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해방 Animal Liberation | |
<colbgcolor=#dddddd,#010101><colcolor=#373a3c,#dddddd> 장르 | 철학, 윤리학 |
작가 | 피터 싱어 |
출판사 | HarperCollins(미국) |
발매일 |
1. 개요
이 책은 애완동물에 관한 책이 아니다. 고양이를 쓰다듬거나 정원에서 새에게 모이 주는 것 이상으로 동물을 사랑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불편하게 읽힐 것이다. 이 책은 오히려 억압과 착취가 어디서 일어나든 그것을 종식시키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 1975년 초판 서문에서
- 1975년 초판 서문에서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가 1975년에 출간한 윤리학 서적.
현대 동물권 운동의 성서로 불리며, 이 책의 출간을 기점으로 현대 동물 해방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평가받는다. 감정적인 호소 대신 '이익 동등 고려의 원칙'과 '종차별주의'라는 윤리적 개념을 통해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이 책은 단순히 '동물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넘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이 비윤리적인 것과 같은 논리적 근거로 종차별 역시 비윤리적임을 논증한다. 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식습관과 생활 방식, 그리고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2. 저자
피터 싱어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1970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싱어는 동료 대학원생이던 리처드 케션(Richard Keshen)이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이를 계기로 루스 해리슨(Ruth Harrison)의 《애니멀 머신》[1]을 접하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공장식 축산의 끔찍한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싱어는 당시까지 동물을 윤리적 고려의 대상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나,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이 매일 먹는 고기가 지각 있는 존재의 고통스러운 삶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채식주의자가 되었다. 그는 이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감상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같이 다루어져야 할 중대한 윤리적 문제임을 직감하고 철학적 논증을 통해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어내고자 《동물 해방》을 집필하게 되었다.
3. 차례
- 40주년 기념판 서문
- 2009년 판 서문
- 1975년 초판 서문
- 1장.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 2장. 연구를 위한 도구
- 3장. 공장식 농장을 가다
- 4장. 채식주의자가 된다는 것
- 5장. 인간의 지배
- 6장. 오늘날의 종차별주의
4. 내용
이 책은 단순히 동물에 대한 연민을 자극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싱어는 서문에서부터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을 경계하며, 이 문제가 인권 문제와 마찬가지로 정의(Justice)와 평등(Equality)의 문제임을 명확히 한다.4.1. 핵심 개념
4.1.1. 이익 동등 고려의 원칙 (Principle of Equal Consideration of Interests)
이 책의 논증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칙이다. 싱어는 평등이 '사실'에 대한 주장이 아니라 '규범'에 대한 주장이라고 말한다. 즉, 모든 인간이 지능이나 신체 능력이 동일하기 때문에 평등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interests)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도덕적 원칙 때문에 평등하다는 것이다.이 원칙을 확장하면, 어떤 존재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 유일한 기준은 그 존재가 고통이나 쾌락을 느낄 수 있는 능력(sentience)을 가졌는지 여부다. 지능, 언어 능력, 종(species) 등은 이익 고려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만약 지능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지적 장애가 심한 인간이나 갓난아기의 이익은 침팬지나 돼지의 이익보다 덜 중요하다고 말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질문은 '그들이 이성을 가졌는가?'도, '그들이 말을 할 수 있는가?'도 아니다. 질문은 바로 '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
- 제러미 벤담, 책에서 인용됨
- 제러미 벤담, 책에서 인용됨
싱어는 이 원칙이 '동일한 대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돼지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주장은 무의미하지만, 불필요한 고통을 피하고자 하는 돼지의 이익은 인간의 동일한 이익과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1.2. 종차별주의 (Speciesism)
싱어는 이 책을 통해 '종차별주의'라는 용어를 대중화했다.[2] 종차별주의란 단지 어떤 존재가 자신의 종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그 존재의 이익을 무시하거나 덜 중요하게 여기는 편견이나 태도를 말한다.싱어는 이것이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논리적으로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고 주장한다. 인종차별주의자가 자신의 인종의 이익을 다른 인종의 더 큰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것처럼, 종차별주의자는 자신의 종(인간)의 사소한 이익(예: 미각적 즐거움)을 위해 다른 종(동물)의 핵심적인 이익(예: 고통을 피하고 생명을 유지할 권리)을 짓밟는다는 것이다.
4.2. 책의 주요 내용
- 동물 실험 (2장)
- 공장식 축산 (3장)
- 닭: A4용지 한 장보다도 좁은 공간에 갇혀 부리 끝이 잘린 채 평생 달걀만 낳는 산란계, 빠른 성장을 위해 유전적으로 조작되어 자기 다리가 몸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주저앉는 육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 돼지: 지능이 높은 돼지가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스톨(stall)'에 갇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형행동을 보이는 모습을 묘사한다.
- 송아지: 고급 요리인 '송아지 고기(veal)'를 위해 어미에게서 태어나자마자 격리되어, 근육이 발달하지 않도록 평생 목이 묶인 좁은 우리에 갇히고, 고기 색을 하얗게 만들기 위해 철분이 결핍된 사료를 먹으며 빈혈 상태로 살아가는 현실을 고발한다.
- 채식주의와 그 너머 (4장)
5. 영향과 평가
이 책은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대화를 영원히 바꾸어 놓았다. 이 책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먹는 것, 입는 것, 그리고 동물을 인식하는 방식을 바꾸게 만들었다.
- PETA 설립자 잉그리드 뉴커크(Ingrid Newkirk)
- PETA 설립자 잉그리드 뉴커크(Ingrid Newkirk)
《동물 해방》은 출간 즉시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 책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채식을 시작했으며, PETA와 같은 급진적인 동물권 단체들이 탄생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철학계에서도 '동물의 도덕적 지위'가 주요 윤리학적 문제로 부상하며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물론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철학자 로저 스크러튼은 싱어의 주장이 "인간과 동물의 실제적 차이를 무시하는 공리주의에 기반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서구 사회의 동물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동물 복지 및 권리 향상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오늘날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공장식 축산의 비인도적인 관행들이 점차 법적으로 금지되고, 동물 실험을 대체하려는 노력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이 책이 촉발한 거대한 인식의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