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E3B9 {{{#!folding [ 보기 · 닫기 ] | >늘 혼자였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죽은 이후부터 혼자였고 지금도 혼자다. 어린 나이에 홀로 남아버린 도시 사람에게 남은 길은 쥐로 살거나 조직으로 들어가거나 해결사 일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해결사가 되는 길을 택했다. 쥐로 살다 죽기는 싫었고 조직은 어린 시절부터 본 모습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거부감이 들었다. 그렇게 해결사 일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면서도 난 혼자였다. 의뢰를 수행하다 보면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고, 귀청이 터질 정도로 울려대는 비명들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전부 끝나면 늘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어째서인지 쉽게 죽지 않았다. 사무소에 속한 적도 있었고 동료들과의 관계를 쌓고 정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늘 끝이 좋지 못했기에 결국 포기했다.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하다면 평범한 해결사다운 삶을 살던 도중 한 의뢰를 맡았다. 한 사무소와 협력해서 수행하는 의뢰였다. 협력하는 사무소에는 막 기르기 시작한 콧수염이 눈에 띄는 중년의 해결사가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나보다 몇 배는 뛰어났던 그 해결사 덕분에 의뢰는 쉽게 끝낼 수 있었다. 그 사무소와의 연은 거기서 끝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 생각과는 달랐다. 그 실력 좋은 해결사는 사무소로 들어올 것을 제안했다. 거절하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거절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믿어보고 싶었던 것일까? 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사무소로 들어가 다양한 것들을 새롭게 배웠다. 자세, 기술, 방식, 마음가짐 등의 해결사로서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 사무소에서 활동하며 내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사무소에선 혼자라고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았다. 큰 기쁨이자 감동이었다. 그런 안도감을 얻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소를 떠났다. 사무소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빴던 것도 아니고 문제가 생겼던 것도 아니다. 그저 내 변덕이었다. 변덕이자 이기심이었고 그런 같잖은 이유로 사무소를 떠났다.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 이후론 늘 혼자였다. 홀로 남는 것이 익숙했던 것인지, 마음 한쪽으로는 편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이유 모를 외로움을 자주 느낀다. 혼자라는 사실도, 외로움도, 죽음도 두렵지 않았다. 외로움은 익숙했고, 죽음은 끝을 포장하는 단어일 뿐이라고… 그저 그런 것들일 뿐이라고 되새기며, 토할 것 같은 감정의 덩어리를 삼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