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세계대전Z에 등장하는 인물.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시민이자 레데커 플랜의 창시자. 그리고 인류를 구한 반쪽짜리 영웅.[1]
후세 전기 작가들은 그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지만, 그는 인종차별주의마저 '인간의 불합리한 감정의 개탄할만한 부산물'이라고 정의할 정도로 무감정한 인간이었다. 그만큼 감정과 인간성을 방해물로만 보았으며, 극도로 이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효율지상주의자였다. 그러나 감정을 배제하고 지나치게 이성적이었기에, 그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으면서 동시에 증오를 받았다.
2. 생애
인류를 구한 영웅으로 모두의 찬사와 증오를 받는 인물이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다. 그에게 부모가 있는지, 친구가 있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그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은 1980년대 부터였다.레데커는 대학에서 역사적, 사회적 난국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고 이게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 위기에 빠진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관심을 끌었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레데커는 '오렌지 84'이라는 흑인 폭동 대비용 플랜을 미리 짜두었는데, 이 오렌지 플랜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모든 흑인들이 동시에 폭동을 일으킨다면'의 가정 하에 세워진 계획이었는데, 흑인들의 주요 공격 타겟이 될 백인들을 쓸모있는 사람과 쓸모없는 사람으로서 나누어 쓸모없는 쪽을 남겨두고서 그 쓸모없는 쪽이 공격당할 때 쓸모있는 사람들은 피난해서 미리 대책을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레데커는 이 계획을 위해 철저하게 조사하여 체크 리스트까지 만들어두었다.
결국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끝나자, 그는 남들 모르게 은둔생활을 해야만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이후 주변에서 공청회 같은 것을 열라고 권하였으나 거절하며 한 말이 대박인데, "이 껍데기를 지키려고 감정이 있는 것처럼 굴진 않겠다. 내가 뭘하든 어차피 잡으러 올테니까.". 은둔 중 좀비에 관한 소식을 듣고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레데커 플랜을 짰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그의 은신처에 특수부대가 들이닥쳤고, 레데커 본인은 졸지에 정부 각료들이 대피한 기지로 소환되었다. 레데커 플랜이 발표되자 정부 각료들은 레데커를 비난했고, 대통령은 국방장관에게 왜 이딴 놈을 데려왔냐고 화를 냈다.
그를 부른 것은 넬슨 만델라[2]였고, 그의 계획을 모두 들은 만델라는 그를 포옹한다.[3] 이후 레데커는 종적을 감추었고, 레데커와 함께 일한 적도 있으며 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인 졸레와 아자니아(Xolelwa Azania)가 정부를 도와 좀비 전쟁이 인간의 승리로 끝나도록 노력했다.
3. 진실
졸레와 아자니아(Xolelwa Azania)는 사실 폴 레데커의 또 다른 인격이었다. 결국 이야기를 풀어 놓은 것은 레데커 자신임 셈. 계획이 실행되던 그날 이후 레데커를 다시는 볼 수 없었던 것은 레데커가 미쳐버려서 자신이 레데커가 아니라 졸레와 아자니아라는 다른 인물이라는 망상에 빠졌기 때문이다.[4] 서술자가 레데커를 만나는 장소는 정신병원이며, 인터뷰 맨 마지막에 출입증에 서명하면서 드러나는 환자 이름은 '폴 레데커'이다[5].
스티븐 비코[6]의 오랜 지기인 한 전기 작가는 폴 레데커가 무감정한 인간이 아니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레데커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밑에서 살기에는 너무나도 여린 사람이었고, 감정을 배격한 것도 당시 남아공 사회에서 벌어진 참상을 보고 정신줄을 놓지 않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 그러나 넬슨 만델라가 보여준 진실한 감정은 레데커가 두른 갑주를 파고들었고, 버티지 못한 레데커는 그날로 미쳐버려 졸레와 아자니아라는 이름으로 레데커 플랜의 실행을 도운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아자니아는 "어떤 이들은 그를 증오하고 어떤 이들은 그를 칭송하지만 난 그를 동정합니다. 만약 그가 이 세상 어디엔가 살아 있다면 안식을 찾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그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사실 레데커 플랜 자체는 좀비 사태로 인해 전국민을 동시에 완전히 보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것이었지만 희생자 입장에서는 분개할 만한 사안인 것도 사실이라 그의 정책 때문에 가족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주인공은 삼엄한 경비를 통과해야 했다.[7]
[1] 레데커 플랜이 비록 악랄하다고는 하나 그것이 없어서 각국 정부들은 계속해서 헛된 국력의 소모를 되풀이하고 있었고 작품 내에서도 그러한 상황이 계속되었다면 얼마 못 가서 각국은 잠재력을 전부 소모하고 좀비에게 패했을 것이라는 묘사가 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고 이스라엘이나 러시아 같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었겠지만 전후 살아남은 대부분의 국가가 레데커 플랜을 사용하여 살아남은 것을 생각해보면 그는 인류라는 종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2] 롤리흘라흘라란 이름이 나온다. 이는 코사어로 말썽꾸러기란 뜻이고 또한 넬슨 만델라의 본명이다.[3] 레데커가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 찍힌 백인임을 감안하면 인종차별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흑인 정부의 국부인 만델라가 그랬다는거 자체가 굉장히 놀라운 거다.[4] 또 다른 인격이 발생했다는 것 때문에 레데커의 질환을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오해하는 이들도 있으나, 해리성 정체감 장애는 한 사람의 내면에 복수의 인격이 공존하는 병인데, 작중 인격이 교체되는 장면이나 그러한 증상의 암시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원래의 인격(폴 레데커)이 죽고, 그 자리를 새로운 인격(졸레와 아자니아)가 차지했다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레데커의 증상은 그냥 "미쳤다"고 서술하는 것이 제일 적절할 것이고(애초에 작중 서술 자체가 구체적인 증상 진단까지 할 정도로 충분하지도 않다, 작가가 특정 정신질환을 정확히 고증해서 묘사했다는 보장도 없고.), 굳이 따져보자면 특이한 형태의 조현병 정도라 봐야 할 것이다.[5] 반전에 대한 복선이 은연 중 어느정도 드러나긴 한다. 졸레와 아자니아가 폴 레데커를 설명할 때, 그가 묘연하던 시절 무엇을 했는지, 심지어 레데커가 갖고 있던 마음까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레데커는 살면서 친구라고 부를 존재가 한 명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와 가장 가깝고, 오래 일했고, 잘 아는 졸레와 아자니아라는 사람이 갑자기 튀어나왔으며, 무엇보다 졸레와는 단 한번도 졸레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폴이 졸레와 자신이였기 때문.[6] Stephen Bantu Biko, 남아공의 인권운동가. 아파르트헤이트 정권 하에서 인권운동을 하다 정권의 탄압을 받았고, 1979년 고문 도중 사망했다.[7] 경비원 왈, "아무리 조심해도 모자라요, 선생. 그분을 지옥으로 보내려고 노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