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06-24 11:55:53

후나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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ふなずし[1]

1. 개요2. 특징3. 기원4. 제조 방법5. 기타

1. 개요

일본 시가현(滋賀縣)의 향토음식. 나레즈시(熱鮨, なれずし)[2]의 일종으로, 초밥의 원형으로 알려져 있다.

2. 특징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호(琵琶湖)에서 봄철 알을 품은 붕어를 잡아다가 후나즈시를 만드는데,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으로 염장한 붕어의 뱃속에 밥을 채워 넣은 후 가을이나 겨울까지 발효시켰다가 꺼내 쌀밥은 덜어내고 새로 지은 밥의 반찬으로 먹었다.

에도 시대 이후로는 주로 비와호의 고유종인 '니고로부나(煮頃鮒)'가 최적으로 여겨져 왔으나, 수량이 감소된 이후로는 떡붕어도 사용되고 있다. 암수 가리지 않고 쓰이지만 주로 알을 밴 암컷으로 만든 것을 고가로 친다.

쌀이 발효되면서 생겨나는 젖산에 의해 생선살의 단백질이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면서 독특한 향취를 낸다. 다만 이 냄새가 호불호가 갈리는지라, 선호하는 쪽에서는 치즈와 같은 냄새에다가 뼈도 야들야들해져서 먹을 만하다고는 하지만, 불호하는 쪽에서는 무슨 술지게미 먹는 느낌이라고 한다. 다만 잘 담가진 것은 냄새가 덜한 경우도 있으며, 밥에 담근 뒤 다시 술지게미에 담그는 식으로 특유의 냄새를 억제시키기도 한다.

후나즈시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붕어초밥' 정도가 되는데, 흔히 알려진 초밥보다는 식해(食醢)[3]에 가깝다. 즉, 붕어식해초밥이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3. 기원

후나즈시의 역사는 나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나가야 왕가의 목간이나 니조오오지 목간에 '후나즈시(鮒鮨, 鮨鮒)'가 표기된 것을 볼 수 있다. 헤이안 시대의 '엔기시키(延喜式)'에서는 오미쿠니(近江国)[4] 츠쿠마쥬(筑摩厨)에서 이 후나즈시를 헌납하기 위해 쌀과 소금을 써서 만들었다는 기록이 나와 있다.

굶어죽는 사람도 나오던 근대 이전에는 귀중한 곡식을 재료로 쓰고 버린다는 점 때문에 사치스러운 음식으로 취급되었으며, 버려지는 쌀밥이 아까워서 발효를 멈추고 쌀밥도 같이 먹게 된 것이 변화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스시로 이어진다.

에도 시대에는 오미쿠니에서 봄철에 잡은 붕어나 가을에서 겨울에 거쳐 잡은 모미지부나(紅葉鮒)를 후나즈시로 만들어왔으나, 기온이 높은 여름철을 거치지 않은 모미지부나 초밥은 발효가 더디다 보니 차츰차츰 쇠퇴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날의 시가현에서 만들어지는 후나즈시는 봄철에 잡힌 붕어를 쓰고 있다.

4. 제조 방법

본고장 시가현에서 이뤄지는 일반적인 제법은 다음과 같다.
  1. 봄에 포획한 붕어의 비늘과 아가미, 난소를 제외한 내장을 제거한다. 내장을 빼는 과정에서 배를 가르지 않고 끝자락을 구부린 금속 막대 등을 입에 집어넣어 내장을 끄집어낸다. 그 다음 붕어 뱃속에 소금을 채우고 이를 소금을 깔아놓은 통에 널어서 다시 위에 소금을 채운다. 여기에 위와 동일하게 염장한 붕어를 널고 소금 쌓기를 반복한다. 마지막으로 소금을 깔고 나면 뚜껑을 덮은 뒤 누름돌을 깔아서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이를 '시오기리(塩切り)'라 부른다.
  2. 여름 토왕(土旺) 무렵까지 염장을 거친 후 붕어를 꺼내서 물에 잘 씻어 염분을 뺀다. 짠맛이 남는 정도로 염분을 빼고 나면 밥을 붕어 몸속에 채운다.[5] 통 안에 붕어와 밥을 번갈아가며 깔고, 붕어는 안팎으로 밥에 뒤덮이도록 깔아놓는다. 다시 뚜껑을 덮고 누름돌을 깐 뒤 1의 과정처럼 보관한다.
    • 젖산 발효를 위해서는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니 누름돌을 깔고 난 뒤에는 통에 물을 물을 뿌리는 것이 전통 방식이었으나, 오늘날에는 그냥 비닐 봉투를 까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3. 토왕 무렵에 밥까지 다 절이고 나면 늦가을 즈음에 먹을 수 있다. 1년에서 2~3년 정도 발효시키기도 하며, 통 속의 붕어는 젖산 발효에 의해 부패가 방지되고 아미노산의 증진으로 감칠맛이 더해진다.
  4. 발효가 다 된 후나즈시는 저며서 접시에 차려 그냥 먹거나 오차즈케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먹을 수 있다.

5. 기타

워낙 만드는 데에 인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다 재료로 적합한 붕어인 니고로부나가 수질 악화, 재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 외래종으로 인한 생태계 혼란 등 각종 요인으로 어획량이 줄어들다 보니 가격이 한 마리에 몇천 엔 꼴로 치솟는 추세다. 이로 인해 떡붕어나 다른 외래종으로 대체하는 등의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목포문화방송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인 <삭힘의 미학> 제4부 바다와 소금이 내린 선물 편 후반부에 후나즈시와 관련된 내용이 자세하게 나온다.
[1] 한자 표기는 매체에 따라 크게 갈린다. 일본 위키백과 등지에서는 '鮒寿司'를 표제어로 내걸고 있지만, '鮒鮓', '鮒鮨', '鮒寿司', '鮒寿し' 등 다양한 표기가 존재한다.[2] 염장생선을 밥과 함께 발효시킨 초밥이다.[3] 토막친 생선에 소금과 밥을 섞어 발효시킨 음식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 고루 분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동해안의 가자미식해, 동태식해가 유명하다.[4]시가현.[5] 이 밥에는 소금을 섞는 것이 보통이지만, 염장을 마친 붕어는 짠맛이 남아 있으으므로 굳이 섞지 않는 방법도 있다. 또한 발효 촉진을 위해 술을 첨가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