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19 17:55:16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파일:도망쳐서 도착한 곳에.jpg

1. 개요2. 상세3. 기타

1. 개요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逃げ出した先に、楽園なんてありゃしねえのさ
미우라 켄타로의 만화 베르세르크를 상징하는 명대사.

2. 상세

단죄편 : 로스트 칠드런의 장 결말부에서 나오는 대사로, 베르세르크 최고의 명대사로 꼽힌다.

은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해 가출했지만, 인신매매범들에게 납치당한다. 이후 가츠에게 구해져 가츠를 따라다니게 된다. 가츠와 질은 질의 마을을 습격하던 사도 로시느를 잡으러 안개 계곡에 가고, 질은 로시느에 의해 요정[1]이 될 뻔 하지만 또다시 가츠에 의해 구해진다. 비참한 현실로 돌아가기 싫었던 질은 가츠에게 어디라도 좋으니 자신을 데려가 달라 하지만, 가츠는 아래와 같이 말하며 거절한다.
봐라. 내 주변의 어둠을.[2]
여기가 네가 도착한 곳, 여기가 네 낙원이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이란 있을 수 없는 거야.
도착한 곳, 그곳에 있는 건 역시 전장뿐이다.
돌아가. 여긴 나의 전장이다.
넌 너의 전장으로 가라.

이후 질은 검사님처럼 열심히 살 자신도 없고, 로시느 처럼 도망칠 용기도 없다고 하지만, 이를 악물고 자신이 할수있는 소소한 저항이라도 하면서[3] 어떻게든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3. 기타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낙원은 없다'를 부분만 인용하여 마치 "어차피 낙원은 없으니 포기하고 살아라"식으로 뜻을 곡해해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당 대사의 전체 문맥을 보면 운명으로부터 도망쳐서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좀 더 본질적인 차원에서 말하면 스스로의 삶과 직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지, 어딜 가도 부조리가 있으니 받아들이고 참고 살라는 식의 자기합리화하는 이야기가 아니다.[4]

베르세르크의 주제는 가혹한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이고, 이것을 가츠라는 인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간에게는 어디에나 자신이 감당해야 할 전장이 있기 때문에, 당당히 맞서 싸우는 의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츠가 파르네제에게 일갈한 "기도하지 마! 기도하면 손이 놀잖아!"라는 내용도 근본적으로 스스로 해결할 문제에서 눈을 돌리지 말라는 이야기.

KBS2 드라마 순정복서 2화의 초장부에 이 대사가 인용되기도 했다.


[1] 사실은 요정이 아닌 식인 벌레다.[2] 제물의 낙인으로 인해 몰려드는 악령들을 보여준다.[3] 가령, 이제부터는 아빠가 잘못된 명령을 내리면 얌전히 따르지만 않고, 어떻게든 싫다고 떼라도 쓰며 살겠다고. 가츠의 삶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보일수 있지만, 반항하는 자식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막장부모가 도처에 널려있는 전근대 배경인걸 감안하면 이쪽도 나름대로 목숨을 내놓고 하는 싸움이라는것을 알 수 있다.[4] 즉, 어디까지나 개인의 내면적 성장에 대한 얘기지 '지금 상황이 불편해도 계속 참아' 식의 말은 결코 아니다. 단적인 예시로, 내전을 피해 중동에서 다른 나라로 망명하거나 이민가는 이들을 보고 이 말을 사용할 순 없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