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0-11 10:36:07

필론과 돼지



1. 개요2. 상세3. 여담

1. 개요

이문열의 단편소설.

2. 상세

1980년 발표 당시에는 "필론의 돼지"로 발표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 제목으로 더 알려져 있으며 교과서 등지에도 이렇게 수록되어 있지만 2016년 민음사에서 낸 이문열 중단편전집에서 공식적으로 "필론과 돼지"로 표제를 바꿈에 따라 필론과 돼지라는 표기도 늘어나고 있다.

전역하는 군인들이 탄 전용칸에서[1] 모 특수부대[2] 현역병들이 폭력으로 돈을 갈취하다 결국 분노를 못참은 전역병들이 들고 일어나 특수부대원들을 집단폭행하고[3] 헌병이 달려오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건 좀 과하게 요약한 것이고 기본적으로 상황을 서술하는 주인공이 인텔리 출신이기 때문에 상황 상황마다 이를 해석하는 게 일품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슷한 주제의식을 품고 있지만 다른 면도 있다. 이해와 동정의 여지가 있는 엄석대와는 달리 검은 각반들은 절대폭력 그 자체이다. 다만 작가는 절대악일지라도 이를 타도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무질서와 폭력은 어느 정도로 용인될 수 있는가, 그 무질서와 폭력은 절대악과는 무엇이 다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필론과 돼지에서 주인공이 딱히 누구 편을 들지는 않았지만 민중봉기에 대한 작가의 거부감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도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보수화된 그의 정치적 성향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과 같은 지식인들이 내면에는 강한 정의감을 품고 있음에도 불의에 저항하는 실제 행동엔 나서지 못하며 무기력과 패배주의를 보인다는 점을 비판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소시민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일자무식인데다 허세만 가득한 인물인 홍동덕은 주인공 옆자리에 앉아 여행하는 와중에 거듭된 혼란 속에서도 타협주의적 태도로 일관하며 고통을 피하고 마음 편히 지낸다. 그는 현실에 대해 고뇌하는 지식인인 주인공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인물이다. 이런 방관자적 소시민들이 역사의 격변을 비겁하지만 묵묵하게 이겨내고 살아남아 번성하는 것이 바로 역사라고 작가는 말하고 싶은 듯 하다.

3. 여담

  • 원래 "피론"(Πύρρων, 영어로 Pyrrho)이 맞는데 이상하게도 이문열은 "필론"이라고 표기했다. 소설의 모티프가 된 '피론의 돼지' 이야기는 몽테뉴의 수상록에 나온다. 상세는 관련 기사 참조.

[1] 이 열차는 비둘기호12열차의 복편으로 추정된다. 극 중 열차가 출발하는 곳이 용산역이기 때문이다.[2] 1980년 초판에는 명백히 특전사를 의미하는 베레모로 묘사되었으나 금서 지정 이후 1987년에 복간되면서 "검은 각반"으로 묘사를 고쳤다. 여기에 "땅개" 운운하는 데다 해병대 전투화를 연상시키는 묘사가 나온다. 게다가 해병대는 과거에 이런 짓을 실제로 숱하게 저지른 바가 있었다. 다만 후일 작가가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로는 북파공작원 부대라고 한 적이 있다. 2016년 인터뷰에서는 실은 특전사인데 광주민주화운동 이후로 특전사를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워져서 에둘러 표현했고, 최근판에서는 "검은 베레모"로 원복했다고 한다.[3] 처음에 ''XX섬'(1980년 초판에는 백골섬)에 있었다고 하여 북파공작원 출신이 암시되는 한 전역병이 혼자 저항하다가 검은 각반들에게 초주검이 되게 얻어맞고 어느 전역병은 군사재판에 넘기겠다고 했다가 더 맞았지만 누군가가 3년간 당한 것도 지긋지긋한데 저놈은 다섯이고 우린 100명이 넘는데 앉아서 당할 것이냐고 선동하자 전역병 대부분이 함께 들고 일어나자 검은 각반들이 뼈가 부러지고 소주병에 맞아 피가 터질 정도로 처참하게 두들겨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