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국악기 중 관악기인 대금과 퉁소의 부속물. 한자로는 葭莩(가부) 또는 음역하여 淸이라고 쓴다.[1] 대금의 취구와 제1지공 사이에 있는 '청공'이라는 구멍에 이것을 붙여 특수한 효과를 낸다. 원래는 소금과 중금에도 청공이 있었으나, 현대에 연주하는 악기는 복원을 잘못하는 바람에 청공이 없다. 따라서 현재의 소금과 중금은 악학궤범식 전통 양식으로 만든 경우가 아니고서는 청을 붙일 일이 없고, 무엇보다 중금은 이제 좀처럼 연주하지 않는다.재질은 갈대의 속껍질이다. 만들 때는 단오 무렵 물이 잘 오른 갈대 줄기 중간을 잘라내고, 한쪽 끝을 칼로 연필 깎듯이 깎다가 속껍질이 보이면 나무 막대기로 누르면서 죽 빼낸다. 이렇게 하면 갈대의 속껍질이 안팎이 뒤집어진 채로 딸려나온다.[2]
대금에 청을 붙일 때는, 길쭉한 청을 청공의 크기와 비교해서 적당한 길이로 자른 후, 양 끝이 뚫린 관(대롱) 모양이 된 청의 한 쪽을 터서 네모난 모양으로 만든다[3]. 이것을 물에 띄워서 불린 다음, 청공 주위에 물풀이나 아교를 바른 후 불린 청을 잔털이 난 부분을 겉으로 가게 해서 팽팽하게 당기면서 붙인 후 위쪽을 살살 문지르면서 잔털을 대충 제거하면 된다.
청의 역할은 사람이 부는 바람으로 진동하면서 대금 특유의 소리를 내는 것이다. 대금 연주를 듣다 보면 고음역에서 '삐빅~' 하는 째지는(?) 소리가 나는데, 이것이 바로 청 소리이다. 청소리는 고음역, 특히 㳞 이상 역취에서 도드라지게 울려 청정한 소리를 낸다. 대규모 합주곡에서 피리의 넘사벽급 음량 사이에서도 대금의 역취 소리가 잘 들리는 이유이다. 피리가 음량이 크지만 멀리까지 소리가 울리지 않는데 비해 대금은 멀리까지 잘 들린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청 때문이라고 한다. 또 대금이 역취 이상의 음을 다루지 않는 (중광지곡 같은) 현악곡을 연주할 때 청을 조금 느슨하게 붙여 잘 떨리게 하면 저취에서도 부드럽게 청 소리가 난다.
청은 갈대 속껍질로 만들어서 매우 얇기 때문에 잘 찢어진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청을 보호하기 위해 금속으로 청가리개를 따로 만들어서 청공 위에 덮는다. 또 청가리개로 청공을 얼마나 덮어놓느냐에 따라 울리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저취가 주가 되어 청 소리가 많이 나지 않아도 되는 곡에서는 청공을 4분의 3 정도 가리고, 청 소리가 많이 나야 하는 곡에서는 청공을 반 정도만 가린다. 청가리개는 주로 황동으로 만드는데, 이것도 사치를 하려면 끝이 없는지라 금이나 은을 단순히 도금만 한 것부터 아예 순은, 순금으로 만든 청가리개까지 있다. 청가리개 위에는 박, 북, 비파, 봉소, 편경, 편종, 훈, 생황의 그림을 양각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대금을 오래 불다 보면 청이 닳아서 두께가 좀 얇아진다. 이것을 '청이 곯는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청 소리는 물론 대금 소리가 전반적으로 영 좋지 못하게 된다. 이럴 때는 청을 갈아 주어야 한다.
플라스틱 대금에는 청이 붙기 힘들기 때문에 청테이프로 대신한다. 대나무 대금을 쓰는 경우에도 소리를 내는 연습을 주로 하는 사람은 청 대신 청테이프를 쓴다. 가끔 초보자들이 청테이프를 붙이기 때문에 '청'이라고 부른다는 기상천외한 생각을 하곤 하는데 절대 아니다.(...)
2. 중국에서
중국 전통 관악기 디즈에도 한국의 대금과 마찬가지로 갈대 속껍데기로 만들어 같은 역할을 하는 청을 붙이는데, 디즈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한국 청의 기원은 중국이라고 보는 편이 합당할 것이다.중국에서는 청을 디모(笛摸 '피리의 막')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