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30 04:40:27

에아나시르 점토판


1. 개요2. 특징3. 내용4. 기타

1. 개요

에아나시르 점토판(tablet of Ea-nāṣir) 또는 에아나시르에게 보내는 항의 점토판(Complaint tablet to Ea-nāṣir)은 대영박물관에 소장 중인 한 고바빌로니아 시대 우르 출토 점토판 유물에 대한 통칭이다.

2. 특징

1953년 대영박물관 출판부에서 간행한 H.H 피굴라와 W.J. 마틴의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의 편지와 사업 문서(Letters and Business Documents of the Old Babylonian Period)》중 〈우르 발굴지 제5판(Ur Excavations: Texts V.)〉에 그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1] 점토판이 만들어진 것은 고바빌로니아 전기인 기원전 1750년경으로 추정되며, 길이 11.6 cm, 너비 5cm, 두께 2.6cm의 사각형 점토판에 아카드어 쐐기 문자로 기록되었다. 점토판이 발견된 장소는 상인 에아나시르(Ea-nāṣir) 자신의 집으로 추정되는 주거지의 유적이다.

점토판의 내용은 한 손님이 구리 상인인 에아나시르에게 자신이 거래한 품목의 불일치에 관한 내용을 고발하는 것으로, 일종의 상품 클레임 관련 고문서라 할 수 있다. 이는 현재까지 발굴된 가장 이른 시기의 고객 클레임 기록 중 하나이다.

3. 내용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시카고 대학교의 동방학(Oriental Studies) 교수로 메소포타미아 문명 연구 및 쐐기 문자 해독에 능했던 에이돌프 리오 오펜하임(Adolf Leo Oppenheim, 1904-1974)은 1954년 미국동방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Oriental Society)에 해당 점토판의 내용 일부를 번역, 기고한 바 있다.[2] 문서의 발신인은 난니(Nanni)로 되어있으며, 수신인은 에아나시르(Ea-nāṣir)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When you came, you said to me as follows : “I will give Gimil-Sin (when he comes) fine quality copper ingots.” You left then but you did not do what you promised me. You put ingots which were not good before my messenger (Sit-Sin) and said: “If you want to take them, take them; if you do not want to take them, go away!”

당신이 왔을 때, 당신은 나에게 "기밀신(Gimil-Sin)[3]이 오면 그에게 좋은 품질의 구리괴를 주겠다."고 했소. 그런데 당신은 떠난 뒤에 내게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소. 당신은 내 사자(使者) 앞에 저질 주괴를 놓고 "이걸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고, 가져가기 싫다면 나가라!"고 말했소.

What do you take me for, that you treat somebody like me with such contempt? I have sent as messengers gentlemen like ourselves to collect the bag with my money (deposited with you) but you have treated me with contempt by sending them back to me empty-handed several times, and that through enemy territory. Is there anyone among the merchants who trade with Telmun who has treated me in this way? You alone treat my messenger with contempt! On account of that one (trifling) mina of silver (which I owe you), you feel free to speak in such a way, while I have given to the palace on your behalf 1,080 pounds of copper, and umi-abum has likewise given 1,080 pounds of copper, apart from what we both have had written on a sealed tablet to be kept in the temple of Samas.

당신이 어떻게 나 같은 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할 수 있소? 나는 여러 차례 우리 같은 신사들을 사자로 보내 당신에게 맡겨 둔 돈 가방을 찾으려 했지만, 당신은 매번 그들을 빈손으로, 그것도 적의 영토를 통과해 돌려보내면서 나를 모욕하였소. 텔문(Telmun, 딜문 지역)과 거래하는 상인들 가운데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상인을 본 적이 없소. 오직 당신만이 내 사자를 모욕하고 있소. 당신이 뭐라고 하든, 당신에게 저당잡힌 겨우 1파운드(mina, 미나)의 은 때문에 나는 당신 대신 1,080파운드의 구리를 궁정에 바쳐야 했고, 우리가 봉인된 석판에 기록해서 사마스(Samas)의 사원에 보관했던 것과는 별개로 우미아붐(umi-abum)도 1,080파운드의 구리를 바쳤소.

How have you treated me for that copper? You have withheld my money bag from me in enemy territory; it is now up to you to restore (my money) to me in full. Take cognizance that (from now on) I will not accept here any copper from you that is not of fine quality. I shall (from now on) select and take the ingots individually in my own yard, and I shall exercise against you my right of rejection because you have treated me with contempt.”

그래서 그 구리의 대가로 나를 어떻게 대했소? 당신이 내게서 돈 가방을 가져다 적의 영토에 두었으니, 이제 그것을 온전히 돌려주는 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소. 명심하시오. 이제부터 나는 품질이 좋지 않은 구리는 여기서 받지 않겠소. 나는 내 마당에서 주괴를 선별해서 골라갈 것이고, 당신이 나를 모욕적인 태도로 대했으므로 당신에게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오.

4. 기타

  • '에아나시르'라는 고대의 사기꾼에 관한 내용이 재미있었는지, 2015년 즈음 북미의 아마추어 고고학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유머가 유행하였으며, 2021년에는 'Bronze Age Shitposts'라는 고대 문명 관련 인터넷 밈으로 발전하였다.

[1] Figulla, H.H.; Martin, W.J., eds. (1953). Letters and Business Documents of the Old Babylonian Period. Ur Excavations: Texts. Vol. V. London, UK: British Museum Press. p. 5, Pl. XIV.[2] Oppenheim, A. L. (1954). "The Seafaring Merchants of Ur". Journal of the American Oriental Society. 74 (1): 6-17. doi:10.2307/595475. JSTOR 595475.[3] 문맥상 난니의 사자(전령)로 추정되며, 기원전 1973년부터 기원전 1964년까지 우르 제3왕조를 다스렸던 '슈신(Shu-Sin)'의 다른 표기 '기밀신(Gimil-Sin)'과는 별개의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