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는 1938년 삼문사에서 발행된 이용악의 시집인 『낡은 집』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제목의 '우라지오(浦塩)'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일본어로 부르는 이름인 우라지오스토쿠(ウラジオストク)를 아테지화해서 줄인 표현이다.2. 시 전문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 이용악 삽살개 짖는 소리 눈보라에 얼어붙은 섣달 그믐 밤이 얄궂은 손을 하도 곱게 흔들길래 술을 마시어 불타는 소원이 이 부두로 왔다. 걸어온 길가에 찔레 한 송이 없었대도 나의 아롱범[1]은 자옥 자옥을 뉘우칠 줄 모른다. 어깨에 쌓여도 하얀 눈이 무겁지 않고나. 철없는 누이 고수머릴랑 어루만지며 우라지오의 이야길 캐고 싶던 밤이면 울 어머닌 서투른 마우재 말도 들려 주셨지. 졸음졸음 귀 밝히는 누이 잠들 때꺼정 등불이 깜빡 저절로 눈감을 때꺼정 다시 내게로 헤여드는 어머니의 입김이 무지개처럼 어질다. 나는 그 모두를 살뜰히 담았으니 어린 기억의 새야 귀성스럽다. 기다리지 말고 마음의 은줄에 작은 날개를 털라. 드나드는 배 하나 없는 지금 부두에 호젓 선 나는 멧비둘기 아니건만 날고 싶어 날고 싶어. 머리에 어슴푸레 그리어진 그 곳 우라지오의 바다는 얼음이 두껍다. 등대와 나와 서로 속삭일 수 없는 생각에 잠기고 밤은 얄팍한 꿈을 끝없이 꾀인다. 가도오도 못할 우라지오. |
3. 해설
흔히 이용악은 고향을 노래하는 시인, 또는 고향인 함경북도 경성군을 비롯한 북방지역 일대의 고유한 의식과 감정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시인으로 평가된다. 지금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머물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우라지오 가까운 항구에서>는 작가의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전체 6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시는 일제강점기 강제 이주 정책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이국땅인 연해주에 머물러야 했던 우리민족의 수난의 역사가 배경이 되고 있는 작품이다. 눈보라가 치는 섣달그믐의 밤, 화자는 불타는 소원에 이끌려 부두로 향한다.
어깨에 하얀 눈이 쌓이는 것도 연연해하지 않고 화자는 어린 시절, 철없는 누이의 고수머리와 우라지오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어머니를 떠올린다.
무지개처럼 어질던 어머니의 입김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살뜰히 담은 화자는 드나드는 배 한 척 없는 지금, 머리에 어슴푸레 그려지는 고향으로 새가 되어 날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우라지오의 바다는 두꺼운 얼음이 얼어 있고 나는 가지고 오지도 못하는 우라지오의 항구에 서서 끝없이 고향을 그리고만 있다.
시를 통해 드러나듯이 화자는 현재 고향을 떠나 우라지오에 홀로 머물고 있다. 화자는 서투른 어머니의 마우재 말을 고수머리 누이와 함께 듣던 그 시절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화자가 처한 현실은 두꺼운 얼음과 눈보라가 매섭게 치는 척박한 땅의 부두를 홀로 서성일 뿐이다.
우라지오의 부두를 서성이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이 작품은 현재-과거-현재의 순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특히 과거를 회상하는 3연 전체를 들여쓰기 함으로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이 시는 비유적 표현이 두드러지는데, 멧비둘기가 되어 고향으로 날아가고 싶어 한다거나 귀향할 수 없는 현실을 두껍게 얼어붙은 우라지오의 바다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또한 북방지역의 토속어를 활용해 북방지역 특유의 정서와 그곳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절실하게 드러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