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2-06 06:56:19

자화상(서정주)

1. 내용2. 분석

미당 서정주가 지은 시.

1. 내용

애비는 종이었다.[1]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2]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3]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4]
갑오년[5]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믈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6]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7]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8]에는
몇 방울의 피[9]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10]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2. 분석

애비는 종이었다., 스믈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등 이 시의 화자가 상당히 가난하고 어려운 삶을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에서 알 수 있듯이 화자는 이러한 자신의 불행하고 가난하던 자신의 삶을 당당히 고백하고 이에 대해 당당히 맞서려는 의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연 맨 마지막 시구에서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라는 시구는 동학농민운동에 참가해 사회의 부정의에 항거한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자신이 닮았다 하면서 자신 역시 그러한 성향을 가졌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해일]

시의 내용이 암울하나 시의 어조 역시 단정적이어서 이를 이겨내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윤동주)도 있는데 둘 다 자신의 삶을 회상하거나 자신을 성찰하는 자기 성찰의 자세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그러한 성찰의 자세에서 이끌어내려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제목과 화자의 행동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으로 동일시 할 수는 없다. 두 시를 읽어보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 번 알아보자.


[1] 아버지의 신분이 미천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실제로 서정주의 아버지는 마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름은 현재로 보면 최소한 중간 관리직 이상이기 때문에 비천한 신분인 종과는 거리가 있다[2] 아버지의 부재, 죽음을 암시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3] 어머니가 서정주 자신을 임신했을 때를 의미한다.[4] 자신을 3인칭 객관화하고 있다. 아들은 화자인 를 의미.[5] 갑오개혁을 생각하겠지만 여기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을 의미한다.[6] 고난, 시련, 역경을 상징하는 단어. 윤동주 시의 '바람'과 유사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7] 미래에 대한 낙관, 희망을 의미한다.[8] 화자가 바라는 것[9] 희생, 고통, 고난을 상징[10] 생명력을 상징한다.[해일] 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시인의 다른 시인 '해일'을 보면 딱히 갑오년에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정말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일 수도 있다. 받아들이는 것은 알아서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