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04 17:12:27

감나무/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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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일정
2.1. 3~4월2.2. 5~6월2.3. 6~9월2.4. 10~11월
2.4.1. 유해짐승
2.5. 12~2월

1. 개요

감나무 재배법에 관한 문서. 마당에서 한 두 그루 자라는 감나무가 아니라 과수원에서 재배하는 감나무 기준이다.

2. 일정

2.1. 3~4월

감나무에 퇴비와 비료를 뿌린다. 퇴비는 일반적으로 가축분 퇴비인데, 축사 등지에서 맡을 만한 냄새가 좀 가라앉은 듯한 향취를 느낄 수 있다.[1] 12~2월에 저장한 접목은 4월 초중순에 절접을 통해 실시한다. 접목할 때는 접수와 대목의 형성층이 서로 일치하도록 끼워 놓고 비닐로 감아준다.

2.2. 5~6월

감꽃이 질 무렵이면 조그만 감의 싹이 자라는데, 감송이가 한 가지에 여럿 나면 감이 고르게 안 크니 초봄부터 미리미리 싹을 솎아준다. 보통 한 가지에 2~3개 정도만 남기고 솎으며, 솎을 때는 손으로 툭 끊어주면 된다. 아무거나 막 솎으면 안 되고 자라면서 햇빛을 충분히 받을 만한지, 커졌을 때 다른 감과 안 부딪히는지 등 이것저것 고려해야 한다. 이토록 까다로운 점 때문에 감을 솎아내는 과정은 아직 기계화되지 않았다.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계산하면서 한 나무에서만 몇십 개의 감싹을 솎아야 하니, 한 나무를 정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숙련자도 20~30분이 걸리며, 초심자는 1시간이 지나도 못 끝내는 일이 많다. 감 솎는 과정이 여름까지 이어지면 감송이가 점점 자라 손으로는 솎아내기 힘들어 가위를 써야 해 시간이 더욱 걸린다. 따라서 이 과정은 늦어도 초여름까지는 끝내야 한다.

감나무 위를 계속 올려다보면서 팔을 뻗고 일하니 목은 목대로, 팔은 팔대로 아프며 단순 작업의 연속이기에 매우 지루하다. 작업 자체는 쉽지만, 세세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아 젊은 애들이 멀쩡한 감싹을 대거 솎으면 옆에서 지켜보는 감나무 주인은 애가 탄다.

2.3. 6~9월

감나무 가까이 자라는 풀을 없애 감나무에게만 영양을 주기 위한 농약,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한 농약 등을 감나무에 뿌린다. 주로 뿌리는 것은 병충해 방지용 농약이며, 기온이 23도를 넘기는 시기부터 병균의 활동이 활발하니 꾸준히 약을 뿌려야 한다. 이 시기에 일반적으로 8번 정도 한다.

우선 물통을 싣고 오거나 지하수를 퍼올려 물을 준비하고 약물을 전달할 고무호스(보통 '줄'이라고 부른다)를 감나무가 있는 곳 최정상까지 끌어놓는다. 준비한 물에 약을 탄 뒤 트럭, 모터, 경운기 엔진 등을 써 약물을 퍼올린다. 그러면 감나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천천히 약물을 뿌리며 산을 내려간다. 농약은 어디서 공짜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모든 감나무 잎에 약물을 뿌려야 하니, 효율적으로 약을 쓰려면 오랜 경험을 거쳐 습득한 요령이 필요하다.

이때는 약물이 피부에 안 닿도록 온몸을 우비 등으로 감싸는데, 뙤약볕 내리는 산 한가운데서 전신을 천으로 감싸야 하고 사방에 약물이 휘날려 작업 중에는 물 한 모금 못 마시니 일사병에 매우 취약하다. 게다가 약물 뿌리는 막대기(약대)는 무겁다. 몇 시간 동안 산을 오르내리며 약을 뿌리다 보면 자기 눈앞이 흐린 게 땀 때문인지, 사방에 뿌린 약물이 시야를 가리는지, 현기증 때문인지 구분이 안 간다. 유일하게 남는 감각은 팔의 고통뿐.

그렇기에 약물 뿌리는 것을 도와줄 인력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일은 약물 뿌리는 사람이 약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대신 줄을 끌어 가동에 제약을 받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땅에 처진 감나무 가지를 타고 올라오는 덩굴 비슷한 풀이 있는지, 미처 못 솎아낸 감싹이 있는지 등 틈틈이 하는 감나무 관리도 잊으면 안 된다. 약물 뿌리는 것보다는 훨씬 편하지만 산길에 질질 끌리고 비가 내리며 눈이 와도 몇 년이고 끄떡없을 만큼 튼튼하고 질기게 만든 줄 몇십 미터를 계속해서 끌고 다녀야 하니 이쪽도 팔이 아픈 것은 매한가지다.

기계화를 잘 한 곳에서는 약 치는 용도로 만들어진 소형 차량도 쓴다. 이것을 쓰면 약물이 사방으로 한꺼번에 나가고 따로 줄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 매우 편하지만, 사람이 하는 것보다 섬세하지 않아 나무가 몰려있어 나뭇잎이 많이 겹친 곳에서는 차의 줄을 써 직접 뿌려줘야 한다. 차에 탄 사람도 약물에 노출되지 않게 온몸을 감싸야 하며 물은 당연히 마실 수 없다. 태양열과 더불어 차량 엔진에서 뿜어내는 열, 차체에 퍼진 태양열까지 삼종 세트로 후끈후끈 달아올라 죽도록 덥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른 새벽부터 산에 올라가 되도록 오전 중에 작업을 끝마치고 오후에는 쉰다. 일반적으로 당일 오전 중에 작업이 안 끝나더라도 오후까지 작업을 계속하지는 않는다.

가끔 내일 일하기 싫다고 오기로 작업을 계속하는 객기 넘치는 젊은이가 있으나, 얌전히 연장자 시키는 대로 쉬어야 좋다. 무리하게 작업하면 얼마 안 가 쓰러져 며칠을 쉬어야 하니, 작업 스케줄의 차질로 쉰 만큼 소모한 휴식 기간 동안 더 힘들게 일해야 한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끼니 거르지 않으면서 매 끼니마다 든든히 식사하고, 쉴 때는 강태공마냥 세상만사 던져놓은 듯 푹 쉬는 데에는 경험에서 우러난 교훈이 배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농가에 아무리 기계화를 해도 농사일에 필요한 재산 중 제일은 몸뚱아리뿐이고, 농사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몸 사릴 줄 아는 것이다.

이 작업은 매우 힘들지만 하루 이틀이면 끝나며, 할 일이 많아 감 솎기보다 덜 지루하지만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일정 기간에 걸쳐서 여러 번 한다. 또한, 이 시기 안에 끝내지 못하면 감송이가 손쓸 수 없을 만큼 커져 이때는 약을 뿌려도 효과가 없다. 그리고 병충해에 걸리면 그 나무에서 자라는 감 수십 개가 모조리 상품성을 잃고 정성껏 길러온 나무 하나를 1년간 썩힌다.

작업은 밤 기온이 15~16도까지 내려가 병균이 못 활동하는 시기까지 하고, 이후로는 수확철에 대비한다.

2.4. 10~11월

감을 수확한다. 해가 떠 있을 때는 쉴 틈 없이 수확하고 새벽, 밤에는 감을 선별해 비닐에 포장한 뒤 상자에 담아 저장고로 운송한다. 수확 작업은 단순하다. 가위로 감 꼭지를 잘라 포대에 담고 포대가 가득 차면 상자에 붓는 것이다. 그러면 이 상자들을 트럭이 회수해 선별장으로 가져온다.

일반인은 감 10~15개 정도가 든 감 한 포대 들고 다니기도 힘들어하지만 숙련자는 상자까지 오락가락할 시간이 아까워 서너 포대를 한꺼번에 들고 다니며 나무를 타고 산을 오르내리면서 작업한다. 감을 아무렇게나 상자에 부으면 감에 상처가 생기고 시퍼런 자국[2]이 나기에 무겁다고 막 쏟아버리면 안 된다. 또한, 감을 딸 때 감 꼭지를 자르지 않으면 트럭이 선별장으로 오면서 덜컹거리다가 감이 상처를 입을 수 있으므로 이 꼭지를 꼭 잘라야 한다. 감으로 가득 찬 상자는 모노레일, 차량 등을 써 선별장으로 보낸다.

선별은 감 크기를 분류해 따로 포장하는 과정으로, 크기에 따라 포장하는 감 개수가 다르다. 선별기를 쓰는 이 작업은 선별기에 감을 쏟아붓는 인력, 선별되는 감을 산처럼 쌓는 인력, 쌓인 감의 산 뒤에서 포장하는 인력으로 나뉜다. 감을 포장할 때는 세로로 긴 반투명 비닐에 감을 뒤집어 5개 정도 넣는다. 감을 뒤집어 넣는 이유는 감을 세워놓을 경우 밑의 감 꼭지에 위의 감 밑바닥이 다칠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포장한 감 포장 한 줄이 상자에 차곡차곡 쌓여 한 상자가 채워지는데, 이 상자들을 트럭에 실어 저장고로 운송, 판매를 기다린다.

여기까지 어느 하나 어려운 일이 없지만 농사가 다 그렇듯, 끈기와 힘과 요령이 필요하다.

수확이 늦으면 단감이 모조리 홍시로 변해 상품 가치가 사라지므로 일당을 주고 사람[3]을 고용해 빠른 시일 내에 수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단감이 아니라 연시나 곶감, 감말랭이로 가공할 떫은감도 마찬가지다. 홍시는 조직이 액상에 가까울 정도로 무르다 보니 온전한 모양으로 수확하는 게 상당히 힘들기 때문. 수확 작업 중에 이미 홍시인 감은 상품 가치가 없으니 그 자리에서 먹어버려도 좋다. 홍시에는 수분이 많아 산을 오르내리며 힘들게 일하는 중에 목을 축일 용도로 아주 제격인데, 일부러 홍시로 바뀌는 감을 수확하지 않고 며칠 남겨뒀다가 홍시로 익으면 목이 마를 때 따먹기도 한다. 아니면 겨우내 산짐승이 먹으라고 던져놓기도 한다. 나무 꼭대기에 있어서 수확하기 난처한 감 또한 굳이 따지 않고 겨울 동안 새가 쪼아 먹으라고 남겨놓기도 한다. 하지만 한 푼 한 푼이 아까운 농가에서 이런 베푸는 자비는 딱히 좋은 행동이라 볼 수 없으니, 따기 힘든 곳에 있는 감이라고 내버려두지 말고 어떻게든 딸 수 있는 감이라면 무조건 따야 좋다. 물론 새들 생각해서 남겨놓으시는 자비로우신 농민 분들도 많다.

창원 인근 지방에서는 상품 가치가 없는 감을 '팥쥐'라고 부르는데, 이는 파지의 사투리로써 못 출하할 만큼 작거나 농민의 적(, 까치 등)에게 일부가 다친 감들이다. 도소매상이 아닌 농원 등에서 대량구매하면 가끔 이 파지를 얹어주기도 한다. 아는 감 농장이 있다면 몇 상자 사면서 물어보자. 뜻밖에 작은 감들도 맛있다.

2.4.1. 유해짐승

과수 농가가 다 그렇듯 수확 적기에는 날짐승의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유해짐승으로는 고라니, 멧돼지, 까치 등이 있다.

고라니멧돼지는 가지가 축 처져 낮은 곳에 열린 감을 따먹는다. 멧돼지는 나무를 들이받아 감을 떨어뜨리기도 하니 더욱 위험하다. 넓은 과수원에서 이 둘을 쫓으려면 이 둘이 드나드는 길(대부분 계곡)을 찾아 울타리를 치는 수밖에 없는데, 고라니는 울타리를 아예 뛰어넘거나 틈새로 들어와 버리고 멧돼지는 아예 울타리를 부수니 튼튼하고 촘촘하게 세워야 효과가 있다. 기계화를 잘 한 곳에서는 100V에 상당하는 전류를 흘리는 철제 울타리를 쳐 놓기도 한다. 사람이 손을 대도 크게 다치지는 않고 '아얏!' 하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당연히 매우 아프다.

까치는 울타리로도 못 쫓으니 답이 없다. 괜히 까치밥이란 얘기가 나온 게 아니다. 한창 작업하다가 나무에 앉아있는 것을 보면 나무를 흔들든지 막대기로 후려치든지 해서 쫓아내야 한다. 까치가 앉아있던 자리에 가면 감을 쪼아먹은 흔적이 적나라할 것이다. 이렇게 까치에게 쪼아먹힌 감 또한 상품 가치를 잃으니 감 농가 입장에서는 깍깍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짜증이 솟구친다. 게다가 잘 익은 것만 골라 한 입씩만 먹고 또 다른 것을 건드린다.

2.5. 12~2월

봄~가을 동안 여기저기로 뻗쳐 자란 가지를 전지한다. 휴면기인 2월 초중순경 피해가 없는 충실한 1년생 가지들만 따로 채취하여 접수의 밑부분을 젖은 이끼나 신문지 등으로 감싼 후 비닐로 봉하여 2~4℃의 저온 창고에 저장한다. 이 작업은 전지용 가위와 톱을 쓰며 나무를 능숙하게 탈 줄 알고 어떤 가지를 어떤 식으로 자를지, 그 결과로 내년에 나무 전체가 어떤 모습이 될지 계산할 줄 아는 숙련된 인력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대개 소수정예가 하고, 일손이 매우 모자라 작업자는 겨울 내내 산에 매달려야 한다. 전지 기술이 없는 인력은 잘라낸 가지를 따로 모아 산 구석에 버리는 작업을 맡는다.


[1] 충분히 부숙시켜 딱히 냄새는 심하지 않다.[2] 보통 '멍'이라고 한다.[3] 보통 '일꾼'이라 부른다. '놉을 쓰다', '놉을 얻다'라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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