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별 일 없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라는 의미의 문화어 특유의 표현으로 여겨지는 단어. 실제 의미는 '괜찮다'보다 인삿말로도 쓰이는 '별일 없다'와 가장 유사하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단어'가 아닌 '속담'으로 간주하며, 뜻풀이는 한국 표준국어대사전과 거의 같다. 다만 의미 단위로 띄어쓰는 어법 때문에 북한도 '일없다'를 붙여 쓴다."일없다"는 사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단어로, 붙여써야 어법에 맞는다. 표준어로 "일 없습니다"라고 하면 원칙적으로는 진짜 어떤 일이 없다는 뜻으로 써야 한다. 문화어 문서를 참조하면 알겠지만 북한에서도 "괜찮다"라는 표현도 쓸 수 있으며, 북한 언론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등 북한에서 생소한 표현이 아니다. '별일 없다'도 간혹 등장한다.
2. 상세
연세대학교 홍윤표 교수에 따르면, 이 표현은 15세기에도 쓰인 표현이라고 한다.# 월인석보에서는 "靜은 괴외ᄒᆞ야 일 업슬씨라"#라는 문장이 나타난다. 이는 "'정'은 고요하여 일이 없는(무사한) 것이다."라는 뜻이다. 그는 일없다를 '무사(無事)'의 번역어로 본다.중세부터 쓰인 것이 확인되는 표현이라 남한의 소설에도 쓰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용이나 필요가 없다.", "걱정하거나 개의할 필요가 없다."라는 뜻이라고. # 하지만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생소해진 표현이다. 1930년대 경기도 출신 심훈의 상록수에는 "예배당이 터지도록 모여 오너라, 여름만 되면 나무 그늘도 좋고, 달밤이면 등불두 일없다."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약 한 첩이면 일없을 아이가 연이틀이나 설사를 하고 탈진 상태에 떨어진 것이었다."라는 표현이 이문열의 분단이 시작될 무렵의 이야기를 다룬 영웅시대라는 소설에서 등장한다. 그런데 적어도 후자의 용례는 남한에선 1990년대 무렵에 거의 사어화된 표현으로 보인다. 한문으로 쓰인 고전 문헌을 번역할 때는 남한에서도 21세기에도 종종 사용된다. #
실제 화자를 기준으로 할 때 '일없다. (일없습니다.)'라는 표현을 남한에서는 아예 무슨 뜻인지 모르거나, 사양을 하는 모습과 동시에 나타나면 단호한 거절로 여기지만, 북한에서는 단호한 거절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한국 표준어에서도 '별일 없으신지요?' 같은 인삿말이 있는데, 이 단어도 이런 맥락에서 쓰이던 말과 유사하다.
괜찮다는 표현으로 하는 일없다는 표현을 오해하면 의사소통에 지장이 크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일없다가 괜찮다라는 뜻으로만 쓰이는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통해 평양 사람을 만나본 평양 실향민 출신 박창수 씨에 따르면 '일없습네다'[1]가 억양에 따라 싫다는 뜻으로도 쓸 수 있다고 한다. # 평양에서는 그냥 표준국어대사전과 같은 정의가 주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말대사전의 뜻풀이도 부정적인 의미도 내포한다. '별일 없다'가 긍정적인 뜻과 '별일 아니니까'라는 부정적인 뜻을 모두 지닌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중국과 교류를 많이 하기에 중국어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속설이 있다. 중국어에서도 '괜찮다'를 没事(儿) 메이스(얼) 라고 하는데, 이것을 직역하면 북한과 마찬가지로 '일이 없다'는 뜻이 된다. 조선족인 사람들도 이런 말을 쓰곤 한다. 그런데, 일본어 옛말에도 "大事無い(큰일없다)"는 표현이 있긴 하며, 남한에서도 과거에 썼던 말이라 중국어의 영향으로 이런 표현이 살아남았다고는 할 수 있어도 아예 중국어의 영향으로 분단 후 없었던 말이 생겼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이 남한에서 거의 잊혀지고 북한에서 남아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북한의 구어 중 지리적으로 먼 '데꼬(중개인)', '구루마(손수레)' 같은 일본어의 잔재가 남한보다 강하게 남아있는 경우나 남한의 유사한 표현인 '별일 없다'라는 표현을 감안하면 굳이 중국어 영향이라기보다는 우연일 수도 있다.
남한과의 차이점을 알지 못한 탈북자 김용은 자신을 도와 준 남한 사람에게 "일없습니다."라고 했다가 아주 큰 오해를 산 사연을 텔레비전에 털어놓기도 했다. 본인의 책인 <머리를 빠는 남자>에도 자세히 있다. 반대로 과거 7차 교육과정 때 국어 교과서에 실린 얘기로 기술협력 차 방문한 남한 사람이 북측 버스에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려 하자 상대가 "일없습니다."로 대답해 굉장히 무안해졌다고 한다. 태영호 역시 이 표현으로 자주 오해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문화어 중 가장 오해를 유발하는 말로 꼽히곤 한다. 실제로 개성 공단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 가장 적응하기 힘든 표현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먼저 고쳐야하는 표현으로 언급된다.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하나원 교육과정 중에 이 내용이 꼭 나온다고 한다.
한편 문화어 소개 자료에서 '괜찮다'와 뜻을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경우가 많으나, '별일 없다'와 더 유사한 표현이다. 보통은 '괜찮다'로 알려진 표현이기에 '별일 없다'라는 비슷한 표현을 떠올리지 못해 사람들이 적응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별일 없다'와 뜻을 대응시키지 못하면 '일없다'도 쓰이기 힘들다. '별일 없으니 가요.', '아이는 별일 없어요.', '별일 없다니까 그러네.', '전 별일 없어요.' '별일 없겠어요?' 같은 자리에서 쓰인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선물 받고 '일없다'라고 하는 것은 문맥에 따라서는 완곡어법을 쓰는 것이다. 북한 문헌에서는 거의 '별일 없다'와 치환이 가능한 용례만 발견되며, 한국 문화어 소개 자료에서는 이것과 거리가 먼 용례도 발견되지만 사투리거나 아예 문화어 어법에 맞지 않는 쓰임이다.
3. 관련 문서
[1] 탈북자들은 '네다'라는 말투를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말투를 쓰지 않는 함경도 사람들이 탈북자의 대다수며, 소수의 평안도 출신도 방언을 없애야 할 것으로 여기는 문화어 교육으로 젊은 세대가 이 말투를 안쓰거나 진짜로 써도 의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