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06 21:07:15

클라비스 시렌치움 그라샤

클라비스 시렌치움 그라샤
파일:클라비스 시렌치움 그라샤 8화 편집본.png
파일:클라비스 웹툰화 2.jpg
소설 삽화 웹툰
나이 ?[스포일러]
생일 2월 14일
체형 키 177cm, 마른 편
직업 추기경, 전대 서부공
소속 니힐 황제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구경거리, 죽음, 종말
싫어하는 것
스포일러
어리석고 무력한 어떤 왕자
취미 사치[2]와 향락
특기 관망, 한 발 뒤에서 비웃기
이상형 지금은 없음
스포일러
먼 옛날엔 누나 같은 사람
1. 개요2. 작중 행적3. 과거4. 평가5. 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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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은발 벽안의 미청년. 이름의 유래는 아마 열쇠라는 뜻의 clavis. 서부 공작이었으나 서부가 망자들에게 먹힌 뒤 추기경으로서 황궁에서 지내고 있다. 여우 같다고 비유될 정도로 능글능글하며 사치스럽다. "모든 것은 폐하의 뜻대로."라는 말을 자주 하며, 언제나 황제가 자비롭다는 말과 함께 미친 소리를 해대기에 간신배 취급 받는다.

2. 작중 행적

추기경이지만 공작들과 같은 직급이라 공작회담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다. 가장 먼저 도착해 뒤이어 도착한 남부공에게 레나 루벨 때문에 북부공 이우라 플레누스가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언질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란 거냐며 트집잡히자 서로 조심하자고 말하면서 빠져나가려 하나, 이미 레나와 신뢰의 약속을 했던 남부공은 불화가 생긴다면 루벨 가는 물론 플레누스 가 역시 곤란해질 것이라 맞불을 놓고 그 말을 들은 이우라가 짜증을 내며 모습을 드러내자 주인공이라 부르며 키득거린다. 두 사람 간의 불화가 거세지자 제국민들을 거론하며 싸움을 중재하고, 뒤이어 리그난 아이테르너가 난입하자, 뿔뿔이 흩어진 공작들 가운데 마지막에 남아 괜찮은 등장이라고 말하며 그를 주인공이라 칭하고 가버린다.

건국일 전야제 무도회를 100일 간, 그것도 지루하지 않게 매일 다른 컨셉으로 여는 등 제국의 향락에 일조하고 있다. 루비드를 부추겨 레나를 무도회에 초대하게 한 사람이다. 무도회에서 레나의 언행을 흥미롭게 보다가 레나가 자신을 보고 웃자 짜릿해 한다.
"알겠어요? 우리가 제물로 삼았던 아이가 괴물이 되어 돌아온 거에요."
13화, 루벨 후작과의 대화 중 들뜬 채로.
13화. 무도회가 끝난 밤, 루벨 후작을 찾아가 레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식적으로는 서로 면식이 없지만 루벨 후작이 클라비스에게 레나를 제물로 넘겼다. "성화 속 천사처럼 아름다운 남자"가 클라비스였던 것이다. 그는 황제와 같은 힘을 얻기 위해서 제물을 찾았다. 즉, 반역을 꾀했다. 황제는 반역자를 가차 없이 처벌하기 때문에 이 사실이 들키면 추기경도 루벨 후작도 끝난다. 전전긍긍한 후작은 왜 레나가 살아있냐며 추궁하고, 클라비스는 그에 비해 태평한 반응을 보인다. 레나의 귀환에 후작 못지 않게 놀란 그였기에 루비드를 이용하여 레나를 시험하고자 했지만 자기 생각보다 레나가 더 강해졌고 심지어 지옥으로 보낸 원흉인 그를 보고도 웃은 것에 강한 흥분을 느낀 그는 작정하고 온 애를 남부공 입막는다고 될 것이 아니며 황궁까지 왔으니 우리를 상대할 자신이 있을 것이라며 루벨 후작에게 레나를 만나보라고 명령한다.

15화, 건국 기념제에서 황제 대신 새로운 개척지(무덤)를 선포하는 등 황제의 측근으로 행동한다. 이후 18화에서 이루어진 건국기념일 오후 일정 역시 클라비스가 주도한다. 그라샤 제국의 역사를 읊을 때 식민지 정복을 "보호"로 표현하거나 남부 전쟁을 "침공을 견디며 강해"진 제국의 일부로 말하는 등 교묘한 화법을 쓴다. 제단을 모아 만들어진 문에 피를 부어 균열을 연다. 일정이 끝나고 돌아갈 때 즈음 레나에게 농밀한 감정을 내비친다. 레나가 무표정에 반말로 거절하자 짜릿해한다.

22화에서 레나를 지옥으로 보낼 때는 아직 서부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망자를 본 적 없다는 레나에게 그동안 이유 없이 호사를 누린 만큼 지옥의 고통도 견디라고 말한 뒤 레나를 무덤으로 떠밀었다.

현재, 균열에서 보초를 서는 루비드, 정확히는 그 곁에 있는 루벨 후작에게 무덤과 지상의 시간이 다르다고 알려준다. 루비드가 어떻게 알았냐고 추궁하자 살짝 당황한 클라비스는 변명을 찾다가 사전 정찰을 위해 미리 선약을 잡은 리그난 아이테르너가 다가오는 것을 반갑게 맞이한다. 동부공이 유능하다는 말로 루비드를 도발해 린과 루비드를 같이 무덤으로 정찰 보낸다. 24화에서는 레나가 남부 기사를 폭행했다는 소문을 듣자 그 소문의 근원지가 루벨 후작임을 알아챈다. 루벨 후작이 소문의 장본인임을 확인한 클라비스는 후작의 계획을 돕겠다고 말한다. 레나가 정말 괴물이 되었는 지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클라비스는 레나, 루비드, 린을 만찬에 초대한다. 레나와 기사단의 관계[3]도, 기사단의 실력[4]도 아는 클라비스는 남부 전쟁의 수모를 갚으라는 핑계로 남부가 선봉을 맡자고 제안한다. 루비드가 선봉을 맡고 싶어 화내자 어이없어하지만, 레나가 제안을 빙자한 함정을 받아들이자 의아해 한다. 레나는 대신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는데, 레나가 원정을 이틀 뒤로 당겨달라고 부탁하자[5] 들뜨는 마음을 애써 감춘다. 클라비스에게 레나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상상하는 것은 마치 사랑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틀이 지난 25화에서 레나를 선봉으로 임명하며 레나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속삭인다. 홀로 왕의 심장을 가져오라는 명령을 내리면서도 그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네가 해낸다면 나는…' 이라는 독백 후 출정을 선언한다.

몇 분 후, 남부 대리 레나 루벨이 무덤 시간 기준 하루 만에 왕의 심장을 가지고 복귀하고, 기준 이레에 북부가 빈손으로, 열 하루에 동부가 엄청난 양의 전리품을 가지고 복귀한다.

의도적으로 루벨 후작을 도발하고, 후작이 함정임을 알면서도 별 수 없이 낚이자 그를 비웃는다. 심장이 반지란 것에 후작이 확인을 요구하자 클라비스는 니힐에게 심장을 보내고, 황제가 직접 맞다고 인증하자 추기경은 남부와 레나의 이름으로 승전보를 올린다.

다음 날 루비드와 루벨 후작을 제외한 전쟁의 주역들이 모두 대례전에 모이고, 클라비스는 레나에게 성을 점령한 방법에 대해 묻는다. 그러나 레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첫울음을 삼킨 왕의 이름인 첼레스테라는 단어의 기원을 엔지 루벨이 보고하자 클라비스 또한 그 설화를 들은 적 있다고 답한다. 엔지가 보고를 마치자 클라비스는 첼레스테 왕의 만행이 하늘도 버릴 정도로 악독했다고 인정하며 앞으로의 토벌 방향을 이름을 알고 있는 태움과 그을림의 왕, 히엠스 그라샤를 필두로 하고, 나머지 셋의 이름도 알아내는 것으로 하자며 회담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레나의 발표가 구라라는 걸 공작들이 모를 리가 없다며 조용히 경고하나 레나는 거짓말엔 소질이 없어도 다른 것엔 소질이 있다며 맞불을 놓고 남부공을 따라나선다. 이에 클라비스가 환희를 느낄 때, 엔지 루벨 역시 레나를 빤히 보다가 그녀에게 접근하려고 하고, 클라비스는 재빨리 그의 앞을 막아 한낱 후작 가의 장남이 남부의 대리에게 말을 걸 정도로 대단한 줄 아냐며 그를 물린다.

그날 밤 승전 기념 무도회에서 니힐 그라샤와 함께 나타나고, 레나에 대해 비방한 기사를 반역죄라 칭하는 니힐과 함께 감히 폐하가 잘했다고 한 일에 토를 단 것이 반역이 아니면 뭐냐고 동조한다. 나중에 니힐이 레나와 린 사이의 검무를 보고 기분이 좋아지자 그녀는 클라비스에게 목숨은 살려주되, 입을 함부로 놀린 대가는 치르게 하라고 명령하고, 클라비스는 자신의 권능인 쇠약을 이용해 기사의 생기를 빼앗는다. 벌을 내리기 직전과 직후, 클라비스는 활짝 웃으며 황제의 자비에 경의를 표하고, 처벌 광경을 본 모든 이들은 소름이 돋았지만 침을 삼키며 그 말을 따라한다.

다음 날 아침 레나 루벨에게 편지를 보내 온실 정원으로 초대한다. 6년 전 레나를 균열로 밀어넣었을 때와 같은 복장을 한 클라비스를 보자마자 레나는 기가 막혔지만 정작 양심 없는 장본인은 연인에게 대하듯이 레나를 맞이했고, 더 잘 차려입었으면 의자를 빼줄 거라는 둥,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다는 듯 웃는 둥 레나의 기분을 잡치는 행동만 한다. 무도회에서 웃어줬다면서 인상 좀 펴라고 말하지만 레나는 클라비스의 변태성이 이 정도일 줄 몰라 그랬다며 독설을 날린다. 그러나 그 말에도 폭소할 뿐이었던 추기경은 레나가 주변에 있던 비굴한 사람들과는 전혀 다르다며 우리 레나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원래 레나는 계속해서 치대는 클라비스가 무가치하다 여겨 이번 한 번만 나와서 끝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초대에 응한 거였지만 계속되는 미친짓에 괜히 나왔나 싶었다. 결국 더 좋아하면 손해라는 소리까지 나오자 레나는 할 말이 없다고 판단하고 자리를 뜨려하나 그대로 붙잡힌다.
"왜 하고 싶은 말이 없어?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 그거 너무 이상하잖아. 따져야지, 왜 그랬는지 물어봐야지. 안 그래? 응?"
"그런데 왜 너는 다 끝난 얼굴이지? 나하곤 아무 것도 해결된 게 없는데. 미워하지도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고, 관심 갖지도 않고. 정말 이상하잖아."
"레나 루벨. 어디까지 알아냈지?"

클라비스는 싸늘하게 눈빛을 바꾸며 레나를 추궁하며 과거의 레나를 떠올린다. 어린 레나는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 울지언정 클라비스의 비위를 상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애를 썼고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기 나이를 잘못 알아서 그것 때문에 클라비스가 곤란해지기라도 할까봐 걱정된다는 투로 말하기까지 했고 그 행동에 황당해하며 바라보자 오히려 자기를 봐달라는 듯 힐끗거렸다. 눈치를 보며 애교를 부리는 연약하고 길들여진 모습에 공범마저도 카르도가 얼마나 부모 자격이 없는지 기막힘을 느끼게 할 정도였던 것.

그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클라비스는 의도적으로 그때 일을 언급하며 레나를 도발하나 레나는 깔끔하게 한 손은 그의 손을 맞잡은 채 의자를 뒤로 넘겨버린다. 바닥으로 추락하기 직전 다른 손으로 의자를 다시 잡아주며 도발을 할 거면 제대로 하라며 오히려 되돌려주자, 박장대소하며 앞서 한 얘기를 사과하고 본심을 말한다.

매번 누군가를 지옥으로 보낼 때마다 그 사람이 늘 돌아오기를 바라며 실험한 것이라고 밝힌다. 그런 그에게 레나 루벨이라는 존재는 땅에 묻었다가 다시 파헤쳐 나온 보물과도 같았다. 그 사실에 흡족해했지만, 이미 무수히 실망했던 클라비스는 다시 한 번 레나를 시험하고자 했다. 신중하게 최악의 조건들만 엮어 무덤으로 보냈지만 혼자 무사히 왕의 심장을 가져온 것으로 성공을 확신한다. 그러나 니힐 그라샤처럼 미치광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빨을 숨긴 것은 아닌지 마지막 확인이 필요했던 클라비스는 의도적으로 과거사를 들추며 그녀를 도발한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가 비열한 언사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나는 그걸 루비드의 버릇없는 장난처럼 받아들였고 그제서야 클라비스는 레나가 강인해졌음을 확인하고 본론을 얘기한다.

87년 7월 30일. 니힐 그라샤는 누군가 찻잔에 타놓은 독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죽지 않고 일어나 귀족 87명, 관료 7명, 백성 30명을 살해한 사건은 사건을 언급하고, 그 배후가 본인임을 밝힌다.

클라비스는 이 나라가 힘으로 군림하는 폭군, 양심을 지키다가 죽은 충신과 사리사욕만 충족하는 간신과 위정자들, 갖은 이유로 착취당하는 국민들과 사치스러운 귀족들로 구성된 개판이라 칭하며 언제 반역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여겼다. 이전에도 쭉 황제의 암살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고 이제는 자신의 실패를 소소하게 아쉬워하기까지 이른다. 황제가 마셨던 독은 남부의 거대한 곰도 죽이는 맹독이었고 골골대는 와중에도 124명을 죽여댔으니 그 사건을 더욱 기억하고 있던 클라비스는 사람들을 무덤에 보낸 진짜 이유를 말한다.

황제가 몇 번이고 죽지 않자, 황제와 같은 괴물을 만들기 위해서. 그것이 클라비스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그동안 클라비스가 말한 괴물은 니힐 그라샤를 칭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레나가 무덤에서 후작의 독을 맞고도 살아 돌아오자 의심은 확증이 되었다. 그 독은 니힐이 마셨던 독과 같은 종류였기에.

그랬기에 클라비스는 레나 루벨을 그동안 자신이 쭉 상상해온 위대한 구원자의 상으로 보고 그녀가 황제처럼 죽지 않게 된 거냐며 묻고, 니힐 그라샤를 죽여달라는 진심을 부탁한다. 그러나 상대할 필요성도 없어 여태껏 클라비스를 무시해왔던 레나는 어이없어하며 사람 죽이라는 부탁을 하냐며 만약 자기가 살인할 각오가 생기면 누굴 제일 처음 할 거 같냐며 떠보지만 장본인인 클라비스는 처음이라 영광이라 대답하고 니힐이 죽어야 하는 이유를 조곤조곤 말한다.
니힐 그라샤가 황제 노릇을 하는 건 대륙에도, 제국에도, 동서남북과 길가에 앉은 사람들에게도 재앙과 같다.[6]
조만간 카르도 루벨과 자신이 작당한 걸 니힐에게 폭로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레나는 물론 유니와 엔지 루벨까지 죽는다.
클라비스는 폭로를 해도 죽지를 않는다. 따라서 본인에게 실이 될 건 없다.
마지막 이유를 말하며 클라비스는 니힐이 자신을 너무 총애해 제국을 다 부숴도 나는 안 건드릴 거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독을 먹어 124명을 죽일 때도, 서부가 망자들에게 초토화되어 몸만 빠져나왔을 때도 처벌은커녕 추기경 직까지 차지한 자의 오만은 사랑받는 기분을 아느냐며 레나를 도발한다.
"황제가 날 안 죽여서. 나는 너무너무 죽고 싶거든. 지금도 오직 그 생각뿐이야."

왜그렇게 황제를 죽이고 싶냐는 질문에 대답하는데,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으나 번번이 실패했고 황제가 죽어야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려줌으로써 세간에 알려진 26세라는 나이는 거짓임을 밝힌다. 그러나 현재 나이는 알려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무덤 정복은 니힐의 독단적 행위고 자신은 예상하는 건 있지만 확실하지 않아 모르겠다고 빠져나가면서 레나가 이렇게까지 따지는 걸 보면 자신의 추측이 맞는 거구나, 라고 생각한다.

결국 본인의 목적 외엔 아무것도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한 레나는 그를 저질이라고 하나, 오히려 클라비스는 레나에게는 미움받아도 괜찮다고 넘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데도 힘이 든다며 클라비스를 미워하는 걸 사양한 레나는 니힐 살인청부 또한 거절한다. 피차 부탁할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 이유였으나 클라비스는 니힐을 죽이거나 니힐에게 죽거나, 라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고 그녀를 압박한다. 특히 후자를 택할 경우 주변 사람들마저 위험해진다고 비열한 협박을 이어가던 중 레나의 "클라비스 씨."라는 호칭에 놀란다. 뒤이어 레나는 의자 넘어지는 것도 놀라던 사람이 뒷감당은 어떻게 하겠냐며 감금이나 매장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지 말라고 살벌한 협박을 한다.

당장 대답을 바라지 않았던 클라비스는 시간은 지겨울 정도로 많으니 생각해보라는 말을 하며 황제가 남부에게 하사한 열쇠를 전달해준다. 대외적으로 보인 호출의 목적은 니힐의 명에 따라 화랑으로 가는 열쇠를 레나에게 수여하면서 다음 주 수요일에 화랑에 초대받았다는 전언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대화하다 보면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거라고.

그렇게 자리가 마무리되던 중 클라비스는 궁금했던 점 중 하나를 물어본다. 전야제 때 루비드에게 꽃을 건네준 행위가 비트라의 시 중 하나의 구절인 차라리 꽃을 바치겠습니다.를 따라한 거냐고 물은 것. 설마 그 시를 알 것이라 예상하지 못한 레나는 얼굴이 굳어지고 정답임을 안 클라비스는 비트라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는 거라고 말해준다.[7]

성전에서 레나 루벨이라는 존재를 자신에게 보여준 신에게 처음으로 경건하게 기도를 한다. 그의 성정이 얼마나 개차반인지는 다른 사제들도 엄청 잘 알고 있었기에 모두 그의 위선적인 면모를 못 본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클라비스는 이번엔 진짜 정성스럽게 감사 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엔지 루벨의 말대로 첼레스테 왕 이야기가 첫울음을 삼킨 자들의 것이라는 게 확인되자 니힐이 좋아할거라고 반색한다. 모든 것을 황제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며 말하는 말버릇을 가지고 있어 아무도 그가 제일 니힐을 죽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다음 원정 날짜를 조율하라는 명령을 하다가 서쪽의 배교자인 까마귀의 동태가 이상하다는 보고를 받는다. 그러나 서부 지역에 관심이 없던 클라비스는 태연하게 무덤 정벌을 서둘러야겠다고 말하며 해결할 생각이 1도 없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냈고, 이에 사제 하나가 항의하자 그 사제에게 손을 얹은 클라비스는 신을 믿으면 죽음 앞에도 담대해져야 한다며 죽으면 신의 곁으로 가는 거니 기뻐할 일이 아니냐는 망언을 한다. 두려우면 기도나 하라는 최후통첩을 끝낸 클라비스는 레나를 보내준 신에게 경외를 표하며 그녀를 제국을 무너뜨리고 자신에게 영원한 안식을 줄 죽음의 천사라 여긴다.

두엄의 궁이 무너지기 다섯 시간 전에 레나에게 찾아가 동부공과의 연애 소문이 진짜냐고 묻는다. 연인한테 배신당한 말투로 투정 부리는 것에 짜증난 레나가 방해되니 나가라고 말하자 총괄은 나라며 단박에 거절하고 루비드가 관심을 뺏기면 상대방을 매섭게 노려보는 버릇이 있다는 것과 개방된 장소에서 대놓고 황제 시해에 대해 폭탄을 던지고도 활짝 웃는다.

결국 두엄의 궁이 무너지고, 히엠스 그라샤는 토벌되었지만 레나 루벨은 의식불명인 상태가 되어 돌아온다. 궁이 무너진 것에 격노한 니힐은 누구 하나 죽일 기세였고, 이에 클라비스는 궁의 복구는 북부에서 수복할 것이며 히엠스 그라샤의 심장을 빠르게 얻은 것에 다행이라고 말하며 니힐을 설득하고 결국 황제는 누구 덕분에 그 자리에 있는지 잊지 말 것을 요구하며 스스로의 쓸모를 보일 것을 명하고는 사라진다.

승전제 다음 날 루비드를 만난 클라비스는 저번에 니힐에게 개긴 것에 대해 죽을 뻔했다며 한 번은 도와줘도 두 번은 못 돕는다며 경고하고 황제가 말 같지도 않은 트집을 잡는데 가만히 있느냐는 반박에 레나한테 똑같은 짓거리했다며 꼬집는다. 예상 외로 루비드가 잠잠해하자 놀라워한 클라비스는 레나가 매력적인 사람인 것을 아직 모르는 루비드를 안타까워하면서도 히엠스 그라샤의 생전 모습을 보고 잠깐 의심을 한 그를 보며 속으로 낄낄 웃는다. 무덤을 정복하면 할수록 니힐과 클라비스가 숨긴 과거가 드러날 테지만 루비드의 성격 상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 니힐에게 뛰쳐나갈 게 뻔했기에 그는 다음 계획의 실행자로 엔지를 지목한다.

엔지를 호출한 클라비스는 서부의 망자들이 잠깐 술렁이다가 잠잠해졌다는 보고를 받는다. 이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사제에게 니힐은 매우 자비로워 자기 것이 살든 죽든 신경 안 쓴다며 더한 독설을 뱉는다.
인간의 역사는 반복되지. 인간은 한결 같아서 늘 같은 잘못을 해. 그러니 역사를 배워야 하지. 그래야 자신들이 얼마나 미천하고 비참한 존재인지 알 수 있으니까.
사람이 왜 역사를 배우는지에 대해 물은 클라비스는 상단의 대사를 하며 농담이라고 하지만 무덤 정복을 위해 다른 왕들의 정보를 알아내야 했던 만큼 조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할 것을 부탁한다.
경험해본 적 없어? 어른들이 뻔한 거짓말로 대충 넘기려 드는 거. 그거 어른들이 바보라서 그러는 거 아니야. 아는 거지. 아이들은 어차피 진실을 찾지 못하는 걸. 그게 주도권을 가진 자와 아닌 자의 차이야. 결국 아는 사람은 모든 걸 알게 되고,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아무것도 모르지. 그나마 다행인 건 아주 가끔 기회가 온다는 거야. 모르는 자로 남을지, 아는 자가 될지 선택할 기회가. 엔지 군은 어느 쪽이 되고 싶어?
마침 누나에 대한 건으로 답답했던 엔지에게 그 제안은 뿌리치기엔 너무나도 달콤했고, 엔지는 소름이 돋으면서도 수락한다.

무너진 두엄의 궁으로 향한 니힐은 클라비스를 마주한다. 단둘이 있을 때는 반말을 하는 그는 과거 자료가 없어 복구에 시간이 걸릴 거라 말하고, 니힐은 복구가 끝날 때까지 설계사를 하루에 한 명씩 죽이면 된다는 진담 같은 농담을 한다. 그러자 클라비스는 평상시 짓던 것과는 다른, 익숙하고도 피곤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끈질기고 추악하게 발악했다는 히엠스 그라샤의 최후에 대해 전해들은 그는 그라샤 특유의 모습이라며 한숨을 쉬고는 그녀가 흥미롭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렇게 유도한 것은 자신이지만 흥미로운 변수라는 니힐의 말에 모르는 척 굴고 조만간 끝이 올 것을 안 그는 이제라도 멈출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폭주를 이어나갈 니힐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했다며 거절한다.
"우린 정말 끔찍한 존재야. 그렇지? 누나."

87화에서 카르도 루벨과 클라비스가 거래를 하게 된 계기가 드러났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클라비스 쪽에서 먼저 도움을 받고 싶으면 딸을 달라고 제안하고 카르도가 그에 응한 것이었다.

결국 엔지를 진실이 기록된 곳으로 유도하고 엔지 루벨이 자료를 읽어가며 진상을 깨닫는 것을 지켜본다. 진실에 충격받은 엔지가 왜 이런 사실을 알려주냐며 원망과 두려움을 표하자 아직도 남은게 더 있다고 일러준다.

3.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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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정체는 황제 니힐(=레지나)의 남동생이며, 시인 비트라의 정체 또한 그였다.

본명은 클라비스 그라샤로, 멸망한 그라샤 왕국의 왕족으로서 원래대로라면 왕국의 7대 국왕으로 즉위할 예정이었다. 그에게는 레지나라는 두 살 터울의 누나가 있었고, 사실 이 쪽이 왕으로서 성품이나 자질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였지만 보수적인 그라샤 왕국의 상황 상[8] 클라비스가 누나를 제치고 왕세자로 책봉된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된 민란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지자 남매의 조부였던 6대 국왕은 유약한 클라비스 대신 강인한 성품의 레지나로 후계자를 전격 교체한다.[9]

하지만 이것은 표면상의 이유였고, 후계자 교체의 숨겨진 의도는 일단 혼란기에 여왕을 세워서 난세의 책임을 모두 그에게 뒤집어씌운 뒤 다시 남성 왕을 세우면 왕국이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선대왕인 히엠스의 유지를 따르기 위한 것이었다.

레지나의 치세는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 했지만, 귀족들은 이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그녀를 흔들려고 했다. 결국 귀족들의 압박으로 인해 레지나가 이웃나라에 파병을 시킨 사건을 계기로 백성들 또한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거기에 더해 여왕에 대한 악의적인 뜬소문까지 퍼지자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만다. 나중에는 왕궁을 포위한 반란군을 막지 못해서 그녀가 직접 나와 사과하거나, 아예 그들이 의회와 법정까지 진출해서 공공연하게 그녀를 모욕하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다. 한편 이 때 차기 계승자이자 대공 신분이 된 클라비스는 왕궁에서 나와 따로 거처하던 상태였는데,[10] 누나를 돕고 싶었던 그는 몇 번이고 레지나를 찾아가려 하지만 심약했던 그는 그 때마다 측근들의 만류를 빙자한 협박에 마음이 꺾여 포기한다. 레지나가 자신 대신 왕이 된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클라비스는 이 사실을 누나에도 알리려고 했지만, 이 역시 가신들의 방해에 의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후로도 사태가 날로 심각해져서 레지나는 명색이 여왕인데도 날조된 혐의들로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되었고 이에 클라비스는 충격을 받아 식음을 전폐한다. 결국 그제서야 그는 간신히 누나를 찾아갈 수 있었고, 모든 진실을 그녀에게 털어놓는다. 그리고 나서 그는 레지나에게 목숨을 구할 방법을 알려주며 이를 받아들여달라고 애원하지만 그녀는 이를 거절하고[11] 동생을 위로한 뒤 돌려보낸다. 이 날의 만남은 레지나 입장에서는 생전 클라비스와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

레지나의 처형 당일, 클라비스는 저택에 연금되어 있다가 무언가 이변이 생기는 것을 느끼고 처형 장소인 왕궁으로 가게 된다.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의 왕궁에서 그는 시공의 균열 및 핏자국들과 까마귀들, 그리고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누나를 만난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묻는 클라비스에게 그녀는 단지 반역자들을 처치했을 뿐이라고 대답하며, 앞으로는 죄인으로 단죄된 레지나라는 이름 대신 니힐로 부르라고 명령한다. 다른 것보다도 죽은 줄 알았던 누나가 살아 있다는 것[12]만으로도 기뻤던 클라비스는 니힐이 제국을 건국하는 것을 옆에서 적극적으로 돕게 된다. 하지만 니힐은 그가 알던 레지나가 아니었고, 실망한 그는 오래지 않아 니힐의 곁을 떠나 은둔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의 몸은 수십년이 지나도 늙지 않았고, 급기야 자살까지 시도하나 이조차도 실패한다. 결국 다시 누나를 찾아간 그는 이것이 그녀의 짓임을 알게 된다.[13]

자신이 마음대로 죽을 수조차 없는 걸 깨달은 클라비스는 미쳐가기 시작했고, 결국 다시 목적지 없이 유랑을 떠난다. 그러다 배교자에게 잡혀 제물로 바쳐진 그는 무덤에 떨어지게 되는데, 거기에서 누나의 남은 반쪽을 조우하게 되었고 그제야 비로소 그녀가 이미 죽은 존재임을 알게 된다. 이후 다시 지상으로 보내진 그는 니힐을 죽이기로 결심하지만 몇 번이나 계속된 암살 시도에도 그녀는 죽지 않았고, 그럼에도 클라비스가 이를 멈추지 않자 니힐은 분풀이로 124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처형시켜 버린다. 자신의 행동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은 것을 본 클라비스는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렸고, 그 결과 본인 또한 니힐을 죽인다는 목적으로 죄 없는 사람들을 균열에 밀어넣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나마도 곧 그녀에게 들켜버렸고, 그를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한 니힐은 직접 동생이 있는 곳으로 와서 균열을 열어 서부를 멸망시킨 뒤 클라비스를 수도로 데려와 추기경에 임명시킨다.

글재주가 좋았던 그는 비트라라는 필명으로 젊었을 때에 다양한 글을 남겼다. 특히 이따금씩 언급되는 그의 시는 본작의 주제의식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그가 쓴 편지나 전기 역시 작품의 진행을 돕는 열쇠가 된다. 레지나의 생전 자신이 쓴 시를 종종 누나에게 보여주며 평가를 부탁하기도 했으며, 그럴 때마다 레지나는 겉으로는 '귀찮게 또 시작이네' 정도의 반응을 보였지만 속으로는 동생이 쓴 시를 마음에 들어하고 있었다.[14] 레나 또한 그의 시를 심심할 때마다 외울 정도로 광팬이며, 그녀가 원수 앞에서도 복수 대신 용서하는 성품을 갖게 된 것 역시 그의 시의 역할이 컸다. 어떤 의미에서는 레나의 숨겨진 스승...이지만 그는 절대 자신이 비트라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고, 레나 역시 그의 행실 때문에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르는 상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레나는 자신이 사랑하는 시인과 자신을 무덤에 던져버린 원수가 동일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엄청난 내적 갈등을 겪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처음부터 악했던 게 아니라 비극적이었던 삶 때문에 저렇게 되었다는 것 역시 알게 된다. 마침내 니힐이 패배하고 죽음이 목전에 온 순간, 클라비스는 자신을 찾아온 레나가[15]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것을 깨닫고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며 사과한 뒤 소멸한다.

프로필의 이상형에서 보듯 누나, 정확히는 생전의 레지나를 정말 좋아했다. 자신 대신에 왕이 된 누나가 훌륭한 왕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은 물론 레지나가 죽는 그 날까지도 그녀 편에 섰던 유일한 사람이었다.[16] 문제는 그녀에게 도움을 주기에는 당시의 그가 너무 약했다는 것. 결국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그 근본적인 원인을 자신의 나약함에서 찾았던 클라비스는 깊은 죄책감 및 자기혐오에 빠져버렸고, 이는 그가 망가지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4. 평가

첫 등장부터 카르도 루벨과 함께 글러먹은 악역 분위기를 풍겼고 실제로도 많은 악행을 저지르긴 했으나, 원래부터 이런 성격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젊었을 때만 해도 감수성 충만하고 순수했던 청년이었지만 밀려오는 풍파에 맞서기에 그는 너무 여렸고, 결국 계속된 상처를 견뎌내지 못해 타락하고 만 케이스. 특히 레지나와 관련된 건은 그를 평생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고 그 나름대로 그녀를 구원[17]해보려던 시도는 오히려 자신을 더욱 수렁으로 밀어넣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5. 여담

누나와 같이 원래는 금발이었다. 나이를 먹고 머리가 하얗게 세면서 백발이 된 것.

이따금씩 나오는 과거 회상을 보면 폭동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레지나에게 자주 놀러갔던 모양이다. 표면상으로는 자신이 쓴 시에 대해 평가를 부탁하러 찾아오는 것 같지만 레지나의 없다시피한 문학적 소양을 보면 실제 이유는 그냥 누나가 보고 싶어서였던 듯. 한편 그럴 때마다 레지나는 말 안 통하는 대신들에 대한 불만을 동생에게 토로하곤 했다.[18] 그러다가 서로 가끔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레지나 쪽이 기가 세서 대부분은 이 쪽의 승리로 끝난다.

비슷한 처지의 엔지 루벨을 어렸을 때의 자신과 겹쳐 보는 묘사가 자주 나온다.[19] 이 때문에 엔지가 누나와 관련하여 고민할 때 옆에서 은근슬쩍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스포일러] 111세[2] 보석, 의류, 골동품, 예술품 등 마음에 들면 일단 산다.[3] 낯선 여자인 레나를 지휘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4] 유능한 사람들은 전후를 수습 중이라 가문만 괜찮은 오합지졸들이다.[5] 나머지 조건 하나는 남부가 자진해서 선봉으로 나간 것으로 하기.[6] 국고로 사치만 해대고 사람을 지옥에 던져놓고는 태연하게 돌아오라는 명령을 한 인간이 할 소리는 아니었다. 본인도 설득력이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7] 비트라 덕후인 레나는 클라비스가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말한 것에 기분 나빠하다가 시가 별로라는 말에 더 열받아한다. 격 없는 사이였으면 네가 뭔데 그 시를 별로라고 말하냐고 따지려했으나 그런 사이도 아니었기에 취향이 겹치지 않아 다행이라고만 하고 자리를 뜬다.[8] 참고로 작품의 배경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18세기 유럽의 경우 대체로 살리카법에 의해 남성만 즉위가 가능하거나, 여성이 즉위 가능한 경우에도 적법한 남자 형제보다는 계승권이 밀렸다. 성별에 상관 없이 나이순으로 계승권이 주어지는 절대적 맏이 상속제는 20세기 후반이 되어서야 일부 국가에서 도입되었다.[9] 남매의 사이가 각별했기에 이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클라비스가 왕세자가 되었을 때 레지나는 순순히 이를 받아들였고, 반대로 클라비스 역시 자신을 제치고 레지나가 여왕이 되자 자신 대신 누나가 왕이 되어서 다행이라며 격려해 주었다.[10] 귀족들이 레지나를 철저하게 고립시키려 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또한 의도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11] 대신들은 그녀에게 왕위를 내놓고 모든 혐의를 인정한 뒤 유폐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살고 싶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하라는 것. 거의 모욕에 가까운 제안이었던지라 레지나는 듣고 나서 기가 차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동생이 순수하게 자신을 위해서 이러는 것을 모르진 않아서 클라비스에게는 직접 화를 내지 않았다.[12] 사실 그녀는 이미 처형당한 상태였고, 망자가 되어 무덤을 열고 지상으로 되돌아온 것이었다.[13] 니힐의 본래 의도가 어쨌건 간에 클라비스 입장에서 이는 저주나 다름없었다.[14] 처형대 앞에서도 그의 시 한 구절을 되뇌이며 마음을 다잡았을 정도.[15] 레나가 그에게 찾아온 것은 레지나의 유언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16] 허무하게 끝나버린 레지나의 치세가 원체 한이 되었는지 엔지에게 그동안 숨겨진 역사를 보여주면서 자신은 얼마든 나쁘게 묘사되어도 상관 없으니 그녀에 대한 오해만큼은 풀어달라고 부탁한다.[17] =니힐을 죽이는 것. 한편으로 니힐이 죽어야 자신도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자신에 대한 구원이기도 했다.[18] 작중에서 레지나는 철저히 격식을 차리고 근엄한 성격으로 묘사되는데, 의외로 동생이랑 있을 때만큼은 굉장히 괄괄한 말투를 쓴다.[19] 둘 다 기본적으로 유약한 성격이고 자신들의 누나에 대해 그리움 및 죄책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