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I

스스로 수차례 강조했듯 휘의 주무기는 ‘목소리’다. 정확하게는 정교한 보컬 레이어링 가운데 잘게 조립되고 가공되어, 하나의 독립된 악기로서 기능하는 그 신묘한 목소리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인간 분투의 기록 [humanly possible]이 탄생할 수 있던 배경이자 토대가 된다. 자본주의 사회 속 필연적 파괴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인류의 숙명에서 출발한 앨범은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들을 차곡차곡 던진다. 휘는 이 어렵고도 힘겨운 과업을 홀로 짊어진 숭고한 수도자처럼, 전자 음악이라는 딱딱한 암벽에 부드러운 인간성을 새기는 모순적인 조각가처럼 실오라기 같은 여러 소리를 조심스럽게 한 올씩 쌓아 나가며 꿋꿋이 앞을 향해 나아간다. 이 인정투쟁은 놀랍도록 아름답고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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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장준환

희망을 노래하는 일은 때로 절망을 늘어놓는 것보다 무서운 일이다. 그것이 무력할지도 모르기에, 그리고 그것이 듣는 이에게 가 닿을지 알 수 없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에 대한 한 편의 우화인 ‘너의 전생’에서 휘는 끝내 희망을 노래한다. 묵시록적으로 울리는 베이스 라인과 명멸하는 전자음 조각이 교차하는 한복판에서, 미래의 '너'와 현재의 '나'가 각자의 재앙을 바라보는 가운데에서. 저물어 가는 세계의 섬뜩함과 아름다움을 구현한 일렉트로닉 음악의 풍경 속에서, 그의 희망은 공허한 위안이 아닌 시급한 요구로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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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정구원

『Extraplex』는 무척이나 강렬한 앨범이다. 앨범은 시작과 동시에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소리들을 흩뿌리면서 산만하고 강박적이며 어지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뒤이어 가쁜 숨소리와 노이즈를 뒤섞으며 사납게 인트로를 마친다. 그 첫인상에서부터 『Extraplex』는 만만치 않다. 그리고 복잡하다. 가령 두 번째 트랙이 그렇다. 「Malling with You」는 서로 다른 소리 여러 개를 집어넣어 만든 곡으로, 시시각각 새로운 소스들이 투입되며 수시로 곡의 분위기를 바꾸는 곡이다. 모든 소리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곡을 꾸민다. 트랙의 재생 시간이 1분을 넘기기도 전에 벌써 여러 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위압적인 도입부가 끝나갈 쯤부터 한 가지 전자음의 지속과 반복으로 음향적 배경을 만들되, 잠시 그 배경음을 먹먹하게 처리하고 관악기 소리를 앞으로 돌출시키기도 하고, 그 뒤로는 휘의 보컬을 곡의 중심에 놓기도 할 것이다. 결국 트랙은 갑작스레 광포한 소음으로 뒤덮이며 끝난다. (...) 재치 있고 꼼꼼하며 강렬한 앨범이다. 이만큼 복잡한 구성 속에서도 소리들 하나하나의 개성을 살려낸 엔지니어링도 훌륭하다. HWI의 첫 EP라는 점을 생각하면, 신기하기까지 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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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음 2019 총결산 조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