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개념 | ||||
명사 | 성 | 수 | 격 | 인칭 |
동사 | 시제 | 상(어휘상) | 서법 | 태 |
통사 | 어순 | 품사 | 굴절 | |
의미 | 의외성 | 유표성 |
1. 개요
相 / Aspect문법적 상. 사건이나 상태의 시간적인 흐름을 나타내는 문법 범주이다.
으레 동사의 굴절이나 조동사, 보조용언 등의 수단으로 실현된다. 한국어의 '-어 있다', '-고 있다', 영어의 'be -ing', 'have p.p.' 등이 상을 나타내는 문법 형식이다.
2. 시제와의 차이
시제와 상은 다른 개념이다. 영어를 배우면서 흔히 영어에 열두 가지의 시제가 있다고 배우지만 사실은 시제 세 개(과거, 현재, 미래)[1]와 상 구조 세 개(완료, 진행, 완료 진행)가 있다고 해야 한다. 그래도 시간적 속성을 다룬다는 점이 공통되어있어 흔히 자주 묶이며, 한자어로도 '시상(時相)'으로 묶어서 부르기도 한다.[2]시제가 사건의 시간적 시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상은 사건의 시간적 상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령 과거 시제는 사건의 시각(상황시)이 발화시보다 앞인 것, 현재 시제는 상황시와 발화시가 거의 같은 것, 미래 시제는 상황시가 발화시보다 더 나중인 것을 의미한다. 한편 진행상은 발화시까지 동작이 계속 유지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래도 아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닌데, 흔히 현재시제는 대부분 비완망상이고 과거시제는 기본적으로 완망상이다. 비완망상/완망상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시제가 발달한 언어에서는 상이 시제에 거의 융합되어 있다시피 하는가 하면, 러시아어, 폴란드어 등 상의 비중이 높은 언어에서는 시제가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다.
3. 구분
상적 단위의 구체적 의미는 언어마다 천차만별이며, 한 언어 안에도 여러 상적 단위가 있을 수 있다.크게 분류하면 보는 관점[視點, viewpoint][3]에 따라 비완망상(imperfective)과 완망상(perfective)[4]으로 양분될 수 있다. 이 상 범주는 주로 카메라 렌즈로 비유하는데, 카메라를 들이대 밀착취재하면 자세히 볼 수는 있지만 사건의 시작과 끝을 볼 수 없다. 이것이 비완망상이고, 카메라를 멀리 놓고 관망하듯이 시작과 끝을 다 볼 수 있으면 완망상이다(Smith 1991/1997: 61-97). 이러한 것을 관점상(viewpoint aspect)으로 묶을 수 있겠다. 한국어에서는 이 범주의 상이 관형절을 제외하면 거의 두드러지지 않는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동작의 시간 일부를 나타내는 국면상(phasal aspect)이라는 것도 있다. 국면상에는 사건의 시작을 바라보는 기동상, 중간을 바라보는 진행상, 끝을 바라보는 종결상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상을 위의 관점상에 따라 진행상/습관상/예정상은 비완망상, 종결상/순간상/기동상 등은 완망상으로 묶으려는 시도도 있다. 그러나 문숙영(2014: 142)에서는 비완망상/완망상[5]이라는 2분 체계가 모든 언어에서 구축되어있는 것이 아니며, 가령 비완망상의 일종이라는 습관상도 언제나 비완망인 것은 아님을 들면서 이러한 시도를 비판하고 있다.
그밖에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사건을 기술하는 습관상,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건을 기술하는 예정상, 일회적으로 일어난 사건을 기술하는 순간상 등이 있다. 반복상이나 습관상은 행위의 빈도를 나타낸다는 면에서 양화상(量化相, quantificational aspect)으로 묶을 수 있다. Dik(1989/1997: 221-222)에서는 완료상(perfect), 근접 완료상(recent perfect), 전망상(prospective), 근접 전망상(immediate prospective) 등을 조망상(perspectival aspect)[6][7]으로 묶었다.
문법적 상이 아니라 어휘 자체에 상적 속성이 있는 경우 어휘상이라고 부른다. 문서 참조.
4. 한국어에서
한국어에서 상이 두드러지는 것은 관형절에서이다. '-는'은 비과거, '-던'/'-었던'은 과거를 나타내는데 이때 '-던'은 비완망상을, '-었던'은 완망상을 나타낸다. 가령 '먹던 밥'이라고 하면 [먹다]라는 행위가 끝났는지 여부를 문장을 통해 확인할 수 없다.[8] '먹었던 밥'하면 [먹다]라는 행위가 끝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었던'과 비슷한 것으로 '-(으)ㄴ'이 있는데, 이는 행동이 끝난 결과가 발화 시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내가 먹은 밥"이라고 하면 밥을 먹는 행위가 끝이 나고 그 결과, 즉 배부름이나 그때의 기억 등이 현재까지도 유의미하다는 뜻이 된다. 반면에 "내가 먹었던 밥"이라고 하면 그 행위를 오로지 과거에 묶어 놓고 현재 시점과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나타낸다.주절에서는 상 표지가 그다지 필수적이지 않다. 진행상을 나타내는 '-고 있-'의 경우 한국어에서는 '-ㄴ다'(-느-)로도 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재시제 진행상일 때에 꼭 현재진행형을 써야만 하는 영어와 차이를 보이는 점이다.
한편 특히 상 중심으로 나타나는 표현이 있으니 바로 시간적 배경을 나타내는 '-(으)ㄹ 때'이다. 이는 사건의 발생 시점과 관계없이 완료이면 '-았/었을 때'를(예: 내일 비가 그쳤을 때 밖에 나가자.), 미완료이면 '-(으)ㄹ 때'를 써서(예: 저번에 제주도에 갈 때 비가 와서 바다가 험했지.) 일반적인 시제의 논리에 제대로 반기를 들기에 시제와 상이 다름을 단박에 체감할 수 있는 표현이다. 한편 시간적 배경을 나타내지 않고 순전히 사건의 시점만을 가리키는 '때'는 일반적인 명사의 관형사형 시제와 같이 과거의 사건에 '-(으)ㄴ'을 써서 '-(으)ㄴ 때'와 같이 쓴다.(예: 우리가 제주도에 간 때는 7월이었다.)
5. 참고 문서
- 문숙영(2014), 상 범주의 의미와 종류에 관한 몇 문제. 진단학보, (120), 129-158.#
- De Swart, H., "Verbal Aspect", The Oxford Handbook of TENSE AND ASPECT, 2012, pp.752~780
- Dik, S. C. The Theory of Functional Grammar, PARTⅠ: The Structure of the Clause, Dordrecht: Foris, 1989/1997.
- Smith, C. S., The parameter of aspect 2nd., Kluwer academic publishers, 1991/1997.#
6. 관련 문서
[1] 학자에 따라서 영어에 미래 시제는 없고 단지 'will' 등 일부 조동사의 의미 함축이라고 보기도 한다. 시제 문서 참고.[2] 여기에 서법(mood)까지 합쳐 TAM(tense/aspect/mood)이라고도 한다.[3] 대개 '시점'(視點)이라고 번역하기는 하나 시간적 지점, 즉 '시점'(時點)과 혼동될 여지가 있다.[4] 이 용어에 대하여 번역어는 통일되어있지 않다. 앞의 접사로 비(非)를 쓸 때도 있고 미(未)를 쓸 때도 있으며, perfective에 대해서는 '완료', '완결', '완망' 등의 다양한 번역어가 있다. 후술할 카메라의 비유에는 '완망'이라는 단어가 적합하기에 이를 택하였다. 한편 '완료'는 [사건의 종결\]로 오해될 소지가 있고, '미' 역시 [아직\]이라는 의미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 스페인어학과에서는 스페인어 시제 형식에 대하여 '불(不)완료과거'와 같은 표현을 쓰곤 한다.[5] 문숙영(2014)에서는 '비완결상/완결상'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6] 문숙영(2014: 153)에서는 'perspectival'과 'prospective'을 모두 '전망상'으로 번역하여 구별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는 전자를 '조망'으로 번역하였다. 아울러 문숙영(2014: 153)에서는 'immediate prospective'가 빠져있어 여기서 임의로 번역하였다.[7] 'perspective'라는 술어는 대개 앞서 소개한 관점상과 관련하여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주의가 필요하다.[8] 이와는 별도로 과거 습관을 나타내곤 한다. "집에서 먹던 반찬" 등. 그러나 '철수가 먹던 밥이 남아있어'처럼, 늘 습관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슬라브어나 로망스어의 상당수에서 과거 비완망상은 습관적인 해석을 가질 수 있다(De Swart 2012: 760, 문숙영 2014: 148에서 재인용)는 면에서 습관상과 비완망상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