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07 06:31:59

이론 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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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1.1. 이론의 타당성
2. 연구 주제에 따른 분류3. 패러다임에 따른 분류
3.1. 전통 문법3.2. 구조주의 언어학3.3. 형식주의 언어학3.4. 기능주의 언어학

1. 개요

/ Theoretical linguistics

인간 언어 능력을 설명하는 정합적인 모형의 수립을 목표로 하는 언어학적 접근법으로, 언어학의 연구 성과를 실용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응용 언어학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이때 사용하는 응용 언어학 개념은, 외국어 학습이나 언어 교육 등 협의의 응용 언어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학, 영어학 등 개별 언어를 설명하고자 하는 학문 분야를 포함한다.

이론 언어학은 연구 주제에 따라 통사론, 음운론, 의미론으로 구분되고, 많은 경우 형태론, 음성학, 그리고 화용론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자연과학이 물상 과학과 생명 과학으로 나뉘듯 이론 언어학자들은 연구 주제에 따라 통사론자, 음운론자 그리고 의미론자 등으로 나뉜다. 각각의 세부 분야 연구자들은 한편 패러다임에 따라 구조주의, 형식주의, 기능주의 등에 따라 연구한다.

표준 모형이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자연과학(특히 물리학)과 달리, 이론 언어학은 아직 학계의 보편적인 지지를 받는 패러다임이 없으며, 대표적으로는 형식주의와 기능주의로 나뉜다. 서로 다른 패러다임은 대체로 상호 호환되지 않는다.[1] 각 패러다임에서는 언어에 대한 정의로부터 언어 모형까지 상이한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이론 언어학은 궁극적으로 분류학(typology)적 설명을 추구하며, 이에 따라 이론의 우위가 나뉜다. 이를 '타당성'이라고 한다.

1.1. 이론의 타당성

언어학 이론의 '타당성'(adequacy)은 서로 다른 이론(설명 기제) 중 어떠한 것이 더 우월한가를 표현하는 비교 지표이다. 이론 언어학의 모든 설명은 타당성의 지표로 서로 비교될 수 있다. 이론의 타당성은 크게 3가지 문턱(threshold)으로 나뉘고 아래로 갈수록 더 우월한 이론이다.
  • 관찰적 타당성(observatory adequacy): 이론은 모든 언어 자료를 분류할 수 있다.
    • 관찰된 N개의 언어 자료에 대하여, 이론이 각각의 언어 자료 항목을 서로 독립적인 M개의 분류로 나눌 수 있다. (M < N)
    • 모든 언어 자료는 한 개의 분류에만 포함된다. 모든 분류는 언어 자료를 한 개 이상 포함한다.
  • 기술적 타당성(descriptive adequacy): 이론은 비적형을 배제 가능해야 한다.
    • 관찰된 N개의 언어 자료에 대하여, 이론은 모든 관찰 자료를 도출하는 '규칙'을 기술할 수 있다.[2]
    • 그 '규칙'은 관찰된 적형의 언어 자료만을 만들어내야 하고, 관찰된 부적형[3]의 언어 자료를 만들어내면 안 된다.
  • 설명적 타당성(explanatory adequacy): 이론은 관측되지 않은 자료에 대해 예측 가능해야 한다.
    • 이론은 관찰되지 않은 자료에 대하여 해당 형태가 적형의 언어 자료인지 아니면 비적형인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생성 문법에서는 위의 세가지 타당성에 더하여 '설명적 타당성 너머'라는 수준을 상정하기도 한다.
  • 설명적 타당성 너머(beyond explanatory adequacy): 이론은 자연 언어만을 설명해야 한다.
    • 이론은 언어의 생물학적 기제와 진화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아래의 표는 타당성 충족이 어떻게 실제로 구현되는지를 이론 언어학 내외부의 여러 '언어 이론'들을 통해 예증한 것이다.
이론 관찰 기술 설명 너머
이론 언어학의
영역
최소주의 ?
지배 결속
최적성 이론
다시 쓰기 문법[4] ?
자연 언어 처리(NLP)
5형식 이론
파니니[5]

이론의 형식적 특성상 상위 타당성을 충족하면 하위 타당성은 자동으로 충족한다. 예를 들어, 설명적 타당성을 충족한 이론은 관찰적 타당성과 기술적 타당성을 무조건적으로 충족한다.

타당성 논제는 이론 언어학이 소위 '언어에 대한 이론'을 다룬다고 주장하는 타 분야와 구분되는 지점을 나타내기에 이론 언어학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이론 언어학에서 고려될 수 있는 자연어에 대한 설명적 기제는 적어도 기술적 타당성을 충족하고 설명적 타당성을 추구하는 이론뿐이다. 따라서 다시 쓰기 이론이 현대 이론 언어학의 마지노 선이다. 다시 쓰기 이론이란 어떠한 형식적 단위의 나열에다가 일정한 규칙을 적용하여서 적형의 언어 형태를 도출해 내는 이론이다. 통사론에서는 1960년대 출연한 (확대) 표준 이론을 지칭하고 음운론에서는 최적성 이론의 출연 전까지 통용되던 SPE 이후 생성 음운론을 말한다.[6]

이론 언어학의 마지노선 밖에 있는 5형식 이론이나 NLP 등은 현대 이론 언어학에서 이론으로서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5형식 이론 등 전통 문법 혹은 학교 문법은 비록 적형의 언어 자료를 일정하게 분류할 수는 있지만, 기술적 타당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자연어 처리(NLP) 알고리즘의 경우 인간 언어로서 불가능한 형태를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의문사가 문장의 2번째에 오는 "가짜" 언어 자료만 주어졌을 때, 이론 언어학에 포섭되는 모든 이론은 이것으로부터 "의문사는 문장의 2번째에 온다"라는 규칙을 도출해 내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은 자연어 처리 알고리즘에게는 가장 쉽게 도출하는 규칙이다. (Andrea Moro의 책 Impossible Languages 참조. 혹은 이 책을 기반으로 한 유튜브 강연 참조 요망.) 따라서 자연어 처리는 일반적 형식 조합에 대한 훌륭한 이론이지만 자연어(인간 언어)에 대한 이론으로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2. 연구 주제에 따른 분류

이론언어학의 하위 연구분야
음성음운론 형태통사론 의미화용론
음성학
Phonetics
음운론
Phonology
형태론
Morphology
통사론
Syntax
의미론
Semantics
화용론
Pragmatics


여기에서는 연구자의 연구 주제에 따른 분류를 서술한다. 서술 순서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가장 거시적인 부분까지, 구체적으로는 소리 자체(음성학)->음소 단위(음운론)->형태소 단위(형태론)->문장 단위(통사론)->의미 단위(의미론)->맥락 단위(화용론)로 분류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위와 같이 다루는 개념을 크다 작다로 구분짓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연 언어가 연구 분야에 따라 무 자르듯이 나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 주제가 아니라고 아예 문외한인 경우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통사론자라고 하더라도 패러다임에 따라 수용하는 음운 이론 및 의미 이론이 있다. 이것은 음운론자가 의미론자 역사 마찬가지이다.

2.1. 음성학

언어가 기본적으로 소리를 의미에 대응시키는 것에서 출발했에서 착안해, 언어에 사용되는 다양한 소리를 분석하고 발성 및 음향적 성질을 탐구하는 분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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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음운론

음운론은 음소(혹은 음운 자질)를 기본 단위로 하여 이것의 구성이 단어와 문장을 어떻게 결정짓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연구 주제의 성격으로 인해 저차원으로는 음성학, 고차원으로는 통사론 혹은 의미론에 접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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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형태론

의미를 가지는 가장 작은 문법 단위인 형태소를 기본 단위로 하며, 어떻게 같은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가 굴절되고 변형되고 결합되어 상황에 따라 구성되는지를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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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통사론

통사론은 단어(혹은 통사 단위)를 기본 단위로 하여 이것의 구성이 문장을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연구 주제의 성격으로 인해 저차원으로는 형태론, 고차원으로는 의미론에 접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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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의미론

의미론은 단어나 문장의 의미가 어떻게 결정 및 소통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맥락에 관계되는 분야는 화용론이라고 불린다. 많은 경우 철학이나 수학 혹은 (기능주의 의미론자의 경우) 문화 인류학에 접면하기 때문에 언어학의 가장 넓은 외곽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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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화용론

시스템 안에서의 축자적인 뜻 외에 특정 맥락 안에서 달라지는 확장된 의미, 언어의 사용과 언어 행위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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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패러다임에 따른 분류

3.1. 전통 문법

구조주의 이전의 언어학적 기술의 총칭. 멀게는 파니니의 산스크리트 문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공시론과 통시론의 구별이 모호하다는 점과 개념 사용의 엄밀성을 결여하였다는 점 때문에 구조주의 언어학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또, 인간 언어 능력의 모형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현대 이론 언어학의 한 학파로 인정하기에도 곤란한 면이 있다.
그러나 현대 언어 이론들이 대부분 복잡한 기호와 약정을 사용하는 반면, 전통 문법은 언어 현상을 자연 언어로 기술한다는 강력한 실용적 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교육 문법(pedagogical grammar)의 형태로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다.[7] 전통 문법을 또 최근에는 형식주의/기능주의 언어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취사선택하여 실용성을 한층 업그레이드한 전통 문법서가 집필되기도 한다.
R.M.W. Dixon 등의 일부 기능주의 언어학자들은 현대 이론 언어학의 개념들이 사실상 전통 문법에서 진보한 것이 없으며, 전통 문법의 개념을 조금만 개수하여 사용하여도 얼마든지 현대적인 언어 연구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3.2. 구조주의 언어학

구조주의 언어학은 페르디낭 드 소쉬르를 계승했고 구조(언어 체계 안에서 한 요소의 존재가 다른 요소에 미치는 영향)를 중시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을 거의 찾기 힘들 정도로 다채로운 입장들이 섞여 있었던 진영이다. 가령 블룸필드의 미국 구조주의 언어학은 의미나 의사소통의 문제를 거의 취급하지 않았던 반면, 프라하학파는 의미를 매우 중시하여 러시아 형식주의 비평을 성립시키는 등 문학 연구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장 언어학자/사회 언어학자 중 구조주의자를 자칭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구의 세부 분야 중 크게 중심성을 갖는 분야를 찾기 힘들다.

3.3. 형식주의 언어학

놈 촘스키 등이 주창하는 형식주의 언어학은 순전히 상징적 기호 조작의 체계만으로 의미와 의사소통을 포함한 인간의 언어 능력을 모형화할 수 있다고 보는 학설이다. 인간의 심성을 컴퓨터와 같은 것으로 보는 인지 과학의 고전적 계산주의와 연관이 깊다. 형식주의자의 경우 많은 경우 통사론 혹은 음운론을 중심으로 음운-통사-의미가 서로 독립적인(모듈러한) 언어 모델을 구성하고, 의사소통에 영향을 주는 문화 및 관습은 언어 외적 대상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형식주의 내부에서는 규칙 기반 이론과 제약 기반 이론이 격렬한 논쟁을 하고 있다. 형식주의 통사론자의 경우 많은 경우 규칙 기반 이론을 따르며, 음운론의 경우 제약 기반 이론이 우세하다.

3.4. 기능주의 언어학

기능주의 언어학은 언어를 의사소통을 위해 진화해 온 수단이라고 보고, 의사소통이라는 목적에 최적화된 정보 전달 체계로 언어를 모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많은 경우 자연 언어에 대한 모듈러한 접근법에 반대하는 경향이 강하고 문화나 환경의 영향에 관심을 가진다.

[1] 기능주의와 형식주의 패러다임 구분은 한국의 맥락에서 의학과 한의학이 나뉘는 것에 비견될 수 있다. 의학과 한의학에서 증상 호소 자체는 동일하되 병인이나 치료의 메커니즘 자체를 다르게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능주의와 형식주의 역시 동일한 언어 데이터에 대한 다른 설명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두 패러다임은 대체로 호환되지 않으나, 기능주의 진영에서의 연구 성과를 형식주의 기제로 설명하고자 하는 형식주의자들이 많다. 이는 의과학자 중 일부가 한의학의 침술 등을 의학의 일부로서 포섭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비견될 수 있다.[2] 이때 규칙이라 함은 형식주의에서 말하는 규칙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것이든 언어 자료의 이면을 설명하는 기제를 말한다.[3] 혹은 관찰되지 않은[4] 음운론의 경우 SPE, 통사론의 경우 Aspects까지의 규칙 기반 이론.[5] 파니니 문법으로부터 구조주의 이전까지의 전통 문법 혹은 학교 문법.[6] 그러나 대부분의 현대 이론 언어학자들은 다시 쓰기 문법 이론들이 설명적 타당성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최적성 이론이나 원리와 매개 변인 이론에 따라 연구한다. 따라서 만약 어떤 사람이 21세기에 바닐라 다시 쓰기 문법으로 학위를 땄다고 주장한다면 그 사람은 학력 위조자일 가능성이 높다.[7] 한국의 이론 언어학 논문들에서 전통 문법이 자주 '학교 문법'(school grammar)으로 호명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