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12 18:13:10
1. 철학상담2. 철학상담의 역사3. 철학상담의 방법론 1. 기타2. 참고문헌 1. 철학상담
철학상담 또는 철학치료(哲學相談, 哲學治療, Philosophical counseling)철학상담은
철학의 고유한 기능 속에서 심리치료적 요소를 강화한 실용 철학 분야이다. 시초는 독일의 철학상담가 '게르드 B. 아헨바흐'로, 1982년 철학상담소를 열고 내담자와 철학상담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철학상담이 정신의학 혹은 심리상담과 차별화되는 영역은 삶의 모든 문제가 본질적으로 의학적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점에서 시작된다. 삶의 고통 또는 불행은 정신 질환이나 심리적 문제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감정 또는 행동 장애 치료를 위해 심리학 교육을 받은 의료 전문가를 찾는 것이 적절한 경우가 있고 뇌의 화학적 성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어 약을 처방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문제가 본질적으로 의학적 문제가 아닌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조언이 필요하다. 철학상담에서 다룰 수 있는 영역은 다음과 같다.
- 핵심 신념과 진실
- 비판적 사고와 의심스러운 가정
- 창의적 사고와 대안적 시각 시도
- 명확한 추론과 일관성
- 윤리와 가치
- 의미, 목적 및 성취
- 행복
- 정체성, 자기 발견, 자기 계발
- 변화, 상실, 죽음
- 감정적 삶 조절하기
- 실존적 불안
- 이질성
- 자제
- 의사결정
- 권력과 정의
- 커뮤니케이션 및 관계
- 갈등 해결
- 자유, 책임 및 자기 결정
- 확실성
2. 철학상담의 역사
철학상담은 전적으로 새로운 시도라기보다는 고대에 기원을 두고 있는
철학실천으로의 회귀 또는“옛 전통의 새로운 버전”으로 자주 묘사된다.
미국 철학·상담·심리치료학회(American Society for Philosophy, Counseling, and Psychotherapy, ASPCP)
현재는 The National Philosophical Counseling Association (NPCA)는 이 협회의 <윤리적 실천 기준> 전문(前文)에서 타인들에게 철학적 도움을 제공하려는 실천은“적어도 기원전 5세기 그와 같은 철학을 몸소 실천한 소크라테스만큼이나 오래되었다.”고 적고 있다.
프랑스의 역사학자
피에르 아도(Pierre Hadot)는 최근의 저서『삶의 한 방식으로서의 철학』에서 철학이 어떻게 처음에“치유하고자 하는 열정”에서 비롯되었는가를 검토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그러한 열정이란 “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방식과 존재하는 방식을 심오하게 변화시키는 것, 즉 우리 세계관의 변화 … 우리 인성(personality)의 완전한 변화”를 가져오고자 함을 의미한다. 고대의 많은 철학 학파들은
철학이 그저 추상적인 이론을 가르치거나 문헌을 해석하는 활동이 아니라“삶의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아도는
헬레니즘과
로마 시대의 철학 학파들이“철학적 활동”을 어떻게 간주했는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철학적 활동은 우리로 하여금 좀 더 완전하게 존재하도록 해 주며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과정이다. … 그것은 우리의 삶 전체를 뒤집는 전향(conversion)이자 그 과정을 통과해 가는 인격체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무의식에 의해 어둠 속에서 헤매고 근심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그의 불확실한 삶의 조건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의식, 정확한 세계관, 내면의 평화, 자유를 얻을 수 있는 확고한 삶의 상태에 이르게 한다. 철학사에 대한 아도의 탐구는 고대 철학에 단호하게 실천적이며 자기 계발적인 지향점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마사 너스바움(Martha C. Nussbaum)은 자신의 저서『욕구의 치료』에서
에피쿠로스 학파나
회의주의 학파,
스토아 등과 같은 그리스와 로마의 헬레니즘적인 철학전통에서는 철학을 단순히“영리함을 과시하기 위한 독립된 지적 기술”로서가 아니라“인간의 비참한 상황을 다루는 참여적이고 세속적인 기술로서”, 또“인생의 매우 고통스런 문제들과 대결하는 방법으로서”실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학파들의 철학자들은 자신들을“인생을 위한 의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리처드 셔스터먼(Richard Shusterman)은 에피쿠로스나 세네카 등과 같은 헬레니즘의 철학자들이 지식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지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지식이란 주로 일상의 삶 가운데의 덕이나 행복과 같은 더 높은 어떤 것을 위한 도구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철학상담 운동은 철학으로 하여금 이러한 역할, 즉 그것이 일상의 삶 가운데에서 주체적인 요소로서 수행했던 역할로 되돌아가게 하려는 시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철학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만일 철학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 말이다. 철학상담은 주로 학문적인 탐구 활동에 머물렀던 것을 실천적으로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실제로 문제 되는 것을 취급하려는 목표를 지닌, 그리고 이론을“더 높은 철학적 실천을 위해, 즉 현명하고 잘 사는 기술을 위해 유용한 도구”로서 재정립하려는 현대판 실용주의이다. 철학상담사들은 그들의 전문 활동을 정의하고자 할 때 종종 고대 그리스의 주요 철학원전이나 그러한 고대 문헌들에 대한 아도와 너스바움의 해석을 인용한다. 그들은 또한 니체와 같은 좀 더 최근의 철학자들도 인용하는데, 니체는 자신이“다음과 같은 명제에 감히 도전하려는 … 용기를 끌어모을 … 철학자 의사를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의 이 시점까지 모든 철학 활동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은 결코‘진리’가 아니라 어떤 다른 것, 이를테면 건강, 미래, 성장, 권력, 삶이었다.”
존 보로비츠(Jon Borowicz)는 철학 실천의 실천 가능성에 관한 자신의 논문에서 세네카를 인용한다. 네로의 스승이자 스토아 철학자였던 세네카는 루킬리우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신이 철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진술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철학이 휴머니티에 대해 지니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해 볼까? 그건 상담이라네.”
세네카는 이어서 철학자들이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 혹은 가난에 시달리거나 부(富)에 의해 오히려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아보라고 요구한다. 보로비츠는 세네카의 도전이 현대 철학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더 이상 무시될 수 없다고 본다. “철학적 실천이 그 모든 상황을 바꾸어 놓았기”때문이다. 보로비츠가 지적하고자 하는 요점은, 세네카가 철학의 실천을 단순한 학자적 훈련이 아니라 자기자신은 물론 타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충고하며, 자신과 그들을 안내하고 교육시키는-다른 말로 표현하면 상담사 역할을 하는-수단으로 간주했다는 점이다.
수잔 로빈스(Susan Robbins)는 몇몇 현대 철학자들이 철학적인 전문 지식을 철학상담을 통해 삶의 실제 상황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을 인용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다음과 같이 호소력 있게 질문한다. “만일 철학을 공부함으로써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기껏해야 논리학 등의 몇몇 까다로운 문제들에 대해 그럴듯한 언변을 늘어놓을 수 있는 것뿐이고, 일상생활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당신의 사고는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런 공부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로빈스는 또한 존경받았던 미국 교육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가 20세기 초에 주장한 내용을 언급한다.
존 듀이는 철학이 “철학자들만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도구이기를 멈추고 인간들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철학자들이 개발한 방법이 될 때에만” 그 진정한 가치를 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현대 철학상담가들의 글은 철학상담을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바로 철학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번 보여 주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심리상담사와 심리치료사 들은 치료에서 철학이 가지는 가치를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적해 왔는데, 특히
내담자 중심 치료,
합리정서 치료,
교류분석 치료,
인본주의 치료 등과 같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발달한 많은 접근법들의 주창자들은 심리학에 기초하고 있는 그들의 상담 및 치료 과정에 강력한 철학적 요소가 내재해 있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1978년 철학 교수 피터 퀘스텐바움(Peter Koestenbaum)은 철학과 심리치료를 통합하려고 시도했다. 그는『새로운 인간상:임상 철학의 이론과 실제』라는 두꺼운 책을 펴냈는데, 이 책에서 그는 임상 철학을 이론과 실천을 지향하는 진정한 학문으로 확립하고자 했다. 그는 임상 철학이 “
현상학적인 존재 모델과 실존주의적인 성격 이론 등에 관한”빈틈없는 철학적 배경 지식과 “
심리학,
정신의학”등에 관한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한다고 보았고, 특히 “
심리치료에서의 임상적 실천과 경험을 요구한다”고 주장한다. 퀘스텐바움은 임상 철학을 “
현상학적인 존재 모델과
실존주의적 성격 이론이 심층심리치료와 결합된 합류점”으로 정의했다. 그는 임상 철학의 원리들이 심리치료에 그가 관찰한 것보다 더 많은 확고한 철학적 기초를 제공하기를 바랐다. 그는 철학이“치료에 보태지는 것이지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
철학은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심화시키는 것이며,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 당시 퀘스텐바움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오늘날 재래식 치료나 약물치료를 받는 많은 환자들은 실제로는 심리학적 질병이 아니라 철학적인 조건에 의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는 만일 치료사들이“심리학적 접근법들이 허용하는 것보다 한 수준 더 깊이 들어간다면 모든 인간들의 핵심적인 부분에서 기초가 되는 것, 안식처, 그리고 해결책 등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퀘스텐바움이 임상 철학을 심리치료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하지는 않으며, 또 철학을 심리치료와는 다른 별개의 상담 기법으로 바라보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실제로 철학적인 접근을 지향하는 다양한 치료법들을 실천하는 심리치료사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심리학적이고 치료적인 패러다임을 포기하거나 자신을 철학적 상담사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철학사의 다양한 시기에 걸쳐서 철학자들은 철학이 고뇌에 대한 치료제라는 생각을 진작시켜 왔다. 몇몇 철학자들은 심지어 철학을 개인적인 작업에 적용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1980년「휴머니스트」지에 기고한 글 <상담하는 철학자>에서 세이먼 허쉬(Seymon Hersh)는 자신의 작업을 코치나 현장 엔지니어의 그것에 비교했다. 허쉬는 내담자들이 자기 자신을 어떤 질병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으로 간주하거나 노이로제를 치료하기 위해 그를 찾는다고는 생각하지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오히려 자신을“자신의 인생에 대한 투자에서 가급적 커다란 이익을 얻고자 하는 지적인‘투자자’”로 간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 철학자들이 이미 1967년경부터 철학상담의 한 형태를 실천하고 있었다고 주장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철학상담의 공식적인 탄생 시점은 1981년이다. 그해에 독일의 철학자
게르트 아헨바흐가 최초의 철학상담 센터를 열고 철학상담을 하나의 운동으로 출발시켰기 때문이다.
3. 철학상담의 방법론
에드문트 후설은 현대철학의 주요 사상 가운데 하나인 현상학의 체계를 놓은 철학자이다. 그는 심리주의와 역사주의에 대한 비평을 통해 실증주의와 결별하였다. 현상학의 창시자 에드문트 후설은 독일에서 태어나 할레 대학교의 강사, 괴팅겐 대학교의 강사와 교수,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의 교수를 거쳐 은퇴 후 오히려 더욱 왕성한 의욕과 새로운 각오로 연구와 강연에 매진하면서 죽는 날까지, “철학자로 살아왔고 철학자로 죽고 싶다”는 자신의 유언 그대로, 진지한 초심자의 자세로 끊임없이 자기비판을 수행한 말 그대로 ‘철학자’ 자체였다.
국내에는 2007년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를 통해서 처음으로 철학상담이 소개되었다. 현재 국내에서 '철학상담' 전공을 운영하는 대학원으로는 강원대학교, 명지대학교, 서강대학교, 한국상담대학원 등이 있다. 각 대학별 철학상담 전공 운영 특색을 요약해보면, 강원대의 경우 대학원 뿐 아니라 철학과 학부에서도 철학상담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 내 철학실천연구소를 통해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명지대학교의 경우 통합치료대학원에서 철학상담학과를 새롭게 개설하여 운영 준비 중에 있다. 서강대학교의 경우 신학대학원에서 철학상담 석사·박사 과정 뿐 아니라 석박사 통합과정이 운영중이며 석박사 통합과정의 경우 “영성· 철학상담”으로 명칭하여 영성과 철학상담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에는 철학상담전공 학생들에게 철학상담 뿐 아니라 상담심리 과목의 수강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두 영역간 통합적 접근을 꾀하고 있다. 또한 경북대 대학원에서 운영하는 ‘인문카운슬링’ 학과에서도 철학상담 과목을 개설하고 철학상담을 전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철학상담사 자격증은 크게 두 기관에서 발급하고 있는데
한국철학상담학회’와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이다. 국내에서는 본 두 학회를 중심으로 철학상담의 이론과 실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발표 및 각종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2. 참고문헌
Peter B. Raabe. (2001). Philosophical Counseling: Theory and Practice. Prae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