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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자드맨(Warhammer)/역사

파일:상위 문서 아이콘.svg   상위 문서: 리자드맨(Warhammer)

1. 개요2. 창조의 여명(-10,000 to -5600 IC)
2.1. 신의 아이들2.2. 대재앙(-5600 to -4420 IC)2.3. 잇차 공방전
3. 고립의 시대
3.1. 온혈족의 부흥3.2. 쥐와 뱀(-1399 to 100 IC)3.3. 나가로스로부터의 침공3.4. 인류의 도래3.5. 군주 마즈다문디가 깨어나다3.6. 하수인
4. 각성의 시대(2303 IC ~ 현재)
4.1. 쥐인간들의 귀환4.2. 헥소아틀 공방전4.3. 올드 원의 전언
5. 엔드 타임
5.1. 검은 달이 차오르다5.2. 러스트리아 침공(2524 IC)5.3. 틀락스틀란의 함락5.4. 잇차 공성전5.5. 즐란후아펙의 안개5.6. 러스트리아 대전쟁(2526 IC)5.7. 정글 공방전5.8. 잇차의 마지막 전쟁5.9. 대이주

1. 개요

엘프보다 먼저, 드워프보다 먼저, 그리고 인간의 시대보다 먼저 올드 원들께서 이 땅에 처음으로 발을 내디셨다. 혼돈이 덮치어 올드 원들의 위대한 계획은 완성되지 못하였다.
우리가 그들의 마지막 종복일지니, 오직 우리의 손으로써 어린 종족들에게 완전한 패배를 안길 때 위대한 계획은 반드시 재건되리라.

이들은 지구와 태양의 거리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정도의 엄청난 문명을 가진 외계종족이자 지구의 두 극지방의 차원문을 세운 올드 원이 만든 창조물 중 하나였다. 제국 건설 전 10,000년~5,600년 동안 위대한 계획을 위해 수많은 종족과 전쟁을 하고, 지구의 지맥이 흐르는 곳에 사원도시를 건설하며, 또 다른 칭조물인 울쑤안 대륙의 하이 엘프(Warhammer)(엘프들은 이후 하이 엘프, 다크 엘프, 우드 엘프로 갈라짐)들에게 수많은 지식을 가르치는 등 엄청난 전성기를 구사했었다. 하지만 제국 건설 5,600년 전 올드 원들이 사라지고, 두 극지방의 차원문이 파괴되며 차원문의 파편인 워프스톤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며(이 워프스톤이 뭉쳐져서 지구의 두 번째 위성인 모르슬립이 탄생), 카오스가 악마들을 이끌고 올드 월드를 침략하자 카오스와 맞서 싸워 끝내 승리했지만, 수많은 도시를 잃고 문명 또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어 현재의 상태로 몰락하였다. 출처

2. 창조의 여명(-10,000 to -5600 IC)

태초의 대지는 어두웠으며 차갑고 두꺼운 얼음에 덮여 있었다. 그나마 따듯한 적도 부근을 차지하기 위해 거대한 괴수들이 전쟁을 벌였으며 몇몇은 그저 짐승이었으되 다른 이들은 잊혀질 문명을 세우기도 하였다.

이 불완전하고 혼란스런 세계에 신의 형상을 한 위대한 올드 원들이 은빛 함선을 타고 내려왔다.
차원문을 열어 머나먼 세계의 별들을 건너다니던 이들이 훗날 '올드 월드'라고 불릴 세계에 도착한 것이다. 점성술과 천문학, 마법과 과학이 합쳐진 극도로 위대한 기술을 사용하던 올드 원들은 이 행성을 그들의 대계획(Great Plan)의 중심으로 선정했고, 그리하여 올드 월드는 새롭게 가꾸어지기 시작했다. 올드 원들이 행성을 태양 가까운 궤도로 이동시키자 빛이 내리쬐기 시작하였고 얼음이 녹아내렸다. 이윽고 울창한 정글들이 솟아나 자라나기 시작했으며 녹은 얼음들은 바다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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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신의 아이들

새롭게 태어난 세계를 가꾸어나가기 위해 올드 원들은 그들의 명령을 수행할 첫 번째 종복을 창조했다. 그리하여 위대한 마법사들인 슬란들이 최초로 탄생하였다. 슬란들은 어마어마한 지식과 형용할 수 없는 마법의 힘을 가지고 창조주의 명을 받드는 고관들이었다. 올드 원들은 최초의 슬란들에게 직접 대계획을 가르쳤다.

이 무렵 태고의 괴수들이 올드 원들에 반발하여 전쟁을 일으켰다. 이들이 힘을 합쳐 새로 태어난 세계를 파괴하기 시작하자 올드 원들의 상심이 깊어졌다. 그리하여 그들은 세계를 수호할 전사 종족을 만들어내었고, 최초의 사우루스들이 이 시기에 태어났다. 두려움을 모르는 강대한 전사들인 사우루스 군세가 파멸의 야수들을 격파하며 위대한 정복전쟁을 치렀다.

올드 원들은 행성의 북극과 남극에 우주로 통하는 문인 차원 관문들을 건설하였다. 세계를 다스리고 관리할 슬란들을 잉태할 산란못이 세계 곳곳에 만들어졌다. 이 슬란들은 올드 원의 명을 받들어 훗날 러스트리아라 불릴 땅에 세계 최초의 도시인 사원도시들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사원도시의 건축을 위해 새로운 생물들이 창조되었다. 체구는 작지만 영리하고 재빠른 스킹크들이 기술자이자 감독관의 소임을 맡고 태어났다. 웅장한 사원도시의 석재를 쪼개고 나를 강대한 노동자로서 크록시거들 또한 창조되었다.

올드 원들은 사원도시가 건설될 위치를 리자드맨에게 알려주었으며, 이는 대지연결망을 위한 것이었다. 세계의 자연 에너지를 연료삼아 기동하는 이 거대한 마법적 풍수지리망의 중계점이 바로 사원도시였다.

슬란의 지도 아래 찬란한 문명이 세워지며, 올드 원들의 위대한 계획은 순조롭게 실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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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대재앙(-5600 to -4420 IC)

올드 원들은 세계의 양 극에 세워진 차원관문에서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 세어나오는 것을 감지했다. 다른 차원에서 꿈틀거리던 거대한 혼돈의 기운이 새로 태어난 세계를 향해 쇄도해오고 있었다. 카오스의 군세가 그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급속도로 커져가는 카오스의 힘을 관찰한 올드 원들은 그들의 군세가 필시 이 세상을 침략할 것을 예언하였다. 올드 원들은 리자드맨과 함께 세상을 수호할 신생 종족들을 창조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하이 엘프와 드워프가 순서대로 창조되었고, 그 뒤로 인간이 태어났다. 마지막으로 올드 원들은 거대한 오우거와 자그마한 하플링을 만들어냈다. 허나 시간은 촉박했다.

대재앙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행성궤도에 떠있던 올드 원들의 차원관문이 급작스러운 대폭발을 일으켰다. 사라진 차원관문의 위치에서는 거대한 균열이 열려 사악한 에너지와 마법의 바람들을 끝없이 쏟아냈고, 이때 결정화된 마법의 힘들이 워프스톤 운석이 되어 떨어졌다. 수많은 생물들이 워프스톤의 지독한 독기에 휘말려 뒤틀린 돌연변이가 되었다. 남은 파편들은 한데 뭉쳐 불길한 녹색빛을 발하는 두 번째 달 '모르슬리프'가 되었다.

차원관문이 파괴되며 올드 원들은 영영 사라져버렸고 누구도 그 행방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신의 자손들인 리자드맨은 여전히 세계를 지키고 있었다. 수많은 슬란들이 지상으로 쇄도하는 워프스톤 운석들을 막아내다 사망했으며, 더 많은 슬란들이 극지대에 열린 균열을 막기 위해 희생했다. 슬란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균열은 닫히지 않았고, 카오스 신들의 군대가 지상에 발을 딛기 시작하였다. 어린 세계는 혼돈의 신들의 아가리에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파일:대재앙과리자드맨.jpg
카오스의 악마들을 막아서는 리자드맨 군세. 사진 출처

하지만 신의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군세를 모집했으며 이 세계에서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대한 군세였다. 수 세기 동안 지속될 위대한 전쟁에서 리자드맨은 모든 장소에서 격렬하게 싸웠다. 사우루스들의 방진이 결연한 의지로 악마들을 막아섰으며,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은 슬란들이 마법의 힘을 끌어모아 폭풍과 해일과 지진을 일으켜 적들을 쓸어버렸다. 슬란들은 가장 마법에 능한 대악마들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마법사들이었다.

허나 균열에서 쏟아져나오는 카오스 에너지는 세계를 오염시켜갔고 악마들의 군세에는 끝이 없었다. 균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기 중에 가득한 카오스 에너지들은 슬란의 힘을 약화시켰고 마법을 다루기 힘들게 만들었다. 수십 분의 일초만 실수해도 슬란들의 뇌가 녹아내리는 일이 빈번했다. 반면 악마들의 군세는 갈수록 강성해졌다. 전선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슬란들은 사원도시를 요새로 삼아 저항할 것을 명했다.

슬란의 명에 따라 정글의 모습이 바뀌었다. 악마들조차 집어삼킬 정도로 위험해진 정글에는 온갖 육식성 동물, 식물, 심지어 곤충까지 넘쳐났다. 강물이 거꾸로 거슬러올라 악마들을 휩쓸어버렸고 화산이 폭발해 그들을 가로막았다. 그럼해도 불구하고 진격해오는 악마들을 위대한 방어막으로 보호되는 사원도시들이 가로막았다. 올드 원들이 남기고 간 기이한 유산으로 작동되는 방어막이 셀 수 없이 많은 악마들을 몰살시켰지만, 악마들의 포위는 멈추지 않았다.

방어막을 뚫는 방법을 만들어낸 카오스의 군대가 최초로 사원도시 싸후텍을 함락시켰다. 싸후텍의 공중 피라미드가 땅으로 추락하자 대지연결망의 강도가 약해지기 시작했고 이는 연쇄적인 함락으로 이어진다. 후아틀, 틀란시아, 쏘틀이 연이어 함락된다. 차쿠아는 질병의 신 너글이 뒤집어씌운 질병에 오염되어 무너지고 퀘조텍은 수십억의 영혼이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대삼각주 위에 건설된 사원도시 자무다의 최후가 가장 비참하였다. 자무다는 심해에서 솟아오른 거대한 촉수들에 붙잡혀 깊은 바다속으로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마침내 첫 번째 도시 잇차를 향해 포위망이 좁혀들어왔지만, 리자드맨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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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잇차 공방전

첫 번째 도시 잇차는 침공에 결연하게 맞선다. 잇차를 지키는 것은 모든 슬란 중에서도 가장 강대한 이인 '크로악'이었으며 그의 힘으로 만들어진 방어막은 어떤 악마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최초로 만들어진 도시이자 대지연결망의 중심부인 잇차의 함락은 세계의 멸망을 의미했다. 잇차 전체를 덮은 크로악의 방어막 앞에서 수없이 많은 악마들이 잿더미로 화하였다.

하지만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무한한 에너지가 있는 이상 악마들 또한 죽음에 구애받지 않는 존재였으니, 무한한 공세 속에서 크로악 또한 지쳐가기 시작한다. 끝없이 형상을 얻어 다시 달려드는 악마들 앞에서 방어막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크로악은 굳은 결단을 내린다. 수 년에 걸친 잇차 공방전의 마지막 날, 크로악은 방어막을 유지하는 대신 그 에너지를 바깥쪽으로 폭발시켰다. 10만의 악마가 폭발에 휩쓸려 일순간에 추방되었고 잇차 근방의 대지가 전부 휩쓸려 나가 평탄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악마들이 방어막이 사라진 잇차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잇차의 시가전이 시작된 것이다.

수천 년에 걸친 지금까지의 전쟁과 앞으로도 있을 수많은 전쟁을 모두 통틀어도 잇차의 시가전보다 거대한 전투는 없었다.
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정좌하고 앉아 마지막 마법을 준비하는 크로악을 위해 충실한 템플가드들이 목숨을 바쳤다. 잇차의 시가지마다 피가 넘쳐흘렀으며, 그 중에서도 대피라미드로 통하는 '별의 다리' 위에서의 며칠간의 전투가 가장 처절했다. 단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던 마지막 템플가드가 쓰러진 순간, 크로악이 눈을 떴다.

형용할 수 없는 격노가 힘을 갖추고 악마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신들이 자신을 지킬 때나 쓸 법할 엄청난 마법은 운석으로 악마들을 조각내고 폭풍으로 사지를 잘라냈으며 시간마저도 천조각처럼 찢어져 나폴거렸다. 수많은 악마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고 분노한 카오스 신들은 직접 축복을 내린 투사들을 내보냈다. 피의 신 코른의 축복을 받은 12명의 대악마 블러드써스터(Bloodthirster)가 대 피라미드를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정상에 도달한 대악마들은 지금까지 그들을 막아섰던 고귀한 슬란을 찢어발겼다.

그러나 그들이 승리를 즐기기 직전, 찢겨진 크로악의 시신에서 눈부신 빛이 솟아 올랐다. 크로악의 고귀한 분노는 죽음마저 거부했고, 삶이 끝나기 직전 잇차를 정화할 대마법을 기어코 완성했던 것이다. 악마들의 머리 위로 솟아오른 찬란한 빛이 폭발해 정화의 폭풍을 일으켜 잇차를 휩쓸었다. 이윽고 빛이 사라지자 살아있는 악마는 단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첫 번째 도시 잇차가 구원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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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립의 시대

한편 울투안에서는 엘프들이 마침대 대의식(Great Ritual)을 성공시켰다. 세계에 넘쳐나던 마법 에너지들은 대의식으로 창조된 대 소용돌이(Great Vortex) 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고, 육체를 유지할 힘을 잃은 악마들은 모두 추방되었다.

그러나 승리의 대가는 참혹했다. 올드 월드는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으며, 이때 현재의 마법과 괴물로 가득한 세계로 변모하였다. 드워프들은 끝내 영토를 포기하고 산 속으로 후퇴했으며 엘프들의 피해도 참담했다. 그러나 모든 종족 중에서도 리자드맨들이 입은 피해가 가장 극심했다. 악마들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섰던 무수한 사원도시들이 파괴되었고 용맹한 전사들 또한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첫 번째 슬란들 또한 모두 전사했다. 남아있는 슬란들 또한 온건치 못하였으니 이는 균열을 닫기 위한 영적 전쟁의 흉터였다. 카오스의 소용돌이를 들여다보던 슬란들의 고등한 정신에 남은 흉터들은 그들을 쇠약하게 만들었고 슬란들은 차차 명상과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전쟁으로 모든 슬란의 산란못이 파괴되었단 사실이었다. 더 이상 슬란이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살아남은 소수의 슬란들은 창조주 올드 원과 그들의 직계 제자인 첫 세대 슬란의 지식을 복원하려 애썼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리자드맨은 여전히 수호자의 의무를 다하였다. 울쑤안의 중심지에 만들어진 대소용돌이를 수리하고 보호하는 것은 슬란들의 비밀스런 일처리였다. 대지연결망의 힘을 이용해 대 소용돌이를 보강하며 슬란들은 아직 이 땅에 남아있는 어린 종족들을 보호하고 보살폈다.

폐허가 된 사원도시 곳곳에서 재건이 시작되었다. 카오스의 대재앙이 일어나기 이전, 리자드맨들은 석판에 올드 원의 지시와 예언을 기록했다. 이 석판 중 대부분이 대재앙 동안 유실되었지만 리자드맨들은 일부 석판을 찾아내어 복원하였고, 그들은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올드 원의 진정한 뜻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올드 원의 석판들을 찾는 일은 리자드맨의 중대한 과업이 되었고, 그들은 오늘까지도 더 많은 석판을 되찾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리자드맨의 퇴보는 막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점점 더 많은 슬란들이 깨어나기 힘든 명상 속으로 잠겨들었다. 이들을 대신해 스킹크 사제들이 리자드맨을 이끌었다. 슬란들은 잠에서 깨어나는 일이 드물었고 스킹크 사제들의 지혜만으론 신들의 가르침을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리자드맨의 정교했던 지식은 미신으로 바뀌고 찬란했던 문명은 원시적으로 퇴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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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온혈족의 부흥

리자드맨의 문명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었으나 다른 어린 종족들은 발전의 시대를 맞이했다. 가장 발달한 종족인 하이 엘프들에게 있어서도 리자드맨과 그들의 땅인 러스트리아는 잊혀진 존재에 가까웠다. 그러나 하이 엘프 중 가장 지혜로운 마법사들은 어렴풋하게 고립된 대륙과 그곳의 리자드맨에 대해 알고있었다.

그리하여 울쑤안에서 출발한 하이엘프 탐험대가 파후악스(Pahuax)의 맹그로브 나무가 가득한 해안에 도달하였다. 해안을 감시하던 스킹크 감시대들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이 어린 종족들을 지켜보았다. 파후악스의 지도자 슬란 후이니테누츨리(Huinitenuchli)는 올드 원들이 안배한 땅 울쑤안을 벗어난 이 하이 엘프들을 감시할 것을 명했다. 가혹한 정글의 환경과 풍토병에 시달리던 하이 엘프 탐험대는 20일의 여정 후 파후악스의 거대한 청동 관문에 도달했다. 후이니테누츨리는 그들을 자신에게 데려올 것을 명했고, 그리하여 수백 년만에 처음으로 온혈족과 냉혈족의 재회가 이루어졌다.

엘프 탐험대들은 전쟁의 참화가 여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파후악스의 위용에 넋을 잃었다.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그들을 후이니테누츨리와 그를 지키는 템플가드를 만났다. 슬란은 깊게 숙고하며 엘프들을 관찰한 뒤 단 한 마디의 결론을 내렸다. 엘프들은 이곳에 존재해선 안 될 이들이었다. 갑작스럽게 살기를 띤 리자드맨들로부터 간신히 도망친 엘프 탐험대는 울쑤안으로 돌아가 불사조왕에게 그들이 본 모든 것을 낱낱히 고하였다.

냉혹한 파충류 종족과 위대한 도시, 그리고 막대한 황금에 관한 이야기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하이 엘프들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온혈족들이 러스트리아를 찾아왔다. 그들의 목적은 대부분 어리석은 호기심이나 부를 향한 탐욕이었으며, 그들 대부분이 해안선에서 몇 걸음 떨어지지도 못하고 희생되었다. 정글의 난폭한 포식자들과 잔인한 질병, 그리고 신성한 수호자들의 반격 탓이었다.

그러나 그들 중 극히 소수는 정글의 심장부에 도달해 막대한 부를 훔치는 데 성공하였고, 이들의 무용담은 또다시 러스트리아로 몰려오는 모험가들을 낳았다. 러스트리아는 가장 오래된 대륙이었으나 어린 종족들은 이 곳을 신대륙(New World)라 불렀다.

이러한 불쾌한 만남 또한 예측되었던 것이었다. 슬란들은 더 이상 자신들이 어린 종족들을 제어하고 보살필 수 있는 자들이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일찍이 전 세계를 수호했던 냉혈족(Coldbooods)들의 시대는 끝을 고하고 있었다. 뜨거운 피를 가진 온혈족(Warmbloods)들의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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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쥐와 뱀(-1399 to 100 IC)

소텍(Sotek) 숭배의 부상은 기나긴 리자드맨의 역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건이었다. 전통적으로 리자드맨이 섬기던 신은 올드 원들이었으며, 그들은 틀락스코틀(Tlaxcotl), 초텍(Chotec), 콰틀(Quatl), 춘키(Tzunki), 자피티(Xapiti), 후안치(Huanchi) 등으로 불리었다. 새로이 등장한 뱀 신 소텍은 그 이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신이었다. 스킹크들에 의해 숭배받는 소텍은 '쥐와 뱀의 전쟁'을 통해 가장 강대한 신 중 하나로 부상하였다.

일찍히 사원도시 차쿠아에서는 다른 사원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는 비밀스런 예언문이 있었다. 소텍의 예언문으로 알려진 이 석판은 두 다리로 걸어다니는 꼬리달린 해충들이 끔찍한 전염병과 함께 전쟁을 불러오리라 말하고 있었다. 예언에 따르면 이 전쟁으로 수많은 사원도시가 불길에 휩싸이고 무수한 피가 흐를 것이지만, 두 갈래로 갈라진 혓바닥을 가진 뱀 신 소텍이 강림할 때 이는 끝날 것이었다.

제국력으로부터 1300년 전 경 무렵, 예언이 실현되었다. 차쿠아에 끔찍한 전염병이 들이닥친 것이다. 수천이 넘는 스킹크들이 전염병으로 희생되었고 끔찍하게도 신성한 산란못에서도 감염이 발견되었다. 오염된 산란못에서 태어난 기형아 스킹크들이 짧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자 차쿠아를 다스리던 슬란들은 이 전염병의 원인을 조사할 것을 명했다.

사방으로 파견된 스킹크 순찰대들이 파괴된 옛 도시인 퀘짜에서 기괴한 광경을 만났다. 두 발로 걸어다니는 쥐 인간들인 스케이븐들이 퀘짜를 점령하고 있던 것이다. 스케이븐의 한 일파인 페스틸런스 일족이 오래 전부터 러스트리아에 오염을 부른 것이다. 소텍의 예언이 사실이었다.

스킹크 순찰대들은 즉시 지저분한 땅굴을 파고 있던 이들 스케이븐을 공격했으며 가혹한 교전 끝에 몇몇 포로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포로들은 차쿠아의 슬란 앞으로 끌려갔으며, 슬란들은 이 뒤틀린 생물들이 결코 위대한 계획에 포함되지 않음을 직감했다. 이 흉측한 생물들을 연구하여 전염병의 해법을 찾기 위해 슬란들은 포로들을 가두었다.
그러나 이는 되돌리지 못할 실수였다. 그 존재만으로도 역병을 뿜어내는 페스틸런스 일족의 스케이븐들은 이제 차쿠아 내부에서 역병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전 도시가 감염에 신음하고 신성한 슬란들마저도 역병에 걸리고 말았다. 슬란들은 다른 사원도시까지 전염병이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신적 연결을 끊었고, 타는 듯한 고열 속에서도 서로 토론하여 소텍의 예언의 시대가 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희망은 존재했다. 슬란들이 진물이 흐르는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자 두 갈래로 갈라진 혜성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소텍의 강림이 가까워진 것이다. 슬란들은 자신의 최후를 받아들였고 스스로를 피라미드 안에 봉인했다. 충성스런 템플가드들이 주군의 마지막을 함께했으며, 이제 차쿠아의 생존자들을 이끄는 것은 스킹크 사제 테헨하우인(Tehenhauin)이었다. 후에 소텍의 예언자로 불리게 될 테헨하우인은 복수와 전쟁을 위해 폐허가 된 도시를 떠났다.
파일:쥐와뱀.jpg
쥐와 뱀의 대전쟁 사진 출처

러스트리아를 종주하며 테헨하우인은 소텍의 강림이 머지 않았음을 역설했다. 소텍의 예언자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신의 강림을 준비해야 할 때이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리자드맨은 곧 닥쳐올 재앙을 이겨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많은 스킹크들이 이 새로운 종교 지도자에 열광했다. 그러나 슬란들의 생각은 달랐으니, 이들은 신성한 올드 원들의 자리에 소텍이 들어설 수는 없다 여겼던 것이다. 소텍의 이름은 차쿠아를 제외한 지역의 석판에서는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스케이븐의 대침공이 엄청난 전염병과 함께 러스트리아를 휩쓸었다. 카오스의 대재앙 이후 리자드맨이 맞이한 최대 규모의 침공이었다. 미덥잖은 예언문 속의 전쟁이 실제로 닥치자 슬란들은 깊은 명상 속에서 토론을 시작했지만 쥐들의 물결은 너무도 빠르게 러스트리아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그러나 슬란들보다 먼저 소텍의 예언자가 일어섰다. 소텍의 예언이 현실이었음을 선언한 테헨하우인은 수많은 스킹크들을 신자로 받아들였으며 소텍의 깃발 아래 리자드맨들이 다시 한 번 무기를 들어올렸다. 쥐와 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석판과 단검을 든 테헨하우인의 지도 하에 잔혹한 반격이 시작되었다. 테헨하우인은 어떠한 자비도 보이지 않을 것을 명했으며 소텍 교단이 가는 곳마다 쥐인간들의 피가 넘쳐흘렀다. 분노한 스킹크들이 스케이븐들의 요새와 지하동굴을 찾아 소탕전을 벌였다. 무수한 학살과 그보다 더 많은 포로들이 붙잡혔고 이들 모두가 테헨하우인의 지도 하에 제물로 바쳐졌다. 뱀신의 강림을 위해서는 막대한 희생이 필요했다.

수 세기에 걸친 쥐와 뱀의 전쟁은 점차 스케이븐의 패배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페스틸런스 일족들은 해안가로 밀려나기 시작했으며 매일마다 샐 수 없이 많은 쥐들이 피라미드 정상에서 심장이 꺼내져 제물로 바쳐졌다. 테헨하우인이 지휘를 맡은 '과크몰 분화구의 전투'에서 스케이븐은 결정적인 대패를 맞는다. 사원도시에서 훔친 제물들을 지고 있던 쥐들의 발걸음은 느렸고 스킹크들의 기습은 잔혹했다. 막대한 숫자의 스케이븐 포로를 사로잡은 테헨하우인은 정글 깊숙한 곳에 있는 잊혀진 신들의 재단으로 끌고가 그들을 모두 제물로 바쳤다. 근처를 흐르던 아막손 강이 쥐들의 피로 시뻘겋게 바뀌자 정글을 뱀들의 물결이 덮었다. 소텍의 강림이 코앞이었다.

완전히 판도가 꺾이자 쥐인간들은 바다를 건너 러스트리아를 도망치기로 결정한다. 이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던 테헨하우인은 이들을 추격했다. '연기나는 뱀들의 섬'에서 바다로 도망치려는 스케이븐과 소텍 교단의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다. 그 순간 연기나는 뱀들의 섬의 화산이 폭발했고, 연기와 화염 속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뱀이 몸을 일으켰다. 소텍이 강림한 것이다. 소텍의 거대한 몸이 스케이븐의 함대를 몰살시키는 동안 소텍 교단은 대승을 거두었다.

쥐와 뱀의 전쟁은 리자드맨의 승리였다. 테헨하우인은 무수한 전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슬란들의 회의에 불려졌다.
슬란들은 엄숙하게 소텍이 올드 원임을 선포했고, 온 러스트리아에 소텍 신앙이 허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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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나가로스로부터의 침공

쥐와 뱀들의 전쟁 이후 러스트리아는 점점 더 빈번하게 외부세력의 침입을 받기 시작했으며 그 중에서도 나가로스에서 온 다크 엘프들이 가장 악랄한 군세였다. 약탈과 살육을 갈망하는 엘프들의 해적선이 러스트리아에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슬란들은 엘프들이 서로에게 자행한 추악한 내전을 알고 있는 드문 존재들이었고, 그들에게 이 내전은 어린 종족들이 얼마나 위대한 계획에서 멀어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였다. 또한 슬란들은 파후악스에서 있었던 온혈족 엘프들과의 첫 번째 만남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 만남이 무력충돌로 끝났다는 것 또한 상기하고 있었다. 슬란들은 엘프들과의 접촉을 가급적 피할 것을 원했고 군사적 충돌도 지양했다.

한동안은 러스트리아의 험난한 정글이 다크 엘프들을 막아주었다. 허나 러스트리아의 부를 노린 다크 엘프들의 집요한 욕망은 좌절되지 않았다.다크 엘프들은 나가로스부터 러스트리아 중심부까지 뻗어 있는 장대한 지하도인 검은 길(Black Way)을 발견해 포악한 토착생물들에게 들키지 않고 사원도시를 습격하는 데 성공했다.

사원도시 잇짜탈, 초텍, 퀘틀리가 비열한 기습을 받았다. 리자드맨의 격렬한 방어에 잇짜탈과 초텍은 구원받았으나 퀘틀리는 끝내 엘프 해적들에게 함락된다. 퀘틀리는 철저하게 약탈당했으며 그 약탈품 중에서는 '별의 석비(Star Stela)' 또한 있었으니, 이는 리자드맨들의 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별의 석비는 올드 원이 남긴 석비 중에서도 특히나 귀중한 예언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끓어오르는 진노 속에서 위대한 슬란 테펙인지(Tepec-Inzi)가 눈을 떴다. 슬란의 명에 따라 리자드맨 군대가 잿빛 해안으로 향하는 다크 엘프 약탈자들을 쫓아 진군한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강대한 사우루스 전사인 '고르-록(Gor-Rok)'이었다. 올드 원의 축복을 받고 태어난 고르-록의 흰색 몸뚱이는 다크 엘프의 지휘관을 태운 전차를 향해 돌격했고, 약탈자의 전차는 고르 록이 휘두른 돌방패에 산산조각으로 박살났다. 다크 엘프 지휘관은 창을 뻗어 고르-록의 가슴을 관통시켰지만, 고르-록은 죽음을 거부했다. 그가 승리에 미소 짓기도 전에 흰색 사우루스 전사는 창에 관통된 채로 그대로 걸어가 약탈자의 목을 물어뜯어 잘라내버렸다.

지휘관이 죽자 다크 엘프 군대는 분노한 리자드맨들에게 무참히 학살되었다. 고르-록은 침략자들의 핏더미 속에서 별의 석비를 회수하여 첫 번째 도시 잇차로 가져왔다. 이후 리자드맨들은 더 이상 엘프들과의 접촉을 피하지 않았다. 스킹크 순찰대들은 검은 길을 항상 감시하며 죽여야 할 엘프들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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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인류의 도래

러스트리아가 품고 있는 황금을 노리고 찾아온 인간들은 많았으나 그 중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남긴 것은 노스카인이자 탐험가인 로스테릭손(Losteriksson)이었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황금을 발견하기도 전에 정글에게 살해당하였으나 로스테릭손은 살아남았으며 해안가의 스케기(Skeggi)에 정착지를 건설하기까지 했다.

현명하게도 로스테릭손은 리자드맨을 두려워하고 존중했으며, 정글 깊숙히 들어가는 대신 주로 폐허에서 버려진 금과 보석을 긁어모은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그의 부하들 모두가 그처럼 신중하지는 않았다. 그의 부하 중 일부가 정글 깊숙히 들어가 막대한 재화를 훔쳐온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스케기를 셀 수 없이 많은 리자드맨 군대가 포위하자 그들은 겁에 질려 자신들의 운명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로스테릭손은 훔쳐온 재화를 모두 방벽 밖으로 던져 그들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했고, 도난품 사이에서 석판 하나만을 챙긴 리자드맨 군대는 그대로 포위를 풀고 정글 속으로 사라졌다. 리자드맨들은 보석과 금 따위를 회수하러 온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스케기의 생존은 조금 더 용인되었고, 러스트리아 유일의 인간 정착지이자 중계지로서 번창해 나갔다.

허나 카오스를 섬기는 노스카 해적들까지 스케기에 정박하기 시작하면서, 이곳을 거점으로 러스트리아에 다시 한 번 카오스의 촉수가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가져오는 카오스 유물과 그들이 자행하는 악마 숭배가 다시 한 번 고대의 적을 이 땅에 불러들이고 있었다.

이를 가장 먼저 알아낸 것은 사원도시 싸후텍를 다스리던 슬란 '줄(Zhul)'이었다. 올드 원들의 유산을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권위자였던 줄은 별자리를 해석한 후 이해할 수 없는 예언을 내렸다. 아무도 없는 폐허인 '틀란칸'을 향해 지금 당장 군대가 진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슬란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익룡 테라돈을 탄 스킹크 정찰대와 괴수 바스틸라돈이 포함된 군대는 지체없이 틀란칸을 향해 행군했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스킹크 추장인 쿠지판투티(Quzipantuti)였다.

버려진 도시 틀란칸을 이 잡듯이 뒤지던 쿠지판투티의 수색대는 틀란칸의 대피라미드에서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본디 슬란들이 별자리를 살펴보며 명상하던 방에 역겨운 악마 대공(Daile Prince)이 쓰러져 있었다. 이 고대의 적은 엘프의 칼에 찔려 부상당한 상태였고 대지연결망의 힘으로 자신을 치유하길 바라며 버려진 틀란칸까지 숨어든 것이었다. 쿠지판투티가 자신을 찾아내자 악마 대공은 차원을 찢어 무수한 부하 악마들을 불러내었다.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스킹크와 사우루스들의 숫자는 열세였지만 강대한 괴수 바스틸라돈이 악마들에게 덤벼들어 그들을 짓뭉갰다. 바스틸라돈이 등에 짊어진 신성한 유물 '소텍의 방주'에서는 독사들이 끝없이 튀어나와 악마들을 물어뜯었다. 이어서 가세한 것은 소텍의 진노였다. 정글 속에서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뱀들이 튀어나와 틀란칸을 뒤덮었다. 뱀의 물결을 타고 리자드맨들은 도망가는 악마 대공을 끝장내었으며, 바로 그 순간 싸후텍의 슬란 줄 또한 눈을 감았다. 아무도 몰랐으나 줄은 지금까지 악마 대공과 영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었으며, 적이 쓰러진 순간 그 스스로도 힘이 다하고 말았던 것이다. 리자드맨들은 줄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그의 시신을 황금으로 장식해 대피라미드 안에 안치했다. 줄의 희생은 리자드맨에게 카오스의 침공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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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군주 마즈다문디가 깨어나다

러스트리아를 노린 침략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슬란들이 기나긴 잠에 빠져 있었다. 단 다섯 명만이 살아남은 2세대 슬란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마침내 그들 중에서도 가장 강대한 이가 눈을 떴으니, 이는 온혈족들의 오만한 탐욕을 응징하기 위해서였다.

엘 카다보(El Cadavo)라는 이름의 인간 용병대장은 러스트리아의 침범자 중에서 가장 성공한 부류였다. 그는 세 차례에 걸친 시도 끝에 파후악스 해협에 정착지를 세우는 데 성공하였으며, 이 정착지에 자신의 이름을 따 카다보라 명명했다. 이윽고 카다보의 침략자들은 끔찍한 파괴와 약탈을 정글에 가져왔다. 스킹크 순찰대들의 피해 보고가 매일같이 도달했고, 가장 가까운 사원도시였던 헥소아틀의 스킹크 사제들은 이런 몰지각한 행위에 근심을 품었다. 그들은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대피라미드의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사제들은 위대한 군주 마즈다문디가 눈을 뜨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즈다문디는 2세대 슬란 중에서도 가장 나이 많고 강대한 이였으며, 그리고 분노하고 있었다. 그는 명상에서 완전히 깨어난 것은 아니었으나 눈에서는 광채가 쏟아져나왔고 혀는 지혜로웠다. 엘 카다보의 세 차례에 걸친 침략으로 그는 10년 동안 세 번이나 명상에 방해를 받았으며, 별자리를 관측한 결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마즈다문디의 옥좌가 가장 거대한 스테가돈 즐라크(Zlaaq) 위에 얹혔다. 태양 도시 군주가 직접 침략자들을 응징할 것이다.

카다보에 도착한 마즈다문디는 이곳을 감히 러스트리아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에게 보일 경고장으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마즈다문디의 어마어마한 힘은 지각을 통째로 뒤틀었고 그 아래의 구조판을 끌어와 카다보에 대지진을 일으켰다. 단 한 번의 마법으로, 카다보는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침략자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마즈다문디는 명상의 잠으로 돌아가기 위해 헥소아틀로 향했으나 대피라미드에 도착한 후로도 그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태양도시의 군주의 피는 격렬하게 들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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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하수인

옥색 별 바다의 해(The year of the Jade Star Sea)에는 러스트리아에 대재앙이 일어난 이래 가장 거대한 악마의 공격이 도래했다. 이 습격을 이끈 악마 지도자는 슬라‘울란(Slaa'Ulaan)이라 불리는 자로, 올드 원들이 남긴 고대 돌 명판에서 ’두 번째 달의 하수인(the nether-thing of the second moon)'이라 불리는 존재였다. 슬라‘울란은 대재앙을 이끈 자들 중에서도 가장 파괴적이고 사악한 마귀들 중 하나였으며, 수많은 슬란 메이지 프리스트들을 사로잡아 그의 외설적인 의식에서 희생시킨 전적이 있었다. 이 더러운 존재는 이미 한 번 파후악스의 대군주 후이니테누츨리와의 사투 끝에 수후아 호수 전투에서 패해 현실세계에서 추방된 바 있었다.
그러나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슬라‘울란이 다시 한 번 러스트리아에 돌아왔을 때 그를 패배시켰던 후이니테누츨리는 명상으로부터 깨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후이니테누츨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슬란 메이지 프리스트인 군주 테누츨리(Lord Tenuchli)만은 눈을 뜰 수 있었다. 이에 안개의 도시 즐란후아펙의 최고위 템플가드인 '영원한 수호자' 차칵스가 별의 현실에서 나와 테누츨리를 모셨다. 군주 테누츨리는 보이지 않는 별자리의 석주(the Pillars of Unseen Constellations)를 향해 군대를 이끌며 혼돈의 세력과의 전투를 수행했다.
전투는 일방적인 학살로 흘러갔다. 강맹한 사우루스 전사들조차 타락한 대지에서 흐르는 혼돈의 신의 힘에 약화되었다. 대악마 슬라‘울란은 파괴적인 돌진을 이끌며 리자드맨의 방진 사이를 누볐고, 용사들의 목을 참수하면서 모든 대열들을 한 번에 와해시켰으며 사우루스들이 무기를 들어올릴 힘마저 빼앗아갔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도 군주 테누츨리만은 물러서지 않았고 그의 옆에는 영원한 수호자 차'칵스가 버티고 서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수호자를 향해 돌진하면서 슬라‘울란은 그가 자신의 마법에 의해 무력화 되었다고 판단했으나, 차칵스가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단지 마법사 사제에게 위협이 다가오기 않았기 때문이었다. 슬라’울란이 가까워진 순간 차'칵스는 처음으로 움직였고, 그 동작은 난폭하고 파괴적이었다. 차'칵스의 할버드 앞에 순식간에 대악마는 거품과 증기가 이는 걸쭉한 영액 덩어리로 으깨지고 말았다. 그러나 죽어가면서도 슬라'울란은 마지막 힘을 군주 테누츨리를 조준해 폭발시켰다. 차'칵스가 폭발을 향해 달려가 앞을 가로막아 슬란의 죽음을 막았냈지만 군주 테누츨리는 중상을 입었고 공중에 떠있던 그의 옥좌는 땅에 충돌했다.

대악마 슬라‘울란이 죽자 악마의 군세는 사라졌으며, 오직 영원한 수호자 차'칵스와 중상을 입은 군주 테누츨리만이 살아남았다. 차'칵스가 받은 명령은 테누츨리의 옆을 지키는 것이기에, 그는 도움을 청하려는 목적으로도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저 자리를 지켰다. 보름이 지나기 전, 순찰대가 의식을 잃은 슬란을 발견하고 그를 수습해 안개의 도시로 되돌려 보냈다. 충실한 영원한 수호자는 마지막까지 군주의 귀환길을 함께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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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각성의 시대(2303 IC ~ 현재)

새 시대가 시작되었다. 더욱더 많은 슬란들이 기억 속에서 꿈틀거리는 고대의 적들의 악몽을 꾸고 명상에서 깨어났다. 이제 완전히 활력을 되찾은 군주 마즈다문디가 이끄는 슬란 매이지 프리스트들은 이 세계를 다시 휘젓기 시작한 거대한 힘을 느꼈으며, 그것의 원천은 대재앙이 시작되었던 행성의 양 극지였다. 혼돈의 힘이 다시 돌아오려 하고 있었으며, 슬란들은 기꺼이 그들에게 대적할 것이었다.

모든 사원도시의 피라미드의 꼭대기마다 올라선 슬란들이 카오스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막아섰다. 이들의 위대한 저항은 육신의 세계가 아닌 영혼의 세계에 걸쳐져 이루어졌으며, 뜨거운 피를 가진 종족들은 알지 못했으나 그들의 수호자가 이룬 가장 기념비적인 업적이었다.
한편 천 년 동안 북방에서 고인 혼돈의 힘이 마침내 끔찍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니 그것이 바로 에버초즌 '아사바르 쿨'의 탄생이었다. 아사바르 쿨이 일으킨 대군세가 북방의 황무지로부터 올드 월드를 행해 진격하니, 이들에 맞서기 위해 인간과 엘프,드워프 그리고 수많은 필멸자들의 위대한 동맹이 결성되었다. 그들 중 누구도 알지 못했으나 리자드맨들 또한 이 동맹의 참가자였다.

리자드맨들은 어둠의 군대들에 맞서 직접 군대를 보내는 대신 영적인 영역에서 그들을 도왔다. 러스트리아 전역의 슬란들이 의지를 모아 에버초즌을 가호하는 혼돈의 신들의 축복을 약화시키고 기회를 노리는 악마들의 증원을 모조리 차단했다. 동맹의 영웅적인 사투 아래 아사바르 쿨은 패배했고 그의 군대는 무너졌다.

이 방어를 이끈 제국의 위대한 영웅 경건한 마그누스(Magnus the Pious)조차도 먼 남방에서 온 슬란들의 도움을 알지 못했으나, 그 보이지 않는 원조가 없었다면 마그누스의 군대는 무수한 악마의 물결에 휩쓸려 사라졌을 것이다.
이 시기에 슬란들은 울투안의 대소용돌이의 균열들을 발견했다. 위대한 의식의 작업물인 대소용돌이조차도 서서히 약해지고 있던 것이다.
슬란은 불완전한 엘프들의 주문에 자신들의 강력한 힘을 더해주었다. 대지연결망에 흐르는 힘들이 슬란의 의지 아래 대소용돌이로 흘러들어가 균열을 보수했다. 하이 엘프의 로어마스터들조차도 이 신비로운 지원을 눈치 채지 못했으나, 오로지 그들 중 가장 현명한 이들만이 자신들의 것이 아닌 힘이 대소용돌이를 유지시키고 있음을 의심이나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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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쥐인간들의 귀환

쥐와 뱀들의 전쟁 당시 더렵혀졌던 도시 퀘짜는 여전히 스킹크 순찰대들의 감시를 받고 있었다. 이 순찰병들 중 많은 수가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하자, 위대한 스킹크 점성술사 테토‘에코는 별자리를 가늠해보고는 스케이븐의 귀환을 예언했다. 그러나 예언에도 불구하고 슬란들이 깨어나지 않자 이에 테토'에코는 자신이 직접 틀락스틀란(Tlaxtlan)의 군대를 이끌었다.

돌로 만든 옥좌 위에 오른 테토‘에코가 이끄는 군대가 퀘짜에 당도하였고 테토'에코는 갑자기 날카로운 명령을 연이어 내렸다. 충실한 사우루스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전투방진을 이루고 주의를 기울이며 천천히 전진했다. 갑자기 땅이 아래로 꺼지더니 추잡한 쥐인간들의 군대가 폭포처럼 분출해 나왔다. 샐 수 없는 숫자의 스케이븐들이 다시 러스트리아에 돌아온 것이다. 테코'에코의 예지가 없었다면 사우루스들은 즉시 포위당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테토'에코는 이미 이를 예지했으며, 그리하여 스케이븐은 이미 준비된 리자드맨 방진의 정면을 향해 돌격할 수밖에 없었다.

스케이븐들의 돌격은 처참하게 실패했고 수도 없이 많은 선봉대가 살육당했다. 그러나 스케이븐에게 이는 감내할 수 있는 희생이었다. 스케이븐의 숫자가 리자드맨보다 백 배는 많았으며, 선봉이 학살당하는 소동 속에서 그들은 땅 속으로부터 가져온 비밀 무기를 배치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몇몇 스케이븐 중화기 부대가 끔찍한 불을 토해내는 장치를 들고 전면으로 나서 오염된 불을 쏟아붓자 수많은 사우루스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스케이븐들이 다시 리자드맨을 느리게나마 밀어붙이기 시작하자 기이한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혼돈의 달 모르슬리프가 진정한 밝은 달 맨슬리프에 가려지며 월식이 일어난 것이다. 혼돈의 달이 가려지는 이 징조는 리자드맨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테토‘에코는 달의 움직임으로부터 무수한 실패의 가능성 사이에서 빛나는 승리의 열쇠를 읽어내었다.
다음 몇 시간 동안 테토‘에코는 높은 음의 명령들을 내렸다. 그가 내린 묘책들은 쇄도해오는 스케이븐의 공격을 둔화시켰고 기만적인 속임수들을 파훼하는 한편 다른 한 편으로 불안정한 리자드맨의 방어를 증축시켜 전투의 흐름을 바꾸었다.
난폭한 콜드 원 기병대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으로 돌격할 것을 명령받았다. 그들은 지휘관의 명령을 의심하지 않고 곧바로 수행했으며, 안개 속에서 몰래 움직이고 있던 랫 오거 무리를 발견하고 공격해 박살내었다. 비열한 기습을 위해 땅을 파고 있던 스케이븐 굴착 부대는 방어선의 취약한 부분을 찾아 나타났으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길을 날름거리고 있는 살라맨더 사냥 팀이었다. 불에 탄 쥐의 냄새가 전장을 뒤덮기 시작했다. 숫자에서 압도당했음에도 리자드맨들은 날카로운 반격들을 가하며 스케이븐의 공세를 좌절시켰다. 스케이븐 암살자들은 그들의 독 묻은 칼을 빼기도 전에 살육 당했으며, 스케이븐 중화기 팀들은 사격을 시작하기도 전에 박살났다. 이 패배들이 연쇄작용을 일으키자 스케이븐 전선은 붕괴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결정타를 위해 테토‘에코는 그의 엄청난 의지로 천상에 흐르는 마법의 바람을 휘어잡았다. 위대한 스킹크 사제가 뻗은 손이 하늘의 거대한 천상의(celestial) 구체를 밀어 혜성으로 만들어 떨어뜨렸다. 천둥 같은 충격이 퀘짜를 휩쓸어 도시를 완파시키자 지하의 터널들을 붕괴되었고 그 안에 바글바글하게 들어차 있던 스케이븐은 몰살되었다. 증원군이 올 통로마저 파괴되어 패배가 확정되자 남아 있던 쥐인간들은 겁에 질린 냄새를 뿌리며 도주하기 시작했으나 헛된 일이었다. 그들에게 남은 운명은 사우루스에게 쓰러지거나 주변의 정글에서 기다리는 수많은 굶주린 생명체들의 먹잇감이 되는 것 뿐이었다.
테토‘에크는 패배가 불가피해 보이는 리자드맨의 운명을 바꾸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다. 허나 별자리를 읽어낸 테토'에코는 쥐들의 세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승리는 처음도 아니었으며 마지막도 아닐 것이었다. 테토'에코의 눈에는 전 세계에 뻗어있는 쥐 인간들의 광대한 동굴들과 그 안을 터질 정도로 가득 매우고 있는 흉측한 스케이븐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혐오스러운 뿔난 쥐들이 이끄는 아이들은 다시금 러스트리아에 도래할 것이다. 이제 리자드맨들은 이들에 맞서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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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헥소아틀 공방전

파일:리자드맨11.jpg
혼돈의 군세에 맞서는 리자드맨들

혼돈의 힘이 점점 커지고 있음은 명백했다. 슬란 사제들이 파견한 탐험대가 불길한 소식을 가지고 왔다. 러스트리아 남부의 거북 군도로 파견된 트로글로돈을 탄 스킹크 예언자와 테라돈 순찰대들은 구름을 뚫을 정도로 높게 솟아오른 백열광의 기둥을 발견했고, 이를 추적한 끝에 거북 군도에서 황금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지구라트를 발견했다. 이 지구라트는 한때 대지연결망의 중계점 역할을 수행했으나 지금은 파괴되고 더럽혀진 뒤였다. 북방에서 찾아온 노스카 야만족들의 짓이었다. 혼돈의 신을 섬기는 이 타락한 인간들은 지구라트에 들어와 석판을 부수고 더러운 희생의식을 치른 뒤였다. 의식의 결과로 그들은 소환된 악마들에게 학살되었지만, 장기말로서의 역할은 모두 해낸 뒤였다. 대지연결망이 약해지면서 카오스의 영역으로부터 올드월드를 지켜내는 '대장막'이 약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대재앙의 후유증을 앓고 있던 슬란들은 점점 더 눈을 뜨기 힘들어졌으며,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거북 군도의 지구라트가 파괴된 것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중계점들이 공격받았다. 야만족들은 신성한 석판을 부수고 돌기둥을 쓰러뜨려 슬란의 눈을 가렸다. 이제 광대한 러스트리아 정글 어디서 적이 나타나도 예측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슬란들의 눈이 흐려진 이 때. 헥소아틀 북부에서 장대한 규모의 필멸자 군대가 침공해왔다. 북방에서 내려올 카오스 군대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는 그들은 다크엘프 용병들이었다. 군대의 선봉에서는 연기를 내뿜는 드래곤이 가장 순수한 악의 결정체를 등에 태우고 날고 있었다. 어둠의 신들에게 선택된 투사 '고문자 바쉬나르(Vashnaar the Tormentor)'가 나타난 것이다.

감시석(sentinel stones)들이 무력화된 틈을 타 혼돈의 군세는 은밀하게 진군했다. 그러나 헥소아틀의 하늘의 주인(Hexoatl's Master of Skies)인 스킹크 족장 틱타크‘토의 눈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테라돈을 타고 정찰하던 그는 경악하며 헥소아틀에 급보를 보냈고, 최근 발견된 석판을 보기 위해 비밀스럽게 헥소아틀을 떠나 있던 마즈다문디만이 그 전갈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마법사 사제들은 명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헥소아틀의 군대를 지휘하게 된 틱타크‘토는 도시의 방어선을 구축하는 한편 하늘로부터의 게릴라 공격을 감행해 적들을 진군을 늦추었다. 틱타크’토가 지휘하는 테라돈 기수들의 공습은 삼일 밤낮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허공으로부터 떨어져내리며 날카로운 요격을 감행했고 바위폭탄을 떨어뜨려 카오스 군대의 대열을 망가뜨렸다. 이러한 공습이 나흘 째에 글어가자 적들은 분노로 속이 타들어갔고, 무수한 야만 기마부족과 나가로스의 중기병들이 뛰쳐나왔으나 틱타크'토는 이들을 그대로 피거머리들이 가득한 늪으로 유인해 학살했다. 그러나 이런 손실에도 불구하고 카오스 군대들은 헥소아틀에 도달하고 말았다.

리자드맨과 카오스의 두 군세가 거세게 충돌하자 젊은 슬란 몇몇이 눈을 떴고, 그들은 파괴적인 마법의 폭발을 하늘로부터 내리쏘았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대학살의 중심부에서 바쉬나르가 죽음을 뿌리고 있었다. 어둠의 신들을 등지고 서 있는 그 앞에서는 누구도 버틸 수 없었다. 사우루스들이 그들만이 지킬 수 있는 냉혈한 군율에 따라 맞서 싸웠지만 혼돈의 군대는 끝내 그들을 사원도시의 관문 뒤까지 물러나게 만들었고, 그리하여 헥소아틀 공성전이 시작되었다. 카오스 소서러들과 슬란들이 하늘에서 신비스런 대결을 벌이는 사이, 고문자 바쉬나르는 러스트리아에서 지금껏 본 적 없는 전쟁 기계를 끌고 왔다. 기계장치와 톱니바퀴 하나하나에 불경한 룬이 새겨진 그것들은 고문받은 악마의 영혼으로 들끓고 있는 뒤틀린 대포였다. 분노로 가득 찬 포탄들이 쏟아졌고 헥소아틀의 성벽 곳곳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였다. 진입로가 생기자 바쉬나르는 그의 중무장한 정예병들을 투입하였다. 선봉대는 이빨과 분노로 만들어진 뒤틀린 거수들과 근육질 괴물들이었다.

거센 공격에도 불구하고 헥소아틀의 방어군은 혼돈의 공격을 저지했다. 정글로부터 태양을 등지고 틱타크‘토가 이끄는 공습부대가 날아왔다. 많은 전쟁기계가 공습으로 파괴되었지만 보름이 두번이나 지난 후에도 공성전은 계속되었다. 혼돈의 군대가 도시로 진입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였다. 허나 공성전이 시작된지 육십삼일 째의 아침에 국면이 바뀌었다.
태양이 떠오르자 안개 낀 정글로부터 파충류의 포효가 울려퍼졌다. 혼돈의 군대가 당황해 포효의 근원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대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글로부터 위대한 사우루스 전쟁 지도자 '크록-가르(Kroq-Gar')를 태운 거대한 카르노사우루스 그림록과 콜드 원 기병대가 쏟아져나왔다. 고문자 바쉬나르는 용에 올라타곤 이 새로운 공격을 향해 돌격했다. 그러나 도착한 것은 크록-가르의 군대만이 아니었다.

군주 마즈다문디가 대재앙 이후 결성된 적 없던 거대한 군대를 모아 돌아왔다. 거대한 고대 스테가돈 줄락을 타고 정글을 해치고 나타난 슬란의 눈 안에서는 올드 원들이 내린 고대의 심판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가 명령을 내리자 대지가 그것을 받들었으며, 진정한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갈라진 땅이 바쉬나르의 군대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크록-가르와 바쉬나르가 막상막하의 결투를 시작했다. 고대의 파충류 거신들과 북방의 괴물들이 거세게 충돌했다. 전쟁 뿔나팔 소리가 울려퍼지자 헥소아틀의 관문이 열렸고 도시 방어군들이 이 난투에 합류했다. 강철 갑주를 걸친 야만인들은 비늘을 두른 사우루스 전사들에게 쓸려나가기 시작했고 전면적인 학살로 이어졌다.

황혼이 내릴 무렵 군주 마즈다문디와 크록-가르는 전장의 한 가운데 서서 승리를 쟁취했다. 주변 이십 마일에 달하는 정글이 평탄화되었고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였다. 참수된 고문자 바쉬나르의 목은 크록-가르의 안장에 전리품으로서 매달렸으며 마즈다문디를 태운 고대 스테가돈 줄락의 발굽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혼돈의 군대는 패배했으며, 헥소아틀은 굳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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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올드 원의 전언

바쉬나르의 패배로 대장막에 가해지던 압박은 약화되었으나, 그것이 사라지진 않았다. 슬란들은 바쉬나르의 혼돈의 신들의 힘을 취할 수 있었던 이유와, 그에게 많은 군세가 동참한 원인을 추리해야 했다. 이때 군주 마즈다문디는 거북 군도로부터 가져온 고대 석판들의 의미를 판독한 결과를 선언하였으니, 대재앙 이전부터 올드 원들이 내려준 전언은 이제 반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위대한 계획은 멈춰섰다. 타락해 재앙이 될 가능성이 있는 피조물들을 모조리 정화하기 전에는 다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카오스의 추종자들이 가장 중대한 사항이었다.

몰아내야할 모든 피조물들의 명부가 이미 석판에 적혀있었으며, 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은 올드 원들이 준 의무를 실패하는 것과 같다고 군주 마즈다문디가 선언했다. 혼돈의 진정한 힘이 세계를 또다시 휘저으려 하니, 리자드맨이 일어서 이와 마주할 것이다. 이에 함께하지 않는 어린 종족들은 곧 적으로 간주될 것이다.

군주 마즈다문디가 장대한 전쟁의 시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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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엔드 타임

파일:리자드맨의 마지막 돌격.jpg
삽화 출처
나는 이 세계의 종말을 보았다.
저주받은 구체 모르슬리프(Morrslieb)가 핏빛 하늘을 물들이는구나.
마법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현실은 바닥으로 꺼지며, 오로지 광기만을 남기노라.
무수한 해충들이 갉작댐을 멈추고 무리를 지어 땅 위로 쏟아져 나와 뿔달린 주인의 부름에 답했도다.
(...)
그리고 어둠 신들의 웃음 소리만이 내 귀에 크게 울리더라.
바야흐로 종말의 시간(End Times)이노라.
-Nagash The End Times Volume 1 서문 중

제국력 2520년 하이 엘프의 섬 울투안에 악마들이 대규모로 침공한다. 같은 시기 다크 엘프의 땅 나가로스에도 피의 신 코른의 군대가 나타나 학살을 자행한다. 울투안은 희생 끝에 간신히 악마를 몰아냈지만 나가로스는 초토화되었으며, 터전을 잃은 다크 엘프의 지도자 말레키스는 전례없는 함대를 조직해 울투안을 향해 침공을 개시한다.

같은 시기 제국에서는 뱀파이어 만프레드 폰 칼슈타인이 제국 금고에서 대강령술사 나가쉬의 마법 왕관을 훔쳐낸다.
이에 지그마 교단의 지도자 폴크마는 뱀파이어들의 땅 실바니아를 향해 대규모 성전을 일으키지만 실종되고 만다.

지하제국의 스케이븐들은 전례없이 장대한 규모의 계획을 세우니, 그것은 두 번째 달이자 저주받은 워프스톤 천체인 모르슬리프를 더 가까이 끌어당겨 막대한 마법 에너지를 얻고 스케이븐들에게 강력한 생명력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땅으로 올라온 수천 수만의 스케이븐들이 남부왕국을 몰락시키고 막대한 재화를 얻는다. 얻은 전리품들은 두고 스케이븐들이 또 다시 내전의 기미를 보이자, 쥐들의 신 '"뿔난 쥐'"가 직접 나타나 스케이븐 최고지도부인 십삼인회의 수장을 처형하고 모든 스케이븐을 통합시킨다.

머나먼 북부의 카오스 황무지에선, 100년에 걸쳐 6개의 카오스 유물을 찾던 아카온이 모든 유물을 손에 넣고 세상을 멸망시킬 왕으로서 대관식을 치른다. 올드 월드가 대재앙 이래 마주한 적 없던 전례없던 군세를 데리고 종말의 군주가 남진을 시작했다.

러스트리아에서는 군주 마즈다문디가 위대한 계획은 실패했으며, 반드시 대이주(Exodus)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엔드 타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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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검은 달이 차오르다

위대한 뿔난 쥐가 직접 현실에 강림하였으니, 그녀는 통합하지 못하고 내전을 거듭하는 스케이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 그레이 시어들의 대표자 크리티슬릭을 처형했다. 뿔난 쥐는 그녀의 자식들에게 모르슬리프가 13번 떠오를만큼의 기간을 주었다. 그 안에 뿔난 쥐에게 필멸자들의 땅을 정복해 바치지 못하면 그녀의 분노가 쏟아질 터였다. 이에 전례없는 통합을 이룬 스케이븐들은 세계정복을 위해 한몸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리티슬릭의 처형과 함께 한때 스케이븐 지도층을 이루었던 그레이 시어들의 위치는 크게 추락했다. 십삼인회가 그레이 시어들을 쫓아냈을 때에 스크라이어 클랜의 군주 모스키타르는 그들에게 더한 모욕을 주기 위해 다른 군주들의 면전에서 자신이 직접 그레이 시어들이 완성하지 못했던 계획을 끝낼 것임을 천명했다. 스크라이어 클랜이 하늘로부터 워프스톤으로 만들어진 유성우를 쏟아내리라. 그리고 그를 위해 스크라이어 클랜은 워프스톤으로 만들어진 위성 모르슬리프까지 가닿을 수 있는 로켓을 만들어내야 했다.

한편, 그레이 시어들은 한 때는 뿔난 쥐의 사도이자 선지자였건만 이제는 종족의 눈 밖에 난 자들에 불과했다. 일부의 나약한 그레이 시어들은 스케이븐 워로드들에게 책략가나 참모로서 빌붙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레이 시어의 자존심은 이런 처지를 받아들이기엔 너무 드높았으며, 그리하여 그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 모임에서 위대한 버민로드들을 현실세계로 소환하여 자신들이 권력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하자고 제안한 것은 그레이 시어 탄퀄이었다. 하지만 탄퀄이 받은 것은 다른 그레이 시어들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불미스런 일에는 언제나 탄퀄이 관련되어 있었다는 불만까지 튀어나오면서 탄퀄은 그레이 시어로서의 자격까지 박탈당하고 무자비하게 쫓겨나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그레이 시어들은 탄퀄의 아이디어를 훔쳐[1] 버민로드를 소환하기로 결정하였다.

소환실에 모인 50여명의 그레이 시어들이 의식을 시작하자, 마법의 바람을 연료 삼아 현실세계에 벌어진 틈을 헤집고 버민로드들이 천천히 발을 내딛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그레이 시어에게 조언을 내려주었다. 그레이 시어들의 질문에 답하자 마자 그들은 연기 속으로 사라져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직시하게 된 그레이 시어들은 버민로드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슬란의 힘을 뛰어 넘어서 카오스의 달을 이 세계로 가까이 끌어오는 의식을 재개했다.

한편 스크라이어 클랜의 워록 엔지니어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난을 겪으며 로켓 제작에 난황을 겪고 있었다. 그들의 계획은 이 세상의 어떤 종족에게도 불가능한 파괴력을 요구했고, 그에 필요한 어마어마한 비용은 그들을 절망케했다. 그런데 카오스의 달 모르슬리프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고, 스케이븐들은 자신들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레이 시어들의 강력한 주문이 자신들을 제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스크라이어 클랜의 수장 모스키타르는 광분했고, 그 분노의 방향은 로켓 계획의 담당자들을 향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수석 워록 엔지니어 이킷 클로는 드워프들을 향한 전투에서 강제로 선봉에 서는 신세가 되었다. 이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라이벌이었던 스크라이어 클랜이 나가떨어진 것이 확실시되자, 그레이 시어들은 리자드맨 제국의 마법 사제들과 의지와 마음, 영적인 영역에서의 대결을 계속해나갔다. 그러나 달을 끌어당기는 것은 제아무리 그레이 시어들같은 강력한 마법사에게도 지난한 일이었고, 몇몇 그레이 시어들은 뇌가 녹아내려 죽어버리기도 했다. 이윽고 다가온 달은 러스트리아 전역의 밤하늘을 환한 초록빛으로 비출 정도로 전례없이 커져 있었다. 슬란들은 비상상태를 선포했으니,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정신적인 힘을 쏟아내 다가오는 달을 막으려 시도했다. 산맥을 통째로 움직일 수 있는 정신력들이 힘을 합쳐 다가오는 재앙을 막아내기 위해 별들 너머에서 충돌했다. 대지연결망의 에너지가 모조리 바닥을 드러냈고, 엄청난 마법적 대결로 말미암아 발생된 압박으로 깨지기 시작한 모르슬리프의 파편들은 지상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모르슬리프가 충분히 가까워지는 동안의 준비기간 동안, 패스틸런스 클랜과 수많은 워로드 클랜들의 군대는 마침내 러스트리아의 대정글을 노린 재침공의 준비를 끝내었다. 슬란과 그레이 시어들 사이의 마법 대전이 벌어지기 전, 대륙들을 잇는 장대한 지하터널이 다시 열렸고, 셀 수 없는 숫자의 병사들과 전쟁 괴수, 공성병기들이 손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확장되었다. 슬란과 그레이 시어가 다투는 이 일 년간, 러스트리아의 정글 대륙을 향해 일천 마일에 달하는 길이의 보급품과 보병이 강을 이루어 흘러갔다.

러스트리아 침공은 다가오는 카오스의 달을 저지하고 있는 슬란들의 제거를 목적으로 십삼인회가 계획한 장대한 원정의 일련이었다. 패스틸런스 클랜의 막대한 군대, 몰더 클랜의 전쟁 괴수들, 스크라이어 클랜의 공성 무기와 워록 엔지니어들과 에신 클랜의 비밀스럽고 치명적인 암살자들은 물론 다른 워로드 클랜들로부터 쥐어짜내 차출한 스톰버민과 클랜랫 부대까지, 거의 모든 스케이븐 클랜이 이 거대한 원정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역병군주 스크롤크의 지도 하에, 공격의 첫 단계로서 사원 도시 잇차, 틀락스틀란, 즐란후아펙의 지하에 부대들의 집결이 사작되었다. 불경한 축복을 받아 그 존재를 숨긴 패스틸런스 클랜의 역병 사제들은 천 개의 가마솥을 끓이며 지상을 지키는 리자드맨 군단을 쓸어버릴 치명적인 병균들을 배양했다. 이 역병들의 지독한 독기가 너무도 지나친 나머지 이것이 유출되었을 때 전투에 능숙한 스티틀 클랜과 스키리틀픽 클랜이 송두리째 끔찍하게 죽어버리기도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역병으로부터 면역이었던 패스틸런스 클랜의 쥐인간들은 천천히, 서서히 피와 폭력에 굶주리기 시작했으며, 검은 달은 그 어떤 때보다 거대하게 밤하늘에 차오르고 있었다. 슬란과 그레이 시어들의 마법적 전쟁이 끝을 향하자, 마침내 러스트리아 대륙을 향하여 공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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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러스트리아 침공(2524 IC)

그레이 시어들과의 마법 전쟁이 길어질 수록 슬란들은 육신의 한계를 맞이했고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하나씩 하나씩 가사상태로 빠져들어갔으며 최후에는 군주 마즈다문디만이 홀로 남았다. 남아있는 슬란 중 가장 오래된 이인 마즈다문디는 필멸자들은 차마 상상조차 하지 못할 힘을 발휘하여 모르슬리프와 모르슬리프로부터 뿜어져나오는 카오스 에너지를 막아내며 세계를 지키고 있었다. 허나 지상으로 떨어지는 모르슬리프의 파편까지 막아낼 여력은 없었기에, 러스트리아의 정글에 불타는 워프스톤 유성들이 낙하해 엄청난 크기의 구덩이를 만들고 광활한 정글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가사상태에 빠져들어가면서도 마즈다문디는 충돌의 충격파를 최소화시키는데 성공하여 최악의 사태가 도래하는 것을 막아내었다.

슬란들의 숭고한 희생으로 이제 달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레이 시어들의 불가사의한 권능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탄퀄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그레이 시어들이 모은 워프스톤을 모조리 바치는 대가로, 탄퀄은 에신 클랜의 암살자에게 사주하여 그레이 시어의 의식이 치러지던 뿔난 쥐의 사원 종탑을 폭파시켜 버렸다.

수마일에 걸쳐 정글을 휩쓴 충격파가 사라지자마자 숫자를 가늠할 수도 없는 스케이븐의 군세가 터널로부터 쏟아져나와 마치 홍수처럼 대지를 뒤덮었다. 모르슬리프로부터 쏟아지는 녹색 달빛을 받아 날뛰는 쥐떼들의 모습은 정글에 가죽과 발톱으로 이루어진 바다가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그때 추방의 주문을 담은 섬광들이 갑작스럽게 솟아올라 새로 솟아오른 태양같은 기세로 빛을 뿜어냈다. 그러나 리자드맨이 고대의 악마들을 막기 위해 설치한 이 방어 주문들은 악마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 스케이븐에게 효과를 볼 수는 없었다. 쥐인간들은 잠깐 빛으로 멀어버렸던 눈을 껌벅거리고는 사원도시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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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틀락스틀란의 함락

스케이븐의 첫 침공을 맞이한 사원도시는 달의 도시 틀락스틀란이었다. 틀락스틀란의 스킹크 전사와 궁병들이 도시의 전투 시설을 가득 채웠고, 강력한 사우루스 군단이 길목마다 배치되어 저지선을 형성했다. 그들이 마주한 침공은 기괴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어떤 공성병기도 없이 스케이븐 무리가 거대한 돌성벽에 머리를 들이박는 식으로 첫 공세가 시작되었고, 이윽고 그들은 뒤에서 밀어닥쳐오는 두 번째 스케이븐의 물결에 압사당하기 시작했다. 역병 군주 크리긱스는 이런 끔찍한 손실을 무시하고 정면 공세를 지속했고, 결국 첫 번째 공격대는 뒤에서 온 두 번째 공격대의 발 아래 납작한 곤죽이 되었다. 이것이 반복되었다. 스케이븐의 부대는 먼저 출발한 선봉대를 으깨버리면서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틀락스틀란의 성벽 아래에는 압사당한 쥐인간들의 시체가 끝없이 쌓여갔고, 그 높이는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이러한 기형적인 공세가 끝없이 이어졌고 결국 여섯번째 공격 때는 스케이븐들의 시체가 성벽보다도 높이 쌓였고, 쥐인간들이 시체의 산을 발판 삼아 기어코 성벽을 넘기 시작했다.

'별들의 길의 문' 앞에 배치된 것들은 거대한 스케이븐의 공성추인 '플레이그 퍼넌스'였다. 플레이그 퍼넌스 3대를 배치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확보되자, 마치 천둥처럼 공성추들이 성문을 강타하기 시작했고 결국 별들의 길의 문은 무너져 활짝 열리고 말았다. 또 다른 성문들인 은색 달의 문과 꿈꾸는 연꽃의 문도 함락당했다. 틀락스틀란 곳곳이 뚫렸고 남아있던 스킹크와 사우루스 전사들이 뭉쳐 길목을 틀어막고 마지막까지 항전했다. 엄격한 규율로 다져진 강대한 사우루스 전사 한 명이 쥐인간 열 명을 능히 상대하고도 남았다. 그러나 지원병은 없었고 리자드맨은 서서히 숫자에 압도당하기 시작했다. 공세 이후로 처음 맞이하는 새벽이 지평선을 밝힐 무렵, 도시의 아름다운 대로에는 시체가 가득했고 하수도에서는 붉은 피의 물결이 역류하고 있었다.

평소에 그들을 이끌어줬을 슬란들은 마법 전쟁의 여파로 여전히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기에, 도시의 지휘권은 고위 사제 테토'에코에게 맡겨졌다. 테토'에코는 '여명의 사원'에서 처절한 전투를 내려다 보았다. 도시 북쪽의 스킹크 거주지는 불타오르고 있었고 서쪽의 테폭을 모시는 사원은 몰려든 쥐떼들에게 약탈당하고 있었다. 밤낮없는 시가전이 끝없이 이어졌고 스킹크 종자들은 잠든 슬란을 깨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최종적으로 방어자들은 틀락스코틀의 사원과 4개의 소텍의 피의 사원이 위치한 도시 중앙으로 천천히 후퇴해야만 했다.

결국 테토'에코는 틀락스틀란은 함락됐으며 슬란 마법사 사제들만이라도 안전하게 구해야 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중앙 피라미드의 동쪽에 위치한 초텍의 사원에선 백 명의 템플 가드가 수천이 넘는 스케이븐을 상대로 용맹히 분투하고 있었다. 시간은 촉박했다. 슬란을 깨우지 못한 테토'에코는 스스로가 나서 마법의 바람에 손을 뻗었다. 수백 명이 동원되어도 감당하지 못할 의지로, 고위 사제는 거대한 유성을 도시를 향해 떨어뜨렸다. 더러운 쥐인간들에게 도시를 넘겨주느니 폐허로 만드는 것이 나았다. 유성을 낙하시킨 테토'에코는 남아있는 방어군에게 슬란들을 모시고 긴급히 대피할 것을 명했다. 그러나 스킹크 종자들은 주군 슬란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 심지어 의미없는 사치품까지 챙겨 나가려 들었고 그 결과로 대피는 치명적일 정도로 늦어지고 말았다.

마지막 템플 가드가 쓰러지자 스케이븐은 무수한 함정들과 스킹크 방어자들의 저항에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도 내부 성소까지 침투해 들어왔다. 성소를 샅샅이 수색한 패스틸런스 클랜의 정예 역병 수도승들은 가사상태에 빠져있던 두 명의 슬란을 찾아냈다. 수많은 손들이 고귀한 슬란들을 끌고 피라미드 정상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뿔난 쥐에게 자신들의 전리품을 보여줄 생각에 기대하며 역겨운 역병의 찬송가를 읆조렸다. 그 순간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쳐 슬란과 쥐인간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슬란 마법사 사제들은 산 채로 뜯어먹히느니 최후의 힘을 짜내어 적들과 함께 죽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테토'에코는 이 모든 광경을 실의에 가득 차 지켜보았으며, 죽은 슬란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려 경의를 표했다. 스케이븐의 역겨운 칼날이 슬란 셋을 더 살해하는 동안, 테토'에코는 육중한 괴수들인 스테가돈과 바스틸라돈 무리를 이끌고 포위망을 돌파해 근방의 정글로 탈출하였다. 승리를 예감한 역병사제 크리긱스는 리자드맨의 퇴각로를 지키고 있는 위대한 전사 엑스-차와 그가 이끄는 템플 가드들을 향해 격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스케이븐들이 하늘을 올려다 본 순간, 그들은 도시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산처럼 거대한 불덩어리만을 볼 수 있었다. 테토'에코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거대한 유성이 틀락스코틀의 사원에 충동하면서 온 도시를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충격파와 화염의 폭풍이 근방의 정글을 모조리 휩쓸어버렸고 이미 몇 마일은 떨어져 후퇴하고 있던 테토'에코의 군대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살아남은 것은 틀락스틀란 최후의 슬란 사제인 아도히-테가 곁에 있던 리자드맨들 뿐이었다. 아도히-테가가 유성이 충돌한 직후 눈을 떴으며, 그가 아슬아슬하게 방어막을 편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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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잇차 공성전

틀락스틀란과 침략자들이 공멸하는 동안, 나머지 스케이븐의 침공로는 정글 깊숙히 파고들어가고 있었다. 가장 규모가 컸던 두 번째 침공군은 이윽고 역사에 세워진 첫 번째 도시이자 리자드맨 제국의 수도인 잇차를 포위했다. 틀락스틀란을 향해 생각없는 물량 공세를 감행했던 크리긱스와는 달리, 역병군주 그리치와 그리록은 러스트리아 최강의 요새 도시에 정면 공격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다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채찍 소리가 울려퍼지자 수만 마리의 노예쥐들이 잇차를 통째로 둘러싸는 거대한 해자를 파기 시작했고, 그 동안 패스틸런스 클랜의 '담즙의 형제단'을 비롯한 분견대가 주변의 사원과 경계초소들을 습격하고 다녔다. 공교롭게도 잇차의 주둔군은 공격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절반으로 줄어있던 상태였다. 엔드 타임이 막 시작될 무렵, 고대의 폐허도시였던 싸후텍에서 엄청난 숫자의 악마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를 막기 위해 가장 위대한 사우루스 전사인 크록-가르가 출전했을 때 그를 돕기 위해 잇차의 주둔군 절반을 내주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잇차의 주둔군은 러스트리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군단이었다.

잇차 외곽에서 포위전을 펴고 있던 스케이븐들은 끊임없는 리자드맨의 반격을 받았다. 거대한 파충류 괴수가 정글의 아가리로부터 튀어나와 광란하며 스케이븐의 주둔지를 짓밟고 수십 마리의 쥐인간들을 죽였다. 스킹크 유격대와 잠입부대는 정글에 숨어있다 스케이븐의 주둔지로 침투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파괴공작을 행했고 그들을 추격해온 스케이븐 수색대도 똑같은 꼴로 만들어 주었다. 테라돈 기수들은 정기적으로 잇차의 성벽을 넘어 쥐인간들의 머리 위로 돌과 화살, 독침을 비처럼 쏟아부었다.

허나 스케이븐들에게도 비장의 수는 있었다. 패스틸런스 클랜의 전염병 위원회에서 보낸 지원병들이 카멜레온 스킹크들의 매복을 간신히 뚫고 도착한 것이다. 그들이 운반해온 것은 치명적인 역병균이 가득 담긴 신형 포탄이었다. 신호가 떨어지자 잇차 외곽을 새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무수히 설치된 '역병 투석기'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잠시도 쉬지 않고 도시를 향한 포격을 개시했다. 곧 붉은 천연두, 스며드는 매독, Scalamundrax, 줄줄 흐르는 눈역병을 비롯한 무수한 역병균이 끔찍한 악취와 함께 잇차의 외곽을 오염시키기 시작했다. 잇차 방위군을 이끌고 있던 전쟁지도자 테크자는 그의 군대와 함께 다음 포격이 시작되기 전에 투석기들을 파괴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자욱한 독기 속에서 군단병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하자 테크자는 아직 오염이 미치지 않는 잇차 중앙부로 후퇴해야만 했다.

리자드맨이 후퇴하자 역병 투석기들은 잇차의 나머지 구역들까지 오염시키기 위해 전진배치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항하여 테라돈에 올라탄 스킹크 군대가 날아와 무방비한 투석기들을 습격하였다. 적지 않은 투석기가 파괴되었으나, 그리치는 제빨리 복구명령을 내렸고 더 많은 투석기들이 부서진 동료의 자리를 메웠다. 그러나 스케이븐들은 지나치게 공성전을 끝낼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던 나머지, 리자드맨들과 달리 뒤에서 정글이 흔들리고 육중한 발자국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후방에 배치되어 정글을 경계하던 스케이븐 부대들이 순식간에 조용히 몰살당했다. 리자드맨 정예 부대 '지붕의 눈'이 경보를 울릴 시간조차 주지 않고 그들을 전멸시킨 것이다. 이윽고 우렁찬 포효와 함께 거대한 뱀들이 정글에서 쏟아져나왔다. 그 뒤를 따라 돌격한 것은 붉은 방패를 든 스킹크들과 중무장한 크록시거들의 거체로 이루어진 무수한 군대였다. 군대의 선두에는 끝없이 뱀들을 쏟아내는 성궤를 등에 진 바스틸라돈들과 불길을 날름거리는 살라맨더들, 콜드 원에 올라탄 사우루스 기병대가 지평선을 덮을 정도의 대군을 이뤄 달리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굶주린 바람'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악명높은 리퍼닥틸들이 쏟아져 내렸고 온 천지에 천둥같은 포효와 발소리가 진동했다. 잇차를 구원하기 위해 소텍의 선지자이자 뱀신의 전령인 테헨하우인이 도착한 것이다.

테헨하우인의 붉은 군대는 무방비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스케이븐군의 후방을 거세게 강타했고 이 지겨운 적들을 그 자신들이 파놓은 해자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패스틸런스 클랜의 자랑거리였던 그린페스터의 하인들, 부패의 성가대, 썩은 발톱 군단들까지도 순식간에 전멸해버렸다. 역병군주 그리치가 테헨하우인의 군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그의 머리 위에는 천둥번개를 머금은 먹구름이 와 있었고, 이내 폭우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스케이븐들이 파둔 해자는 물이 고이면서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바뀌었다.

휘몰아치는 뇌우 아래서 스케이븐들은 속절없이 밀려나기만 했고 이내 공황 속에서 집단적인 도주가 벌어졌다. 수많은 쥐인간들은 그저 떠밀리기만 하다가 자신이 판 해자에 빠져버렸고 탈출을 시도하던 수백에 달하는 스케이븐은 그대로 익사해버렸다. 정글로 가까스로 도망간 이들도 매복하고 있던 카멜레온 스킹크 사냥꾼들에게 빠짐없이 살해당했다. 비정상적인 뇌우가 천천히 멎어가는 가운데 리자드맨들은 적들을 잔혹하게 휩쓸어버렸다. 마치 자칼 때처럼, 자비도 없고 도움도 없이 진흙탕 위에서 그들의 적을 쓰러뜨리고 물어뜯었다. 단 한 마리의 스케이븐도 이 대학살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뇌우가 부패한 가스 안개를 완전히 걷어내자 상처입은, 오염된 잇차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났다. 테헨하우인은 잇차에 거주하던 리자드맨들이 염려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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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즐란후아펙의 안개

앞선 두 번의 스케이븐 공세가 리자드맨의 반격으로 섬멸되는 동안, 마지막으로 남은 쥐인간들의 군대는 안개의 도시 '즐란후아펙'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거대한 규모의 통합군 대신, 서로 경쟁하는 두 역병군주인 스크리망스와 블릭스트록스가 각각 이끄는 두 개의 군대로 분리되어 남쪽과 북쪽에서 동시에 공격할 예정이었다.

밉살스런 라이벌보다 먼저 도시에 도착해 영광을 독차지할 생각이었던 스크리망스는 안개를 헤치며 나아가는 강행군을 선택했다. 무수한 숫자의 노예군단들이 선봉에 섰는데, 그들은 쇠사슬로 묶인 채 횃불을 들고 길을 밝히고 있었다. 채찍소리가 울리자, 긴 쇠사슬로 서로를 묶은 쥐인간들의 군단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짙게 낀 안개 속으로 들어섰다. 얼마 걷지도 않아 무릎까지 차오르는 안개에 덮힌 늪지대가 나타났다. 햇빛은 물론 어떤 광원도 1야드 이상을 비춰주지 못했으며, 소리까지 먹먹해지고, 습도와 열기는 숨막힐 정도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서로를 묶은 무거운 쇠사슬들은 스케이븐 보병과 노예들을 축축한 무덤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여기서 간신히 기어나온 이들도 곧 의식불명에 빠졌는데, 그들의 온몸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대는 거머리 때문이었다. 스케이븐들이 하나씩 하나씩 안개속에서 사라졌고 그들이 들고 있던 횃불은 춤을 추는 것처럼 흔들리다 꺼졌다. 안개에 걸린 마법은 스케이븐들에게 환영을 보여줘 그들을 끝없이 같은 자리를 맴돌게 만들며 점차 흩어놓고 있었다. 불길한 직감에 스크리망스는 모든 부대에게 정지 명령을 내렸다. 전령들이 사방으로 달려갔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날카롭게 소리쳐 부르는 집결 명령에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상한 불빛들만이 거리를 두고 흔들리며, 스케이븐들이 서로에게서 떨어져나오게 만들 뿐이었다. 안개 때문에 제정신을 잃을 지경인 스케이븐 군대에게 아무런 전조도 없이 기습공격이 시작되었다.

육식성 포식자인 실리터돈들이 늪 아래에서 튀어나와 무방비한 스케이븐들을 수십마리씩 끌고들어갔다. 거대한 알리사우러스는 안개 속에서 입을 쩍 벌리고 어리석은 스케이븐들이 그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트로글로돈 무리가 안개 속에서 달려나와 스케이븐들을 잡아 채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가장 최악인 것은 즐란후아펙의 스킹크 유격대가 사방에서 쏟아져 나와 스케이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사제로부터 축복받고 눈에는 담청색 옆잎의 즙을 바른 스킹크들은 '안개 달리미'와 '장막의 군단'이라 불렸으며, 그들은 마법 안개를 훤히 꿰뚫어볼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스크리망스의 부대는 절망적으로 안개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들은 앞을 비추기 위해 향로에 불을 붙이곤 반쯤 먹힌 시체들 사이를 헤쳐나갔다. 한때 거대한 군세를 이끌던 스크리망스가 안개를 벗어났을 때 남아있던 것은 끔찍하게 상처입은 소수의 친위대 뿐이었다. 스크리망스는 위대한 뿔난 쥐에게 열렬한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기적적인 구원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라이벌 블리스트록스가 자신처럼 실패하게 해달라는 저주였다.

역병군주 블리스트록스의 군대 '페스틸런스 형제단'은 멍청한 라이벌들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안개 속으로 무작정 걸어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안개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광학장비를 장비한 워록 엔지니어 '레킷'을 앞세웠다. 광학장비의 도움으로 레킷은 안개 속에서 길을 안내하고 매복하고 있던 스킹크들을 섬멸할 수 있었다. 수시간을 헤매인 끝에 블리스트록스의 군단은 마침내 안개를 해치고 즐란후아펙의 대로에 발을 디뎠다. 쥐인간들의 접근을 알리는 경보가 울려퍼지자 '검은 곤봉의 군단'의 지휘 아래 사우루스 전사들과 크록시거, 스킹크들이 길목마다 방어선을 구축했다. 안개의 도시가 직접 공격 받는 일은 그 기나긴 역사에서도 드문 일이었다.

광란에 빠진 스케이븐 떼거리가 마치 몰려드는 파도처럼 리자드맨의 방어선을 강타했다. 스크라이어 클랜의 병기로 무장한 워프 화염방사병과 글로바디어들이 방어선에 구멍을 뚫자 '감염자의 후드' 군단과 '녹슨 칼날' 군단이 수많은 역병쥐들과 함께 도시 내부로 쏟아져들어갔다. 방어진을 무너뜨리며 스케이븐들은 정예 템플 가드들이 지키는 즐란후아펙의 사원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검은발톱' 암살단들은 비밀통로를 통해 몰래 '영원한 평온의 사원'에 잠입하는데 성공했다. 블랙클로 암살자들은 위대한 슬란 군주 후이니테누츨리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으나, 바로 그 순간 전설적인 사우루스 전사이자 즐란후아펙의 최고위 수호자인 차'칵스가 나타나 그들을 막아섰다. 암살자들을 모조리 쓰러뜨린 차'칵스는 사원의 문을 도로 봉쇄했다.

가장 큰 사원들을 공격하는데 실패하자, 블리스트록스는 '무한한 순환의 사원'에 대신 공격을 가했고 그곳에서 뜻밖의 수확물을 얻는다. 3세대 슬란인 군주 후아-후아를 찾아낸 것이다. 블리스트룩스가 들어서자, 후아-후아는 그의 시커먼 기운을 느꼈으나, 눈을 깜빡일 시간도 없이 역병 수도승들이 후아-후아를 끌어내려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의 죽음과 함께 도시를 감싸 지켜주던 기이한 안개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자 스케이븐 클랜들은 서로 이 부유한 도시를 독차지하려 싸우기 시작하며 혼란에 빠져들었다. 결국 그 탓에 쥐인간들은 가장 위대한 사우루스 전사 크록-가르가 이끄는 거대한 원정군이 지척에 이르렀음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

페스틸런스 형제단의 최고 지휘관 블리스트록스는 실로 망설임없이 정상적인 스케이븐이라면 누구나 할 행동을 취했다. 그는 군대를 도시에 버려두고 휘하의 역병 수도승 친위대만을 챙겨 달아났다. 곧 리자드맨 군대가 들이닥쳤고 대학살이 벌어졌다. 전투가 끝났을 무렵, 크록-가르의 안장은 열 마리의 스케이븐 족장과 워로드들의 목으로 새로이 장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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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러스트리아 대전쟁(2526 IC)

세계의 모든 곳에서 종말을 향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강령술사 나가쉬가 부활했으니, 그는 툼킹들의 모래 왕국을 침공해 멸망시킨다. 죽음의 신마저 쓰러뜨린 나가쉬는 새로운 죽음의 신으로 등극했다. 제국은 카오스 신 너글의 군대가 퍼뜨리는 전염병에 신음하고 있었다. 마침내 제국의 수도 알트도르프마저 무너지고 만다. 드워프들의 요새 도시도 스케이븐의 물량 앞에서 하나 하나 함락되고 있었다. 엘프들은 왕위 계승 문제로 갈라져 끝없이 서로를 죽여 대는 내전을 멈추지 않았으며 기어이 전쟁의 신 케인의 화신까지 탄생시키고 말았다.

러스트리아도 마찬가지로 대륙 전역에서 또 다시 전투를 벌여야 했다. 앞선 패배들에도 불구하고, 군주 스크롤크의 명령을 받은 스케이븐들이 다시 한 번 지하동굴의 둥지에서 기어 나와 진군하고 있었다. 수백, 수천의 쥐들이 모여 어마어마한 규모의 쥐떼무리를 이루어 러스트리아에 사는 야수들을 몰아내고 있었으며, 사원 도시들은 쥐떼의 바다에 잠겨 서서히 질식하고 있었다.
슬란들은 여전히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으며, 하나하나가 위대한 저항의 요새인 리자드맨들의 도시들도 이 두 발 달린 해충들의 침공을 받고 있었다. 리자드맨의 강대한 군대가 해충들을 몰아내고 또 몰아내도, 언제나 그들은 전보다 더 많은 군세를 이루어 다시금 돌아왔다. 러스트리아 대전쟁의 새로운 막이 올랐다.

종족의 명운을 건 총력전이 시작되었다. 단지 군대들 간의 전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지 그 자체까지도 끼어들어 싸웠다. 러스트리아의 정글이 침략자들을 거부했다. 거대한 맹수가, 날카로운 독초가, 숨막히는 더위가, 심지어 공기까지도 쥐인간들에 맞서 싸웠다. 그러나 스케이븐들은 맹독성 질병을 마구잡이로 풀며 리자드맨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스케이븐의 집중적인 생화학 공격을 받은 첫 번째 도시 잇차는 파멸에 직면했다. 잇차는 가장 위대하고 강대한 사원 도시였으나, 이제는 칼날이 아닌 비겁한 오물과 오염 앞에서 몰락하고 있었다.

잇차에 창궐했던 역병은 이제 온 러스트리아를 휩쓸고 있었다. 막강한 스테가돈의 알들이 오염되었고, 덩굴들은 시들었고 생명이 가득했던 늪지들은 유독한 진창으로 바뀌고 있었다. 매일 매일, 감염된 쥐떼 무리가 정글을 가로질렀고, 이들을 작은 파충류들이 잡아먹고 감염되었고, 이들을 포식자들이 다시 잡아먹으면서, 전염병의 기세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며 정글을 썩게 만들었다.

가까스로 가사상태에 벗어나 눈을 뜬 슬란들은 온 러스트리아의 마법적 폭풍우를 일으켰다. 격풍이 사악한 역병지대를 날려버리고 마법을 담은 정화의 비가 쏟아져 대지를 어루만졌다. 군주 마즈다문디도 이에 힘을 보탰으니, 그는 태양에까지 손을 뻗어 그 빛을 폭발시켜 순수한 빛으로 러스트리아를 사흘간 내리쬐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슬란들은 그들의 제국 전역에 이미 퍼진 종양들을 모두 제거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슬란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마법 사제들의 관심은 울투안의 대 소용돌이에 쏠려 있었다. 추악한 내전을 벌이던 엘프들은 대 소용돌이를 버려두었고 그리하여 온 세상에 마법의 바람이 폭풍처럼 흐느끼며 휘몰아치고 있었다. 슬란들은 그들의 강대한 마법을 하나로 합쳐 또 다른 방어벽을 만들려 시도했지만, 방벽은 금세 무너졌으며 이제 모든 것은 군주 마즈다문디만에게 맡겨져 있었다. 그가 활약해야만 할 시간이 오고 있었다.

한편, 스케이븐들은 막강한 전쟁 의회를 창설하곤 군주 탄퀄과 버민킹의 입을 통해 스크롤크와 버민로드 버말란스에게 줄기차게 리자드맨을 향한 공격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대한 힘을 가졌음에도 물구하고 버민로드들은 여전히 두려움을 버리지 못했다. 이 필멸의 세계에서 그들의 힘은 온건치 못했으며, 버민로드 버말란스는 위대한 슬란 메이지 프리스트들의 존재를 염려했다. 그럼에도, 스케이븐 클랜들이 뭉쳐 만든 강대한 새 군대가 전갈 해안을 따라 북상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진군로 뒤에는 한때 위대한 하늘의 도시라 불렸던 틀란시아가 짓밟힌 폐허로 남아 있었다. 틀란시아가 함락되기 전 리자드맨들은 자신들보다 몇 배나 되는 스케이븐들의 목숨을 지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로서 대륙 남부에 남아 있던 마지막 사원 도시가 함락되었으니, 가장 강력한 4명의 역병 군주가 이끄는 역병의 군세의 진군을 막을 자가 없었다.

즐란후아펙에서 패배하고 도망쳤던 역병군주 블리스트록스는 다시 한 번 수많은 노예 클랜들의 수장을 맡고 있었다. 잇차 전투에서 패배하고 살해당한 역병군주 그리치의 자리를 대신해 역병군주 시프가 들어섰고, 역병군주 그룰은 운석에 깔려죽은 크리긱스에게 주어졌던 자리를 차지했다. 역병의 대신관 그리록은 전염병 위원회의 병력을 직접 이끌고 있었다. 이들이 러스트리아 침공군의 가장 큰 군세들이었으며, 그들은 태양의 도시 헥소아틀로 곧바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을 막아서는 것은 정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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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정글 공방전

쥐떼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으나, 위대한 전사의 군단들이 북진하며 다가오는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악랄하고 공포스러운 정글의 전사들, 소텍의 선지자 테헨하우인의 군대였다. 수많은 카멜레온, 스킹크, 그리고 사우루스 전사들이 정글 곳곳에서 나타나 수백 명의 스케이븐을 학살하고 거의 아무런 피해없이 빠져나갔다. 까마득한 나무 꼭대기에서는 날아온 무수한 독침들이 날아들었다. 살라맨더들이 불길을 토해내 스케이븐 보병부대를 통째로 태워버렸다. 신비로운 유사의 구덩이가 입을 벌리고 어리석은 희생자들이 들어오길 기다렸고 가는 길목마다 날카로운 말뚝으로 가득 들어찬 거대한 함정 구덩이들이 들어차 있었다.

모든 전장들은 소텍의 선지자 자신이 직접 고른 것이었으며. 매 전투마다 스케이븐들은 매복 공격이나 함정보다 전장 그 자체에 더 끔찍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우거진 풀숲의 높다랗게 자란 줄기들이 리자드맨의 군대 하나를 통째로 감춰줄 수 있었으며, 이곳에서 그들은 타고난 정글의 포식자처럼 완벽한 매복을 펼칠 수 있었다. 엑슬로슬렉의 늪지에서는 리퍼닥틸의 떼거지가 길게 늘어선 스케이븐의 조잡스런 뗏목 함대를 습격하고 있었다. 피라냐 떼거지를 비롯한 수중 포식자들은 물로 뛰어드는 멍청한 먹잇감들로 배를 채웠다. 스케이븐이 한 발자국 전진할 때마다, 정글은 반드시 죽음으로 그 발자국의 대가를 받아갔다.

이에 대항하여 스케이븐들은 오로지 그들만이 쓸 수 있는 전투방식을 무제한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스크라이어 클랜의 모든 기술력이 총동원되었다. 래틀링 건들로 이루어진 대공화망이 테라돈 무리를 격추시키고, 스톰핀드들은 워프 화염방사기로 정글을 통째로 불태우며 진격로를 확보했다.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조차 통하지 않는 때가 온다면, 역병군주들이 강대한 버민로드 타락자들을 소환해 자신들을 돕게했다. 풍부한 마법 에너지가 대기 중에 가득 차자 이 악의로 가득찬 존재들이 현실세계에서 물질화되어 걷기 시작했다.
그 어떤 것도 버민로드들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역병군주 블리스트록스가 기습공격을 당했을 때, 버민로드는 그의 간청에 응하여 부패의 구름을 보내 정글을 통째로 썩게 만들어 매복자들까지 모조리 쓸어버렸다.

엄청난 숫자의 스케이븐을 사살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소텍의 선지자는 재의 도시 파후악스의 잿더미 가득한 폐허에서 마지막 항전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생존자들과 패잔병의 무리가 아니었으며, 지평선에서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대군의 무리였다. 군단 사이에서는 감히 버민로드와도 대적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와 힘을 가진 괴수들이 포효하고 있었다. 선지자 테헨하우인은 그의 군대를 파우악스의 잿더미 위로 이끌었으며, 그 참담한 풍경은 리자드맨들에게 그들이 실패하면 종족에게 도래할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똑똑히 각인시켰다. 불타는듯한 선지자의 연설은 리자드맨의 강철 같은 전의를 피에 굶주린 광신으로 담금질하였으며, 그들 모두가 대의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었다.

곧, 나이트러너의 전쟁무리와 스킹크 매복부대의 척후전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당도한 스케이븐의 군세는 셋의 무리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들은 칼날을 리자드맨의 살가죽에 박아넣길 열망하는, 수목을 불태우며 폭주하는 무리였다. 첫 떼거리의 뒤를 이어 무한한 숫자의 쥐인간들이 마치 강물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글을 뒤덮고 있었다.

도시를 뒤덮은 잿가루들이 마치 눈처럼 휘날렸다. 공기는 먼지로 가득 찼다. 해충들의 진군을 가로막는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그때, 바스틸라돈들의 등에 실린 솔라 엔진들이 빛을 발했고, 곧 순수한 태양 에너지로 이루어진 폭발이 역병 용광로들의 첨단부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포격에서 살아남은 스케이븐들이 악다구니를 부리며 리자드맨의 방진을 후려쳤으나, 스케이븐들의 무수한 숫자로도 리자드맨 군대의 굳건한 전선을 뚫어내지 못하였다. 공세는 마치 파도처럼 계속되었으나, 그 무수한 파상공세들을 모조리 분쇄한 리자드맨들의 거대한 반격이 시작되었다. 스테가돈 무리가 돌격해 스케이븐의 전선을 통째로 밀어내면 스킹크 척후병들과 오거만큼이나 거대한 거대한 뱀들이 잿더미 속에 숨어있다 튀어나와 더욱 더 혼란을 퍼뜨렸다.

그러나 하루가 다 흘러갈 무렵 스킹크들의 불길같은 기세는 점차 사그러들고 있었다. 선지자 테헨하우인의 군대는 대부분 스킹크들과 정글의 괴수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압도적인 숫자의 스케이븐 군대를 상대로 전열을 유지해줄 사우루스 전사들은 충분치 못했다. 한 명씩, 그리고 또 한 명씩, 리자드맨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해질녘이 다가오자 소텍의 선지자는 절박하게 그의 신을 불렀으며, 그러자 다시 한 번 소텍이 답하였다. 파후악스의 모든 갈라진 틈에서 뱀들이 마치 폭풍처럼 쏟아져 나왔으며, 뱀들로 이루어진 바다가 스케이븐들을 후퇴하게 만들자 리자드맨들은 신속하게 전열을 정비하고 후퇴하였다.

스케이븐 군세가 헥소아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군주 마즈다문디는 마침내 행동해야 할 때가 이르렀음을 알았다.
그 마법사 사제의 형용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경계하던 13인회는 공포의 검은 13인이라 불리는 최정예 암살자들을 군단의 선봉에 배치했으며, 최후의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이들을 도시에 잠입시켜 마즈다문디를 암살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스케이븐 최고의 암살자들마저도, 옥시요틀이라 불리는 가장 위대한 카멜레온 사냥꾼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공포의 검은 13인의 모든 속임수가 간파당했고 그들은 하나씩, 하나씩, 그리고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조리 옥시요틀에게 사냥당하고 말았다.

암살 시도가 실패로 갔으며, 건재한 마즈다문디는 크록-가르를 소환해 태양의 군대를 이끌도록 했다. 사흘 후 태양의 군대는 흑요석 기둥이라 알려진 기념비에서 해충들의 군대와 대적하였다. 스케이븐 군대의 4명의 역병군주 중 셋은 선봉장이 되는 영광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재의 도시에서 이뤄낸 승리에 흠뻑 젖어 자만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태양의 군대는 아마도 최후의, 그리고 가장 위대한 리자드맨 군대였으며, 그들은 한 명이 서른의 쥐인간을 상대해야 할 정도로 수적열세에 몰려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쥐떼들의 돌격을 막아낼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한쪽 눈을 열어젖힌 마즈다문디는 흑요석 기둥 안에 저장되어 있던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으며, 슬란이 그가 알고 있는 무수한 주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을 구현하기 위해 그의 손목을 짚으며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바로 고대 주문 '도시의 파괴'였다. 도시를 이룬 암석들과 포석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격류처럼 몸을 일으켜 세웠고 그 막대한 힘이 스케이븐 군대를 후려쳤다. 수천에 달하는 쥐인간들이 일격으로 쓸려나갔다.

마즈다문디의 직관력이 떠오른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러스트리아에 벌어진 모든 것이 마즈다문디 자신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계략이었다. 카오스의 어두운 힘이 세력을 불리는 동안 자신의 주의를 돌리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카오스의 신들조차도 쥐인간들의 무절제한 폭력성을, 그 무엇이라도 파괴해 버릴 수 있는 상식을 초월할 힘을 가지고 있는 스케이븐들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스케이븐들은 그들 스스로조차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완성해낸 것이다.

무엇을 해야할지 명백하게 알게 된 가장 위대한 슬란은 차원의 문을 열어 모든 리자드맨 형제들에게 마지막 전투를 준비해야함을 알렸다. 바로 최후의 전투는 리자드맨 제국의 심장부, 첫 번째 도시 잇차에서.

섬광이 일자 태양의 군대의 절반이 잇차로 순간이동되었으며, 남아있는 절반은 잇차가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흑요석 기둥에 기대어 선 채 최후의 항전을 시작했다.

최초의 도시 앞에는, 슬란들의 주의를 돌린 사이 집결한 군주 스크롤크가 이끄는 역사상 최대의 스케이븐 군대가 지평선 너머까지 가득 들어차 있었다. 스케이븐 제자일 저격팀의 날카로운 총성을 들은 리자드맨 비행 순찰대는 스케이븐 군대가 이미 도시 경계선을 넘어 침공해오고 있음을 보고했다.

잇차는 이미 부패의 안개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었으며, 리자드맨들은 그들의 비늘이 추악한 독으로 녹아내리는 것을 느낄 정도였지만, 그들은 여전히 위대한 계획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잇차의 마지막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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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잇차의 마지막 전쟁

세계의 반대쪽, 악취로 가득한 쥐인간들의 수도 스케이븐 블라이트의 폐허 깊숙한 곳에서, 위대한 워록 징테일이 그 마침내 그의 가장 위대하고 파멸적인 무기를 완성해냈다. 멍청한 이킷 클로가 로켓이나 만들면서 의회의 계획을 망치는 동안, 징테일은 스케이븐이 창조해낸 그 어떤 파괴적인 무기보다 더 강력하고, 더 끔찍한 것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세계를 끝내 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계장치였다.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증기 엔진들이 격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고 연료로 쓰일 액화된 워프스톤들이 가득 부어졌다. 하나 하나가 범선의 돛보다도 거대한 기어 장치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신호가 떨어지자 그레이 시어 집단은 이미 종말적인 힘을 지닌 기계에 더욱 힘을 불어넣었다. 징테일이 마지막 망설임으로 손을 떨다 스위치를 누르자, 즉시 위대한 모르스키스타 엔진(Morskittar Engine)[2]의 거대한 포신에서 스케이븐 블라이트 전체를 흔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스케이븐들의 광기가 만들어낸 멸망의 기계가 가동된 것이다.

마즈다문디를 제외하면 세계 반대편에 서있는 그 누구도 이런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허나 위대한 슬란은 세계의 조화로운 균형에 거대한 흔들림이 있었음을 느꼈고, 그의 워리더를 통해 진상을 알고자 하였다. 그것도 최대한 빠르게. 신속하게 움직인 소규모 분견대들이 적군에게 맹공을 가하기 시작했다.

피라미드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목들 위에서 스킹크 척후병들과 투창병들이 에신 클랜의 거터 러너와 나이트 러너들에게 맞섰으나, 잇차에 가득한 더럽혀진 독안개는 스킹크들을 지치게 만듦에 동시에 쥐인간들에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군주 스크롤크는 그의 친위대 '페스틸런스 근위대'와 '울부짖는 죽음 전도자'들을 직접 이끌고 크록-가르가 지휘하는 '구리 태양 군단'과 '황색 볏의 군단'에게 도전했다.

워프록 제자일 저격팀이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을 듣고 고개를 들어올리자, 틱타크'토와 그의 비행 순찰대가 내리꽂듯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며 오거만큼이나 거대한 바윗돌들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쥐들로 이루어진 바다처럼 보일만큼 그들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에 그들은 어디로도 도망갈 수 없이, 그저 하늘에서 내려오는 죽음을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는 수 밖엔 없었다.

스케이븐 군대는 혼란에 빠졌고 리자드맨들은 적들을 더욱 거세게 공격하며 밀어붙였다. 크록가르는 '헥소아틀 의장대'라 불리는 고대의 템플 가드들과 함께 선봉에 섰다. 그들은 하나 하나가 위대한 올드 블러드에 필적할 만큼 강력한 템플가드들이었다.

그리고 군단의 최중심부에는 마즈다문디가 직접 자리 잡고 있었으니, 그의 강대한 스테가돈 즐'락이 거리를 질주하며 적들을 짓밟아 뭉개버리고, 태양으로부터 끝을 모르는 힘을 끌어낸 슬란은 그의 전사들에게 보호의 장막을 씌어주웠다. 리자드맨의 군세는 스케이븐의 바다를 창날처럼 가르며 나아갔고 마침내 목적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바로 가장 위대한 마법의 힘이 보관되어 있는 잇차 대신전의 최상부였다.

그때 빛이 번쩍거렸다. 대신전의 꼭대기보다도 더 높은 곳, 하늘과 구름을 넘어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암녹색 빛이 기둥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가공할 빛의 기둥이 향하는 곳은 다름아닌 카오스의 달 모르슬리프였다. 모르스키스타 엔진이 힘을 해방한 것이다. 빛줄기는 높히, 그리고 더 높히, 구름을 찢고 하늘을 벗어나 마침내 달을 관통했다. 아주 잠깐, 달은 희끄무레한 빛을 분출했고, 그리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르슬리프는 완전히 산산조각나버렸다. 엔트로피 에너지의 파도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대륙만큼이나 거대한 달의 파편들이 지상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즈다문디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리고 다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러스트리아의 마지막 군대들. 가장 강대하고, 뛰어난 이들. 그러나 그들의 압도적인 체력과 힘조차도 적의 불가능할 정도의 물량 앞에서 서서히 삼켜지고 있었다. 마즈다문디는 잠깐의 고심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가 무엇을 해야 할 지는 명백했다. 슬란은 그의 가장 강력한 순간이동 주문을 읊곤 대신전의 꼭대기를 향해 섬광으로 변해 날아갔다. 천 년을 넘도록 스테가돈 즐'락의 등 위에 얹혀 있던, 마즈다문디의 옥좌가 무너져 내렸다. 그를 모시는 템플 가드들이 내지르는 포효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홀로, 그리고 무방비한 상태로, 용맹한 슬란은 사원 아래에서 잇차의 대전투가 벌어지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크록-가르가 이끄는 사우루스 집단과 잔존한 리자드맨 병력은 쥐인간들의 바다 속에서 최후의 항전을 펼치고 있었다. 마즈다문디는 세계를 멸망시킬 운석이 떨어지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다.
출처

5.9. 대이주

전투는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매년 소수의 리자드맨만을 산란시키던 잇차의 산란못에서 지금은 무수한 리자드맨들이 쏟아져나오듯 산란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두 다리로 일어서기도 전에 무기로 쓸 수 있는 것을 움켜쥐고 잇차를 구하기 위해 달려나갔다. 도시의 외각에서는 수백 개가 넘는 땅굴들이 일제히 아가리를 열어 쥐인간들의 완전무장한 군대를 강줄기처럼 토해냈다. 잇차의 거리들은 잔혹한 전투들로 가득했고, 그 잔혹함은 온 거리와 하수구로 퍼져나갔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위로까지 향했다. 수백의 스킹크와 카멜레온들이 나이트 러너와 거터 러너들 상대로 독침과 투창, 표창을 주고 받으며 사원과 지구라트의 벽면 위에서의 전투를 벌였다. 하늘에서는 용맹한 테라돈 무리들이 계속해서 강습을 시도했지만 그들은 래틀링 건 대공포대와 워프라이트닝 캐논의 대공 사격을 받고 추락하고 있었다.

잇차의 대광장에서는, 크록-가르가 안에서부터 썩어들어가 껍데기만 남아버린 그의 카르노사우루스 그림록의 등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 위대한 야수는 역병군주 스크롤크의 추악한 손에 의해 죽어가고 있었다. 사우루스 전사 크록-가르는 수천 년을 함께 싸워온 그림록의 콧잔등 위에 마지막으로 손을 뻗어 어루만져 주었다. 크록-가르의 차갑게 타오르는 두 눈이 증오스런 쥐인간을 노려보았다.

사우루스와 역병사제가 격돌했다. 스크롤크의 향로에서 부정한 대기가 쏟아져나오며 둘의 전장을 유독한 독구름으로 가득 채웠으나, 크록-가르는 그의 마지막 힘을 쥐어짜 포효를 내지르며 스크롤크에게로 돌격했다. 크록-가르의 고대 무구 '신의 손'에서 빛이 번쩍이자 스크롤크의 향로가 산산조각 났다. 신의 손이 내뿜는 불타는 빛이 역겨운 구름을 불태워 정화하자 크록-가르의 '틀란슬라의 존경받는 창'이 스크롤크를 꿰뚫었다. 역병의 군주를 창에 꿰어 머리 위로 들어올린 크록-가르의 포효가 하늘에 울렸다.

승리의 포효를 들은 버민로드 타락자 버말란스는 그가 아끼는 자식이 크록-가르의 창에 꿰여있는 것을 본 순간 허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버민로드의 입이 죽 찢어지며 검은 구덩이처럼 벌어졌고 그곳에서 맹독의 격류가 쏟아졌다. 크록-가르와 함께 싸우던 템플 가드들이 일순간에 뼛가루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렸다. 크록-가르조차도 버티지 못하고 창을 놓쳤으나, 버말란스의 손 또한 신성한 창에 베인 상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버말란스는 크록-가르를 끝장내는 대신 스크롤크의 곁으로 급히 뛰어내렸다. 버민로드는 스크롤크를 창으로부터 빼내곤, 그가 가진 역병의 대사전 리베르 부보니쿠스의 지식에 따라 스크롤크의 갈라진 가슴을 꿰매었다. 패스틸런스 클랜의 군주를 안아 올린 버말란스는 어둠의 구름 속으로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크록-가르를 증오에 찬 눈으로 쏘아보았다.

역병의 대악마가 쏟아낸 맹독 속에 묻혀 있었으나, 크록-가르는 천천히, 그러나 냉혹할 정도로 단호히 다시 일어섰다. 크록-가르의 손에 장착된 건틀릿에서 나온 정화의 빛이 그의 몸을 씻겨주었다. 그때 크록-가르의 머릿속에 마즈다문디의 마지막 계시가 울려퍼졌다. 그는 이제 자신이 향해야 할 곳을 알고 있었다. 크록-가르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온 천지가 여전히 쥐인간으로 가득 차 있었으되, 그 어떤 쥐새끼도 그들의 군주를 쓰러뜨린 빛나는 사우루스에게 감히 덤벼들지 못했다.

부상을 입은 크록-가르가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자 정글 저편에서 거대한 괴성이 답했다. 이윽고 나무가 흔들리고, 돌을 부서뜨리며 거대한 카르노사우루스 한 마리가 나타나 쥐때들을 짓밟으며 크록-가르에게 다가와 머리를 조아렸다. 새 맹수 위에 올라탄 크록-가르는 달리기 시작했다.

대사원의 꼭대기에서 마즈마문디는 마침내 태양의 현실에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넘쳐흐르는 대지연결망의 힘을 그의 손에 두르고 휘두를 수 있었다. 아직 세계에 아직 남아있는 모든 슬란들이 그를 돕기 위해 마음을 하나로 엮었다. 마즈다문디는 대이주를 시작했다.

러스트리아의 온 천지에서, 만 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움직인 적 없었던 거대한 석조 육면체 모노리스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엘프들, 최초의 드워프들, 최초의 인간들이 대지에 나타나 걷기 이전에 이미 잊혀졌던 주문들이 다시 읊어지고 있었다. 기이한 빛들이 헥소아틀의 석조 피라미드 사원들 위로 거닐었고, 지금까지 그 누구도 건설의 의미를 알지 못했던 테폭의 대 지구라트의 경사로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충격이 잇차의 위인들을 위한 오벨리스크를 흔들었다. 칙슬룹타 외곽의 고독한 정글 안에 방치되어 있던 폐허에서 오랜 세월 동안 묻혀있던 지하 구조물로 통하는 돌계단들이 나타났다.

흥분한 스킹크들은 쉿쉿거리며 갑작스레 나타난 이 구조물들을 건드려보았지만, 지금부터 벌어질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소수의 고위 사제들과 중책을 맡은 수행원들만이 젊은 슬란 메이지 프리스트 들과 함께 구조물 안으로 소환되었다. 그러나 리자드맨의 대부분은 뒤에 남겨졌으며, 스킹크들의 궁금증에는 답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다음 순간 일어난 일은 경악 그 자체였다. 천둥치는 고동과 함께, 고대의 구조물들은 엄청나게 오래된, 그리고 강력한 마법의 바람의 힘으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아주 잠깐, 고대의 구조물은 허공에 부유했다. 잠시 후 빛의 섬광이 뿜어져나오자, 산과 같이 거대한 선체는 인간이 쏘아올릴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빠르게 밤하늘을 찢으며 상승했다. 슬란들에게 있어서는, 그들이 내려왔던 별들로 돌아갈 시간이 온 것이다.

그러나 이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낸 마즈다문디와 가장 오래된 슬란들은 그들과 함께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지상에 남아있었다. 위대한 계획은 실패했을지언정, 그들에겐 아직도 세계를 구할 힘이 남아 있었다.

동족을 구해낸 마즈다문디는 이제 떨어져내리는 달을 막아 올드 월드를 구하기 위한 장대한 투쟁을 시작했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마즈다문디는 대륙만큼이나 거대한 파편을 향해 마법의 폭풍을 쏘아올렸다. 그의 노력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슬란의 힘 앞에서 대륙 크기였던 파편은 이제 거대한 산맥 정도의 크기로 바뀌어 있었다. 지상에 남아 있는 슬란들이 자신들의 모든 힘을 짜내어 가장 오래된 이 마즈다문디에게 보태주었다. 실로 위대한 희생 끝에 하나씩, 하나씩, 슬란들은 그의 옥좌에서 쓰러져 영혼조차도 남기지 않고 바스라졌다. 최후의 순간 마즈다문디 혼자만이 남았다.

그 어떤 필멸자도 그들을 구하기 위한 이 위대한 투쟁을 알지 못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 홀로 오롯이, 마즈다문디는 고결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그의 헐떡거리는 입술과 감긴 눈에서 핏줄기들이 쏟아져 내렸다. 그의 논리적인 사고는 그가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마즈디문디는 성공할 뻔 했다. 거의.

어둠이 마즈다문디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깨어났다.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했으나, 수치스럽게도 그럴 수 없었다. 떨어져 내리는 달의 크기는 여전히 행성을 통째로 박살내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마즈다문디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패배했음을, 그리고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다. 가여운 슬란, 한때 세계에서 가장 존귀했던 이는, 마치 상처 입은 짐승처럼 계단을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 피라미드 사원의 꼭대기에 앉아, 그의 피부에 신선한 공기를 쐬기를 바라면서. 그 소망은 거의 이루어질 뻔했지만, 그 직전에 마즈다문디의 심장이 멈추었다.

달은 멈추지 않고 떨어져내렸다. 세계는 이제 화염과 파멸의 아가리에 놓일 운명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마지막 영웅의 희생이 세계를 그 운명에서 건져내었다.

마즈다문디가 오르고 싶어 했던 잇차의 대 피라미드 꼭대기에 안치되어 있던 최초의 슬란, 잇차의 구원자이며 존경받는 대군주인 크로악의 붕대로 감싸인 미라가, 제자의 죽음을 보았다. 크로악의 말라 비틀어진 몸이 꿈틀거렸다. 수천 년 전 세계를 한 번 구했던 이가 다시 한 번 더 일어서고 있었다.

섬광이 일었다. 크로악은 그의 손을 들어올려 그가 알고 있는 가장 위대한 마법, '올드 원의 방패'를 불러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마법의 장막이 돔을 이루어 러스트리아를 둘러쌌다. 이와 동시에 그는 장막으로 감싼 러스트리아의 대륙 파편들을 저 우주 너머로 날려보냈다. 그 안에 누가, 무엇이 살아있을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비록 러스트리아와 사우스랜드는 화염에 삼켜질지언정, 세계의 나머지는 구원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슬란은 자신의 희생조차 모를 수많은 이를 위해 기꺼이, 사심없이 스스로를 불살라 올드 원의 방패를 유지했다.

영겁에 가까운 세월 동안 카오스와 싸워온 위대한 크록시거 나-카이와 하얀 사우루스 고르-록은 스케이븐의 시체로 만든 산 위에서 떨어져내리는 운석을 향해 포효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리자드맨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카오스의 달이 지면에 충돌했다. 격렬한 화염과 충격파의 벽이 러스트리아와 사우스랜드를 집어삼켰다. 러스트리아 대륙은 산산조각 났고 모든 것이 화염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고결한 크로악의 육체조차도 불길에 휩싸였다. 그러나 올드 원의 방패는 무너지지 않았다.

신의 자손들, 최후의 수호자 리자드맨들이 다시 한 번 더 세계를 지켜내었다. 그렇게 올드 월드는 짧은 시간이나마 그 생명을 이어가게 되었다.
출처


[1] 물론 탄퀄을 제외하고서[2] 스크라이어 클랜의 군주 모르스키스타의 이름을 따 만든 거대한 파괴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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