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06 17:00:37

그 쇳물 쓰지 마라

1. 당진 용광로 사고를 소재로 쓴 제페토의 시2. 1을 표제작으로 삼은 시집3. 1에 곡조를 붙인 노래4. 1에서 이름을 따온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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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진 용광로 사고를 소재로 쓴 제페토의 시

문제의 사고는 2010년 당진의 환영철강이라는 철강업체에서 일하던 20대 청년이 섭씨 1,600도가 넘는 쇳물이 담긴 전기 용광로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끔찍한 사고였다.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으나 그다지 세간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다룬 기사에 댓글로 달린 이 시가 그야말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찰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새끼 얼굴 한번 만져 보자. 하게.

이 시는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으며,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던 사고가 크게 주목받는 결과를 낳았다. 대댓글을 보면 몇 년 후까지도 이 시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계속해서 댓글을 달고 있다. “댓글 읽고 울어본 건 처음입니다.”, “댓글 보러 일부러 찾아왔습니다.”, “퍽퍽할 때마다 검색해서 제페토 님 시 읽습니다.”, “5년 전에 기사로 봤다가 오늘 갑자기 떠올라 다녀갑니다. 5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변한 게 없네요.”, “몇 년째 보는 시지만 정말 먹먹합니다.” 등등의 뜨거운 반응을 볼 수 있다.

이 일로 주목을 받은 제페토는 이후 시집도 내고(문단 2 참조), 훗날 이 시는 노래로도 만들어졌으며(문단 3 참조), 2021년에는 연극으로도 상연 결정되었다. 연극 '트리거' 7월 개막…'당진 용광로 사고' 모티브

2. 1을 표제작으로 삼은 시집

파일:그 쇳물 쓰지 마라.jpg
“지금은 그저 말 못 하는 짐승처럼 우리가, 우리를 위해 울어야 할 시간”

2016년 8월 22일 출판. 출판사는 수오서재.

유례를 찾기 힘든 '인터넷에 댓글로 달린 시를 모은 시집’이다. 1의 시 이후로도 꾸준히 댓글로 남겨진 시들과 개인 블로그에 쓰인 시들 120여 수 중 84수를 모은 것이 이 시집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은 작은 것들의 아픔과 소외된 이들의 고독을 향한 따뜻한 시선
‘시인’이라는 호칭은 단지 글의 형태로 인해 붙여진 것은 아니다. 그의 글이 우리 마음에 가 닿아 울리고 때로는 가슴 무너지게, 때로는 얼어붙은 감정을 회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날씨, 주식 상한가, 사건사고, 연예인 기사 등 어제와 하등 다를 바 없이 소란스럽고 끔찍하여 무심하게 훑어버리는 세상의 소식을 그는 세밀한 시인의 감성으로 처음 보듯 놀라워하고 다시 못 볼 듯 애절하게 표현했다.- 출판사 서평

댓글이 달린 기사의 분야는 다양하다. 사회 이슈나 소소한 사건사고를 비롯해 날씨 뉴스나, 희망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도 있다.

가난의 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세월호 참사 관련해 광장에 나간다는 시가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작가가 시사에 관심이 많은 사회참여적인 사람이라는 추측이 있다.

시집에는 이런 식으로 해당 댓글 시가 달린 기사가 왼쪽 페이지에, 댓글이 오른쪽 페이지에 수록되어 있다.
파일:그랬더라면.png

3. 1에 곡조를 붙인 노래


'그 쇳물 쓰지마라'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

2020년 9월, 당진 사고 10주기를 맞이한 해에 이 시는 가수 '하림'이 멜로디를 붙여 노래로 만들어졌다. 사회문제 컨텐츠 펀딩 사이트 프로젝트퀘스천이 제안했다.

이후 이 노래를 불러서 영상을 올리는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KBS, JTBC 등 언론에서 챌린지를 조명하며 경기도지사 이재명, 정의당 국회의원 장혜영, 가수 호란 같은 유명인들과 물론 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에는 같은 산업재해 피해자인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사망자 김용균의 어머니이자 현재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미숙 씨도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입법에 대한 청원으로 이어졌고, 9월 19일 이미 펀딩은 100% 달성했다.

'그 쇳물 쓰지마라'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 인스타그램
시민들이 참여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악기 연주도 있고, 노동 단체 외에도 가족, 친구, 학생, 종교인 등 다양한 참여 유형이 있다.

2020년 11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홍배 최고위원이 이낙연 당대표의 발언과 이 노래 가사(1의 시)를 언급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기도 했다. #

그 밖에 민중가수 '이지상'도 해당 시를 가사로 음원을 발표했는데, 해당 곡은 시인과의 협의 없이 가사를 무단으로 사용한 곡으로 보인다.[1]

파일:그쇳물쓰지마라_저작권.png

4. 1에서 이름을 따온 다큐멘터리

파일:한국방송대상 심볼.svg 한국방송대상
대상
SBS 스페셜[2]
(2020년)
포항MBC[3]
(2021년)
KBS대구[4]
(2022년)

2020년 12월 방송된 포항MBC포스코 고발 다큐멘터리. 포스코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산업재해, 포항제철소 주변 지역의 환경피해에 대해 다룬 다큐이다. 방송 직후부터 지역에서 큰 반향이 일었는데, 방송 이후 직업병에 대한 사회의 주목도가 높아졌고 지역 사회에서는 포스코 비토 운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이와 같은 반응 덕분인지 2020년 12월 21일 전국편성까지 이루어졌다.

이를 두고 포스코 노조와 회사는 거짓말과 명예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지역사회 투자 중단광고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한 포스코는 기자를 상대로 손배소를 걸었지만 당연히 욕을 배터지게 먹었고, 결국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며 소를 철회했다.

방송 외적으로는 이달의 영상기자상부터 인권보도상 대상, 그리고 제48회 한국방송대상 대상까지 다수의 상을 휩쓰는 성과를 거뒀다.


[1] 아래 댓글은 가수 본인이 아닌 팬인 듯하나 가수와 직접 소통을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듯하다. 11월 13일 JTBC 뉴스룸 엔딩곡으로 쓰였는데 시의 저작권이 없는 노래를 쓴 것이 맞다면 상당한 문제다. https://www.youtube.com/watch?v=t7BGePk-ezA[2]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요한, 씨돌, 용현>편으로 수상[3] 다큐멘터리 <그 쇳물 쓰지 마라>로 수상[4] 시사기획 창 <GPS와 리어카 : 폐지수집노동 실태보고서>편으로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