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01 06:43:25

환음지

幻陰指

<의천도룡기>에 등장하는 무공.

성곤이 익힌 비장의 절기로, 이름답게 일양지와 마찬가지로 손가락을 사용하는 지법이다. 상대의 몸의 혈도에 아주 가늘고 음한한 진기를 침투시켜 내상을 입혀 내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게 만든다. 상대를 즉각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위일소의 한빙면장 혹은 현명이로현명신장과 유사한 속성을 지녔다고 하겠다. 다만 지법인지라 직접적인 위력보다는 내력을 못 쓰게 만드는 효과에 집중되어 있다.

성곤이 명교 광명정에 단신으로 쳐들어왔을 당시, 명교 고수들이 내력으로 대치하던 차에 기습을 가했다지만 이 환음지 하나로 양소, 위일소, 오산인들을 몽땅 제압해 버린다! 제대로 들어가면 즉시 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지장이 생기는 기술인 만큼 기습에 최적화되었다고 하겠다. 성곤의 기습으로 인해 본래대로라면 6대 정파 무림인들과 한바탕 접전이 가능한 상황임에도 옴짝달짝할 수 없어 하마터면 멸문지화를 입을 뻔했다. 장무기가 가까스로 이들을 살려냈다.

단점은 극도로 음유한 내력을 수련해야 한다는 점. 덕분에 성곤은 공견대사의 문하에 들어 소림사 상승내공인 소림구양공을 수련했음에도, 다시 환음지를 수련하느라 구양공의 위력이 상당히 약화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또 음양조화를 이루는 구양신공 역시 환음지의 천적으로, 환음지의 한독을 구양신공이 풀어 버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내력의 고하가 엇갈린다면 자칫 구양신공의 여파로 환음지 사용자의 음유한 내력에 손상이 갈 수 있다. 문제는 구양신공을 익힌 적수가 하필 내력만빵 장무기.... 덕분에 성곤은 환음지 때문에 기껏 배운 구양공이 약화되었는데, 환음지는 또 장무기에게 폐기당하는 환장할 상황을 겪게 되었다. 만일 환음지를 아예 배우지 않았더라면 소림구양공을 보다 온전히 구사해 사손을 상대로 더욱 우세했을 것이고, 하다못해 환음지를 폐기당하지 않았다면 사손에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으련만(...). 하여튼 장무기가 웬수다. 장무기는 이런 식으로 현명이로의 현명신장 내력도 몽땅 지워버렸다.

위일소의 한빙면장에 뒤지지 않을 고강한 절기이지만 어디서 익혔는지는 알 수 없다. 성곤은 일찍이 '혼원벽력수'라는 별호로 명성을 떨쳤는데, '혼원'은 성곤의 장기인 혼원일기공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벽력수'는 장력에 담긴 힘줄기가 뇌성벽력처럼 강렬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니 성곤은 본래 양강한 무공을 장기로 삼는 고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새삼 극도로 음유한 내력을 운용해야 하는 환음지를 어디서 얻어배웠는지는 묘사되지 않았다.성격에는 잘 어울리는데 성곤이 사손과 결전을 벌이면서 '아 씨바 환음지만 쓸 수 있었어도'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 적어도 사손과 원수지간이 된 이후에 익힌 무공이 틀림없는데[1] 또 성곤이 새로 스승으로 모신 공견대사는 양강에 기초를 둔 소림파 무공의 고수인지라(...).[2] 여하간 환음지의 내력을 수련하느라고 소림구양공이 약해졌다는 묘사를 감안하면 공견대사에게 무공을 전수받고 또 환음지는 새로 익혔다고 봐야 한다.기연을 주워먹는 재주가 굉장하다

추정해보면 자신을 필사적으로 쫒는 사손을 저지하기 위해 익힌 무공으로 보이며, 그가 칠상권을 익히는 것에 대한 대항책으로 습득했을 가능성이 있다. 칠상권이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한 권격을 쏟아내는 무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예 칠상권 자체를 쓰지 못하도록 내력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사손을 제압하는 전법이 가장 유효하기 때문이다.


[1] 사손은 사부의 무공을 몽땅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눈이 멀었어도 대등한 승부를 펼칠 수 있었다. 유일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은 사손이 사부랑 상관 없이 익힌 칠상권을 소림구양공으로 돌려받았을 때뿐으로, 그 외에는 성곤이 쓰는 모든 술수를 사손이 꿰뚫어봐서 쉽게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이 때 성곤이 환음지를 아쉬워하는 걸 보면 적어도 사손에게 전수하지 않은 수법임은 확실하다.[2] 소림구양공은 구양신공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만큼 음양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경지를 넘겨다볼 가능성이 높지만, 환음지는 극단적으로 음유한 내력을 요구하기에 공견대사가 전수했다고 보기엔 무리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