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18-05-06 18:28:47

럼블(리그 오브 레전드)/리그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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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럼블
날짜: CLE 21년 4월 22일

관찰
럼블이 그라가스 못지 않게 품위 없는 모습으로 철그덕거리며 대전당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그가 직접 "트리스티" 라고 이름을 붙인, 고철을 이어붙여 만든 전투복을 조종하여 전장에 나선다. 신기할 정도로 조잡하게 만들어진 전투복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럼블의 움직임은 덜컹거리면서도 빨랐다. 럼블은 그 기계의 정신 없는 듯한 사소한 조종까지도 즐기는듯 보였다.

트리스티의 왼손이기도한 거대한 가시 박힌 철퇴가 문 앞에 서서 거칠게 움직인다. 마치 자각이라도 하듯,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며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이 대전당으로 새어나온다. 기계를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기 전, 럼블은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 친다.


회고
인간들의 놀이라는 건 참 알 수가 없다. 럼블은 몇몇 덜떨어진 리그 놈들이 승부를 위해 온 몸을 치장하는 동안 자르반 왕자 같은 요주의 인간들이 이런 어두컴컴한 청소용구함 같은 곳에서 쳐박혀 있었을거라곤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 그 멀대들이 나 같은 녀석을 보고 싶어한다면 얼마든지 보여주겠어.

기대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간지러운 주먹 증후군" 이라고 누군가 말했지, 문제는 지금 그 주먹이 연료로 가득찬 두 개의 실린더가 있는 화염 방사기와 럼블이 "짧은 인사" 로 사용한다는 공기 역학식 피스톤 철퇴로 만들어져 있다는 거지만.

그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자신을 시험하게될 녀석의 운명 뿐이었다.

"걱정 같은거 안 해도 돼." 그의 뒤에서 기계적이면서도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살살 해줄 테니까!"

럼블은 트리스티의 조종간을 메스꺼운 속도로 180도 돌리며 조종 손잡이를 두들겼다. 전기 작살을 발사하기 위해 방아쇠를 반쯤 당겼지만 어느 순간 그는 맨 벽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야!" 목소리가 그를 놀리듯이 다시 뒤쪽에서 들려왔다.

럼블은 놈의 얼굴에 한방 먹이기 위해 뒤돌아서자마자 페달을 눌렀다.

갑자기 조종간이 멈춰버리는 순간, 작살은 불발되었고, 그저 불쌍한 리그 측근을 향해 돌진하고 있을 뿐이었다.

럼블은 전기 작살로 누군가를 꿰뚫기 전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번 만큼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상대였다.

그의 눈에 바라던 목표물이 보이자, 갑자기 그의 열의가 사라져버렸다.

그의 작살은 번쩍이면서도 완전한, 그리고 거대한 전투복 앞에서 힘없이 떨어져나갔다. 그것은 박격포에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3개의 다중 관절 다리로 서 있었으며 그 높이는 럼블의 것의 4배 정도는 우습게 뛰어넘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가슴 쪽에 있는 자주색 보석이 끼워져 있는 아몬드 모양의 판에서 알 수 없는 전자기 왜곡장 같은 것이 방출되고 있었다. 그 반짝이는 판 옆에는 황당하리만큼 복잡하게 생긴 팔의 부속기관이 있었는데 그 양쪽에는 16칸의 다용도 미사일 발사대가 있었다. 럼블은 그 미사일의 머리가 각각 마법 유도 기능과 원격 조정 시스템으로 장착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팔의 끝에는 합금으로 만들어진 두개의 10연장 회전 캐논이 자리잡고 있었다. 무섭게 쳐다보는 괴물의 머리는 염색된 유리로 만든 뚱뚱한 전구 모양이었으며 거기에는 지각 탐지 장치가 달려있었다. 아마 저것이 그 조종사를 보호하고 있으리라. 그 입에선, 반짝이는 실린더 같은게 튀어 나왔는데, 아마 플라즈마를 발사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모으는 작업이 끝난 것 같다. 그건 그러니까 한마디로 죽음의 광선이었다. 더 짜증나는건, 그 거상의 몸은 양극처리가 되어 있었으며 푸른 불꽃으로 정밀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것은 럼블이 자신의 전투복에 새겨 넣고 싶어했던 패턴과 판박이였다.

누군가 그가 꿈에 그리던 설계를 베껴 먹은 것이다.

럼블의 분노는 그의 두려움을 뛰어넘었다. 그는 소리를 지르며 눈 앞에 있는 거대한 괴물을 향해 모든 방아쇠를 당기고 모든 버튼을 두들겼으며 모든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그가 믿었던 트리스티는 털털거리는 소리를 내며 쓰러질 뿐이었다.

럼블은 조종석에서 굴러 떨어졌다, 제길. 다음번엔 꼭 안전 벨트를 만들어야지… 주서[1]의 설계에 대한 생각을 마치자마자 그는 두 발로 굴러들었고 늘상 그래왔듯, 트리스티를 고치기 위해 철퇴를 발로 세게 찼다. 트리스티의 전원이 들어왔지만 곧 그녀에게 무시무시한 그림자가 들이닥쳤다.

럼블이 눈을 깜빡였다.

그가 다시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이라곤 그 거인의 나무 줄기 같은 다리 한짝 뿐이었다. 녀석이 발을 살짝 비틀었다, 그리고 삐걱이는 금속이 내는 소리는 럼블이 가장 두려워하던 순간을 현실화시켰다.

트리스티가 납작하게 짓밟혀졌다.

럼블 자신은 까먹을 때가 있지만 럼블에겐 한 때의 기억이 있다. 그 기억들은 주로 그가 따돌림을 당하거나 아니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얻어 맞고 나서야 떠오른다. 모든 것이 그저 캄캄해진다. 그가 거기서 빠져나올때는 대개 요들의 무리가 서로 피를 흘린 채 땅바닥에 쓰러져 있거나 그가 머리에서 렌치라도 빼들었다는 듯이 쳐다 보고 있었다. (실제 그런 적은 딱 한번이지만).

순간, 그는 목이 쉬고 털은 엉망진창이 된 상태에서 그 거대한 쇳덩이의 발을 미친듯이 할퀴어댔지만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었다.

불쑥하는 소리와 함께, 그 괴물의 머리가 갈라졌다. 거기서 나온 것은 바로 덥수룩한 금발 아프로 머리였다.

"하이머딩거!" 럼블이 소리쳤다, "죗값을 갚아라! 이 도망자! 배신자! 당장 이리로 내려와!". 그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갈라졌다.

"참 꼴불견이로군!" 하이머딩거가 외쳤다, "밴들 시티로는 언제든지 돌아가도 좋네. 그게 통하지 않은건 참 유감이야."

"돌아가?!" 럼블이 웃어제꼈다. "지금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냐? 싸움은 지금 부터라고! 넌 이미-"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그의 몸이 붕 떠올랐다. 아마도 무언가가 저 살인 기계에서 발사되어 그의 바로 앞에서 터진 것 같지만 눈앞이 너무 흐릿했던 탓에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끝내 알 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벽에 부딪힐때까지 공중으로 무방비하게 날아올랐다.

"자네가 계속 버틸 수 있는 가능성은 빠른 속도로 0을 향해 수렴하고 있다네." 하이머딩거가 내뱉듯이 말했다.

럼블이 눈을 뜨고 숨을 돌렸다. 그는 하이머딩거를 마주 보고 있는 상태에서 벌러덩 누워있었다. 그가 추락 할 땐 벽도, 바닥도 그 충격을 완화 시켜주지 못했다. 그는 더 이상 버티고 서 있기도 힘들었다.

"놀고 있네," 그가 히죽히죽 웃으며 켁켁댔다. 그는 벽을 짚으며 두발로 뒤뚱거렸다.

"리그에 들어오려는 이유가 뭔가, 럼블?"
순간 하이머딩거의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귀가 멍멍했던 탓에 입 밖으로 내뱉기는 쉽지 않았다.

"이제서야 잡담을 하시겠다는거군."

"자네의 기계는 박살 나버렸네. 자네는 그게 없으면 싸울 수 없-"

"어째서지? 내가 작으니까? 약하니까? 어디 한번 다른 이유를 대봐. 저들이 초대한건 바로 나야, 내 기계가 아니라고, 그리고 난 네놈이 생각하는 것 만큼 쉽게 떠나지 않아. 밴들 시티에는 충직한 챔피언들이 더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너 같이 대가리만 큰 필트오버의 개새끼에겐 절대 지지 않는단 말이다."

비록 깨지고 내동댕이쳐졌어도 럼블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처절한 모습으로 자신의 주먹을 휘둘렀다.

"속 마음이 드러나니 기분이 어떤가?"

"기분이 어떻냐고?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건가? 지금 당장 끝을 보자고! 내가 트리스티의 몫까지 네 놈을-!"

하이머딩거가 사라졌다. 럼블은 트리스티의 계기판을 바라보며 조종간에 앉아있었다.

아픔도 사라졌다. 그는 다시 그 청소용구함으로 되돌아왔지만 누군가가 불은 켜놓고 간 모양이다. 그는 얼굴로 번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계기판을 껴안았다.

"하마터면 너를 두번이나 잃을 뻔했구나. 그래도 걱정하지마, 내가 널 고쳐주면 되니까. 그럼, 이제 날 이 꼴로 만든 놈을 밟아주러 가보실까."

그는 손잡이를 꼭 잡고 페달을 밟았다. 트리스티가 움직이기 위해 덜커덩 거리며 앞쪽으로 뛰어오른다.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자빠졌다.

[1] Jui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