대마왕 그, 그럼 이거부터... 가, 가사를 잘 들어주세요...? |
| 나 - 결국 밤이 깊을 때까지 뽀끄루의 곁에서 노래를 들었다. |
| 나 - 덕분에 업무를 처리하려면 방을 꼬박 새워야겠지만... |
| 나 -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