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1-02 19:08:56

누누와 윌럼프/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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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문 배경2. 얼어붙은 마음3. 돌로 변한 마을4. 구 설정
4.1. 구 배경 14.2. 구 배경 2

1. 장문 배경

오랜 세월 프렐요드를 떠돌며 살아온 노타이 부족의 소년 누누는 어머니 레이카에게서 세상 모든 일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두 사람은 함께 이야기를 모았고, 레이카는 그것을 노래로 만들었다. 누누에게는 마을과 마을을 돌아다니며 어머니가 노래하는 고대 영웅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은 없었다. 노타이 부족은 겨울의 찬 바람이 불어오면 그들이 만났던 모든 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이를 기념했다.

애니비아의 날개에서 떨어지는 서리를 느끼며 영웅의 찬가를 들을 때면 누누의 가슴은 두근댔고 그의 세상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찼다.

레이카는 누누의 열다섯 번째 영명 축일에 누누가 자신의 노래를 연주할 수 있도록 피리를 선물했다. 이들은 그 후로 몇 년 동안 마차를 타고 레이카의 노래길을 따라 여행하며 함께 다녔던 곳을 노래로 남겼다.

그러던 어느 날 이들과 함께 유랑하던 상단이 습격을 받았고 누누는 어머니와 떨어지게 되었다. 다행히 서리방패 부족민들에게 발견되어 목숨을 건진 누누와 노타이 부족 아이들은 서리방패 부족의 거대한 요새 주변에 있는 마을로 가게 되었고 누누는 그곳에서 어머니의 노랫소리가 들려오기만을 기다렸다.

눈이 내리고 몇 주가 지나갔다.

기다림에 지친 누누는 어머니를 찾아 나서고 싶었지만 서리방패 부족은 혼자 돌아다니면 위험하다며 누누를 말렸다. 심지어는 누누가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명검 '스벨손구르'를 보여줘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스벨손구르는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피리로만 보였기 때문이다.

누누는 어머니가 만든 옛 전설과 영웅들의 노래를 부르며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홀로 보냈다. 그는 서리방패 전사 같은 영웅이 되어 어머니를 구하고 싶었다. 그는 심지어 서리방패 부족의 지도자 리산드라도 만났다. 그녀는 누누에게 어머니의 이야기에 대해 수많은 질문을 했으며, 항상 어떤 특정한 노래를 궁금해했다.

누구도 누누가 영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검 대신 피리를 들고 다닌다며 누누를 놀리는 노타이 부족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누누의 마음 깊은 곳에는 노래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누누는 자신을 증명하고 서리방패 부족이 어머니를 찾도록 도와줄 방법을 생각해냈다.

누누는 리산드라에게서 자신이 가진 힘을 노리는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는 난폭한 괴물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해마다 서리방패 부족의 전사들이 괴물을 잡으러 갔지만,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고 했다. 어머니가 부르던 한 노래... 리산드라는 그 노래를 궁금해했던 것일까? 그 순간 누누는 깨달았다. 리산드라는 어떤 설인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다.

누누는 그 괴물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괴물은 누누의 도전을 받아들일 것이고 스벨손구르의 분노를 맛볼 것이다!

피리를 불어 엘키르 무리를 길들인 누누는 몰래 설원으로 나갔다. 괴물을 찾아 나선 외로운 소년이 자신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전설이 되려 하고 있었다.





한때 프렐요드의 산맥을 지배했던 고결한 고대 설인 문명은 빙하기가 도래해 파괴되었고, 마법의 힘을 빼앗긴 후 야만적으로 변하는 동족들을 지켜본 한 설인은 동족의 남아 있는 힘을 지키기로 맹세했다. 그 힘은 주변에 있는 인간의 상상에 반응하여 소용돌이치는 보석이었다.

마법을 부리는 최후의 설인이자 수호자인 그의 모습도 그러한 인식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는 마법이 다시 필요해질 때까지 이를 수호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마법을 사용할 자격이 있는 이를 찾을 수 없었다. 폐허가 된 은신처를 침범한 인간들의 마음속에는 악의가 가득했기에... 그는 이빨과 발톱으로 그들을 맞이했던 것이다.

하지만 수호자는 자신이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이름과...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의 이름이었다.

노래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한 소년이 괴물의 은신처에 굴러떨어지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수백 년 동안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괴물은 소년이 다가오자 으르렁거리며 그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보석이 소년의 마음에 반응해 용을 처치하고 고대 뱀의 머리를 베는 영웅의 모습을 비췄다. 괴물을 본 소년은 소리를 지르더니 피리가 무시무시한 칼이라도 되는 것처럼 뽑아 들었다. 하지만 소년은 피리를 내려치지 않았다. 소년은 허공에 나타난 영웅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의 깊은 진실을 깨달은 것이다...

소년의 눈에 비친 수호자는 괴물이 아니었다. 그는 친구가 필요한 외로운 존재였다.

분노가 가시지 않은 수호자는 소년이 자신의 얼굴에 눈덩이를 던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눈싸움이라니! 분노는 놀라움으로 바뀌었고 이내 기쁨이 되었다. 공포심이 아닌, 한 소년의 상상이 만들어낸 감정이었다. 수호자도 눈덩이를 던지기 시작했다. 수호자의 몸에 복실복실한 털이 생기면서 친근한 모습이 되어갔고, 포효는 웃음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것도 수호자가 소년의 피리를 망가트리기 전까지였다.

소년이 울음을 터뜨리자 수호자는 보석 주변에 익숙한 감정이 형태를 이루는 것을 느꼈다. 슬픔이었다. 수백 년 동안 그는 보석 속에서 자기 종족의 종말을 보았던 것이다. 그들이 잠재운 위협과 눈먼 자의 배신을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불타는 마차가 보였다. 바람에 실린 목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소년의 마음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느꼈다. 다른 인간이나 오래전에 그를 찾아왔던 세 자매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것은 절망에 맞서 싸우는 사랑이라는 감정이었다.

그 순간 수호자는 프렐요드의 유일한 희망은 이미 이 소년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지키던 마법은 단지 도구였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마법을 빚는 마음이었다. 수호자가 몸짓을 하자 보석에 담긴 마법이 소년에게 전달되었고 소년은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 소년은 피리를 고치기 위해 상상 속에서 피리를 얼음 정수로 단단하게 얼렸다.

그리고 소년은 자신과 가장 친한 '윌럼프'라는 이름의 친구를 상상했다.





누누와 윌럼프는 프렐요드의 평야로 나왔다. 이제 누누의 마음과 윌럼프의 힘을 합쳐 이전까지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모험을 떠나는 것! 두 친구는 누누의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를 따라 이곳저곳을 누비며 어딘가에 어머니가 살아 계실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윌럼프는 마법과 상상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프렐요드 중심부에 있는 검은 얼음[1]이 계속해서 녹는다면... 즐거운 여행도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2. 얼어붙은 마음

파일:누누스토리1.jpg

"엄마…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왜 그러니, 누누? 코를 잔뜩 찡그리고선. 엘키르한테 냄새가 나는 건 아닌 것 같고… 이번에는 말이지. 뭐라 하는 것이 아니야, 코나!"

"하하, 엘키르는 두시클 냄새가 나요! 어쨌든… 엘키르는 우리 마차를 끌어 주지요. 그런데 엄마, 전 떠나기 싫어요. 전 저 마을이 좋아요. 진흙 속에서 뿔피리도 찾았다고요!"

"이리 오렴, 우리 귀여운 찡그리. 엄마가 다시 얘기해 줄게. 눈이 쌓이면 노타이 부족이 떠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단다. 겨울의 어머니가 우리에게 맡긴 모험을 떠나야 하거든."

"애니비아 말이에요?"

"그래. 애니비아는 깃털 대신 고드름이 달린 불사조라고 하더구나. 그 날개는 매서운 찬 바람을 몰고 오지. 으으으으! 하지만 우리 노타이 부족은 애니비아가 타고 오는 찬 바람이 희망이란 사실을 알고 있단다. 애니비아는 아바로사 부족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 영역의 수호신이 아니야. 자유 그 자체이자,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더라도 자신의 열정을 따르는 자의 마음에 차오르는 영혼이란다. 열정이 뭔지 아니, 누누?"

"야만전사가 전쟁의 어머니한테 입맞춤할 때 생기는 감정 같은 건가요?"

"음, 그럴 때도 있지만 전쟁의 어머니가 야만전사에게 입맞춤할 때도 있단다. 하지만 엄마가 말하려는 열정은… 겨울을 축하하는 축제의 분위기 같은 거란다. 우리 안의 온기가 첫눈으로 더욱 따스해지지. 엄마가 말하려는 그 열정에 불타오르면서 춤추고 노래하고 리라를 연주하면서 전율하는 거야! 애니비아는 바로 이걸 온 프렐요드에 전달하도록 우리에게 임무를 주었어. 애니비아가 이동할 때 바람을 일으켜 주는 게 바로 이거란다! 어떤 마을은 우리를 미덥지 않은 상인으로 보고, 어떤 마을은 우리의 도착을 알리는 얼음 때문에 우리를 두려워하지. 생사가 걸린 겨울이 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그들 모두에게 노래와 연대를 가져다주고, 우리의 정신으로 모든 마을을 연결해 준단다. 이게 얼마나 굉장한 축복인 줄 아니, 누누? 상단 마차가 우리의 뼛속까지 그 사실을 새겨 준 덕분에 알 수 있는 거란다. 삶은 노래를 위한 끝없는 기회의 줄과 같지..."

"이것들처럼요?"

"그래, 엄마의 노래처럼. 줄은 하나의 노래가 되고, 줄의 마디는 하나의 가락이 되고, 가락은 우리가 애니비아를 따라 돌아다닌 곳들이 되는 거야. 이것처럼 말이지. 이건 순례자들이 라켈스테이크에 있는 아바로사의 조각상 밑에 모여 중얼거리는 소리야. 얼어붙어 보석처럼 빛나는 그 호수는 누군가 소유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곳이지만, 아바로사 부족은 그 옆에 기념비를 세우고는 호수가 자신들의 것이라고 말한단다. 마치 조각상처럼 아바로사 부족의 족장들, 냉기의 화신은 아바로사의 그늘 밖에 있는 세상을 두려워한 나머지 움직이지 않지 않아.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단다…"

"겨울 발톱 부족. 그들은 아바로 사람들을 미워하죠."

"아바로사 사람들이라고 해야지. 하지만 노래는 그들을 하나로 만들어 준단다. 이렇게 말이지. 이건 늑대배를 글레이저포트에, 겨울 발톱 부족을 과거에 묶어 두는 사슬의 소리야. 예전과 달라진 게 없지. 눈 속의 피와 같아. 겨울 발톱 부족은 산산이 부서진 얼음 위에서 삶을 살아간단다. 바닷길을 깨는 건 자신들의 힘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늑대배를 타고 다니지… 하지만 사슬을 고수하고 다른 이들도 그 방식을 따르도록 요구할 만큼 강하지는 않아."

"늑대배 기억나요, 엄마. 근데 늑대가 아니라 나무로 만든 배였죠! 겨울 발톱 부족은 이름 짓는 법을 모르나 봐요."

"이름을 지어서는 안 되는 것들도 있단다, 누누. 칼바람 나락 위에 있는 서리방패 요새처럼 말이야. 그곳의 모든 비밀… 엄마의 비밀과 엄마가 찾은 온기의 비밀들 말이지… 서리방패 부족은 세 자매의 말씀을 전하고 있지만, 내 생각에 그들이 진정으로 믿는 건 '비밀' 같구나. 어떻게 그들 자신도 모르는 것으로부터 그들을 구할 수 있겠니? 그것은 오직 칼바람 나락에서 떠오른 울부짖는 장송곡만이 기억하고 있단다. 서리방패 부족이 감시하고 있는 것 말이지."

"그들은 노래에 나오는 것처럼 영웅인가요? 저도 영웅이 되고 싶어요!"

"이 노랫가락을 들어 보렴, 누누. 얼음뿔 봉우리의 요새와 그 아래에 잠든 지하실의 가락이란다. 조용하고 공허하지. 냉기의 화신이 맞서 싸우던 존재는 잊혔고, 이제 싸울 대상이 없어진 그들은 부족을 통치하는 데 자신들의 힘을 쓰고 있지. 아바로사 부족, 겨울 발톱 부족, 서리방패 부족 모두 마찬가지야. 그들은 조각상, 사슬, 비밀을 이용해 사람들을 복종시키지. 하지만 너는… 엄마가 길을 바라볼 때면 네 미래가 보인단다, 누누. 넌 엄마에게 그랬듯이 수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줄 거야. 겨울의 어머니가 바라는 대로, 그녀가 널 실어 나를 바람을 보내면 엄마는 사랑을 보낼 거야. 넌 내 마음속의 노래란다, 누누. 다음에는 어떤 노랫가락을 이어 볼까?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우린 아마 또 다른 마을로 가겠죠. 그 마을에는 뿔피리가 없겠지만요..."

"아니, 누누. 상상만 한다면 바깥에는 항상 더 많은 것이 있단다! 한때 하늘을 가로질렀던 다리를 여행할 수도 있어! 다리 대부분이 아주 먼 옛날에 무너져 구름 뒤에 숨겨져 있지만. 그런데 이 소리 들리니? 누군가 다리의 끝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기고 있어. 인간들보다 앞서 프렐요드를 지배했던 고대 존재들의 무덤에 들어가거나, 공중에 떠 있는 서리 안개로 고대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도 있단다. 네 앞엔 어떤 꿈이 있니, 누누? 어떤 꿈을 원하는지 이야기해 볼래? 아니면 우리 조상들이 파괴해 얼음 속에 묻어 버린 세계수의 모양처럼 길이 갈라져 있는 얼음 굴을 찾을 수도 있어. 네가 볼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걸 찾을 수 있지. 상상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단다."

"세상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뿔피리를 불 수도 있어요? 그러면 아바로사도 그 소리를 듣고 돌아올 거예요!"

"지금 당장 올라갈 수 있지, 누누. 엄마에게 말만 하렴. 또 뭐가 보이니? 네 마음속에 어떤 이야기가 있니?"

"처음부터 얘기할게요! 옛날 옛적에, 누누라는 소년과 누누의 엄마인 레이카가 살았어요… 엄마는 정말 아름다웠죠. 둘은 마차에서 살았는데… 다음에 어디로 갈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둘은 어떻게 하기로 했니, 누누?"

"어디로든 함께 가기로 했어요! 코나의 엉덩이에서 날개가 돋아나자 마차가 하늘로 날아갔죠. 코나는 애니비아보다 힘차게 날갯짓했어요! 비록 눈이 내렸지만, 둘은 따뜻하고 안전했어요. 이 느낌은 뭐죠, 엄마? 마치 포옹하는 것처럼..."

"그게 바로 집이란다, 나의 작은 영웅아. 우리가 어디를 가든 항상 함께 있을 곳이지. 추위가 함께하더라도, 힘겹고 희망이 필요한 상황이라도…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면 절대 겨울은 춥지 않을 거란다, 누누."

파일:누누스토리2.jpg

3. 돌로 변한 마을

파일:누누스토리3.jpg

마치 중간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처럼,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바로 그 노래야. 분명히 들었어!

"윌럼프!" 난 소리쳤다. "또 그 노래를 들었어! 어서 일어나!"

나는 담요처럼 우리를 뒤덮고 있는 눈을 걷어 내고 털이 복슬복슬한 내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윌럼프의 수염은 나의 꿈이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을 느끼기라도 하는 듯 씰룩거렸다. 윌럼프가 그르렁거리자 그의 입김이 온갖 형태로 소용돌이쳤다. 윌럼프는 나이도 많고 귓속에 털도 있지만,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다! 윌럼프의 수염이 내 코를 간질이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정신을 차리는 데에는 마법을 부리는 설인이 딱이지!

윌럼프가 뒹굴더니 꼬르륵거리는 배를 긁기 시작했다. "넌 항상 먹을 생각만 하는구나." 난 다시 웃었다. 웃으면 기억이 더 잘 나서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

우리는 엄마의 노래를 따라 프렐요드를 여행하고 있다. 엄마는 우리가 갔던 모든 곳에서 노래를 만들었다. 그 장소가 어디였는지 기억만 한다면 엄마에게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 속 영웅처럼 엄마를 구할 수 있는 거다!

하지만 머리를 쥐어짜 내지 않으면 노래가 조금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가끔은… 엄마가 어딘가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로 저 노래처럼! 너도 들었어?!

"저 마을에서 들려오고 있어." 나는 얼어붙은 폭포 아래에 깔린 어둠을 가리키며 크게 소리쳤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노래가 들려오는 곳을 알려주었다. "검부터 꺼낼게, 윌럼프. 자 이제 바람을 가로질러 달려간다!"

잠시 후 그곳에 도착하자 덥수룩한 털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몸이 떨렸다.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도 마을은 거의 그림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입김이 보일 정도로 추운 곳이니 사람이 있었다면 알았을 것이다. "여긴 대체 어디지?"

윌럼프가 뭔가 알아차린 듯 그르렁거렸다.

"날야아그? 그런 마을 이름이 어디 있어. 글자로 어떻게 쓰는지 아무도 모를걸?" 그러자 윌럼프가 그르렁거리며 설인의 말로 '돌'이라고 설명했다.

건물들은 돌이 아주 높이 쌓인 형태였고, 길도 돌로 되어 있었다. 돌이라, 그래. 그렇다면… 돌을 깎아 만든 꽃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네? 문에 걸린 모피도 그렇고. 저 낡은 밧줄도! 딱딱하고 회색일 뿐 분명 밧줄일 거야.

"이 주변에 있는 게 전부 돌인가?" 이건 옳지 않았다. 이야기 속에서는 돌에 적어도 룬 문자나 다른 무언가가 새겨져 있었다.

왜 노랫소리가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아치형 입구 밑에서 등을 돌린 채 서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전 누누라고 해요! 도움을 드리려고 왔어요!" 나는 소리 지르며 그 사람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하지만 그가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밝은 곳으로 넘어지자마자 난 깨달았다… 사람들도 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입구 저편에 사라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조각상처럼 한데 모여 있었다. 전사처럼 보이는 사람은 활기를 잃은 잿빛 돌로 변해 있었다. 농부와 그의 아내는 마치 돌덩이 하나로 깎아 낸 것처럼 서로를 꼭 붙들고 있었다. 그 곁에는 작은 소녀가 조약돌처럼 붙어 있었다.

이건 저주였다. 진짜 저주 말이다.

"윌럼프, 우리가 나서야 해!"

엄마의 노래에 나온 게 바로 이런 것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저주를 푸는 멋진 영웅들의 이야기였다. 이야기에서 얻은 교훈으로 우리가 이 사람들을 구할 수 있겠지? 그렇게 믿어야 했다. 만약 이것조차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엄마를 구할 수 있을까?

바다를 떠받드는 거북이를 아바로사가 진한 입맞춤으로 치유했다는 신화에 대한 노래가 기억났다! 하지만 생애 첫 입맞춤을 조각상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나중을 위해서 윌럼프에게 입맞춤을 시켰고 조각상은 윌럼프의 털에 파묻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산드라가 가르쳐 준 기도문을 읊어 보려고도 했다. 애니비아가 남쪽 군대에 맞서 싸웠을 때처럼 저주를 쫓아내려고 눈으로 용을 만들기도 했다! 심지어 엄마가 부른 노래에서 브라움이 마을을 녹였던 것처럼 해를 가까이 당기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해는 너무 멀리 있었다.

브라움의 팔은 정말 길었나 보다.

윌럼프는 풀 수 없는 저주도 있다며 날 위로했다. 영웅들도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떠올랐다. 엄마가 실종되고 마차가 눈 속에 파묻혔지만 느낄 수 있다. 그건 바로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이 마을에 필요한 건 그거였다!

"이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면," 윌럼프에게 말했다. "이 조각상들을 돕자!"

난 미소를 짓고 피리를 집었다. 그러니까, 내 검인 '스벨손구르' 말이다!

영웅으로 활약할 시간이다!





저주의 냄새가 난다. 트롤처럼 끔찍한 악취다. 수 세기에 걸쳐 내려온 듯한 저주에는 이 소년의 남은 일생을 단 며칠로 만들어 버릴 만한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이곳은 노래에 등장하는 영웅들조차 고대의 마법 앞에서 검의 무력함을 느끼며 전의를 잃을 법한 곳이다.

하지만 누누는 단순한 영웅이 아니다. 그보다 더 위대한 존재다.

누누는 특별한 소년이니까!

누누는 크게 소리를 질러 위쪽에 얼어붙어 있는 폭포 쪽으로 내 주의를 끌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고요한 곳에 둥지를 튼 녀석들이 보였다. 돌거북이다. 마법의 힘으로 움직이는 이 돌거북들에게 여기보다 더 편안한 곳은 없을 것이다.

돌거북의 둥지가 물의 흐름을 막아 프렐요드의 생명선을 막은 것이다. 누누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 맛이 느껴졌다.

돌거북 같은 맛이 났다. 맛있겠군.

"이 돌덩어리 녀석들! 너희가 조각상들한테서 무언가를 빼앗아 갔구나!" 그렇게 소리친 누누는 마음속 노래의 박자에 맞춰 내 등으로 뛰어올랐다.

이제 누누가 마법을 부릴 시간이다. 누누의 상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눈앞에 눈이 생겨났고 점차 거대한 눈덩이가 만들어졌다! 나는 누누와 이곳저곳을 누비며 웃고 떠들었다. 그 소리가 어찌나 컸는지 아래에 있는 마을이 흔들리고 건물이 기지개를 켜고 깨어날 정도였다. 눈덩이는 더욱 커져 갔다. 돌거북들은 우리가 폭포 꼭대기를 향해 공중으로 뛰어올라 해를 가리자 조그맣게 소리를 낼 뿐이었다.

프렐요드가 하얗게 물들었다. 돌거북의 둥지는 허물어져 눈 속에 파묻혔다.

그때 땅이 포효했다.

고드름이 추운 겨울 약해진 뼈처럼 갈라졌다. 그 소리는 마치 강이 목에 낀 먼지를 뱉으려고 기침하는 것처럼 점점 더 커지더니 아래에 있는 마을로 물이 마구 쏟아졌다.

"너도 봤어, 윌럼프?!" 누누가 물었다. 하지만 난 눈을 감고 있었다.

저주보다 더 강력한 마법이 마을에 가득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털에 전율이 일고, 차가운 세상에 따스함이 스며들었다. 프렐요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이었다. 이 마법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서리방패 부족이 탐한 동족의 얼어붙은 꿈도 아이 덕분에 가득히 유지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희망이었다.

누누의 팔이 나를 감싸 안았다. 나는 네 개의 팔로 누누를 껴안았고, 누누가 내 눈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지 않도록 고개를 돌렸다.

저주는 풀리지 않았지만, 생명이 돌아왔다. 생명의 힘이 마을을 휩쓸자 돌로 된 꽃들이 쓸려 가고 살아 있는 꽃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어떤 저주가 그 길을 막을 수 있을까? 생명에 기쁨이 가득하다면 어떤 사악한 기운도 버틸 수 없으리라…

난 땅에 내려와 얼음덩어리 하나를 양손으로 으스러뜨려 눈덩이로 만들었다.

"야!" 누누의 얼굴에 눈덩이를 던지자 누누가 소리를 질렀다. 누누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마법이 흘러나왔다.

우리가 노는 사이 바람이 누누의 등에 있는 피리 속을 훑고 지나가며 노랫가락을 연주했다. 드디어 나에게도 노래가 들렸다.

그녀의 노래였다.



한때 물이
포효했던 곳에
바람이 돌에게
속삭인다.
그림자 속에 잠든
날야아그에서
침묵이 노래하고
희망이 다시 떠오르리.

4. 구 설정

4.1. 구 배경 1

프렐요드는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혹독한 땅이며 겨울에 특히 위험하다. 이곳 기후에 익숙한 원주민들조차 혹독한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누누라는 소년 역시 이런 비극을 겪었다. 어린 누누가 아버지와 사냥길에 나섰던 어느 날이었다. 사냥을 마치고 아버지의 등에 올라타 돌아오던 누누는 갑자기 몰아친 눈보라 때문에 동굴로 몸을 피했다.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지독한 눈보라는 며칠 동안이나 몰아쳤다. 누누의 아버지는 먹을 걸 구하기 위해 동굴을 나섰지만 결국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마침내 눈보라가 멈췄지만 누누는 굶주림으로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행히도 이곳은 설인의 땅이었고 누누의 아버지는 과거 이 강력한 야수들로부터 안전을 약속 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윌럼프라는 설인 소년이 누누를 발견한 뒤 집으로 데려왔다. 누누는 이때부터 설인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났다. 룬테라의 사람들은 대부분 설인의 문화에 대해서 무지했지만, 누누는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야만스러워 보이는 이들이 실제로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존재임을 깨달았다. 설인은 자신의 영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바깥 세상을 주시하던 설인들은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리그 오브 레전드가 창설되자 이들에게도 챔피언이 필요해졌다. 형제나 다름없는 윌럼프의 등에 올라탄 누누가 바로 설인의 챔피언이 되었다. 리그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자들은 이 소년이 나이보다 훨씬 더 성숙하며, 비록 외모는 사람이지만 설인과 다름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금도 이 정돈데, 누누가 성장하면 어떻게 될 지 정말 궁금하다고!

4.2. 구 배경 2

"윌럼프랑 난 이 세상 구석구석을 전부 탐험할 거야. 방해하면... 알지?!"

인간과 야수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굳게 믿는 이들이 있다. 만약 프렐요드와 같이 혹독한 환경 속에 놓여있다면 그러한 믿음이 딱히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누누와 그의 친구 윌럼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누누는 서리방패 부족원으로 합류하기 이전의 유년 시절의 추억이나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곳에 정착하게 된 이후에도 몸에 밴 방랑벽과 연민 많은 성격으로 인해 후견인들로부터 구박을 받기 일쑤였고, 부족의 장로에게 반항하는 바람에 그 불협화음은 절정에 이르렀다. 고립되어 살아가기를 자처하는 서리방패 요새의 주민들과 달리 누누는 언제나 미지의 세계를 동경해왔고, 이 용맹한 소년은 그저 꿈으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진짜 모험을 떠나려고 기회를 노려왔다. 참다 못한 후견인들은 누누를 붙잡아 두기 위해 그를 야수조련사의 제자로 보내버렸고, 그럼에도 누누의 성격은 변할 줄 몰랐기에 갈등은 더욱 깊어져 갔다.

서리방패 부족엔 프렐요드의 야수들을 편하게 부릴 수 있게 모아둔 사육장이 있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동물은 역시 '설인' 이었고 이들이 지닌 마력과 막강한 원시의 힘은 그들을 더욱 각별한 존재로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야수조련사는 누누에게 이 사나운 야수들을 얌전히 길들일 방법은 오직 식물성 사료를 위주로 한 무지방 식단과 규칙적인 채찍질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이 동정심 많았던 소년은 스승의 가르침과는 달리 애정을 가지고 동물들을 대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누누와 동물들 간의 유대감은 깊어져 갔고, 설인이 결코 사납고 무서운 짐승이 아니라는 사실도 소년은 깨닫게 된다.

유독 누누를 잘 따르던 쇠약하고 병든 윌럼프라는 설인 친구가 있었다. 누누는 차마 그 모습을 지켜만 볼 수 없었기에 설인에게 몰래 고깃덩어리를 가져다주며 그의 건강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누누의 극진한 보살핌 때문이었을까? 윌럼프는 나날이 튼튼해졌고 야수조련사의 말과는 달리 육식을 했음에도 사나운 야성의 본능을 어느 한구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누누는 설인이 전혀 위협적인 생물이 아니란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통할 리 만무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불 꺼진 밤, 누누가 여느 때처럼 고깃덩어리를 들고 윌럼프를 찾아왔을 땐 우리의 쇠창살이 찢겨 나갔고 벽에는 설인의 작별 인사로 보이는 어설픈 낙서가 그려져 있었다. 누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친구 윌럼프의 행방을 찾아 야생의 황무지로 뛰쳐나갔다.

마침내 누누가 윌럼프를 발견했을 때 이 설인 친구는 야수조련사와 서리방패 경비대원들에게 포위된 채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친구가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던 누누는 자신의 몸을 던져 야수조련사의 채찍을 막아냈지만, 조련사는 도무지 분노가 사그라질 줄 몰랐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야수조련사가 다시금 공중을 향해 채찍을 쳐들었고 바로 그때, 설인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간 자신이 겪어야 했던 푸대접과 수모는 참을 수 있었지만, 나를 진심으로 아껴준 소년이 위험해 처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분노로 폭주한 설인은 새하얀 설원을 핏빛으로 물들였고, 자신을 학대해 온 야수조련사를 얼음 속 깊이 파묻어 버렸다.

윌럼프의 분노를 목격한 서리방패 부족의 경비원들은 모두 겁에 질려 줄행랑을 쳤다. 누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더 많은 경비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누누는 윌럼프에게 어서 도망가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설인은 소년 곁에 우직하게 붙어서서는 절대 그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누누는 이제 선택해야만 했다.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저버리고 서리방패 부족으로 답답한 삶을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고향을 등지고 거칠고 혹독한 야생의 삶을 살아갈 것인가? 누누는 이내 자신과 윌럼프는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었음을, 이 감옥과도 같은 마을을 오래전부터 떠나고 싶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설인 친구와 함께할 것을 결심한다. 누누는 강력한 힘을 지닌 설인 윌럼프의 등에 뛰어 올라탔고 그들을 쫓아오는 경비원들을 해쳐 대탈출을 감행했다. 두 친구는 이렇게 해서 그동안 꿈꿔왔던 광활하고 자유로운 세상으로의 첫발을 함께 내디뎠다.

마음을 나눈 우정이 피보다 진할 때가 있다. 용감한 소년과 무시무시한 설인 사이에서 싹튼 우정이 바로 그랬다. 무서운 야수를 길들여야만 했던 누누는 쇠사슬 대신 우정의 끈을 선택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누누와 덩치 큰 친구 윌럼프는 여느 평범한 2인조라면 엄두도 못 냈을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어 하나가 되었고, 마침내 젊음의 생기와 야생의 괴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환상의 짝꿍이 되었다.


[1] 냉기 주시자들을 가둔 여파로 검게 변질된 얼음 봉인. 리산드라의 배경에서 언급된다. 칼바람 나락은 이 봉인으로 가는 통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