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5-01 21:36:24

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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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구성 요소3. 예시4. 외부 링크5. 여담


1. 개요

판의 한가운데를 뜻한다. 동양 전통 장정 중 하나인 선장본에서는 판심이 쪽의 끝부분에 위치하게 된다. 선장본에서는 페이지의 앞뒤 양면을 1번에 찍어내고, 이를 바깥쪽으로 접어 낱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판심은 반으로 접혀서 페이지 끝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양쪽을 함께 찍는 동양의 인쇄 과정에서 생겨난 형식이기에 동양 책이라 해도 붓으로 필사한 필사본에는 판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2. 구성 요소

판심은 주로 다음의 요소로 구성된다. 고서 서지용어
  • 어미(魚尾): 판심 가운데 즈음에 ∑ 모양으로 새겨진 무늬이다. 한자 뜻 그대로 물고기 꼬리 지느러미 모양을 닮았다고 어미라고 한다. 이 역시 반으로 접히기 때문에 한 페이지에서는 반쪽만 보인다.#
    • 상어미/하어미: 보통 어미는 위아래에 2개이며 위의 어미를 상어미, 아래 어미를 하어미라고 한다. 대개 상어미와 하어미의 색은 일치하므로 '상하 흑어미'(상어미, 하어미 모두 흑어미) 식으로 합쳐서 묘사하곤 한다.
    • 화문(花紋): 어미 가운데에 꽃 모양의 무늬를 뜻한다. 꽃무늬의 잎 개수/2로 이엽(二葉)화문, 삼엽(三葉)화문 식으로 부른다. 좌우면의 잎 수가 다른 것은 혼엽(混葉)이라고 한다. 주로 흑어미에 하얀 화문이 있으며 백어미에는 화문이 없는 편이다. 때문에 '이엽화문어미' 하면 보통은 흑어미이다.
    • 백어미/흑어미: 어미가 먹으로 칠해져있으면 흑어미, 그렇지 않고 비어있으면 백어미이다.
    • 하향/내향: 어미가 좁아지는 방향에 따라 상향/하향이라 부른다. 색깔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상어미, 하어미의 방향이 같기 때문에 '상하 하향', '상하 내향' 식으로 '상어미/하어미가 모두 하향이다' 식으로 합쳐서 일컫는다. 상어미가 하향, 하어미가 상향인 것은 내향(內向)이라고 부른다.
      가능성으로만 치면 바깥쪽으로 뻗은 '외향'도 있을 법하나 그런 책은 거의 없는 듯하다. 마찬가지로 상하 상향 어미, 상어미 상향 같은 책은 없고 대체로 '상어미'라고 하면 하향이다.

    이에 따라 어미의 방향 - 잎의 모양/색상 순으로 적는다(예: 상하내향혼엽화문어미).
  • 흑구(黑口)/백구(白口): 어미 위아래로 뻗는 까만 선이다. 안이 칠해져 있으면 흑구, 비어있으면 백구이다. 선이 굵으면 대흑구, 가늘면 소흑구라 한다.[1]
  • 판심제: 판심에 쓰는 제목이다. 표제(표지 제목), 권수제(책 앞머리 제목)과 대체로 유사하나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2] 판심의 공간이 그리 넓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축약된 제목이 쓰일 때가 많고, 표제나 권수제는 추가/삭제가 흔히 일어나지만 판심제는 그러한 개변이 보다 적은 편이다.[3] 여기에 더해 권차(卷次, 권 번호)가 들어간다.
  • 장차(張次): 페이지 번호이다. 대개 세로쓰기[4] 한자로 장차를 표시했다. 앞서 언급했듯 동양 고서는 2면을 한번에 찍으므로 한 장차의 페이지는 두 쪽이다. 오늘날에 표기할 때에는 순서상 앞면을 ㄱ(혹은 a)[5][6]로 구별한다. 장차가 十二로 돼있는 쪽의 앞면이 12ㄱ(12a)인 식이다.

판심 형식은 시대별로 유행이 있기 때문에 판심의 모양새에 따라 간행 연도를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일례로 15~16세기 조선 도서는 흑구가 많다. 또한 매우 장식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새로 인쇄(복각)할 때에는 당대의 유행을 따라 다르게 새길 때도 종종 있어[7] 원간/개간본을 구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서적의 판심이 어떤 양식으로 되어있는지는 서지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8] 서지학 해제에서는 '상하 하향 흑어미'[9] 등의 표현을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판심은 장 끝에 위치하기 때문에 책의 옆면만 봐도 판심의 형식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다. 가령 흑구가 있는 책은 책 옆이 온통 새카말 것이다.

3. 예시

파일:yuseo.png
유서필지》(儒胥必知, 1870?) 이두 어휘 소개

이두 문서에 인용된 《유서필지》의 이미지이다. 이미지의 왼쪽 끝을 보면 상하 내향 이엽화문 흑어미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에서 보듯 어미, 판심제, 장차가 모두 반으로 잘려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 판심을 중심으로 종이를 접어서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한 페이지에는 반이 잘린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머지 반쪽은 다음 쪽에 있으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동양의 이러한 책 구조를 모른 상태로 이미지로만 보면 판심의 이미지를 일부만 잘라서 가져온 것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파일:sambong11.jpg
삼봉집》 목판
목판을 보면 판심이 가운데에 있는 것을 잘 확인할 수 있다.

4. 외부 링크

5. 여담

  • 판심을 비롯하여 인쇄면의 글자 수(행격行格, 혹은 행자수行字數), 광곽匡廓(외부 테두리를 뜻하는 변란邊欄) 등의 형식들을 모두 포괄하여 판식版式이라 한다.[10]
  • 서양 도서 및 오늘날의 서적에는 이러한 형식이 아예 없다. 잘 알려진 대로 현대 서적은 한 페이지씩 찍기 때문이다. 대체로 책 테두리 인근에 글자나 이미지가 오지 않게 조정하기 때문에[11] 동양 고문헌에서 판심이 있는 위치인 책 페이지 테두리에는 아무것도 인쇄되어있지 않은 책들이 대부분이다.
  • 오늘날에는 고문헌들도 주로 쪽 단위로 스캔하여 열람하는데 이런 이미지들은 판심의 글자를 읽기가 약간 번거롭다. 쪽이 접히면서 글자도 반씩만 보이기 때문이다. 판심제야 제목이니 다른 데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장차는 페이지마다 다르니까 확인을 해야 하는데 반씩만 보여서 읽기가 힘들다. 위 유서필지 이미지에서도 '四十六'(46)의 반쪽만 보이니 숫자 한자의 모양새를 얼추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추측하기가 어렵다.

[1] 대흑구는 관흑구(寬黑口)ㆍ조흑구(粗黑口), 소흑구는 세흑구(細黑口)ㆍ선흑구(線黑口)라고도 한다(표준국어대사전).[2] 잘 알려진 《훈민정음》 역시 판심제는 '정음해례'(正音解例)이다.[3] 때문에 현대 고문헌 DB의 제목으로 판심제를 쓴 것도 종종 보인다.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는 문헌은 권수제나 표제가 판본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4] 원래 한자문화권은 세로쓰기가 일반적이었고, 위에서 보듯 판심은 세로로 길쭉하므로 세로쓰기를 할 수밖에 없다.[5] 동양 전통 책은 보통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으므로 ○a 면은 오른쪽에 위치하게 된다.[6] 일본에서는 (오모테니혼-우라니혼에서처럼) 오모테(表, "겉")-우라(裏, "속")의 앞글자를 따 (오), (우) 식으로 표기한다. 따라서 장차 12의 앞면은 12オ가 된다. 여담으로 이런 オ/ウ 식의 표기는 야구에서도 쓴다.#[7] 이는 현대 출간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예전에 나온 책을 새로 낼 때 책 내용은 (작가가 복간 기념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크게 터치하지 않지만 표지나 레이아웃 등의 디자인은 바꿔서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8] 특히 이러한 책의 형태에 집중하는 서지 분야를 형태서지학(혹은 판본학)이라고 한다.[9] 본 문서에서는 의미 분절을 위해 띄어서 썼지만 보통은 '상하하향화문어미', '상하내향혼엽화문어미' 식으로 붙여쓴다. 보통은 한글로 쓰지도 않고 한자로 쓴다.#[10] 규장각 원문 검색 서비스의 "구급간이방" 상세 서지의 예(#). '광곽' 단락에서 행자수를 함께 다루고 있다.[11] 만화책이나 도록처럼 이미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책은 책 페이지 끝까지 인쇄할 때가 종종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인쇄기의 특성상 인쇄 자체는 종이에서 약간 안쪽으로 인쇄가 되고, 인쇄가 되지 않은 테두리 부분을 잘라내는 식으로 책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반 인쇄물과 동일한 크기의 종이로 인쇄를 하면 종이 끝까지 인쇄가 된 책은 좀 더 작고, 크기를 맞추려면 약간 더 큰 종이에 인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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