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황제의 밀사" 혹은 "대제의 밀사"[1]원제: Michel Strogoff(미셸 스트로고프)[2]
1876년에 출판된 쥘 베른의 대작소설이다. 베른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SF 소설이 아니라 역사소설이다. 어떤 평론가들은 이 소설이 쥘 베른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배경은 베른이 한번도 가보지 않은 러시아의 시베리아이며, 19세기 시베리아를 둘러싼 러시아인과 타타르인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어찌 보면 근대 문명에 무릎을 꿇는 몽골 제국의 마지막 잔영을 다룬 이야기. MBC에서 방영한 TV판의 마지막 장면에서 러시아군에 패배한 타타르족 칸은 이렇게 말한다. "알라신은 더이상 우리에게 이 땅을 허락하지 않으신다..."
2. 기본 줄거리
시베리아는 이미 러시아 제국령이 되었지만, 이를 인정 못하는 몽골인의 후예인 타타르족의 칸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려고 한다. 타타르족은 전신망을 절단하고 러시아측의 시베리아 최후 거점인 이르쿠츠크를 포위했다. 이르쿠르츠는 황제의 동생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미하일 스트로고프 육군 대위는 차르 알렉산드르 2세의 명을 받고 이반 오가레프가 적과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르쿠츠크로 파견된다. 이반 오가레프 대령은 러시아 제국 육군 장교였으나 실책을 저지른 후 강등되었고, 차르에게 복수하기 위해 타타르와 내통하고 있었다. 스트로고프는 이를 위해 모스크바로부터 수천 km가 떨어진 시베리아로 오는 도중 여러 사건에 휘말렸다가 결국 타타르군에 체포되고 만다. 이때 타타르측에서 불로 달군 막대를 미하일의 눈에 갖다대어 장님으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작품 중반부터 ~ 후반까지 눈을 가리고 다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임무는 성실히 수행해, 마침내 배반한 오가레프 대령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반전이...사실 이반 오가레프는 미하일 스트로고프의 밀서를 탈취해서 대담하게도 자신이 황제의 밀사인 양 가장하여 대공과 대면하였다.[3] 그리고 대공의 영지인 이르쿠츠크 성의 약점을 알게 된 오가레프는 대공을 교묘히 조종해 그 약점이었던 북문에서 병사를 철수시키도록 부추겼고 이에 대공은 그 말을 믿고 북문을 비워둔다. 오가레프는 타타르와 내통해 북문을 열기로 하였으므로 이제 성은 곧 함락될 위기였으나 죽은 줄 알았던 미하일 스트로고프는 죽지 않았고 또, 기적적으로 시력도 잃지 않아서[4] 시베리아 식인 늑대들을 뚫고 언 강물을 건너 이르쿠츠크에 잠입했던 것. 두 사람은 치열한 결투를 벌이게 되고 결국 미하일의 검이 오가레프의 심장을 꿰뚫는다. 이후 대공에게 자신이 진짜 황제의 밀사인 미하일 스트로고프라는 사실을 알리고 대공은 자신이 이반 오가레프의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급히 의용병들을[5] 보내 북문을 지켰고 이반 오가레프와의 밀약대로 북문에 처들어왔던 타타르족 군대는 큰 피해를 입고 도망치다가 황제의 원군의 공격을 받고 궤멸되었다.[6] 이후 미하일은 어머니와 재회하고 나디아와 약혼하는 등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다.
3. 기타
이 소설에는 당시 시베리아의 사정이나 지리적 묘사가 정확히 묘사되는데, 쥘 베른은 한번도 이곳을 여행한 적이 없었다. 어떤 설에 의하면 쥘 베른은 당시 프랑스에 많이 와 있던 러시아 망명객과 교유하면서 시베리아나 타타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당시 러시아 지식인들은 프랑스어에 매우 유창했으며, 러시아 귀족들은 파리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고 한다. 특히 당시 파리에 살고 있던 투르게네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그러나 이렇게 정확한 지리나 풍속의 표사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구체적 사건들은 19세기에는 일어날 수 없었다. 러시아와 타타르의 갈등은 이미 16세기에 화기를 앞세운 러시아측의 우세로 끝났고, 19세기에는 그 어떤 러시아령내의 타타르족도 이미 근대문명을 앞세운 러시아측에 반항할 수 없었다. 다만, 히바 칸국이 명목상 독립국으로 남아 있기는 했다. [7]
소설은 낭만주의적 관점에서 쓰여졌으므로 해피엔딩이지만, 실제 비슷한 일이 있었다면 밀사는 총살형을 당했을 것이다. 비록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밀사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냈고 이 때문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기 때문이다.[8][9]
4. 영화화
여러번 영화화되었는데 한국에서는 1989년 MBC에서 독일에서 만든 미니시리즈(Michael Strogoff: Der Kurier des Zaren (1975))을 방영해준 바가 있다. 여기서 주인공 미하일 스트로고프는 양지운씨가, 여주인공 나디아는 김진숙씨가 맡았다.[1] 일본에서 번역한 제목이 "皇帝の密使ミハイル・ストロゴフ" (황제의 밀사 미하일 스트로고프)인데 여기서 따온 듯하다.[2] 주인공이 러시아인이므로 굳이 따지면 "미하일 스트로고프"라고 해야겠지만 아무래도 쥘 베른은 프랑스인이라 프랑스어로 미셸이라고 한 듯하다. 참고로 이완 역시 원래는 이반이 맞는 말이다.[3] 대공은 오가레프의 얼굴을 몰랐다.[4] 불로 달군 막대를 눈에 갖다댈때 안구에 습기가 찬 상태였기 때문에 눈물이 보호막 역할을 해 라이덴프로스트 효과가 일어나 실명을 피할수 있었다.[5] 원래 시베리아에 유배온 정치범들이었으나 타타르의 침공에 맞서 의용병을 조직해 대공에게 충성심의 대가로 사면을 약속받았다. 또한 여주인공 나디아의 아버지 표토르가 대장이 되어 이 의용병을 이끌었다.[6] 황제가 이르쿠츠크에 원군을 보내겠다는 것이 바로 밀서의 내용이었다.[7] 1920년 소련에 합병. 마지막까지 존재했던 전근대식 칸국이었다.[8] 미하일 본인은 자기 임무를 완수하였고 배신자 오가레프를 본인의 손으로 처단하기까지 했으니 자기 임무를 성공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미 이반 오가레프는 미하일의 어머니를 먼저 사로잡아서 미하일에게 들이대고 있었는데 애시당초 오가레프가 어떻게 미하일의 어머니에 대해 알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결국 밀사의 신분은 진작에 노출되었다는 말이고 이미 오가레프는 미하일의 존재와 이름까지 알고 있었다. 거기에 오가레프는 타타르군을 미하일이 갈 만한 곳에다 쫙 깔아놨으니 무슨 수를 썼더라도 결국은 잡혔을 가능성이 높았다.[9] 다만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게 실제 러시아에서는 정상참작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서 포로는 반역자라는 관념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어머니를 구하기 위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밀사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냈다면 이 순간 그는 반역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봐서 용서 없이 총살형이고 나중에 세운 공은 모두 무시된다. 러시아에서는 이 소설이 나왔을 때 러시아에 대해 하나도 모르면서 쓴 소설이라며 평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