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19 19:36:34

곤지녀


1. 개요2. 설명3. 캐릭터 분석
3.1. 그녀를 위한 반론

1. 개요

순정만화 불의 검의 등장인물.

2. 설명

수하이 바토르어머니. 원래 아무르족 여인이였으나 카르마키에 끌려와 야장 귀족의 아내가 되어 수하이를 낳았다. 그런데 온구트의 눈에 들어, 이후 온구트의 후궁이 된다. 이에 수하이의 아버지는 실의에 빠져 술만 마시다가 분을 못 이겨 자살하고 이는 수하이가 삐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온구트와의 사이에서는 아들 바란을 낳았다.
세월에 시달린 탓인지, 온갖 음모가 판치는 궁궐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를 보게 된 탓인지, 그녀도 권력에 아부하거나 카라에게 줄 선물을 수하이의 손에 들려보내는 등 세속에 찌든 모습을 보인다.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부대끼는 여인의 한 모습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불의 검에 등장하는 인물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가 고통 속에서 변해가는(성장하거나, 혹은 타락하거나) 여인들의 군상을 나타내고 있다. 곤지녀는 절망하여 변해버린 모습이지만 가장 현실을 잘 반영한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아비가 다른 두 아들이 갈등을 겪는 와중에 눈물만 흘리거나 비통해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인다.

이후 카라가 정권을 잡고 온구트가 죽은 후에 바란이 카라에게 반란을 일으키려 음모를 꾸몄다고 사형당하자 그녀도 자살한다. 그러나 사실은 카라가 후환이 될만한 왕족들을 쳐내기 위해 바란 및 다른 왕실 사람들이 반란계획을 세우도록 은근히 유도했던 것이다.

그나마 어머니에게 위안을 얻었던 수하이는 이후 더욱 미쳐날뛰게 되고, 당시엔 이미 도망치고 없는 아라에 대한 애증이 깊어진다.

3. 캐릭터 분석

작중 등장은 적지만, 등장인물간의 갈등구조나 삶의 대한 태도, 살아온 인생 등 여러 측면에서 주인공인 아라와 대비되는 반동인물로써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다.

자기 자신이 폭력에 의해 도구화 된 입장이면서, 동시에 아들 수하이 바토르에게 선물까지 들려 '마녀'의 침실로 들여보냄으로써 타인을 도구화하는 인물이며, 이러한 특징은 온구트가 세력을 키우기 위해 카라를 도구화 한 것과 겹친다.

또한, 외면적으로 두 아들인 수하이 바토르와 바란을 모두 사랑하며 아들들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어머니처럼 보이지만, 온구트가 살아있던 시절에는 바란의 위태로운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수하이를 도구로 이용하면서까지 세력 불리기에 골몰했고, 온구트의 죽고 카라라 집권한 후에는 수하이가 카라의 측근으로 권력의 핵심부에 들어서자 수하이를 이용하여 바란의 안전 및 자신의 권력을 보장받으려고 했던 것.

결국, 바란이 반란에 연루되어 처형될 지경이 되자 자신에게 내심 의지하고 있던 수하이의 속마음은 전혀 모른 채 "네 동생(바란)을 좀 구해줘, 그러면 나랑 쟤는 너랑 다시는 마주칠 일 없는 데로 멀리 떠날게..!"라며 애원하다가 결국 바란이 죽자 자살해 버린다.

이 부분에서 사실 곤지녀는 타인의 도구적 가치 이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인물로 보이며, 수하이와 바란이 비뚤어진 것에는 이런 어머니의 탓도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소년 시절의 수하이는 어머니가 왕의 첩으로 끌려갈 처지가 되자 어머니를 모시고 어머니의 동포들(아무르족)이 있는 곳으로 도망가겠다고 할 정도로 개념차고 훌륭한 소년이었다.

이런 점에서 곤지녀의 입장은 '원수에게 끌려가 원수의 아이를 낳을 처지가 되었다는 점에서 아라의 입장과 겹친다.

하지만 임신한 상태로 한겨울에 혈혈단신 도망쳐야 했던 아라보다, 그럭저럭 남자 한 사람 몫은 하던 수하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곤지녀의 처지가 더 좋으면 좋았지 나빴다고 할 수는 없다.그럼에도 곤지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폭력 앞에 순응하는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구시대적 여성상의 부정적 전형이라 볼 수 있다.

또 부정한 상황에 굴복하면서 그 틈에서 (자식을 도구로 이용하면서까지) 사소한 이익들을 얻으려 한다. 이런 태도는 무능력하지만 교활하고, 힘은 없지만 잔인하며,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는 굴종하고 자신보다 약한 상대는 억누르려 드는 부정적 의미의 대중상에 부합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곤지녀 역시 온구트의 폭력에 대해서는 감히 저항하지 못했으면서도, 온구트보다 더 무서우면 무섭지 덜 무섭지는 않은 카라는 면전에서 악담을 퍼부을 정도로 만만하게 봤는데... 이는 곤지녀의 캐릭터 특성상 다른 억압 구조를 받아들인 것처럼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구조 역시 받아들이고 이 구조 속에서 약자인 카라를 그만큼 우습게 본 것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가해자가 된 피해자인 셈이다.

다만 그 전까지와는 달리, 저 때는 진짜로 지금 당장 눈 앞에서 자기 아들이 죽게 생긴 상황이라는 것도 감안해야 할 듯. 저런 상황에서 제정신일 어머니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본다면 곤지녀의 어리석음이 다른 의미에서 두드러지는데, 이전까지 곤지녀는 자식들을 죽게 만들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을 적지 않게 벌인 인물이었다.

수하이 바토르에게 선물까지 싸 주면서 카라의 침실에 들여보냈는데, 카라에게 정기를 빨려 죽은 남자는 작중에서도 분명히 나온다. 그리고 온구트 생전에 벌인 정치공작들도 명목상은 바란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했지만 정작 바란은 '이러다가 이복형들에게 찍히면 내 목숨은 누가 보장하냐'며 힘들어했다는.

카르마키족의 풍습을 생각할 때 이민족, 그것도 피지배민족의 혼혈인 바란이 왕위 계승자가 되는 것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었고, 어설프게 권력을 탐내어 위험인물로 낙인찍힐 경우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바란이다.

결국, 정말 곤지녀가 자기 자식이 죽게 되어 악에 받힌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그 이전까지 자식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일삼던 것은 무엇이냐는 비판 역시 가능하며, 이런 면에서 곤지녀에 대해 근시안적이고 어리석은 인물로써 욕망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몰랐던 철없는 인물이라는 해석 역시 가능할 것이다.

이런 어머니를 보고 자란 탓에 수하이는 아라를 만나기 전까지는 '여자들은 결국 비단옷에 금붙이만 둘러주면 누구의 품에서나 행복해한다'는 식의 비뚤어진 여성관을 가지고 있었고, 아라가 자신의 구애를 거절하며 '아무르 여자는 그런 식으로 안 살아요!'라는 말 한 마디에 열받아서 강간했다. 바로 '아무르 여자'인 어머니가 그런 식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중엔 곤지녀와 같은 상황에 처했으면서도 오히려 능동적으로 문제를 헤쳐나가려는 아라의 모습에 매력을 느낀다.

게다가 여성, 특히 억압받은 여성에게는 대체로 관대하던 카라조차 곤지녀에게는 적대적이었다. 곤지녀가 처음에는 바란을 살려달라 카라에게 애원하다가 거부당하자, 악이 받쳐 카라에게 마녀라며 악담을 퍼붓는다. 이때 카라는 "그래, 난 마녀다. 헌데... 그러는 너는 뭐냐? 지금 가련한 어미 역을 자처하는 네가, 제 아들 손에 금붙이 쥐여주며 내 침실로 등떠밀던 그 곤지녀 맞느냐? 자기 자식 속은 얼마나 까맣게 타들어가든 관심도 없고, 왕이 흘리는 금부스러기나 주워먹기 바쁜 아름다운 후궁마마, 난 너같은 여자만 보면 짜증이 난다."며 비웃어댔다. 그리고 곤지녀는 저 말에 대해 그 어떤 반박도 하지 못했다.

친모인 곤지녀보다도 오히려 카라가 수하이의 심리적 상처를 더 잘 파악하고 있던 셈. 수하이가 다른 사람들처럼 권력을 위해 카라에게 아부하거나 빌붙지 않고 묘하게 친구인듯 애인인듯 지내며 카라에게 때때로 자기 속내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3.1. 그녀를 위한 반론

만화속에서 나타난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수하이 바토르의 아버지조차 아내를 지키지 못하고 술만 마시다 죽었다는 것까지 생각해보면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여지가 있다. 아라처럼 아무르로 도망가지 못한 것도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차라리 더 현실적인 선택이다.

아라는 서사시적 영웅담에 등장할법한 인물이고, 곤지녀쪽이 오히려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때 아무르는 멸망 직전이고, 돌아가봤자 환향녀 대접을 받으며 손가락질 당하거나 심할 경우 동족에게 해를 당할 수도 있었다.

아라 역시 수하이 바토르에게서 도망칠 때 갖은 고초를 겪었으며, 아무르족에게 도착해서도 카르마키족의 아이를 뱄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계속 손가락질 당했다. 그녀가 수하이 바토르에게서 배운 야장 기술이 없었다면 아무르에서 받아들여지는 것도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도망치자고 한 수하이 바토르는 당시 어린 소년이었고, 둘이서 아무르로 탈출한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은 낮은 위험한 계획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렇게 둘이 도망쳐버리면 남은 곤지녀의 남편이 어떻게 될 지는 뻔한 일. 남편도 같이 도망쳐버릴 수 있겠지만 아무르 족은 그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고, 다른 지역으로 가봤자 무사히 정착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바란과 수하이가 사이 좋게 지내도록 애를 쓰는 장면이나, 수하이 바토르의 마음을 알고 괴로워하고 바란이 엇나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든 달래려 하는 장면을 보면 카라에게 선물을 보낸 것도 권력을 노리는 궁중 여인의 암투라기 보다는, 숨가쁘게 변하는 악다구니속에서 어떻게든 아들들을 데리고 살아남아보려는 생존 시도로 볼 수 있다.

비록 아들 바란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고 정치적인 균형감각이 모자라 끝이 좋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그녀 자신이 원치 않게 적국의 후궁이 된 평범한 여인에 불과했다는 점도 참작이 가능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